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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with Business Frontier: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바이오 산업이 4차 산업혁명 주도.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신약 개발 나서야

장재웅 | 223호 (2017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바이오 벤처의 전성기다. ‘기술특례상장제도’ 도입 이후 실적이 안 좋아도 기술력만 있으면 주식 시장에 상장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바이오 벤처에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한국 바이오 벤처는 2000년대 초반 한 차례 호황을 누렸다. 그러나 황우석 사태, 경영진의 경영 능력 부족 등의 한계를 드러내며 이후 10여 년간 암흑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제2차 바이오 벤처 붐을 맞이해 바이오 벤처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바이오 벤처 생태계 조성이 필요하다. 국내 대형 제약사나 대기업이 나서서 적극적으로 유망 바이오 벤처를 M&A 하고 내부 프로젝트 중 사업성 있는 아이템을 스핀오프(분사) 하는 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또 대형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 대학 연구소 등이 힘을 모아 ‘오픈 이노베이션’ 방식을 통해 신약 개발도 적극 추진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신지원(고려대 영문학·경영학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바이오 벤처 전성기다. 바이로메드, 마크로젠, 메디포스트 등 2000년대 초반 이른바 ‘1차 바이오붐’ 때 탄생한 기업들이 이후 지속적으로 성공 스토리를 써나가면서 바이오 벤처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15년 ‘기술특례 상장제도 규제완화’ 이후 바이오 벤처들의 국내 증시 상장이 줄줄이 이어지면서 최근 빠르게 투자금이 늘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털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바이오 및 의료 분야 벤처와 스타트업에 투자된 자금은 4686억 원으로 ICT 제조(959억 원)와 ICT 서비스(4062억 원) 부문 투자액을 뛰어넘었다. 바이오 및 의료 부문 투자액은 전년 3170억 원 대비 50% 이상 급증했고, VC 전체 투자금액 가운데 차지하는 비중도 21%까지 상승했다.

최근까지 바이오 벤처, 그중에서도 신약 개발 분야는 창업이 쉽지 않고 투자도 활발하지 않은 분야로 여겨졌다. 높은 기술력이 필요하고 연구개발에 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2000년대 초반 황우석 사태 이후 바이오 산업에 대한 불신이 생기기도 했다. 또 1차 바이오 붐 당시 기술력만 믿고 창업에 나섰던 수많은 바이오 벤처들은 경영, 마케팅, 자금·리스크 관리 등 현실의 벽에 부딪혀 무너지고 좌절하기도 했다.

이 같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10여 년간 바이오 벤처 업계는 기술력과 내공을 키워왔다. 여기에 2005년 이후 ‘기술특례상장제도’ 덕분에 실적이 좋지 않아도 기술력 있는 바이오 벤처들의 주식 시장 상장 길이 열렸다. 이로 인해 벤처캐피털의 바이오 벤처에 대한 투자가 늘어났다. 나아가 단순 자본 투입을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이오 벤처의 기업 가치를 키우는 데 주력하는 벤처캐피털들도 속속 등장했다. 정부 역시 바이오 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보고 다양한 지원 제도를 만들어 바이오 벤처 생태계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내 제약사와 바이오 벤처, 대학교가 협력하는 ‘오픈 이노베이션’ 형태의 바이오 신약 개발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식 바이오 벤처의 생태계가 생성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바이오 벤처는 리스크가 큰 산업이다. 반짝이는 아이디어만 있으면 창업할 수 있는 일반 스타트업과는 차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의학이나 약학 학위 소유자거나 신약 개발 분야에서 수십 년간 신약 개발 연구를 해온 사람들만이 바이오 벤처에 도전해볼 수 있다. 또 회사를 세운다고 해도 실제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10년 가까이 걸린다는 점에서 긴 호흡으로 좋은 기업을 보는 안목이 필요하다. DBR은 국내 최고 바이오 벤처 전문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신산업투자기구협의회 회장)를 만나 바이오 벤처 업계 현황과 향후 전망에 대해 들었다. 황 상무는 약대 출신으로는 드물게 2000년대 초반부터 벤처 투자 업계에 뛰어든 바이오 벤처 투자 분야 개척자다. 특히 유한양행과 켐온 등에서 실제 신약 개발 관련 업무를 9년 이상 경험한 전문성이 황 상무의 최대 강점이다. 황 상무는 지난 12년간 50개 업체에 약 2000억 원을 투자하며 국내 바이오 산업의 흥망성쇠를 지켜봤다. 지금도 대표 펀드매니저로 2100억 원 상당의 펀드 2개를 운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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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사 출신으로서 선뜻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된 계기는?

꼭 약대를 가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다. 당시 2지망으로 약대를 지원했는데 붙었다. 나는 기본적으로 희소성을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약대 입학 후에 10개가 넘는 세부 전공 중 약대생만 할 수 있는 분야를 찾다가 약제학 쪽을 전공하게 됐다. 약제학은 약대생만 할 수 있는 분야다. 약물학이나 다른 분야는 의대생이나 다른 전공자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그래서 순수 약대생만 할 수 있는 분야라 약제학을 전공했는데 박사 과정 중 힘들어서 그만두고 병역 특례로 유한양행에 들어갔다. 유한양행에서 일하면서 중간중간 번역 일을 했다. 의약학 관련 번역을 많이 했는데 번역을 위해 이 분야를 공부하다 보니 바이오 벤처 쪽이 유망하다는 사실을 남들보다 일찍 깨닫게 됐다. 해외의 경우 바이오 기업 관련 투자는 주로 MBA 출신들이나 의사 출신 혹은 박사 이상의 전문가들이 한다. 내가 이 업계에 발을 들인 게 2001년인데 당시에는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는 사람도 거의 없었고 나 역시 무지했다. 그래서 처음엔 힘들었다. 자본시장에 대한 지식도 없었고 재무제표도 볼 줄 몰랐다. 혼자 인터넷 뒤지고 책 찾아보면서 공부했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신은 있었다.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이 바이오 사이언스를 독학해 바이오 벤처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약학을 공부한 사람이 재무를 공부해서 투자하는 게 투자자로서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더 높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바이오 분야 자체가 워낙 넓고, 전문 용어도 많고, 특히 약어를 많이 쓰니까 다른 전공자들이 하기 쉽지 않다.



초기 어려움은 없었나.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국내 바이오 벤처가 주식시장에 상장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상장을 하지 못하면 엑시트(Exit)가 어려워서 투자도 활발하지 않았다. 당시에 이 업계에 들어온 사람들은 그래서 어려움이 컸다. 그러다 2005년 ‘기술특례상장제도’가 생기면서 길이 열렸다. 사실 바이오 벤처의 1차 부흥기는 황우석 사태를 전후해서 나타난다. 나라 전체적으로는 불행한 일이지만 바이오 분야에서는 정부 지원금이 대폭 늘어나고 민간 자본도 대거 투입되면 서 연구가 활발해졌다. 이때부터 5년 이상 연구들이 진행되면서 기술력이 쌓였다. 이렇게 쌓인 기술력이 상장 제도가 생기면서 엑시트의 길이 열리고 그러면서 벤처캐피털들의 투자가 더욱 활성화됐다. 이 제도가 생기기 전에는 미국 기업에 투자하기도 했다. 미국에서는 미국인이나 유태인들이 만든 바이오 벤처끼리 활발하게 M&A도 하고 나스닥 상장도 한다. 한국 회사도 이론적으로 나스닥 상장을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우리나라 기업 중 나스닥에 상장해 성공한 회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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