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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의 비즈니스 전략

가상성-물리성의 융합이 초점 ‘스위치 히터’의 감각을 키워라

임일 | 222호 (2017년 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물리성과 가상성의 결합이 이뤄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 전통적인 비즈니스 전략은 물론이고 가상성이 지배하는 온라인에서의 전략을 이해해야 한다. 온라인에서의 비즈니스 전략을 잘 설명해주는 대표적 이론은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로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가치가 커지고, 그 네트워크로 사용자가 몰리는 현상을 이른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기 위한 조건 3가지는 아래와
같다.

1. 네트워크에서 연결이 늘어날수록 가치도 올라가야 한다.
2. 네트워크가 커져도 비용증가가 적어야 한다.
3. 고객이 경쟁하는 여러 네트워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어야 한다.



편집자주

4차 산업혁명이 핵심 이슈로 떠오르면서 관련 논의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마치 4차 산업혁명이 곧 세상을 뒤바꿀 것같이 소란스럽지만 아직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이들은 많지 않습니다. 임일 교수가 ‘4차 산업시대의 비즈니스전략’을 통해 4차 산업혁명의 흐름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큰 그림’을 제시하려 합니다. 이 원고는 저서 의 내용에 최근 현황을 덧붙여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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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경영자가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서 궁금해 하는 것 같다. 다양한 질문이 있지만 정리해보면 크게 2가지인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면 기존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서 새롭게 등장하는 비즈니스에는 어떤 전략이 적합할까?’


4차 산업혁명은 워낙 넓은 분야에 걸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전략적 방향 역시 매우 다양하다. 산업 여건과 개별 기업의 환경에 따라서 적합한 전략이 다르기 때문에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은 산업과 기업의 특성에 따라서 다르게 나올 것이다. 그렇지만 4차 산업혁명이 정보기술(가상성)과 다양한 다른 기술(물리성)의 결합을 통해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가상성이 지배하는 경우의 전략과 물리성이 지배하는 경우의 전략을 대조해서 그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번 원고에서는 전통적인 오프라인 환경(물리성이 지배하는)에서의 전략과 온라인 환경(가상성이 지배하는)에서의 전략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한다.



물리성의 비즈니스 전략

전통적인 비즈니스는 대부분 오프라인, 즉 물리성의 세상에서 이뤄진다. 제조업과 호텔과 같은 서비스업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비즈니스의 경우 기업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전략은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원가우위(cost leadership), 차별화(differentiation), 틈새시장(niche market) 전략이 그것이다. 이 전략은 너무나 잘 알려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설명은 하지 않고 앞서 설명했던 가상성과 물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다.

제조업에서 생산하는 대부분 제품의 가치는 규격, 강도, 내구성이나 디자인과 같은 그 제품의 물리적인 특성에 의해서 결정된다. 제조업에서 원가우위 전략을 구사하려면 같은 제품을 경쟁자보다 낮은 원가로 생산해야 한다. 물리적인 제품의 경우는 앞서 설명한 물리성 때문에 제품 하나를 더 생산하려면 반드시 변동비(variable cost)가 들어간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전반적으로 비용이 내려가기는 하지만 앞서 설명했듯이 물리적인 제품은 기본적으로 변동비를 없애기는 어렵다. 그 때문에 비슷한 생산기술로 원가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좋은 방법은 원재료나 노동력을 싼 가격에 조달하거나 생산 단위를 크게 늘려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를 이루는 것이다. 규모의 경제는 생산과정이 복잡한 항공기, 자동차 산업이나 대규모 장치 설치가 필요한 철강, 정유 등에서 강하게 나타나지만 일반적인 조립, 제조 공정에서도 나타난다. 규모의 경제를 가진 경우에는 단위 변동비(단가)가 낮기 때문에 원가우위 전략을 실행하기가 수월해진다.

차별화 전략은 품질이나 기능은 물론 제품 및 브랜드 이미지에 대해 적용할 수 있다. 품질이나 기능에 대한 차별화의 경우 물리적으로 특별한 변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더 좋은 재료를 사용해서 차별화하는 경우에는 물리적인 재료를 바꿔야 한다. 차별화된 기능을 추가하기 위해서는 그 기능을 구현하도록 제품의 물리적인 구조와 생산공정을 바꿔야 한다. 즉, 물리적인 제품에 차별화를 수행하려면 ‘비용’이 수반된다. 어떤 차별화가 가치를 가지려면 차별화에 들어가는 비용보다 차별화에 의해서 고객이 느끼는 추가 가치가 더 커야 한다. 이처럼 물리적인 제품의 경우에는 물리성으로 인해 차별화를 위해 상당한 추가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차별화는 그 비용을 충분히 상쇄하는 방식으로 제한될 수밖에 없다.

틈새시장 전략은 독특한 니즈를 가진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시장이 존재할 때 사용할 수 있는 전략이다. 어떤 기업이 그 니즈를 잘 충족시키는 제품을 해당 시장에 공급하면 그 시장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경쟁우위를 누릴 수 있다. 오토바이 시장에서 할리데이비슨과 같은 고가의 대형 오토바이를 구매하는 고객이 틈새시장의 한 예이다. 오프라인에서는 틈새시장 전략에 몇 가지 제약이 존재한다. 첫째로 고객들이 어떤 니즈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다. 고객들도 어떤 기업이 자신의 독특한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즉, ‘매칭의 문제’가 있다. 두 번째로는 설사 고객의 독특한 니즈를 알아내고 그런 고객을 찾아낼 수 있다고 하더라도 물리적인 제품의 특성상 고객의 여러 니즈를 다 충족시켜 줄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자동차의 경우 고객의 니즈는 매우 다양한데 이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각양각색의 자동차를 만드는 것은 공학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비용 문제상 어렵다. 다시 말해서 물리적인 제품은 그 가공, 변형에 따른 물리적 제약이 크기 때문에 다양한 고객의 니즈를 다 충족시키기 어렵다. 그런 면에서 오프라인의 틈새시장 전략은 엄밀한 의미에서는 중소 규모 마켓 세그먼트에 대한 전략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가상성의 비즈니스 전략

앞에서 오프라인 전략은 원가우위, 차별화, 틈새시장 전략 등으로 구분된다고 했다. 이런 전략은 오프라인에서는 효과적으로 잘 작동했고 현재도 잘 적용이 된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온라인에서는 이러한 경쟁의 공식이 잘 맞지 않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예를 들어 인터넷과 함께 등장해서 성장한 야후, 네이버, 구글과 같은 회사는 물리적인 제품을 판매하지 않으면서도 천문학적인 매출과 이익을 올리게 됐다. 이들 기업의 공통적인 특징은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일단 무료로 고객을 확보한 후에 확보된 고객을 활용해서 광고와 같은 다른 방법으로 수익을 얻는다는 점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다른 점은 무엇인가? 온라인은 정보를 서비스하는 ‘가상성’이 매우 강한 공간이다. 온라인의 상품은 주로 SNS, 정보, 쇼핑과 같은 정보 서비스이다. 정보는 그 가상성으로 인해 변동비가 없다. 즉, 정보를 처음 생산하는 데에는 비용이 들지만 일단 만들어진 정보는 추가 생산(복제)하거나 변형, 운송하는 데 비용이 0에 수렴한다. 변동비가 없기 때문에 오프라인에서 효과적인 원가우위 전략이라는 것이 의미가 없게 된다. 정보 서비스에 있어 차별화는 물리적인 제품처럼 내구성이나 소재, 디자인과 같은 것보다는 ‘기능(어떤 것이 가능한가)’과 ‘얼마나 유용한가(혹은 정확한가)’ 등을 기준으로 이뤄지게 된다. 틈새시장 전략의 경우 이론상 정보 서비스에 대해서는 무수히 많은 변형과 맞춤형 서비스가 거의 0의 변동비로 가능하다. 즉, 온라인에서는 오프라인보다 더 세밀한 틈새시장 전략이 가능하다

이상에서 온라인이 오프라인과 어떻게 다른지 개략적으로 알아봤는데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전략을 잘 설명해주는 이론이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다. 네트워크 효과는 간단히 말해서 한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그 네트워크의 가치가 커지기 때문에 그 네트워크로 사용자가 몰려서 시장을 주도(독점화)하게 되는 것을 말한다. 아래에서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

네트워크는 <그림 1>의 왼쪽과 같이 노드와 그들의 연결로 구성된다. 컴퓨터 네트워크에서는 컴퓨터가 노드가 되고 네트워크 선이 연결된다. 사람들 간의 소셜네트워크에서는 사람이 노드가 되고 그들 사이의 교류와 관계의 정도가 연결이다. 네트워크 효과는 간단히 말하면 <그림 1> 오른쪽 그림처럼 ‘한 네트워크가 커질수록 그 네트워크의 가치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것’을 말한다. 네트워크가 커진다는 것은 네트워크에 연결된 노드가 많아짐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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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의 가치의 원천은 ‘연결’이다. 우리가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유는 다른 컴퓨터와 연결하기 위한 것이고, 소셜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도 다른 사람과의 연결을 위해서다. 이것이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이다. 네트워크라고 하더라도 많은 노드와의 연결이 가치를 상승시키지 못하는 경우에는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전기 배전망을 생각해보자. 배전망에 연결하는 것은 전기를 받기 위한 것이지 더 많은 노드(다른 사용자나 발전소, 변전소 등)와 연결한다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기 위한 조건 1: 네트워크에서 연결이 늘어날수록 가치도 올라가야 한다.


한 네트워크가 커짐에 따라 그 가치(연결의 수)도 커지면 이에 따라 접속하려는 노드가 늘어서는 쏠림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런데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이러한 쏠림 현상이 온라인에서는 자주 나타나지만 오프라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다는 점이다. 온라인에서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처럼 독점화된 네트워크, 즉 쏠림 현상이 나타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렇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이런 경우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 그 이유는 네트워크가 커짐에 따라 수반되는 비용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네트워크의 연결이 가상의 정보로 구성된다.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혹은 온라인 쇼핑에서 ‘연결’은 메시지, 사진, 주문 등과 같은 정보이다. 이에 비해 오프라인에서의 연결은 직접 만나는 것과 같은 물리적인 것이다. 온라인에서는 가상성의 특성상 연결(정보)이 증가해도 그것을 처리하는 비용은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 그에 비해 물리적인 경우는 연결의 수가 증가하면 비용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좋은 예로 온라인에서는 수만 명의 회원을 가진 동호회도 손쉽게 운영할 수 있지만 오프라인에서 이 정도 규모의 동호회를 순수하게 물리적인 방식으로 운영하는 것은 비용상의 문제 때문에 불가능에 가깝다. 만일 네트워크가 커지면서 얻게 되는 가치(연결)보다 비용이 더 빨리 증가한다면 네트워크는 어느 크기 이상 성장할 수 없고 쏠림 현상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기 위한 또 하나의 조건을 알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기 위한 조건 2: 네트워크가 커져도 비용의 증가가 적어야 한다.


네트워크 중에서는 위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면서도 네트워크 효과가 크게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온라인 쇼핑몰은 연결이 가치의 원천이며 네트워크가 성장해도 정보처리 비용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온라인 위주의 사업이다. 그런데 온라인 쇼핑몰은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과는 다르게 쏠림 현상이 적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온라인 쇼핑에서도 판매자가 많으면 구매자가 느끼는 만족도나 가치가 클 것이다. 그런 점에서는 네트워크 효과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SNS에 비해서는 크지 않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여러 개의 온라인 쇼핑몰을 사용하는 것이 하나의 쇼핑몰만 사용하는 것보다 이익이기 때문이다. 여러 개의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가장 싼 곳에서 구매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것을 마다하지 않는다. 반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과 같은 SNS의 경우 비슷한 서비스 여러 개를 사용해서 얻는 이익보다는 오히려 들어가는 노력과 비용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가급적이면 하나를 선택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 이 경우 당연히 가장 큰 네트워크를 선택할 것이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고 할 수 있다. 시장을 주도하는 가장 큰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네트워크 효과를 추구하며 고객들이 그들의 쇼핑몰에 머무르지 않고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니는 것이 오히려 손해가 되도록 만든다. 대표적인 예가 아마존의 프라임(Prime) 배송이다. 아마존은 일 년에 일정 금액($99)을 내고 가입하면 배송을 무료로 해주는 프라임 배송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 입장에서는 일 년에 4∼5번만 구입해도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이익이기 때문에 자연스레 가입을 한다. 일단 가입하고 나서는 다른 사이트에서 가격이 싼 것을 발견해도 배송비를 생각해서 아마존에서 구입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존의 프라임 서비스는 이처럼 고객들이 경쟁관계인 여러 쇼핑몰을 돌아다니면서 비교하는 것의 효용을 줄임으로써 아마존을 선택하도록 만든다. 프라임 서비스 자체에서는 손해를 보더라도 매출 자체를 늘릴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손해가 아닐 뿐 아니라 매우 전략적으로 효과적이다. 여기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기 위한 세 번째 조건을 알 수 있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기 위한 조건 3: 고객이 경쟁하는 네트워크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경향(법률, 비용, 효익 등으로 인해)이 있어야 한다.


세 번째 조건은 원래 주어지기도 하지만 아마존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기업의 전략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지거나 더 강해질 수도 있다. 한 가지 기억할 것은 네트워크 효과는 ‘있다, 또는 없다’ 둘 중 하나가 아니며 그 강도가 분야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SNS처럼 태생적으로 강한 경우도 있지만 아마존의 경우처럼 기업의 노력에 따라 강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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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경우의 비즈니스 전략

네트워크 효과가 태생적으로 강한 분야에서는 빨리 비즈니스를 시작해서 선도기업이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비즈니스 전략이다. 이런 분야에서는 SNS의 예에서 보듯이 먼저 시장에 진출한 선도기업을 늦게 등장한 후발기업이 따라잡기는 극히 어렵다.



이런 경우에는 후발기업들은 선발기업의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고, 반대로 선발주자는 다른 네트워크와 분리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예를 들어 우리가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같은 통신서비스의 경우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기 위한 조건 중 세 번째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네트워크 효과가 없다. 대한민국 법률은 국민의 통신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어떤 통신사업자에 가입하든지 다른 통신사업자에 가입한 사람과도 통신을 할 수 있도록 강제해 두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든 통신사업자의 네트워크가 하나의 네트워크처럼 인식되며(어떤 네트워크를 선택하든 실질적인 네트워크 크기에 차이가 없으므로) 네트워크 효과가 없게 된다. 만일 가입자가 가장 많은 선도기업이 자신의 네트워크와 다른 경쟁 네트워크를 구분하는 전략(같은 통신사를 사용하는 사용자끼리만 할인해주는 것이 대표적)을 사용한다면 네트워크끼리 조금이나마 구분이 생기기 때문에 약한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이때 나머지 회사들은 비슷한 할인을 제공하는 등의 방법으로 이러한 구분을 없애는 전략이 필요하다.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분야에서 후발주자가 사용할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은 ‘용도의 차별화’ 전략이다. 여기서 말하는 차별화는 품질, 이미지, 디자인과 같은 전통적인 차별화와는 다르다. 전통적인 차별화는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다른 경쟁자보다 우월한 점을 만들어서 비교 우위를 얻어내는 것이었다. 그러나 앞서 설명했듯이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분야에서는 웬만한 품질이나 디자인의 차별화로는 네트워크 효과를 넘어서기 어렵다. 따라서 사람들에게 경쟁 서비스와는 쓰임새가 다른, 완전히 분야가 다른 제품으로 인식시키는 ‘용도의 차별화’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서 네트워크 효과가 강력한 SNS를 살펴보자. 사람들은 메시지를 보내는 목적으로는 카카오톡 이외의 SNS를 잘 사용하지 않지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밴드와 같은 SNS는 사용한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이들을 각기 다른 용도와 목적에 사용하기 때문이다. 만일 카카오톡과 다른 용도를 제시하지 못한 채 화면 디자인이나 서비스 속도와 같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차별화 전략을 사용하면 해당 SNS에는 거의 승산이 없을 것이다.



가상성과 물리성이 결합되는 4차 산업혁명의 비즈니스 전략

4차 산업혁명은 가상성의 비즈니스와 물리성의 비즈니스가 더 강하게 결합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앞에서 물리성이 지배하는 경우의 비즈니스 전략과 가상성이 지배하는 경우의 비즈니스 전략에 대해서는 설명했는데 가상성과 물리성이 결합하는 경우에는 비즈니스 전략이 어떻게 바뀔까? 이전에도 가상성과 물리성이 결합하는 경우가 종종 있어왔다. 예를 들어서 오프라인의 백화점이 온라인에 매장을 여는 경우나 항공사가 물리성이 강한 항공 운송서비스를 비행기 e-티켓이라는 형태로 가상성이 강한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경우, 혹은 종이책을 전자책으로 형태를 바꿔서 판매하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순수한 오프라인이나 온라인 비즈니스보다 전략적으로 더 복잡해지게 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전략이 충돌하는 예를 들어보자. 오프라인에서는 성공적인 백화점이나 마트가 온라인에서는 대체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오프라인의 백화점이나 마트는 고급화, 혹은 원가우위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온라인의 경우 원가를 낮추거나 고급화를 통한 차별화 전략도 가능하지만 제품의 비교, 검색과 같은 정보처리가 쉽기 때문에 판매자나 판매 제품의 종류를 늘려 구매자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나 백화점이나 마트는 온라인에서 취급하는 제품의 종류를 늘리거나 외부의 판매자를 끌어들여 판매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다. 이렇게 하다가 품질관리가 안 되거나 가격 통제가 되지 않으면 오프라인의 백화점이나 마트의 경쟁전략인 차별화 혹은 원가우위 전략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이나 마트의 온라인 사이트에서 취급하는 제품의 종류와 다른 온라인 쇼핑몰에서 취급하는 제품의 종류에는 큰 차이가 있다.

정리하자면, 오프라인에서는 제품의 수를 늘리는 데 물리적 한계가 있는 데다 비용도 발생하기 때문에 선택의 다양성보다는 차별화나 원가 우위전략이 유리하다. 온라인에서는 가상성의 특성상 제품 종류와 판매자가 늘어나도 크게 비용이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판매자와 제품 종류를 늘려 고객가치를 끌어올린다. 오프라인의 백화점이나 마트가 온라인에 진출해 어려움을 겪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이라는 완전히 다른 성질을 가진 두 가지 시장에 한 가지의 전략과 정책으로 대응하다 보니 제대로 성공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최근에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비즈니스를 분리하거나 별도의 사이트를 만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백화점과 마트는 이미 경험한 사례이고 4차 산업혁명이 진전되면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생각해보자. 만일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돼서 자동차 시장에서 주도적인 제품이 된다면 어떤 전략적 변화가 생길까? 우선 자율주행차에 탑재되는 운행시스템이 새로운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많다. 구글이나 애플이 개발하고 있는 자율주행차 운행시스템은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는 제품이다. 우선 연결이 가치를 갖게 된다. 즉, 탑재한 자동차가 많을수록 가치가 커진다. 왜냐하면 탑재한 자동차가 늘어남에 따라 수집되는 정보가 증가해서 더 정교한 학습이 가능하고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맞춤형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장에 주도적인 운행시스템의 경우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회사에서 지원하게 돼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또한 탑재한 자동차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조정비용이나 정보처리 비용이 크게 늘어나지는 않는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은 한 대의 자동차에 가능하면 한 가지 운행시스템을 탑재하려 할 것이다. 기술적으로는 다수의 운행시스템을 탑재하는 것이 가능하겠지만 기술이 성숙해진 다음의 이야기이고,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사람들은 실제 운행할 때에는 어차피 하나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는 자율주행차 운행시스템에서는 선도기업이 큰 경쟁우위를 가지게 될 것이다. 따라서 어떻게 하든지 탑재 자동차(노드)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현재 자동차 산업은 전형적인 물리성이 지배하는 분야다. 즉, 규모의 경제를 통해서 원가우위를 확보하든지, 차별화를 통해서 품질이나 이미지의 경쟁우위를 확보해야 하는 분야다. 여기에 네트워크 효과가 강한 자율주행차의 운행시스템이 결합되면 이러한 전통적인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 자동차 자체를 생산하는 기업만 있던 산업에 운행시스템을 제공하는 회사가 들어오면서 이들 기업 간의 역학관계가 산업구조를 크게 바꿀 것이다. 똑같지는 않겠지만 스마트폰 단말기를 생산하는 삼성, LG와 같은 회사와 운영시스템인 안드로이드를 제공하는 구글과 같은 관계를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또한 애플과 같이 운행시스템과 자동차 하드웨어를 같이 생산하는 기업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번 글에서는 오프라인 비즈니스와 온라인 비즈니스의 주요 전략을 알아보고 4차 산업혁명에서 이들이 결합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개략적으로 살펴봤다. 구체적으로 산업이 어떻게 바뀌고 기업이 어떤 전략을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기술과 산업별로 다르기 때문에 각 분야별 구체적인 전략은 다음 회에 소개하겠다.



임일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il.im@yonsei.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서던캘리포니아대(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IT의 사용과 영향,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 임일 임일 |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관심 분야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개인화, 추천 시스템 등이다
    il.lim@you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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