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n-Market Strategy

시장을 흔드는 평판과 정통성 전략의 시야를 非시장으로 넓혀라

212호 (2016년 11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은 총 네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최종생산물 시장, 다른 하나는 기업통제권 시장, 세 번째는 생산요소 시장이다. 최근 들어서는 제4의 시장인 ‘평판과 정통성 시장’이 중요해졌다. 이 네 개의 시장이 맞물리면서 기업의 성패를 가르게 되는데 선순환 구조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놀라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평판과 정통성 시장이 형성되는 ‘비시장적 환경과 요소’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고려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편집자주
기업 성공의 기회와 실패의 위기는 ‘시장’에서만 나타나고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론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와 규제가 새로운 기회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기업가들이 ‘비시장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인 문정빈 교수가 ‘Non-Market Strategy(비시장전략)’를 연재합니다.


미국 프로농구리그 NBA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80년대 매직 존슨과 카림 압둘 자바의 쇼타임 레이커스, 래리 버드의 보스턴 셀틱스, 90년대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2000년대를 풍미한 코비 브라이언트의 레이커스와 팀 던컨의 스퍼스의 라이벌 관계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7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연매출이 50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 각지와 캐나다 토론토에 총 30개의 구단을 가지고 있는 미국 프로농구에 미운오리새끼 같은 구단이 하나 있으니 바로 엘에이 클리퍼스(LA Clippers)다. 1984년부터 미국 제2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하고 있지만 한동네 라이벌 레이커스의 후광에 가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우승은커녕 챔피언십 결정전에 출전한 적도 없으며, 팬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대스타도 배출한 적이 없는 그저 그런 팀이다. 코미디 프로에 루저의 대명사처럼 단골로 등장하는 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팀이 2014년 세계적인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이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었다.

클리퍼스의 구단주는 변호사이자 부동산으로 억만장자가 된 도널드 스털링(1934년생)이었는데, 그에게는 1955년에 결혼한 부인 셸리 외에 가깝게 지내는 젊은 여성이 한 명 있었다. 그 여성이 농구계의 전설 매직 존슨과 함께 클리퍼스 농구경기를 관전하고 인증샷을 SNS 사이트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도널드 스털링이 이를 보고 화를 내면서 “제발 내 팀 경기에 흑인들 좀 데려오지 마”라고 한 대화가 녹음이 됐고, 이를 연예스포츠 전문지인 가 보도하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NBA에서 선수들과 코치들이 경기를 거부하고 전설적인 선수들과 리그협회의 비판 성명이 쏟아졌다. 정치인들과 CNN 등 주류 언론들의 집중적인 관심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와중에 벌어진 이와 같은 소동 때문에 NBA 리그협회는 30개 구단 구단주들과의 협의하에 스털링의 구단 소유권을 박탈하기로 결정했고, 스털링은 본인이 33년간 키워온 구단을 강제로 매각하게 됐다. 스털링은 자신의 장기인 소송으로 맞섰으나 패소했고,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발머가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하고 클리퍼스의 새 구단주가 됐다.

굉장히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 조 단위 액수의 구단 소유권을 좌지우지하는 큰 사건이 된 데에는 사안의 민감성(2014년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라는 이슈가 갖는 폭발력), NBA가 처한 경영 환경(선수의 과반수와 스타의 대부분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위기 대응의 실패(연로한 스털링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 해명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본인이 치매에 걸렸다는 의혹만 키움)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오랜 시간 누적된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스털링이 부동산 개발과 임대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동안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이를 주로 소송을 통해 해결해 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스털링의 행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어떤 소송에서는 스털링이 “냄새 나니 흑인이나 멕시코계들에게 집을 임대하지 마라. 대신 한국계들에게 임대해라”라고 지시한 증거가 나오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농구팀을 구단주들의 파트너십으로 운영되는 NBA 리그에 속한 하나의 비상장 기업이라고 볼 때 이 사례는 기업이 경쟁하는 네 개의 시장 간의 상호작용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경쟁하는 첫 번째 시장은 기업이 제공하는 최종 생산물 시장(market for final product or service) 으로서 농구팀의 경우 프로농구 경기의 성적이 곧 경쟁의 성적표가 된다. 둘째로는 기업에 필요한 생산요소 시장(market for factors of production)으로서 농구팀의 경우 좋은 선수와 감독, 트레이너들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며 원하는 선수를 영입했는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영입했는가가 이 시장에서의 성적표가 된다. 셋째로는 기업 통제권 시장(market for corporate control)으로서 농구팀의 운영을 더 잘할 수 있는 구단주가 누구인가를 놓고 소유권 경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평판과 정통성 시장(market for corporate reputation and legitimacy)이 있는데, 기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기업으로서의 존재를 재확인받는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며, 클리퍼스와 도널드 스털링의 경우 인종차별적 발언과 과거의 행적 때문에 이 시장에서 경쟁구단에 대해 현격한 열세에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네 시장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데, 한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는 다른 시장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또 한 시장에서의 경쟁 열위는 다른 시장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와 휴대폰 시장에서 큰 이윤을 내는 것은 최종 생산물 시장에서 경쟁력의 지표이며, 이와 같은 최종 생산물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가 생산요소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세계적인 인재들이 삼성전자에서 일하고자 찾아오고, 자본조달비용이 낮아지며, 동시에 기업통제권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면서 기존 주주들의 통제권이 강화되고, 또 평판과 정통성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삼성전자의 평판이 높아지게 되는 선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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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악순환도 가능한데 도널드 스털링의 예에서처럼 클리퍼스 구단의 성적이 부진하고 (최종 생산물 시장에서의 경쟁열위), 좋은 선수들이 클리퍼스를 외면하며 (생산요소 시장에서의 경쟁열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팬들과 다른 구단주의 신뢰를 상실하고 (평판과 정통성 시장에서의 경쟁열위) 그 결과 기업통제권을 상실하는 (구단의 강제 매각)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최종 생산물 시장에서의 경쟁에 대해서는 경제학의 산업조직론(industrial organization)과 경영전략의 IO 접근법을 중심으로 수많은 연구가 이뤄져 왔으며,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가 이 관점의 대표적인 학자라고 할 수 있다.1 생산요소 시장에 대해서도 경제학과 경영학, 특히 자원관점 이론(Resource Based View)을 바탕으로 많은 연구가 있으며2 기업통제권 시장은 기업재무론(corporate finance)의 주된 주제로 많은 연구가 진행돼 왔다.3 하지만 기업의 평판과 정통성 시장에 대한 연구는 아직 다른 시장들에 비해 일천한 편이다. 최근 들어서야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 시장에 대해, 그리고 이 시장이 다른 세 개의 시장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비시장 전략(nonmarket strategy 또는 strategy beyond markets) 관점에서 알아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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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에서 보다시피 기업은 시장뿐 아니라 보다 넓은 비시장 환경에 둘러싸여 있다. 시장환경에는 경쟁자, 고객, 협력업체 등이 존재하고 비시장 환경에는 정부, 규제감독기관, 언론, 시민단체, 일반대중 등이 존재한다. 기업이 비시장 환경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시장경제는 혁신을 일궈내고 부를 창조하는 데 탁월한 제도지만 시장이 항상 효율적으로 작동하는 것만은 아니며 시장의 실패(market failure)가 일어나기도 한다. (‘시장 실패와 비시장 전략’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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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실패와 비시장 전략

시장의 실패는 대략 네 가지 원인에 의해 발생하는데 자연독점, 외부성, 공공재, 정보의 비대칭성이 그것이다. 자연독점이란 전력망이나 철도와 같이 규모의 경제(economies of scale)가 커서 국가 전체에 하나의 사업자만 있는 것이 비용 측면에서 더 유리한 상황으로, 독점으로 인한 비효율성이 발생할 수밖에 없어 규제가 불가피하고 따라서 비시장 전략이 중요시된다. 올여름 전기요금 누진제와 한전의 운영방식에 대한 논란은 한전 입장에서 봤을 때 적대적인 비시장 환경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외부성이란 경제적 행위에 따르는 부수적 결과 중 보상이 명확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하는데 부정적인 외부성으로는 생산 과정에서 폐수나 배기가스를 배출하거나 백화점이 주변 도로에 혼잡을 일으키는 경우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외부성에는 긍정적인 것들도 있는데 과수원 근처에 양봉업자의 벌집이 있으면 열매가 더 잘 맺히거나 SNS에 가입자 수가 늘면 기존 가입자 모두가 더 많은 사용자들과 접촉할 가능성이 생기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된다. 긍정적인 외부성의 경우 외부성의 존재를 남들보다 한발 앞서서 간파한 사업가에 사업기회를 제공하게 되는데, 과수원과 양봉업자의 예는 시너지(synergy)를 발생시키는 것으로서 수익성 있는 수평적 다각화의 기회를 제공하게 되고, SNS의 경우 네트워크 외부성이라고 하여 소비자들이 얻는 편익의 크기가 가입자 베이스의 크기에 따라 증가하고, 따라서 가입자 베이스의 확대가 중요한 전략적 목표가 된다. 부정적인 외부성의 경우 피해를 입는 이해당사자가 모종의 대책을 요구하게 되므로 사적인 협상 또는 정치적 과정을 통한 개입이 있게 되고, 이를 예측하고 사전적으로 대응하는 비시장 전략이 중요하게 된다. 실제로 잘 알려진 부정적 외부성의 경우 정부 정책을 통해 교정되거나 새로운 시장의 형성을 통해 내부화되고 있는데 환경 관련 규제는 배출권 거래와 같은 시장기구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중이고, 백화점이 일으키는 교통혼잡도 교통유발부담금 등의 제도를 통해 교정되고 있다. 이때 부담금 액수의 산정, 감면 또는 면제 대상의 선정 등이 모두 비시장 전략의 고려대상이 된다.

공공재란 비경합성과 배제 불가능성을 가진 재화나 서비스를 말하는데 비경합성이란 재화의 특성상 나의 소비가 다른 사람의 소비 가능성을 제약하지 않는 경우로서 디지털 콘텐츠가 대표적이고, 배제 불가능성이란 재화의 특성상 소비자들을 선택적으로 배제할 수 없는 경우로서 국방이나 공원, 일반도로 등의 예를 생각해볼 수 있다. 공공재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할지, 공공재의 공급을 국가가 독점할 것인지, 민간의 참여를 허용할 것인지, 그리고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세제를 어떻게 운용할 것인지 등이 모두 비시장 전략의 대상이 된다.

마지막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거래당사자 중 한쪽이 다른 쪽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 상황으로서 상장기업과 투자자, 부동산 중개업자와 의뢰인, 중고차 판매자와 구매자, 프로운동선수와 구단 등 다양한 관계에서 볼 수 있다. 정보를 가진 쪽이 일방적인 이득을 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법률 또는 규제가 존재하거나(주식 내부자 거래 금지), 직업적인 면허와 윤리강령이 있거나(의사, 변호사, 회계사, 부동산 중계인), 정보에 대한 신호를 제공(중고차 시장의 보증 제도) 하게 된다. 이러한 정보 비대칭성 상황 역시 정보를 가진 측에게는 사업기회를 제공하고 정보를 갖지 못한 측에게는 대책을 요구할 정치적 동기를 제공하므로 비시장 전략의 중요성이 강조된다.i


다시 말해, 시장은 다양한 요인들에 의해 효율적으로 작동하지 않을 때가 있고, 이러한 시장의 실패를 한발 앞서 파악하고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대응을 예측함으로써 경쟁우위를 달성하려 하는 것이 비시장 전략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비시장 전략의 구체적인 적용 사례를 다음 모형을 통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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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은 승용차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을 개념화한 모형이다. 두 기업이 가로축에 표시된 연비라는 제품 특성을 가지고 경쟁하고 있으며, 소비자의 분포는 점선과 같다. 즉 연비가 높은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가 다수이지만 큰 차에 대한 선호, SUV에 대한 선호, 그리고 특정 국적의 차에 대한 선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연비가 낮은 차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존재함을 알 수 있다. 기업 2(Firm 2)는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연비가 높은 차를 생산할 능력이 있으며, 따라서 가로축에서 기업 1보다 연비가 높은 쪽에 위치한다. 세로선이 나타내는 것은 제품의 가치 및 생산비용인데 WTP는 소비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고가격을 의미하고, C는 생산단가, P는 가격을 나타낸다. 제품의 가격은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지불할 용의가 있는 최고 가격과 생산단가 사이에서 정해지게 되고, 이 과정에서 소비자와 생산자 모두 이익을 본다. 소비자의 경우 본인이 생각하는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돼 소비자 잉여를 누리게 되고, 생산자는 생산 단가보다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게 돼 이윤을 얻게 된다. <그림 3>에 따르면 기술력이 높은 기업 2의 자동차에 대해 소비자들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으며, 따라서 실제 가격도 더 높게 책정되고 마진 (P-C)도 더 높다. 이때 두 경쟁기업은 이윤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전략을 사용할 수 있을까? 공통적으로 기술개발과 혁신을 통해 소비자의 지불의사를 높이는 방법이 있을 수 있을 것이고, 마찬가지 방식으로 단가를 낮추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여기까지는 시장환경만을 고려한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림 2>에서 살펴봤던 비시장 환경을 활용함으로써 소비자의 지불의사를 높이거나 단가를 낮추는 방식도 가능한데,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해 고속도로 카풀 차선을 항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했던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나 전기자동차에 대해 8만 위안(약 1300만 원)이 넘는 번호판 가격을 면제해주는 중국 상하시의 정책 등은 연비가 높은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의사를 높이는 정책이 채택돼 경쟁우위를 확보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 친환경 자동차 제조업체로 인정받아 법인세 우대혜택을 받게 된다면 단가를 낮춰 마진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비시장 전략의 효과가 시장 전략과 대동소이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비시장 전략의 묘미는 자기 자신뿐 아니라 경쟁기업에 대해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인데, 만일 더 연비가 높은 기업 2의 자동차에 대해 안전상의 문제가 제기될 경우, 기업 1이 언론을 활용해 문제를 널리 알림으로써 기업 2가 생산하는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의 지불 의사를 낮출 수 있다. 또 이와 같은 문제로 기업 2가 리콜에 들어갔을 경우 기업 1이 정부와 규제당국을 움직여 리콜의 범위를 넓히고 기준을 더 엄격하게 만들 수 있으며, 이는 기업 2의 단가를 높임으로써 마진을 줄이게 될 것이다. 이처럼 비시장 환경에서의 우위를 이용해 경쟁사의 마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비시장 전략이 시장 전략과 차별화되는 점이며, 어떤 의미에서는 시장 전략에 비해 더 높은 차원의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 평판과 정통성 시장이 깊이 관여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기업의 평판과 정통성 시장을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개념 두 가지는 영업면허(license to operate)와 치명적 위험(critical risk)이다. 영업면허란 허가권을 가진 기관이나 단체로부터 발급받는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허가를 의미하며 허가권을 가진 기관에는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물론 프랜차이즈 등을 운영하는 사기업도 포함된다.4 한편 치명적 위험이란 건실한 기업을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는 위험요소를 일컫는 용어로서 크게 두 가지 원인에 기인하는데, 하나는 이해관계자에게 큰 피해를 안기는 대형 사고의 가능성이고, 다른 하나는 진실성의 문제이다. 사례들을 통해 치명적 위험의 두 가지 원인이 평판과 정통성 시장을 통해 어떻게 다른 세 개의 시장에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영업 면허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유니온카바이드(Union Carbide)는 1917년에 설립된 석유화학기업이며, 1980년대에는 미국 주식시장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다우존스 산업지수(DJIA)를 구성하는 30개 기업에 오랫동안 자리했던 세계적인 화학회사다. 1984년 12월, 유니온카바이드가 인도의 보팔 지역에서 운영하던 살충제 공장에서 폭발로 인한 가스 유출사고가 발생하는데, 이 사고로 3700명 이상의 사망자와 4만 명 이상의 중상자가 발생해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로 기록됐다. 참사 이후 5년에 걸친 법률 공방 끝에 인도 중앙정부와 합의한 배상액은 총 4억7000만 달러에 이르렀다. 이 액수는 물론 1989년 기준으로 봤을 때 큰 액수이긴 하지만 유니온카바이드는 2억 달러에 달하는 보험에 가입해 있었으며 나머지 차액은 1988년 주당순이익(EPS) 5.31달러를 50센트씩 삭감함으로써 지불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유니온카바이드는 1988년 당시 순이익이 28억 달러에 달하는 탄탄한 회사였으며, 보팔과 같은 대형 산업재해를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사와 그 주주들에 미치는 영향은 견딜만 한 정도였다는 의미다. 그러나 보팔 참사 이후 유니온카바이드의 명성과 산업 내부에서 차지하는 지위는 내리막을 걷게 되었으며, 결국 사고 17년 후인 2001년 경쟁사인 다우케미컬(Dow Chemical)에 인수된다. 대형 사고로 인해 평판과 정통성 시장에서 경쟁사에 비해 열위에 놓이게 된 것을 시작으로, 주 고객들의 이탈로 인해 생산물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했으며, 주요 임직원들이 이직하고 보험비용이 증가하는 등으로 생산요소 시장의 경쟁력을 상실하는 과정이 최종적으로는 기업 통제권의 상실로 나타난 것이다.

보다 가까운 사례로는 2010년 4월, 메이저 정유회사인 BP가 멕시코 걸프만에서 운용하던 석유시추 플랫폼 딥워터호라이즌(Deepwater Horizon)의 폭발과 그로 인한 원유 유출 사고를 떠올릴 수 있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ritish Petroleum)으로 기억되는 BP는 2000년대에 들어 친환경 이미지의 고취를 위해 기업 로고를 화사한 해바라기꽃 모양으로 바꾸는 등 평판 및 정통성 시장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1700m에 달하는 심해시추에서 발생한 폭발사고는 BP는 물론 지역주민과 정부 모두에게 악몽과 같은 결과를 낳았다. 심해 유전의 경우 만일의 사태가 발생할 때 원유유출을 막기 위해 ‘폭발방지장치(blowout preventer)’라는 구조물을 해저에 설치하게 되는데, 12m 높이의 작은 건물 하나 규모인 폭발 방지 장치에는 유압식 밸브가 4중으로 설치돼 수도꼭지 역할을 하게 된다. 보통 때는 연결된 파이프를 통해 해상에 떠 있는 플랫폼으로 원유를 공급하지만 비상 시에는 밸브를 닫아 해수로의 원유 유출을 막는 것이다. 하지만 해상의 플랫폼이 폭발로 침몰하면서 1700m 길이의 파이프라인이 함께 침몰했고, 이는 폭발방지장치에 견딜 수 없는 수준의 압력을 가하게 된다. 이로 인해 발생한 1700m 해저에서의 원유 유출은 그 양에 있어서 역사상 최악에 이르는 수준이었으며 기술적인 문제로 3개월이 꼬박 지나서야 멈추게 된다. 더구나 접근이 용이한 멕시코만에서 벌어진 참사에 메이저 방송사들은 첨단 기술(스필캠(spill-cam)이라 불리는 심해 탐사 카메라)을 동원해 실시간 중계에 나섰고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엄청난 양의 원유 유출이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한 충격적인 광경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성난 지역주민들은 정부에 생계대책과 피해복구대책을 요구했고, 벌금과 피해보상액을 합쳐서 BP가 지금까지 지급했거나 앞으로 지급해야 할 액수는 370억 달러(약 42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고 발생 이후 유출이 그칠 때까지 3개월간 BP의 주가는 한때 50% 이상 하락했으며 결국 사고 이전의 3분의 2 수준이 됐다. BP가 수소자동차, 태양광 발전 등에 투자하며 공을 들였던 친환경 이미지 역시 그린워시(greenwash)로 치부돼 기업의 평판과 통제권에 큰 타격을 가져온 사건이었으며, 치명적 위험을 잘 보여주는 최근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5

기업이 진실됨을 의심받을 때 어떤 결과가 따르는지 보여주는 교과서적인 예가 미국의 에너지 회사인 엔론(Enron)과 엔론의 회계감사를 담당한 아서앤더슨(Arthur Andersen)이다. 2000년 기준으로 미국에서 매출액 7위 기업이자 <포천>지가 선정하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100곳 중 10위 이내를 차지하던 혁신의 상징 엔론은 회계부서 직원의 내부 고발로 시작된 검찰 조사로 인해 하루아침에 파산하게 됐다. 조사의 결과 회계자료는 조작됐고, 손실은 역외계정을 만들어 숨겼으며, 자산은 부풀려 계상된 것이 명백히 밝혀진 것이다. 엔론의 회계감사를 맡은 당시 글로벌 빅파이브 회계법인인 아서앤더슨 또한 공무집행방해로 고소를 당하게 된다. 엔론이 2001년 파산 신청을 했을 때 실제 자산가액은 장부상 가액의 20%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졌고, 이사회 의장 켄 레이(Ken Lay)와 최고경영자 제프 스킬링(Jeff Skilling)은 형사기소를 당하게 된다. 한편 아서앤더슨의 경우 연방 대법원까지 가는 긴 법정싸움 끝에 2005년 공무집행방해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지만 회계법인 시장에서는 이미 퇴출된 이후였다. 기소로 인해 회계감사 권한은 박탈됐고, 회계사들은 살 길을 찾아 다른 회계법인으로 옮겨 갔으며 남은 것은 청산 절차뿐이었다. 회계법인과 같이 공공성이 큰 기업의 경우 기업의 정통성이 외부로부터 부여되는 영업면허에 의해 좌우됨을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하겠다.

2008년 중국의 영유아들이 멜라민 분유를 먹고 사망 또는 중태에 이르렀다는 소식이 들려온 적이 있다. 이 놀랄 만한 스캔들의 장본인은 싼루(三鹿)라는 기업으로서 2007년 기준 중국 최대의 분유 생산업체이며, 2008년 말에 기업공개 (IPO)가 예정돼 있던 전도 유망한 기업이었다. 세계 최대의 유제품 수출업체인 뉴질랜드의 폰테라(Fonterra)로부터 1억700만 달러(약 1200억 원)의 합작투자를 받기도 하며 주목을 받고 있던 싼루는 내부적으로는 엄청난 불법 행위에 의해 망가져 가고 있었다. 2007년 분유의 원료가 되는 소젖의 공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하자 수익성을 맞추기 위해 우유 공급업자들로 하여금 우유에 물을 타도록 유도했고, 대신 규정이 요구하는 단백질 함량을 맞추기 위해 멜라민 가루를 섞도록 한 것이다. 내부의 반발을 무마하고 지방 정부 관리들을 매수하며 기업공개만을 기다리던 싼루의 비리를 세상에 드러낸 것은 합작 파트너인 폰테라였다. 내부 감사 결과 제품의 안전성과 신뢰도에 큰 문제가 있음을 발견한 폰테라 측 임원들은 회사 차원의 리콜과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나 싼루 측은 이 요구를 거부했고 폰테라는 뉴질랜드 총리에게 이러한 사실을 직보하게 된다. 이에 뉴질랜드의 헬렌 클락(Helen Clark) 총리는 주중 대사를 통해 중국 중앙정부에 통보하고, 결국 중국 내에 시판되는 분유들에 대해 전수조사가 시행돼 싼루를 비롯한 다수의 기업들이 적발됐다. 이 사건으로 폰테라는 투자액 중 3분의 2 이상의 손실을 입었지만 세계적인 유제품 기업으로서의 명성을 지켰고, 싼루는 파산 후 결국 경쟁사였던 싼위안(三元)그룹에 인수되는데 싼위안그룹은 유일하게 중앙정부의 품질검사에서 무결점을 자랑한 기업이었다.6 싼루의 사례는 소비자를 기망하는 진실성의 문제가 평판과 정통성 시장을 통해 기업의 통제권 시장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최근의 예로는 폴크스바겐의 배기가스 측정 부정행위 사건을 들 수 있는데 질소산화물(NOx)을 규정 내로 배출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배기가스 검사 시에만 오염물질을 가둬뒀다가 배출하는 방식으로 부정행위를 했던 것이 밝혀졌다. 실제 주행을 바탕으로 배기가스를 검사해본 결과, 폴크스바겐과 아우디의 14개 차종에서 미국 기준치인 ㎞당 0.04그램의 15∼25배, 심하게는 38배에 이르는 질소산화물이 배출되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검사 시에는 이러한 사실을 숨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 프로그램이 장착돼 있는 것으로 판명됐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과실이 아니라 치밀하게 계획된 일이라고 할 수 있고, 이에 책임을 지고 CEO와 미국 법인장이 사임했다. 그리고 1100만 대의 차량에 대한 리콜이 미국과 유럽에서 진행됐다. 한국에서는 관련 법규가 미비하다는 이유로 리콜을 거부하다가 판매금지라는 제재를 받게 됐는데, 이는 기업의 운영에서 영업면허의 획득과 유지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으며, 진실성이 의심받는 상황이 오면 회사의 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에 빠질 수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 사건과 관련해 폴크스바겐이 최소 200억 달러에 달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주가 또한 문제가 대중에게 알려진 2015년
9월 이후 2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이 사례에서도 세계 2위의 출고량을 자랑하는 자동차 제조사가 진실성의 문제로 인해 평판의 하락과 정통성의 상실을 겪게 됐으며, 이는 생산물 시장에서 점유율 하락으로 직결되고 주가 하락으로 인해 기업에 대한 통제권이 약화되는 전형적인 과정을 볼 수 있다.

4시장 모형과 치명적 위험의 개념은 최근 삼성전자의 갤럭시 노트 7 생산 중단 결정에도 적용해볼 수 있는데 삼성전자가 그동안 생산물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생산요소 시장에서 우수한 인력을 유치하고 자본비용을 낮추며 기업통제권 시장에서도 선방하고 있었던 와중에 이번 신제품의 안전 문제로 인한 평판의 하락 가능성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정치 환경, 규제 환경, 언론 환경에 대한 관리가 잘돼 있어서 삼성에 대한 우호적인 여론이 다수이지만 그런 여론에 도취돼 세계적인 여론의 동향을 놓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삼성이 선도적으로 약 20억 달러의 비용을 감수하고 전량을 리콜하기로 한 것, 또한 리콜 제품도 문제가 되자 생산과 판매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것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다. 현재와 같은 네트워크 사회에서 기업의 평판과 정통성에 대한 위협은 단 하나의 사고에서 시작될 수 있는데 단적으로 2010년 도요타자동차의 위기를 가져온 리콜 사태는 렉서스 자동차를 운전하던 한 가족이 가속 페달의 오작동으로 고속도로에서 추락사하고 이 사건이 대대적으로 보도가 되면서 시작됐다. 따라서 만약에 있을 수 있는 인명 피해 사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현명하며, 전면 판매 중지 결정도 단기적으로는 재무적 타격을 가져오겠지만 치명적 위험을 낮추는 조치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4시장 모형을 제시하고 다양한 국내외 사례를 통해 이를 설명했다. 다음 호에서는 비시장 전략 연구의 양대 흐름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 분야 전략과 전략적 이해관계자 관리에 대해 상세히 알아보고, 정치 분야 전략에서 널리 쓰이는 정책윈도 모형과 관련 사례들을 살펴보려고 한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을 부탁드린다.

문정빈 고려대 경영대 교수 jonjmoon@korea.ac.kr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 교통대를 거쳐 현재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이다. <경영학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6호 The Rise of Resale 2021년 08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