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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Market Strategy

시장을 흔드는 평판과 정통성 전략의 시야를 非시장으로 넓혀라

문정빈 | 212호 (2016년 11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업이 경쟁하는 시장은 총 네 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최종생산물 시장, 다른 하나는 기업통제권 시장, 세 번째는 생산요소 시장이다. 최근 들어서는 제4의 시장인 ‘평판과 정통성 시장’이 중요해졌다. 이 네 개의 시장이 맞물리면서 기업의 성패를 가르게 되는데 선순환 구조만 만들어낼 수 있다면 놀라운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평판과 정통성 시장이 형성되는 ‘비시장적 환경과 요소’들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이를 고려한 전략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편집자주
기업 성공의 기회와 실패의 위기는 ‘시장’에서만 나타나고 발생하는 것이 아닙니다. 때론 정치사회적 환경, 변화와 규제가 새로운 기회와 예상치 못한 위기를 만들어냅니다. 기업가들이 ‘비시장 전략’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 분야 국내 최고 전문가인 문정빈 교수가 ‘Non-Market Strategy(비시장전략)’를 연재합니다.


미국 프로농구리그 NBA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80년대 매직 존슨과 카림 압둘 자바의 쇼타임 레이커스, 래리 버드의 보스턴 셀틱스, 90년대 마이클 조던의 시카고 불스, 2000년대를 풍미한 코비 브라이언트의 레이커스와 팀 던컨의 스퍼스의 라이벌 관계를 떠올리는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70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연매출이 50억 달러에 달하며 미국 각지와 캐나다 토론토에 총 30개의 구단을 가지고 있는 미국 프로농구에 미운오리새끼 같은 구단이 하나 있으니 바로 엘에이 클리퍼스(LA Clippers)다. 1984년부터 미국 제2의 도시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하고 있지만 한동네 라이벌 레이커스의 후광에 가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고, 우승은커녕 챔피언십 결정전에 출전한 적도 없으며, 팬들의 기억에 남을 만한 대스타도 배출한 적이 없는 그저 그런 팀이다. 코미디 프로에 루저의 대명사처럼 단골로 등장하는 팀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팀이 2014년 세계적인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됐다. 사건의 발단은 다음과 같이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었다.

클리퍼스의 구단주는 변호사이자 부동산으로 억만장자가 된 도널드 스털링(1934년생)이었는데, 그에게는 1955년에 결혼한 부인 셸리 외에 가깝게 지내는 젊은 여성이 한 명 있었다. 그 여성이 농구계의 전설 매직 존슨과 함께 클리퍼스 농구경기를 관전하고 인증샷을 SNS 사이트인 인스타그램에 올린 것이 발단이었다. 도널드 스털링이 이를 보고 화를 내면서 “제발 내 팀 경기에 흑인들 좀 데려오지 마”라고 한 대화가 녹음이 됐고, 이를 연예스포츠 전문지인 가 보도하면서 아프리카계 미국인 선수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NBA에서 선수들과 코치들이 경기를 거부하고 전설적인 선수들과 리그협회의 비판 성명이 쏟아졌다. 정치인들과 CNN 등 주류 언론들의 집중적인 관심과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와중에 벌어진 이와 같은 소동 때문에 NBA 리그협회는 30개 구단 구단주들과의 협의하에 스털링의 구단 소유권을 박탈하기로 결정했고, 스털링은 본인이 33년간 키워온 구단을 강제로 매각하게 됐다. 스털링은 자신의 장기인 소송으로 맞섰으나 패소했고, 그 결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공동창업자 스티브 발머가 20억 달러(약 2조2000억 원)의 천문학적인 금액을 지불하고 클리퍼스의 새 구단주가 됐다.

굉장히 사소해 보이는 사건이 조 단위 액수의 구단 소유권을 좌지우지하는 큰 사건이 된 데에는 사안의 민감성(2014년 미국에서 인종 차별이라는 이슈가 갖는 폭발력), NBA가 처한 경영 환경(선수의 과반수와 스타의 대부분이 아프리카계 미국인), 위기 대응의 실패(연로한 스털링이 직접 방송에 출연해 해명을 시도했으나 오히려 본인이 치매에 걸렸다는 의혹만 키움) 등이 동시에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문제는 오랜 시간 누적된 불신이라고 할 수 있다. 스털링이 부동산 개발과 임대업으로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동안 소수인종에 대한 차별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이를 주로 소송을 통해 해결해 왔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스털링의 행적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이다. 심지어 어떤 소송에서는 스털링이 “냄새 나니 흑인이나 멕시코계들에게 집을 임대하지 마라. 대신 한국계들에게 임대해라”라고 지시한 증거가 나오기도 했다는 전언이다.

농구팀을 구단주들의 파트너십으로 운영되는 NBA 리그에 속한 하나의 비상장 기업이라고 볼 때 이 사례는 기업이 경쟁하는 네 개의 시장 간의 상호작용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기업이 경쟁하는 첫 번째 시장은 기업이 제공하는 최종 생산물 시장(market for final product or service) 으로서 농구팀의 경우 프로농구 경기의 성적이 곧 경쟁의 성적표가 된다. 둘째로는 기업에 필요한 생산요소 시장(market for factors of production)으로서 농구팀의 경우 좋은 선수와 감독, 트레이너들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이며 원하는 선수를 영입했는가, 얼마나 큰 대가를 치르고 영입했는가가 이 시장에서의 성적표가 된다. 셋째로는 기업 통제권 시장(market for corporate control)으로서 농구팀의 운영을 더 잘할 수 있는 구단주가 누구인가를 놓고 소유권 경쟁을 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기업의 평판과 정통성 시장(market for corporate reputation and legitimacy)이 있는데, 기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기업으로서의 존재를 재확인받는 시장에서 경쟁을 하는 것이며, 클리퍼스와 도널드 스털링의 경우 인종차별적 발언과 과거의 행적 때문에 이 시장에서 경쟁구단에 대해 현격한 열세에 있게 됐다고 할 수 있다. 이 네 시장은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데, 한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는 다른 시장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또 한 시장에서의 경쟁 열위는 다른 시장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반도체와 휴대폰 시장에서 큰 이윤을 내는 것은 최종 생산물 시장에서 경쟁력의 지표이며, 이와 같은 최종 생산물 시장에서의 경쟁 우위가 생산요소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서 세계적인 인재들이 삼성전자에서 일하고자 찾아오고, 자본조달비용이 낮아지며, 동시에 기업통제권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오르면서 기존 주주들의 통제권이 강화되고, 또 평판과 정통성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침으로써 삼성전자의 평판이 높아지게 되는 선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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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악순환도 가능한데 도널드 스털링의 예에서처럼 클리퍼스 구단의 성적이 부진하고 (최종 생산물 시장에서의 경쟁열위), 좋은 선수들이 클리퍼스를 외면하며 (생산요소 시장에서의 경쟁열위),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켜 팬들과 다른 구단주의 신뢰를 상실하고 (평판과 정통성 시장에서의 경쟁열위) 그 결과 기업통제권을 상실하는 (구단의 강제 매각)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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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정빈

    문정빈jonjmoon@korea.edu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런던정경대(LSE)에서 경제학 석사,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중국 상하이교통대를 거쳐 고려대에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는 비시장 전략, 글로벌 전략, ESG와 지속가능 경영 등이다.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Journal of International Business Studies』 『경영학 연구』 『전략경영연구』 등 다수의 국내외 저널에 논문을 게재했으며 『전략경영연구』 편집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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