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남편과 함께 백화점을 찾았다가 새삼 놀랐다.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서 신중한 표정으로 여러 종류의 제품들을 손 등 위에 테스트하는 중년 남성들이 꽤 많아졌다는 사실을 관찰했기 때문이다. 100세 시대에 접어들며 미용과는 거리가 멀었던 중년 남성들이 외모 관리에 부쩍 관심을 갖고 있음을 피부로 느낀 순간이었다.
이러한 트렌드를 바탕으로 최근 뷰티 산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안티에이징’이다. 누군가는 “요즘엔 나이를 먹어 주름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주름이 생기는 스트레스로 나이를 먹는 것 같다”고 말한다. 모두가 젊음을 유지하며 노화의 결정체인 주름은 없애고 나이는 잠시 잊고 싶은 세상이 된 걸까?
미용기기 관련 사업을 하다 보니 지인들이 종종 피부관리 방법에 대해 물어보곤 한다. 그때마다 나는 “탄력 있는 피부 관리의 핵심은 ‘빛, 열, 자극’이다”라고 강조한다. 또 “아침에 일어나 두 손바닥을 마주 비벼 열을 낸 뒤 얼굴 아래에서 위 쪽으로 30번씩 쓸어 올리는 동작을 반복하라”고 코치한다. 이런
3가지 요소를 좀 더 효율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 만든 것이 뷰티 디바이스다. 한마디로 뷰티와 테크놀로지의 만남이다. 최근에는 글로벌 의료장비기업의 전문 기술이 집약돼 피부과에서 주로 사용됐던 제품이 홈케어용으로 선보여지고 있다. 집에서 쉽고 안전하게 전문 기술을 활용할 수 있게 되면서 원래 피부에 관심이 많은 여성뿐 아니라 전문의의 시술을 받기 위해 피부과를 매번 방문하기 쑥스러워했던 노년층과 중년 남성까지 신규 고객군으로 흡수하고 있다.
필자는 이스라엘 의료장비회사가 개발한 가정용 뷰티 디바이스 브랜드 ‘실큰’을 국내에 수입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5년 전인 2011년, 처음 국내에 들여올 때만 해도 이 기기를 뷰티와 가전 중 어떤 카테고리로 분류해야 할지 오픈마켓 MD들과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뷰티에 테크놀로지가 접목된 제품이 거의 없던 시기였기 때문이다. 그해 온라인 쇼핑몰에는 처음으로 ‘뷰티 가전’ 카테고리가 생겼다. 이후 시장이 확대되면서 최근에는 홈쇼핑에서 다양한 뷰티 가전 제품을 자주 만날 수 있다. 불과 몇 년 사이에 편리하지만 특별한 홈케어를 원하는 소비자가 급증했다는 얘기다.
뷰티 디바이스는 이어지는 경기 불황 속 소비자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높은 제품을 선호하면서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주기적으로 꽤 많은 비용을 써야 하는 뷰티 산업에서 ‘셀프 시술’이 소비 트렌드 중 하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샴푸하듯 바르고 헹구면 되는 셀프 염색약, 스티커 방식으로 붙이기만 하면 되는 네일케어 제품 등의 출시가 이어지며 고가의 시술을 대신하는 뷰티 디바이스 역시 더욱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의 미용 시장은 그저 그런 작은 시장이 아니다. K뷰티 바람에 힘입어 전 세계가 주목하는 메이저 트렌드 세터다. 그런 한국의 뷰티 업계에 불어 온 ‘테크놀로지’의 바람은 새로운 변화를 예고한다. 이미 미용기기 업계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깔끔한 외모가 경쟁력이라 믿는 남성, 열정적인 ‘꽃 청춘’이 되고 싶은 중년들까지 폭넓은 소비자들을 위한 맞춤형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재미있게 본 영화 나우유씨미2에서 이전에 헤리포터 역을 맡았던 대니얼 레드클리프는 이렇게 말했다. “Technogy beats magic.” 필자는 이를 ‘Technogy beats aging”으로 바꿔 말하고 싶다. 100세 시대를 맞는 미용업계는 이렇게 기술과 함께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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