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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경쟁 시대의 조직개편

“One Shot, Big Bang? 그런 건 없어요” 껍데기인 조직보다 ‘역량’이 열쇠다

박형철 | 211호 (2016년 10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면서 과거의 전통적인 물리적 조직개편은 이제 더 이상 통하지 않고 있다. 필자는 더욱 유연하고 즉각적인 소규모 조직의 신설, 축소, 폐지, 통합이 요구되는 시점이라며 기업이 키워야 할 3가지 역량과 피해야 할 5가지 행위를 아래와 같이 제시한다.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키워야 할 역량

1. 자기 완결적으로 사업을 계획하고 영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리더

2. 격자형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에 익숙한 구성원의 역량

3. 비대면 방식으로 일과 사람을 조직화하고 리드할 수 있는 원격리더십

 

 

 

조직개편에 나서는 기업들이 지양해야 할 5가지

1. 본사 중앙지원 혹은 스태프 조직의 확대나 비대화

2. 시장(고객)지향형-사업(기능)중심형 조직 사이를 오가는 주기적 반복개편

3. 신설 혹은 통합된 조직을 운영할 인재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개편부터 실행

4. 획일적인 전사적 원샷 조직개편

5. 직무 단위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직개편부터 단행

 

 

 

###모 제조업체 중역회의의 한 장면###

 

CSO(최고전략책임자) :내년 우리 주력제품 수출이 급감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그간 주력제품 판로를 넓히기 위해 확대했던 지역 중심 해외 조직을 축소하고 조직체계 자체를 본사 주요 기능과 비즈니스 라인을 중심으로 대대적으로 재편해 비용을 줄여 이익을 유지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CFO(최고재무책임자) :지역조직을 통폐합해 축소하고 기능과 비즈니스 라인 조직으로 바꾸면 상당한 비용절감 효과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CEO(최고경영자) :그러면 어렵사리 구축한 지역밀착형 영업조직이 와해돼 판매가 더 급감할 위험도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그대로 유지하자니 매출은 감소하는 반면 비용은 그대로라 이익이 악화될 것이고…. 참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네요.

 

CTO(최고기술경영자) :지역판매 조직을 유지하면 향후 신제품의 신속한 지역판매가 가능한 이점은 있긴 하지만 경기악화로 인한 시장침체로 신제품 출시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지역조직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보다는 축소하거나 본사 기능조직에 통폐합하는 편이 지금으로서는 나아보입니다. 기능조직에 권한이 집중되면 아무래도 원가절감이 더 용이해서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더 유리할 듯합니다.

 

CEO:기능 중심 조직을 지역 중심 조직으로 바꾼 게 3년 전입니다. 그때는 지역 중심 조직이 돼야 고객에게 판매와 서비스를 제공하기 용이해서 그렇게 전환해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다시 3년 전으로 돌아가자는 얘기네요. 돌이켜보니, 지난 10년간 우리 회사는 기능조직과 지역조직 사이를 3번 왔다갔다 한 듯합니다. 이 조직개편이란 것, 결국 지역이냐, 기능이냐 그 사이를 왕복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은 없는 건가요?

 

CSO:사실 저도 좀 조심스러운 점이 이번 조직개편 전략에 참고하기 위해 글로벌 기업의 사례를 찾아봤는데 최근 2∼3년간은 지배구조와 관련된 개편 외엔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했다는 사례는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름도 생소한 새로운 팀이 어떤 리더를 중심으로 생겼다는 뉴스는 있어도 과거에 비해 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언급되거나 행해졌다는 정보나 기사가 눈에 띄게 줄어든 것 같긴 합니다.

 

CSO의 말은 사실이다. 필자도 독자들에게 묻고 싶다. 최근 글로벌 기업들이 대대적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는가?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어느 글로벌 기업이 사업라인 중심 조직을 지역본부 중심 조직, 고객(account) 중심 조직, 혹은 한층 복잡한 격자형(matrix) 조직구조로 개편했다는 뉴스를 심심치 않게 접했다.

 

하지만 최근 그런 뉴스를 접하기가 쉽지 않다. 그보다는 어떤 스타 비즈니스리더, 전문가 등을 영입해 그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업을 연구하고 기획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부가 생겼다든가, 조직 내 장벽(silo)을 허물기 위한 실험으로 상시 프로젝트성 조직을 수시로 만들어 운영한다든가, 시장 내 생태계의 다양한 참여자(: 조직 외부의 참여자)들과 협업(open collaboration)하기 위해 조직 내 수직적 단계를 대폭 축소하고 프로젝트 담당자에게 대폭적인 권한 위임을 했다는 소식을 더 빈번하게 접하고 있다.

 

경영환경의 중심이 제조에서 기획·마케팅으로, 조직 내 완결에서 개방형 생태계 조성으로 이동하고, 제품과 서비스의 혁신 주기가 급격히 단축되면서, 이른바 대대적이고 조직 전반적인 조직구조 개편 무용론이 대세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과거와는 사뭇 다른 경영환경에서 앞으로 조직개편을 하는 데 중점을 둬야 하는 사항은 과연 무엇일까?

 

 

전체 조직을 한 번에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방식

,one shot/ big bang transformation의 비현실성

 

대대적인 조직 전체 구조의 개편은 특히 사업영역과 사업지역이 다양한 글로벌기업 혹은 규모가 큰 기업에서 더 비현실적이다. 사업과 진출 지역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하다면 응당 성장하는 사업과 지역이 존재하는 반면 성장이 정체된 지역과 사업이 존재한다. , 사업전개 단계와 시장 상황조차 다양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본사의 CXO(최고경영진) 라인을 필두로 현장조직까지 일관된 관점으로 조직을 개편한다면 어떤 사업부서 혹은 어떤 지역에서는 그 개편방향이 맞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A투자자문사의 경우, 투자자문 노하우 자체가 본사 인력의 경쟁력에서 나오고 대부분 영어 커뮤니케이션으로 영업이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중소 규모 국가 지사들을 통폐합해 거점 지역본부 중심으로 영업조직을 개편했다. 지역본부에서 관할하는 특정 국가에 영업기회가 발생하는 경우 지역본부 인력이 파견돼 영업을 전개했다. 이를 ‘hub and spoke(허브지점을 중심으로 지역점포가 자전거축과 바퀴살처럼 연계되어 운영)’ 방식이라고 한다. 언어와 문화권이 유사한 일부 지역, 그리고 ASEAN과 같이 경제공동구역으로 오랫동안 묶여온 지역에서는 비용도 줄이고 역량도 집결할 수 있어 더 효과적이었던 반면 언어와 문화권이 독립적인 일부 국가에서는 거의 영업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공식적으로는 영어 커뮤니케이션이 받아들여졌으나 그 이면에 현지 인력만이 개척할 수 있는 사업상의 관계 형성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또 표준화된 자문 솔루션으로 해당 국가에 특화된 자문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영업력을 상실한 일부 국가들은 당장은 시장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지만 성장이 매우 빠르게 일어나고 있는 시장이었다. 이 투자자문사는 하나의 관점만 강조한 조직개편으로 인해 미래의 큰 시장을 스스로 포기하고 말았다.

 

이러한 사례에서 보듯이 사업과 지역 포트폴리오가 다양하고 복잡한 기업의 경우 전체 조직을 하나의 관점으로 개편하기보다는 전략적 이슈가 있는 특정 사업부서 혹은 특정 지역 단위에서 매출성장 혹은 이익 확보를 위해 필요한 조직구조 차원의 문제를 규명하고 이를 개선해 가는 방법이 더 현실적이고 효과적이다.

 

 

격자형(matrix) 조직에서 물리적 조직구조 개편의 무용성

 

복잡한 사업과 지역 포트폴리오를 영위하기 위해 이미 대부분의 글로벌 기업에서 수준의 차이는 있으나 이른바 격자형(matrix) 조직체계를 운영 중이다. 아직 국내 기업들은 무늬만 격자형 조직인 경우가 많긴 하지만 향후 서구 글로벌 기업들 수준의 격자형 조직으로의 진화를 대부분 계획하고 있다. 격자형 조직이란 지역, 사업 혹은 기능 라인이 격자형 형태 혹은 바둑판 형태로 짜인 상태의 조직이다.

  

 

가장 특이할 만한 점은 경영 의사결정에서 지역 담당자와 사업 혹은 기능 담당자가 공동 의사결정을 하며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더 나은 품질의 의사결정을 하고, 지역과 사업 혹은 기능 라인 간의 균형 있는 견제를 통해 리스크를 예방하고 줄이는 조직 운영방식이다. 격자형 조직 체계가 이미 운영 중이라면 과거 전통적인 조직개편의 양대 축인사업라인 중심 vs. 지역중심의 양극의 조직구조 개편논의는 무의미할 것이다. 다시 말해 이는 구조개편의 문제가 아니라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경영상황에 따라 지역과 사업 혹은 기능라인 어느 쪽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결정권을 주느냐는 운영의 문제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격자형 조직을 상당 기간 운영 중인 글로벌 기업은 경영상황의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방법으로 물리적인 구조개편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사결정의 권한을 어디에 상대적으로 좀 더 줄 것이냐는운영의 묘를 발휘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경영상황에 맞게 지역이나 비즈니스라인별로 다양한 관리방식을 사용하는 것.

 

예를 들어 유럽의 모 의류 유통업체의 경우 미주와 서유럽에서는 지역 담당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의사결정권을 주는 반면 SCM(supply chain management) 기능에서는 본사 담당자에게 상대적으로 더 많은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한다.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현지 고객정보 확보와 이에 대한 신속한 대응이 핵심 성공요인인 반면 SCM 기능에서는 부품조달과 제품물류에 있어 글로벌 최적화를 통한 원가 절감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이다.

 

  

조직 간 장벽 철폐와 시너지를 위해 조직구조를 개편한다고?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가전업계를 주름잡던 일본의 대표 가전회사는 지속되는 판매둔화와 가격경쟁력 상실을 만회하기 위해 2000년대 중반 조직구조를 엄격한 사업부별 책임경영을 바탕으로 한 사업라인 중심조직으로 개편했다. 그 결과 많은 부작용이 속출했다. 특히 사업부 이기주의와 타 사업에 대한 무관심이 팽배해지며 회사 내 다양한 자원의 시너지가 매우 약화되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로 대두됐다.

 

예를 들어 DVD사업부에서 DVD 판매촉진을 위해 영화-방송콘텐츠사업부의 콘텐츠를 무료로 제공하려 하면 영화-방송콘텐츠사업부에서 이에 제동을 걸며 전혀 협조하지 않는 식이었다. 회사가 이른바 빌트인 시스템 가전사업을 강화하려는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려 했으나 각 가전사업부에서 디자인 규격을 통일하는 프로젝트에 매우 회의적이고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의 일이 빈번히 나타났다. 이러한 폐단을 해소하고자 2008년경 사업부 간 협력 조직(이른바 브리지 조직), 나아가 큰 규모의 고객(account)에게 사업부를 아우르며 별도 대응할 수 있는 고객조직을 신설해 협업과 시너지 강화를 꾀했으나 그 결과는 좋지 못했다. 어차피 성과의 상당 부분이 개별 비즈니스 라인 자체의 성과에 기인하고, 이러한 성과관리 체계로 인해 조직 내 구성원들의 협업에 대한 동기와 의지가 매우 약했기 때문이다.

 

반면 같은 시도를 한 경쟁사의 경우는 상당한 효과를 봤는데 조직개편과 더불어 신설된 브리지 조직에 많은 권한을 주고, 개개인의 구성원에게 협력에 대한 확실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성과관리 체계의 변화를 함께 시도한 게 큰 차이였다. 사업라인 중심 구조를 가진 많은 조직에서 공통적으로 염려하는 문제가 협업과 시너지 약화이다. 이러한 염려가 심해지면 급기야 또 조직구조를 대대적으로 고객 지향형 혹은 시장 지향형 구조로 전환하는데, 실상 사업 간 협업을 통한 새로운 기회창출, 즉 융합형(convergence) 역량의 강화는 물리적 조직구조 개편으로 달성되기보다는 구성원 개개인의 협업에 대한 동기부여와 역량강화를 지원해 줄 수 있는 성과관리 체계, 협력적 의사소통 프로세스, 협업을 선()으로 여기는 문화로 달성되는 영역이다. 이를 조직개편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것은 큰 오류이며 개편에 따른 혼란과 비용이 초래하는 것에 비해 그 효과는 매우 미비하다.

 

전략 목표 전환을 결정한 후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과연 조직개편일까

 

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전략적 목표를 설정하거나 그 우선순위에서 변화가 결정되면 기계적으로 하는 다음 단계의 일이 조직구조 개편이었다. 기업 스스로도 그렇지만 유수의 글로벌 전략컨설팅사의 보고서에서도 여지없이 나타나는 사실이다.

 

시장의 변화에 따라 전략적 우선순위나 목표가 전환이 돼야 한다는 보고서 챕터 뒤에 바로 이어 나오는 것이실행과제이고, 그 실행과제의 가장 첫머리에 제시하는 것이 전략전환에 따른 조직개편안이다. 필자는 늘 이런 전략 컨설팅펌의 보고서를 볼 때마다 실소를 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조직구조는 껍데기일 뿐이다. 실상 전략을 실행하는 것은 조직 내의 구성원, 즉 사람이다. 사람의 역량은 그대로인데, 무턱대고 조직구조나 체계를 바꾼다고 전략을 더 잘 달성할 수 있을까? 오히려 새로운 역량을 다져가기도 전에 조직부터 변한다면 혼란만 가중될 뿐이다. 국내 모기업의 경우, B2C 중심의 비즈니스를 B2B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을 중점 전략 과제로 설정한 후 기존 제품별 조직구조를 크게 묶어 고객의 수요처에 따라 제품을 분류해시스템적 번들로 제공하도록 조직체계를 개편했다. 그래서 B2B 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됐을까? 일부 성과는 있었지만 여전히 B2C가 압도적으로 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며 B2B의 성장세는 그리 괄목할 만하지 않다.

 

 

문제는 구성원 누구도 B2B 사업경험이 충분치 않은 상황에서 조직부터 바뀐 것이다. 그러다보니 조직의 큰 틀을수요처대응형으로 바꾼 그 방향은 맞았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B2B 사업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 B2C 때와는 다르게 신설하거나 변경해야 할 직무와 단위 팀에 대한 실질적 해법이 전무한 상황이었다. 조직은 수요처 대응형 체계였으나 그 큰 조직 내의 세부사항, 즉 디테일은 B2C 때와 크게 다를 바 없이 운영되는 상황에서 성과가 날 리 만무했다. 더구나 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일괄 빌트인(built-in) 방식의 B2B 영업은 기존 개별제품 중심의 B2C 기반사업 내에서는 소화할 수 없는 영역이 많아 외부 시스템 통합업체나 솔루션 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내부 조직구조 개편에만 집중한 관계로 없거나 약한 역량을 모두 내부적으로 확보하는 과정에서 시장 진출도 더뎌졌다.

 

조직개편도 결국 사업전략 목표달성을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조직개편 자체만으로 사업전략 달성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조직개편 이전에 새로운 구조의 조직에서 일할 수 있는 구성원의 역량개발 혹은 외부로부터의 역량확보가 우선시돼야 하고, 이들이 새로운 전략을 적극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인사 체계와 일하는 방식의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

 

역량을 가진 사람 중심으로 계획하고, 이들을 통해 구체적인 단위직무를 먼저 그리게 한 후 조직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위 국내 기업의 사례와 전략적 방향전환은 유사하나 그 실행방법이 매우 상이한 사례를 꼽자면 미국의 대표적 사무기기 업체였던 제록스사의 80∼90년대 사례를 들 수 있다. 80년대 중반 일본 복사기업체의 공세에 밀려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렀던 제록스사는 종합 사무솔루션 업체로의 전환을 통해 위기를 탈출했다.

 

이때 제록스사가 먼저 단행했던 변화는 물리적인 조직개편이 아니었다. 일단 종합 사무솔류션이라는 사업영역의 실체와 업무프로세스를 구체화하기 위한 소규모 팀을 출범시키고, 해당 팀에 내부 기존 제품라인 전문가와 외부로부터 스카우트한 솔루션 전문가를 영입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신설하고 변경해야 할 직무부터 결정했고 해당 직무에 적합한 인재가 내외부에서 누구인지를 결정한 후 조직체계를 개편했다. 일단 직무가 결정되고 나니 해당 직무를 단계별 상황별 니즈에 대응해 유연하게 수시 재편하는 것이 가능했고, 이에 따라 조직구조 개편이 더 용이하고 효과적이었다.

 

이 접근방법은 최근 글로벌 ICT 업계에서도 하나의 주류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ICT의 융합화와 사물인터넷의 활성화로 사업영역의 제한이 무의미해졌고, 기술의 상용화 영역이 가변적이고 새로운 기술의 개발주기가 단축된 상황에서 어떤 특정한 영역으로 대대적인 조직구조 개편을 단행하는 경우는 거의 사라지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애플 등을 필두로 한 ICT 기업들의 행보를 보면 일단 특정 영역의 기술적 전문성과 상업화 전문성을 가진 내외부 인재를 확보해 이들에게 권한을 대폭 위임하고 프로젝트성 조직을 맡게 한다. 그리고 이들로 하여금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직 내 단위 직무체계와 업무 프로세스를 그리게 하고, 그 직무를 잘할 수 있는 인재의 확보에 주력한다. 이후 프로젝트의 성패에 따라 조직이 확대되거나 축소 혹은 폐지되는데 폐지되는 경우에도 조직이 직무단위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어떤 직무가, 어떤 다른 프로젝트팀에 포함돼야 할 것인지가 매우 유연하게 결정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운 추세가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첫째, 이제는 조직개편의 단위가 대()팀이나 사업부와 같은 큰 조직이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가 수행되는 세세한 직무라는 것이다. 직무를 우선 확정하고 이를 묶거나 해체함으로써 급변하는 상황에 대한 보다 유연한 대응에 주력할 수 있다. 또 조직 축소나 폐지 시 역량과 전문 인력의 상실을 최소화할 수 있고, 조직 신설 시 빠르고 효과적으로 역량과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조직개편의 의사결정, 특히 조직 신설과 폐지의 의사결정은 여전히 최고위층이 가지나 그 구체적인 실행과 운영방법은 해당 사업과 기술을 가장 잘 아는 전문가에게 대폭적으로 권한을 위임해 이뤄진다. 본사나 중앙의 스태프 혹은 지원조직(전략, 인사, 재무 등)이 큰 원칙과 그림을 결정하고, 이에 기반해 전체 조직이 기계적으로 바뀌는 조직개편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해당 분야 전문가에 의해 가능한 영역 내에서자기완결적으로 조직개편과 혁신이 이뤄진다. 따라서 획일적인 방식과 방법보다는 해당 사업과 기술에 적합한 방식으로 조직 내 세부사항이 그려지고 실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또한 자기완결형 조직 단위 내에서의 조직개편 방식은 새로운 사업이나 기회를 탐색한다는 명목으로 중앙의 기획 등 스태프 기능이 더 비대해지는 것, 즉 관료주의화에 따른 오버헤드 인력과 조직이 생기고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최근의 트렌트는 아직은 기술의 융합화에 집중하고, 비즈니스 생태계를 중심으로 신사업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되 제조와 조달을 외주화하고 기획 개발 및 마케팅에 집중하는 ICT 업계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이나 레드오션에 존재하는 성숙산업에서는 아직 활발히 일어나고 있지는 않다.

 

 

 

 

인위적인 조직개편보다는 내부 경쟁을 통한 자연스런 조직개편을 선호하는 기업도 출현

 

애플사의 의외의 조직운영상 특징 중 하나는 이른바 사내비밀주의이다. 많은 기업에서 정보유통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조직 간 장벽철폐를 최선의 가치로 삼고 있지만 애플은 오히려 특정 조직이 하는 일의 일정 단계까지는 조직 내부에서조차 타 부서나 팀에 알려지지 못하도록 철저히 관리한다고 한다. 또한 특정 사업주제나 목표의 경우, 한 팀이 아닌 복수의 팀에서 동시에 유사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을 가능성도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비공식적 인식은 이른바 사내 경쟁 압박을 높이게 되고, 물론 부작용도 있지만 구성원들의 목표에 대한 몰입을 강화시키고 있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프로젝트성 조직이 서로 경쟁하며 도태되고, 자연스럽게 조직이 상시적으로 개편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운영방식하에서는 특정한 사업 외 목표(지배구조 개편, 절세, 법규 및 규제 대응, 인수합병 등)가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인위적으로 조직을 개편하는 것이 점차 무의미해지고 있다.

 

Center of Excellence’ ‘virtual team’ ‘remote work’의 출현으로 물리적 조직개편 무용성 커져

 

여전히 일부 보수적 관점의 경영자들은 일은 대면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실상 글로벌 기업뿐 아니라 내수 위주의 지역기업에서조차 각종 쌍방향 매체를 활용한 의사소통을 통해 업무를 진행한다. 서로 물리적으로 같이 있지 않아도 업무가 이뤄지는 이른바 ‘remote work’는 이미 상당히 현실화 됐다. 자연스럽게 물리적인 본부나 본사의 의미는 많이 퇴색되고 있으며 해당 사업과 기능을 가장 잘 알며 서로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거나 조직 외부에 있는 자원과도 용이하게 업무를 추진하는 이른바원격리더십(remote leadership)’을 가진 사람에게 권한과 책임이 부여되며 조직이 운영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실제로 2015년 실시된 머서의 글로벌 인사조직 운영조사에 의하면 비록 HR 조직체계에 국한된 조사이기는 하나 글로벌 본사나 지역 본사에 해당 기능의 리더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가 지역이나 조직의 수직적 위계구조와 관련 없이 임명돼 해당 기능을 책임지고 운영하는 이른바 ‘Center of Excellence’ 체계로 운영하는 기업의 비중이 급증하고 있다. Center of Excellence 운영체계하에서는 전문성과 원격 리더십을 가진 인재가 전 세계에 걸쳐 있는 내외부 관련 스태프들을 조직화해 주로 비대면 방식으로 해당 기능을 수행한다. 따라서 사실상 물리적인 본사나 지역 본사의 개념이 무색해진다.

 

이러한 조직 운영방식이 일반화되면 될수록 누가 그 일의 적임자인지를 파악하고 그를 통해 이른바가상조직(virtual team)’이 조직화돼 업무가 일어난다. 지역이나 사업을 중심으로 물리적 조직을 개편하거나 어디를 글로벌 본부로 하고 지역본부로 해 조직을 운영할 것인지가 무의미해진다. 본사에 모든 리더가 다 모여 있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작금의 경영환경과 경쟁 상황은 전략을 실행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물리적 구조를 개편하는 방식에서 그 일을 가장 잘하는 전문성을 가진 혹은 새로운 사업에 대한 비전과 리더십을 가진 사람을 확보-발굴하고 적극적인 권한 위임을 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 기업에 주는 시사점

 

여전히 국내 기업들 대다수는 아직 격자형 조직체계도 생소하고, 전통적인 제조업을 영위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적용이 시기상조라 판단할 수도 있다. 어차피 전통적인 방식으로 사업을 영위해 지속 성장을 답보하기 어렵고 내수 시장의 한계로 지속적으로 시장과 운영의 글로벌화 혹은 외부와의 협업을 증진시켜야 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전통적인 물리적 조직개편에 초점을 맞추는 관점과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시장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더더욱 유연하고 즉각적인 소규모 조직신설, 축소, 폐지, 통합이 더 필요해질 수 있다. 선제적으로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체질을 길러두어야 한다.

 

△ 자기완결적 사업을 계획하고 영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리더의 육성

△ 격자형 조직에서 일하는 방식에 익숙한 구성원의 역량 배양

△ 비대면 방식으로 일과 사람을 조직화하고 리드할 수 있는 원격리더십의 강화

 

 

비록 조직개편에 정답은 없지만 새로운 환경의 도래, 글로벌 선두기업들이 주는 시사점, 전통적 방식의 한계에 비춰볼 때 지양해야 할 점들은 분명히 존재하며 다음과 같다.

  

△ 본사 중앙지원 혹은 스태프 조직의 확대나 비대화: 중앙집중적 스태프 조직은 개별 사업을 잘 모르고 하나의 획일적인 표준화를 지향하는 습성을 지닌다. 결국 사업부서 내 실행을 위한 별도의 스태프 조직을 필요로 하게 되며 관료주의의 폐해만 가중시킬 뿐이다

△ 시장(고객 )지향형-사업(기능) 중심형 사이를 왔다갔다 주기적으로 반복하는 개편

△ 내외부에 신설 혹은 통합된 조직을 운영할 역량을 가진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물리적 조직개편부터 먼저 실행

△ 획일적인 전사적 원샷 조직개편

△ 직무 단위가 명확히 설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본부나 사업부 단위의 큰 조직개편 그림만 가지고 조직개편을 우선 단행

 

박형철머서 대표 andy.park@mercer.com

 

필자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테네시주립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앤더슨컨설팅과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머서(Mercer)의 한국 지사장 겸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글로벌 인재관리 전략, 인사 및 성과관리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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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인력계획을 아시나요

 

한국 기업들의 조직개편 HISTORY

 

한국 기업은 1980, 1990년대 고속성장을 구가하며 주로 기능 중심의 조직구조를 구성해 표준화 제품을 낮은 비용으로 생산, 시장의 우위를 점하는 전략을 펼쳐왔다. 당시 주력 산업이던 제조업에서는 개인의 창의성보다는 규모의 경제를 통한 효율성과 생산성이 더 중요한 경쟁 우위 요소였기 때문. 기능 중심 조직은 수직적 조직관리를 통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고 비용을 통제하는 데 적합한 구조였다. 다만 기능 중심 조직이 비대해질 경우에는 조직을 제품별로 구분한 제품 중심 구조도 대안으로 모색됐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기업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을 본격화하게 됐고 게다가 E-business가 출현하면서 시장의 고객 니즈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최대한 빠르게 고객과 시장의 수요를 맞추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됐다. 이에 따라 조직 구조도 글로벌 사업에 맞는 매트릭스 조직으로 변화했다. 다양해지고 복잡해진 고객의 요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시장(Geography), 제품/상품/서비스(Product/Service), 기능(Function)을 씨줄과 날줄처럼 엮은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한 것. 이들 통해

1) 고객과 시장의 특성 반영 2) 제공 재화와 용역 가치의 극대화·효율화 3) 경영관리의 전문성 제고 등의 전략을 동시에 꾀했다.

 

 

조직개편을 둘러싼 고민

 

그러나 정작 글로벌 사업을 추진하면서 조직개편 취지에 맞는 명확한 역할 및 책임에 대한 정의와 커뮤니케이션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 조직 간의 단절(Silo)이 생겨나고, 역량을 갖추기 위해 이에 적합한 인재를 확보하고 육성하는 일은 정작 외면됐다. 인재들의 동기부여와 유지를 위한 보상체계와 리더십도 부재했다. 특히 지속가능한 사업 추진을 위한 인적자원의 생산성(HC-ROI)과 적합한 인력구조(Right Pyramid)를 갖추고 있는지에 대해 많은 의문을 낳았다. 조직구조 설계와 운영과 관련한 일반적 고민들은 아래와 같다.

 

 

1) 컨트롤·지원조직 R&R(역할과 책임)의 명료성 저하로 조직관리의 누수현상

2) 현장의 정보·이슈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현장과 상부(Top)과의 괴리감

3) 책임 있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미흡하고 Top의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집중화 현상

4) 사업 부문의 지속적 성장을 위한 장기적 노력보다는 단기성과 위주의 조직성과 관리

5) 특정 기능에 대한 전문성 취약과 해당 역량 Resource의 부족

 

 

 

국내 기업의 조직개편 효과가 크지 않았던 이유는사업-조직-사람식이라기보다는사업-사람-조직순의 위인설관(爲人設官)식의 조직구조를 관행적으로 설계하고 운영해 왔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조직구조가 왜곡돼 비효율적인 부분이 발생하게 되고 적정 이상의 인력을 유지하거나 채용하게 된다. 특히 조직과 HR 영역은 재무(Finance)나 정보(Information Technology)와 달리 그 효과성을 계량적으로 평가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영역이다. 비효율을 파악하더라도 구조조정 등을 통해 바로 문제를 해결하기 힘든 것이 조직과 HR 영역이므로, 더욱 신중히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효과적인 조직설계를 해야 한다. 효과적인 조직설계(BEO·Building Effective Organization) 관점과 핵심 요소를 소개한다.(‘효과적인 조직설계와 운영이란?’ 참조.)

 

 

 

 

 

한국 기업에 대비해 조직운영에 뛰어난 글로벌 기업들의 경우는 어떠할까. 프로젝트 경험 등을 비추어보면 세계적인 장수기업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사업을 토대로 1) 사업모델 2)운영모델 3) 조직구조 4) 전략적 인력 계획 5) 인재 확보와 관리 6) 인재 DB 운영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전략적으로 함께 실행해 나간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조직구조 설계 시 중점 진단영역은 <1>과 같다.

 

 

 

 

 

 

 

 

최근 들어 국내 대기업은 중국에 IT 산업 분야 등에서 추월당할 위기에 있으며 B2C와 전통적 성공 사업으로부터 향후 B2B사업, IT 융합기술, 커넥티드 자동차, 우주항공, 첨단소재, 바이오산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경해야 하는 역경의 순간을 맞이하고 있다. 시장에서게임의 법칙이 급격히 바뀌고 있다. 그간 잘하지 못했거나 해보지 못했던 영역이다. 훨씬 창의적 이어야 한다. 좀더 민첩해야 한다. 파트너와 더욱더 협력해야 하며 혁신을 추구해야 한다.

 

 

이러한 새로운 상황에서 전략적 이니셔티브를 수행할 역량을 가늠하고 신()사업에 대한 인력을 확보하고 배치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에 대해서도 인력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전략적 인력계획(SWP·Strategic Workforce Planning)’ 수립도 필수적이다. 신사업을 위한 전략적 역량(Strategic Capability)과 기존 사업을 위한 일반적 역량(General Capability)을 모두 고려해 조직구조와 인력을 운영해야 하는 것이다. 또 인력에 대한 DB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조직역량 및 개인 역량을 개발하고, 투입된 인적자원의 질적·양적 투자대비효과(ROI)를 모니터링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전략적 인력계획 프레임워크를 소개한다.(‘콘페리 헤이그룹 전략적 인력계획(SWP) 5가지 요소 및 기대효과참조.)

 

 

 

 

결론적으로,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조직설계는 1) 전략구성에 대한 이해 2) 사업모델에 대한 이해 3) 운영모델과 조직구조 설계 4) R&R을 수행할 수 있는 전략적, 그리고 일반적 역량 진단 5) 필요 사업수행 역량과 적합한 인력 피라미드 파악 6) 전략적 인력계획 및 조직구조 내 인력의 운영과 지속개발로 이뤄진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 모든 요소가 적합하게 고려될 때 전략실행을 위해 구성한 조직구조를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정현석콘페리 헤이그룹 한국지사 대표 harry.chung@kornferry.com

 

 

필자는 고려대 경영학과와 미국 선더버드 앤 애리조나(Thunderbird & Arizona) 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한화그룹과 PWC컨설팅, 머서컨설팅 상무를 거쳐 현재 글로벌 경영 컨설팅 회사인 콘페리 헤이그룹(Hay Group)의 한국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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