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미래컴퍼니 김준홍 대표·김준구 상무 인터뷰

‘사람 살리는 기계 만든다’ 강력한 의지, ‘제2다빈치’ 첨단 수술로봇에 도전

이방실 | 208호 (2016년 9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인 미래컴퍼니는 지난 2007년부터 복강경 수술 로봇이라는 도전적 연구 과제를 추진해오고 있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어려운 분야에 집중해 1등이 돼야 한다는 창업자의 경영 철학과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는 비전에 따라 의료장비 사업에 뛰어들었다. 특히 복강경 수술 로봇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미국 퍼듀대와 손잡고 R&D에 매진, 독자적인 프로토타입 제작에 일찌감치 성공했다. 대기업도 하기 힘든 일을 10년 가까이 지속적으로 추진해올 수 있었던 데는 CEO의 확고한 의지에 더해 병원·연구소·대학·기업 등 부족한 역량을 보완해줄 수 있는 우수한 외부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R&D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래컴퍼니는 2007년 이래 세 번 연속 복강경 수술 로봇과 관련된 정부 국책과제사업의 주관기업으로 선정돼 총 200억여 원의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아 여러 협력기관과 컨소시엄을 이뤄 R&D를 수행하고 있다. 자원과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기업이 획기적 R&D를 지속적으로 추구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부분이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노서영(칭화대 국제정치학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다빈치(da Vinci). 일반인들에겐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천재 예술가이자 공학자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지만 의사들에겐수술 로봇을 연상시키는 단어다. 첨단 의료 장비의 대명사인 다빈치는 복강경(腹腔鏡) 수술1 로봇이다. 일반 복강경 수술처럼 집도는 의사가 하지만 다빈치 수술의 경우 의사는 환자가 누워 있는 수술 침대가 아니라 커다란 콘솔 게임기 같은 장비에 앉아 원격으로 집도한다. , 의사용 콘솔(surgeon console)과 전선으로 연결돼 있는 환자용 카트(patient cart)에 달려 있는 4개의 로봇 팔을 원격 조종해 수술한다.

 

환자 몸 속으로 들어가는 로봇 팔 끝에는 카메라, 집게, 가위 등 수술하는 데 필요한 기구들이 달려 있어 의사의 눈과 손을 대신한다. 초소형 의료 기구가 달려 있는 로봇 팔 끝은 최대 560도까지 회전이 가능해 수술 각도·공간에 제한을 받는 일반 복강경으로 하기 힘든 수술도 가능하다. 수술 도구 끝을 자유자재로 조종할 수 있어 주변 인체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수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튜이티브서지컬(Intuitive Surgical) 1999년에 내놓은 의료장비인 다빈치는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일반 복강경 수술 승인을 받으며 의학계에로봇 수술이라는 새 장()을 열었다. 한국에도 2005년 처음 도입된 이후 46개 병원에 59(2016 7월 기준)의 다빈치가 들어와 있다. 다빈치로 전 세계 복강경 수술용 로봇 시장을 거의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는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지난해 238440만 달러 매출액에 무려 74000만 달러의 영업이익(31%)을 올렸다. 대당 가격이 30∼40억 원 안팎인 고가의 의료 장비 다빈치는 공학은 물론 의학과 IT가 결합된 수술용 로봇의 부가가치가 얼마나 높은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료장비 시장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한국에서, ‘2의 다빈치를 만들겠다며 복강경 수술 로봇 개발에 뛰어든 업체가 있다. 바로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 기업인 미래컴퍼니다. 2007년 자회사 래보2 를 설립하며 복강경 수술 로봇 사업에 뛰어든 이 회사는 자체 기술력으로 수술 로봇레보아이(Revo-i)’를 개발해 전임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지난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의료기기 임상시험 승인 허가를 받았다.

 

현재 미래컴퍼니는 레보아이의 안전성과 임상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 세브란스병원에서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 대기업도 아닌 중소기업이, 그것도 헬스케어 업종과는 동떨어진 장비 산업에서 20여 년간 사업을 영위해 왔던 미래컴퍼니가, 어떤 계기로 수술용 로봇 사업에 뛰어들어 10년 가까이 연구개발(R&D)을 지속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 회사 김준홍 대표와 김준구 상무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들은 미래컴퍼니의 창업자인 김종인 전 대표의 두 아들로, 2013년 김 전 대표가 작고한 후 회사 경영을 맡아오고 있다.

 

주력 사업이 디스플레이 장비 제조다. 어떻게 수술 로봇 사업에 진출하게 됐나.

 

원래 선친의 경영 철학이남들이 잘 하지 않는 어려운 분야에 집중해 1등이 돼야 한다였다. 살아 생전 늘다른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사업은 굳이 내가 할 필요가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셨다. 현재 미래컴퍼니의 주력 제품인 엣지그라인더(edge grinder, 디스플레이 가공·연마 장비)도 선친의 이런 경영 철학에 따라 개발을 시작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게 된 경우다.

 

1984년 회사 출범 초기에는 반도체 장비업체로 사업을 시작했다. LG반도체에서 일했던 선친이 독립해 회사를 창업했기 때문에 자연스런 결과였다. 본격적으로 회사가 성장하게 된 전환점은 2000년 엣지그라인더를 국산화하면서부터다. 엣지그라인더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안전성을 보장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핵심 장비다. 커다란 디스플레이 패널을 TV PC, 노트북 등 일반 제품에 사용하는 데 적당한 사이즈로 자르면, 그 과정에서 모서리에 거친 절단면이 생기게 된다. 이 모서리 부분을 잘 연마해 줘야 외부 충격에 강한 패널을 만들 수 있다. 연마되지 않은 패널은 이동·적재 시, 혹은 스마트폰이나 TV, 모니터 등 제품을 생산하고 소비자가 이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충격에도 균열이 발생해 파손되기 쉽기 때문이다. 디스플레이 생산을 위해 엣지그라인더가 필수 장비로 꼽히는 이유다.

  

 

 

 미래컴퍼니 김준홍 대표

 

2000년 이전까지 국내에서 쓰이는 엣지그라인더는 모두 일본산이었다. 정밀 제어 장비는 전통적으로 일본 업체들이 시장을 주도해오다 보니 한국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었다. 선친은 바로 여기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았다. 당시 모니터 시장이 CRT에서 LCD로 바뀌어가는 전 세계 트렌드에 주목하고 엣지그라인더 국산화를 추진했다. 익숙한 기술 영역인 반도체 장비에만 머물러서는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없고, 새로운 기술 분야로 R&D 역량을 확대해 나가야만 지속 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고 봤기 때문이다.

 

미래컴퍼니가 엣지그라인더 국산화를 하겠다고 나섰을 때 업계에선 다들 실패할 것이라며 비웃었다고 한다. 하지만 보기 좋게 성공했고, 현재 엣지그라인더 시장의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선친은 지난 2012년 엣지그라인더 국산화를 통해 10여 년간 900억 원이 넘는 수입대체 효과를 거둔 공로를 인정받아 정부로부터 산업포장(産業褒章)을 받기도 했다.

 

복강경 수술 로봇 시장에 뛰어든 것도 엣지그라인더를 국산화하겠다고 나섰을 때와 비슷하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어려운 분야에 도전해 1등이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동시에, 수주 산업(受注産業)의 구조적 문제점인 매출액 변동성을 완화시킬 수 있는 독립적인 부품·장비업을 개발한다는 목표하에 추진된 신사업이기도 하다.디스플레이 장비산업은 기본적으로 디스플레이 패널 제조산업의 후방 산업이라서, 장비 매출액이 패널 업체들(발주처)의 투자와 직접적으로 연동된다. , 패널 업체들의 신규·대체 투자 시기에 따라 매출 낙폭이 크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미래컴퍼니의 경우 상장 직전 해인 2004년엔 매출액 968억 원에 영업이익 292억 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인 2005년엔 338억 원 매출액에 영업이익 24억 원으로 크게 줄었고, 심지어 2006년엔 337억 원 매출액에 13억 원 적자를 기록했을 정도로 부침이 심하다.3 이 같은 문제는 비단 미래컴퍼니만 겪는 문제가 아니라 동종업계 모두 겪는 일이긴 했지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선 매출액 변동성을 완화시켜줄 수 있도록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복강경 수술 로봇은 물론 현재 미래컴퍼니가 주력하고 있는 또 다른 신사업인 3D 센서 카메라 모듈 역시 이런 매출액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시작됐다.

 

특히 복강경 수술 로봇 사업에 뛰어들게 된 배경에는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는 선친의 개인적인 꿈과 소망이 투영돼 있다. 엣지그라인더 개발을 계기로 회사가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미래컴퍼니는 2005 1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바로 그 즈음이었다. 서울대 기계공학과 출신으로 뼛속까지 엔지니어셨던 선친이남은 여생은 사람의생명을 살리는 기계를 만드는 일에 도전해 세상의이 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속내를 자식들에게 털어놓던 기억이 난다. 이후 선친은 첫째, 남들이 잘 도전하지 않는 어려운 분야이면서, 둘째, 수주산업의 고질적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고, 셋째, 사회에도 기여할 수 있는 산업 분야가 무엇인지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고민했고, 다양한 대안 중 2005년 당시 한국에 처음으로 도입된 다빈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약 2년간 선친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수술 로봇 전문가들과의 만남을 청했다. 미국과 일본을 정말 제집 드나들듯 돌아다니던 기억이 난다. 의료장비, 기계공학 관련 학술대회나 전시회 등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국내외 연구소의 연구원 및 명문대 교수들과의 네트워크를 넓혀갔다. 그렇게 전문가 풀(pool)을 넓혀나가다 퍼듀대(Purdue University) 공대(College of Engineering) 기계공학과의 윌리엄 페이니(William J. Peine) 교수와 만나게 됐고, 페이니 교수가 이끄는 퍼듀대 연구팀과 협력해 2007년부터 본격적인 수술 로봇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디스플레이 산업과 동떨어진 의료장비 분야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 반발은 없었나.

 

우선, 산업 분야가 다르긴 하지만 디스플레이 장비나, 수술 로봇이나 기본적으로정밀기계. 모든 기계의 핵심은 시스템을 설계·제작·운영하는 데 있어서 모든 기능을 정밀하게 제어하고 측정하는 일이다. 제어계측이 틀어지면 기계는 오작동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다빈치 같은 다완(多腕) 로봇의 경우 로봇 팔이 집도의와 혼연일체가 돼 움직이도록 하는 게 핵심인데, 그러려면 4개의 팔을 사람이 자유자재로 정밀하게 조종할 수 있어야 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을 통해 쌓아왔던 제어계측 분야의 기술 역량이 수술 로봇에도 충분히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처음 복강경 수술 로봇 사업을 시작할 때에는 미래컴퍼니 내에서가 아니라 별도의 자회사를 만들어 R&D를 시작했다. 사업의 독립성과 집중도 측면에서 디스플레이 장비업과 분리시켜 시작하는 게 옳다고 봤기 때문이다. 2006년 말 당시 미래컴퍼니 전체 직원 수는 188명이었다. 이렇게 작은 조직에서 연구 인력만 최소 수십 명은 필요한 복강경 수술 로봇 개발을 추진한다는 건 맞지 않다고 봤다. 기존 미래컴퍼니에서 신사업을 추진할 경우, 미래가 불확실한 수술 로봇 사업보다는 당장 돈을 벌어주는 디스플레이 장비 쪽으로 모든 자원이 우선적으로 배분될 게 뻔했기 때문이다.

 

 

 

연구 인력만 몇 만 명에 달하고 모든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 대기업이라면 최소 10∼20년은 기다려야 하는 장기 R&D 과제라 할지라도 자체적으로 추진하는 게 별반 문제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원도, 인력도 제한적인 중소기업에서 장기 R&D 과제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건 어지간한 결심 가지고는 엄두도 내기 힘든 일이다. 무엇보다 CEO의 확고한 의지와 전폭적 지원이 중요하며, 신사업의 독립성과 지속가능성을 지켜줄 수 있는 최소한의 시스템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 미래컴퍼니가 래보라는 자회사를 통해 복강경 수술 로봇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특히 래보는 퍼듀대 페이니 교수팀과 함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고 초기 연구 개발을 시작했다. 2007 8월 출범한 래보는 그해 12월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국책 연구과제인 국제산업기술협력사업복강경 수술용 로봇 개발과제의 주관기관으로 선정됐는데 당시 컨소시엄 핵심 파트너 중 하나가 퍼듀대였다. 특히 래보는 페이니 교수가 퍼듀리서치파크(Purdue Research Park)에 운영 중인 연구실에 당사 소속 연구원들을 1년여간 파견해 그곳 석·박사 학생들과 함께 프로토타입 개발을 진행하도록 했다.

 

프로젝트 관리를 미국 현지에서 직접 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선진국의 앞선 기술력을 배워와 국내 연구소에 전수하라는 취지도 강했다. 매출액 1000억 원도 안 되는 중소기업으로선 매우 이례적인 투자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물적, 인적 투자를 통해 결국 래보는 2008 4월 수술용 로봇의 1차 프로토타입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의료장비 분야 사업 실적이 전무한 상태에서 어떻게 퍼듀대와 협력할 수 있었나?

 

1차적으로는맨 땅에 헤딩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본격적으로 복강경 수술용 로봇 개발에 뛰어들기 전 약 2년 동안 선친은 국내외를 막론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전문가들을 만났다. 당시만 해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같은 게 발달된 때도 아니었기 때문에 개인적 인맥을 최대한 활용해 소개에 소개를 받아 전문가들을 찾아 다녔다. 그렇게 사방팔방 돌아다니다 만나게 된 인사 중 한 사람이 바로 페이니 교수였다.

 

처음엔 페이니 교수도 의료 장비와는 거리가 먼 회사, 그것도 의료장비 시장에선 들어보지도 못한 회사에서 수술용 로봇을 만들겠다고 하니 의아해 했다고 한다. 교수를 설득하는 데만 꼬박 8개월이 걸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전해 들은 이야기지만 페이니 교수는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계를 만들고 싶다는 선친의 확고한 비전과 의지에 감복해 협력을 맺고 공동 연구에 나서게 됐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 같은 CEO의 비전과 의지야말로 신생 회사인 래보가 세계적인 명문 공대인 퍼듀대와 협력을 이룰 수 있게 만든 근본 원인이 아닌가 생각한다.

 

기업의 차별화 역량이 반드시 눈에 보이는 유형의 자원일 필요는 없다. 물론 대규모 공장과 첨단 설비, 수백, 수천 명의 연구인력을 가지고 있다면야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무형의 가치, 즉 기업의 비전과 조직원의 열정도 차별화 요소가 될 수 있다. 솔직히 페이니 교수 입장에선 한국의 이름없는 신생 중소기업과 수술용 로봇 사업을 시작할 하등의 이유가 없었다. 물론 우리가 프로젝트 지원금을 주긴 했지만 그런 돈은 우리보다 자금력이나 기본적인 R&D 역량이 뛰어난 다른 기업도 얼마든지 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페이니 교수는 같은 공학도로서남들이 다 하는 쉬운 일은 하지 않겠다 CEO의 도전 정신에 매력을 느꼈고사람의 생명을 살리는 기계를 개발해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 CEO의 비전에 감복해 높은 점수를 줬던 것 같다. 다시 말하지만 눈에 보이는하드웨어(물리적 자산)’뿐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소프트웨어(기업의 비전)’도 얼마든지 기업의 차별화 포인트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를 남들에게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절대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특히 중소기업일수록 뚜렷하고 명확한 목적의식을 갖는 일이 대기업에 비해 훨씬 쉬울 수 있다. CEO의 의지만 확고하다면, 동시에 CEO가 독단적으로 일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투명하고 정직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열린 마음으로 직원들과 소통한다면, 모든 조직원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리더의 비전에 동참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더욱 리더십이 중요한 것 같다.

 

수술용 로봇 개발에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다. 대기업도 하기 어려운 일 아닌가?

 

맞다. 민간 기업, 그것도 중소기업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게 사실이다. 그래서 자체 투자 외에 정부 국책과제사업 지원을 통해 R&D 비용을 조달했다. 2007년 이래 세 번 연속 수술 로봇과 관련된 국책과제사업 주관기업4 으로 선정돼 총 200억여 원의 정부출연금을 지원받았다. 첫 번째 국책과제에선 전체 로봇을 제어할 수 있는 마스터 플랫폼 개발에 주력했고, 두 번째 국책과제에선 초소형 카메라가 장착된 로봇 팔, 내시경, 인공 관절, 영상 시스템 등 수술 로봇의 세부 모듈 고도화에 집중했다.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세 번째 국책과제에선 실제 상품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R&D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복강경 수술 로봇처럼 고도로 복잡한 기계 개발 과정을 위에 언급한 국책과제들로 단순화할 수는 없다. 훨씬 더 세분화된 프로세스와 복잡한 모듈 개발을 통해서만 완성될 수 있는 프로젝트다. 이 모든 과정을 단일 기업 혼자서 해내는 건 불가능하다. 인튜이티브서지컬 역시 IBM, MIT, 존스홉킨스대 등과 긴밀한 협력하에 다빈치를 만들 수 있었다. 의학과 공학, IT가 완벽하게 융합돼야만 탄생할 수 있는 제품이기 때문이다.

 

 

 

레보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맨 처음 수술 로봇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미국 명문 공대인 퍼듀대와 함께 연구한 것처럼 전체 기술개발 과정의 핵심 길목마다 적절한 파트너들과 협력하기 위해 노력했다. 전체 수술 로봇 시스템의 마스터 플랫폼 개발은 미래컴퍼니가 주도하더라도 최적의 로봇 개발을 위해 혼자서 하기 힘든 부분은 분야별 최고 전문가와 손잡고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렇게 최고의 파트너들과 컨소시엄을 이뤘기 때문에 정부 국책과제에 세 번 연속 선정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수술 로봇 관련된 두 번째 국책과제에 지원할 때에는국립암센터-현대중공업-삼성테크원컨소시엄과의 경합에서 이겼다. 정부출연금 액수가 무려 150억 원을 넘는, 과제에 지원한 컨소시엄 수만 14개에 달했던 대형 R&D 프로젝트였다. 당시 업계에선 현대중공업-국립암센터 컨소시엄이 프로젝트 주관사로 선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우리 이턴5 컨소시엄에 돌아왔다. 주관사인 이턴의 경우 일찌감치 자체 수술 로봇 프로토타입을 개발(2008) 2년여간 동물 대상 실험을 해온 거의 유일한 업체였을 뿐 아니라 함께 컨소시엄을 이룬 참여기관 역시 각 분야별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기술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수한 컨소시엄 파트너의 단적인 예로 KAIST 기계공학과 권동수 교수가 이끄는 메디컬로봇팀을 꼽을 수 있다. 권동수 교수는 국내 수술 로봇 분야의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으로, 무흉터 내시경 수술인노츠(NOTES, 몸 외부에 인위적인 구멍을 뚫지 않고 입, 콧구멍, 항문처럼 인체의 구멍을 통해 수술도구와 카메라를 집어넣은 후 체내 장기에 구멍을 뚫어 수술)’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그만큼 체내 좁은 공간에서 내시경과 로봇 팔이 자유자재로 움직이도록 하는 기술력 측면에선 국내 최고라 할 수 있다. 이런 세부 기술 하나하나마다 최고의 전문가를 찾아 컨소시엄을 구성했기 때문에 국책과제 선정에서 대기업 컨소시엄에 맞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현재 레보아이로 임상실험 중이라고 들었다. 제품 특징에 대해 설명해 달라.

 

사실 임상실험 시기를 3년 정도 앞당길 수 있었지만 레보아이의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해 시기를 늦추고 제품 성능을 개선하다 보니 올해부터 본격적인 임상에 돌입했다. 성능은 다빈치와 대등한 수준이면서도 경쟁력 있는 가격과 편의성을 제공하는 게 미래컴퍼니의 목표다. 현재 다빈치 대당 가격은 30∼40억 원 안팎이다. 연간 유지 비용도 1∼2억 원가량 들어간다. 로봇 팔 끝에 장착하는 수술도구는 10번밖에 사용할 수 없어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그 교체 비용만 개당 300∼400만 원에 달한다. 병원에서 큰마음을 먹고 구입한다 해도 투자비를 회수하기가 만만치 않다.

 

일반 복강경 수술 대비 로봇 수술에 들어가는 추가 비용이 적게는 400만 원에서 많게는 700만 원에 달하는 이유다. 한마디로 현재 복강경 수술 로봇은 너무 고가라서 환자들에게나 병원 모두에게 부담이 크다. 이에 따라 미래컴퍼니는 합리적인 가격대로 레보아이를 시판해 가성비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다.

 

 

미래컴퍼니 김준구 상무

 

후발주자로서 다빈치보다 더 나은 수술 로봇을 만들려고 하다 보니 시행착오도 많이 겪은 게 사실이다. 사실 메인 플랫폼은 초기 퍼듀대와 공동 개발해 내놓은 2008 1차 프로토타입 제품과 가장 최신 제품이 완전히 다르다. 전혀 다른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변화가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전반적인 제어계측과 주요 모듈 간 인터페이스를 관장하는 메인 플랫폼만 여섯 차례 변경했기 때문이다.

 

메인 플랫폼을 수차례 뜯어고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 통상 엔지니어들은 일반 직원들과 달리 특유의 자존심과 고집이 있어서 자신이 공들여 개발해 놓은 시스템을 폐기처분하고 새로 시작하라고 하면 일반인들보다 훨씬 더 반감을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평소 경영진과 조직원 간 신뢰하는 조직 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플랫폼 개선 과정도 큰 갈등 없이 진행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미래컴퍼니는 한 달에 한 번씩 CEO가 직접 팀장 리더십 회의를 주재하며 경영상 중요한 의사결정 사항을 공유한다. 단순히 영업 성과만 보고하는 데 그치지 않고, 회사의 중장기 사업 계획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공개한다. 이렇게 경영진과 조직원 간 서로 믿고 서로의 의견을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보니 수술 로봇의 플랫폼을 변경하는 중대한 의사 결정을 내릴 때에도 구성원 간 허심탄회한 토론을 통해 개선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이처럼 지속적인 플랫폼 버전업(version-up) 덕택에 레보아이의 작동 반경은 크게 개선됐고, 수술 적응증(適應症)의 범위도 일반 외과·비뇨기과·부인과·소아과·이비인후과 등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수 있었다. 수술 로봇의 생명인 정밀도와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도전적인 목표의 R&D를 준비하는 중소기업을 위해 유경험자로서 조언을 해준다면?

 

R&D는 결국 기술적 탁월성과 실행이 핵심이다. 기술적 탁월성이 없는 R&D는 존재 의미가 없으며, 실행이 없는 R&D는 상업성이 없다. 두 가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많은 경우실행이 무엇인지에 대해 오해한다. , 실행을 수익 창출과 동일하게 여기는 오류를 범한다.

 

많은 기업에서 실행을 하면 바로 성과를 내야 한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어려운 기술일수록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당연지사다.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쉽게 포기해 버리면 결국 아무 결과도 얻지 못한다. 일단 도전적인 R&D 과제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3년 안에 수익을 못 내면 사업을 접는다는 식의 마인드를 가져선 절대 안 된다. 훨씬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물론 애초에 R&D 과제 선택에서부터 신중을 기해야 하는 건 기본이다. 자원의 제약이 큰 중소기업이 잘못된 선택지를 계속 붙잡고 있다가는 회사가 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래컴퍼니가 수술용 로봇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에 앞서 사업 타당성을 검증하는 데만 2년 가까이 투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우선, 정말로 성장 가능성이 높고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기술 영역이 어디인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일단 찾았다면, 인내심을 갖고 뚝심 있게 밀어붙이는 추진력과 실행이 뒤따라야 한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CEO의 의지가 중요하다. “무엇이든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 독창적인 아이디어만 가지고 오면 필요한 자금은 충분히 지원해 주겠다는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이런 면에선 중소기업에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통상 2∼3년 안에 실적을 내야 하는 전문 경영인과 달리 10년 넘게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사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도전적인 R&D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나가기 위한 보다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조언을 한다면, R&D 포트폴리오를 전략적으로 다각화하는 노력을 병행해 나가야 한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미래컴퍼니 역시 수술용 로봇이라는 장기 R&D 과제를 수행하면서 중기 과제로 3D 센서 개발 병행을 함께 추진했다. 패널업체의 설비투자 순환에 따른 매출 변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술용 로봇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선 최소 10년은 걸릴 것이라고 봤기 때문에 그 중간에 좀 더 현실적인 매출 성장 목표를 채워줄 수 있는 기술 개발이 필요했다.

 

결국, 제품을 출시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time-to-market)을 줄일 수 있는 신사업 영역이 무엇인지 탐색하기 위해 2009년 미래컴퍼니 안에 신사업TF팀을 신설했고, 4년여의 시행착오 끝에 ToF(Time of Flight, 레이저 파장을 전송한 후 피사체로부터 반사돼 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를 인식하는 기술) 방식의 3D 센서 카메라 모듈6 로 가닥을 잡았다. 2014년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ToF 방식 3D 센서 카메라인큐브아이(Cube Eye)’는 작년 하반기부터 양산에 돌입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액이 일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3D 센서 카메라 모듈로 신규 매출원을 확보하게 되면 향후 레보아이 사업화에 더욱 박차를 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속적인 플랫폼 업그레이드 R&D를 위한 여력을 확충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방실
기업가정신센터장 smile@donga.com

  • 이방실 이방실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MBA/공학박사)
    - 전 올리버와이만 컨설턴트 (어소시에이트)
    - 전 한국경제신문 기자
    smile@donga.com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