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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여전히 전략의 실행은 중요하다

이형오 | 206호 (2016년 8월 lssue 1)

 

오늘날 한국 기업들은 기존 선진국 기업들뿐 아니라 새롭게 부상하는 중국 기업들과의 경쟁이라는 중요한 환경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기업이 환경에 적응해 생존을 모색하는 방법이 전략인데, 전략은 일반적으로 개별 사업 차원의 경쟁전략과 전사 차원의 기업전략으로 구분된다. 기업전략은 다시 다각화 전략, 글로벌 전략, 수직통합 전략으로 세분화된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세계 시장으로 진출해 활로를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글로벌 전략은 다시금 강조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중요한 이슈다. 또 수직통합전략은 산업 및 기업의 발전과정에 크게 의존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논의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본 글에서는 다각화 전략을 중심으로 한국 기업의 전략적 방향을 생각해보고자 한다.

 

다각화 측면에서 한국 기업들은 주로 일본 기업 등 선진 기업들이 구축해놓은 사업 분야로 진출해 빠르게 학습하면서 이들을 추격, 추월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대표적 사례는 전자산업에서 찾아볼 수 있다. 삼성전자나 LG전자 등 한국 기업들은 과거 일본 기업들이 주도해온 가전,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기존 사업 분야에서 오늘날 세계적인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러한 경쟁력 확보가 가능했던 것은 기술 패러다임의 변화, 그리고 그에 대한 발 빠른 적응 덕분이다. , 한국 기업들은 기술이 아날로그 기반에서 디지털 기반으로 변화하는 환경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

 

이러한 경쟁력 변화를 제품 아키텍처(architecture), 즉 구조 관점에서 분석하는 연구도 있다. 후지모토 다카히로 도쿄대 교수는 제품 아키텍처를 모듈러(Modular)형과 인티그럴(Integral)형으로 구분했다. 전자는 PC처럼 부품의 기능과 구조가 일대일로 대응하는 조합형이고, 후자는 승용차처럼 부품의 기능과 구조 사이에 복잡한 상호관계가 존재하는 통합형이다. 후지모토 교수는 이 개념에 기반해 국가별 기업들의 경쟁력을 분석했는데, 전통적으로 일본은 인티그럴형, 중국은 모듈러형, 한국은 그 중간인 세미-모듈러형에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개념을 활용해보면, 전자산업의 경우 디지털화와 더불어 제품들이 인티그럴형에서 모듈러형 또는 세미-모듈러형으로 변화했다. 또 그에 따라 한일 기업들 사이에 경쟁력 변화가 생겨난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오늘날 한국 기업들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 역시 바로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전자를 비롯한 많은 산업군에서 제품이 점점 모듈러형으로 변화하면서 중국 기업들이 빠른 속도로 경쟁력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한국 기업들이 일본 기업들로부터 시장을 획득해온 것과 유사한 양상이 중국 기업들과 한국 기업들 사이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어떠한 전략을 취해야 할까? 하나는 일본 기업들이 실제 전자산업에서 그렇게 했듯 인티그럴형 쪽으로 사업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기존의 모듈러형 또는 세미-모듈러형 분야에 머무르면서 더 뛰어난 기술개발과 원가절감을 통해 중국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이다.

 

전략은 수립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행하는 것이 그 이상으로 중요하다. 한국 기업들이 다각화 측면에서 어느 쪽으로 간다 하더라도 그곳에는 여전히 경쟁자가 존재한다. 성공 여부는 결국 전략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실행하는가에 달려 있다. 실행에 있어서 특히 중요한 것은 개별 기업을 뛰어넘어 생태계 차원의 역량을 구축하는 것이다. 가령 인티그럴형 사업 분야에서는 거래처들과의 긴밀한 상호협력을 강조하는 동반성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면 모듈러형 또는 세미-모듈러형 분야에서는 아웃소싱이나 오픈 이노베이션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와 같이 현재 한국 기업들에는 효과적인 전략의 수립과 실행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오늘날에는 주어진 기존 환경하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게 하는 핵심 역량도 중요하지만 변화된 새로운 환경하에서도 경쟁우위를 유지하도록 하는동적능력(Dynamic Capability)’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사실 국내 기업들에위기란 너무도 익숙한 용어다. 우리 기업들이 현재 처한 위기를 훌륭한 전략과 동적능력을 통해 극복하고 21세기를 리드하게 되기를 진심으로 기대한다.

 

 

 

이형오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전략경영학회장 hyungoh@sm.ac.kr

 

필자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 학위를, 일본 도쿄대에서 경제학 석사 및 경제학 박사(경영학 전공) 학위를 취득했다. 일본 히토츠바시대에서 조교수를 지낸 후 숙명여대로 옮겨와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이며 하버드대(방문학자)에서도 연구했다. 현재 한국전략경영학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한일 기업 관련 다수의 논문 및 도서를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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