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R in Practice

할머니의 레서피로 만든 ‘슈퍼잼’ CSR 세상에 건강한 변화 바람을 불게 했다

199호 (2016년 4월 lssue 2)

Article at a Glance

무설탕, 무방부제, 저칼로리 천연 과일잼슈퍼잼

영국의 청년 기업가 프레이저 도허티가 개발한 100% 천연 과일잼. 슈퍼잼 레서피 제공자인 할머니를 기리기 위해 소외된 노인들을 위한 티파티를 정기적으로 열고 스콘과 함께 슈퍼잼 제공. 취지에 공감한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자신들이 사는 동네에서 노인들을 위한 티파티 행사 개최. 슈퍼잼은 이런 자발적 행사에 이벤트 준비 지원금조로 100파운드씩을 지급. 자발적으로 티파티를 개최한 이들은 행사 동영상 및 사진을 슈퍼잼 페이스북에 게재. 기업의 CSR 활동을 통해 소비자들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한 대표적 모범 사례. 

 

편집자주

기업의 비전과 중장기 마스터플랜에 부합하는 CSR 활동을 전략적으로 수행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글로벌 선도 기업들은 어떻게 CSR을 기업 전략과 융합했을까요. 세계 유수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를 통해 전략적 CSR 활동에 대한 통찰을 얻어 가시기 바랍니다.

 

‘태풍과 사과이야기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전설이다. 1991 9월 일본열도에 풍속 50m가 넘는 엄청난 태풍이 몰아쳤다. 풍속의 단위는 초(second). 시속 180㎞가 넘는다는 의미다. 태풍은 사과 산지인 아오모리현을 강타했다. 90%가 넘는 과일이 나무에서 떨어졌다. 수확을 코앞에 두고 있었던 농부들은 망연자실했다. 낙과(落果)는 보통 주스나 잼의 원료로 사용된다. 사과 궤짝에 넣어 팔 수도 있지만 가격의 자릿수가 다르다. 그나마 떨어지지 않은 사과도 태풍에 상처를 입었다. 상처 난 사과는 보통 사과만큼 가격을 받을 수 없다. 헛농사를 지은 셈이다.

 

한 젊은 청년이 아이디어를 냈다. “이번 태풍을 견뎌낸 사과를 전국의 신사(神社)를 중심으로 판매하는 건 어떨까요? 곧 수험철이고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의 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신사에 모일 것 아닙니까? ‘떨어지지 않는 사과라고 해서 팔아보지요.” 메이지 신궁을 포함한 8군데의 신사에서 도와주기로 했다. 가지에 붙어 있는 사과 한 개를 조그마한 박스에 넣었다. 박스의 한쪽 면에는합격이라고 붉은 글씨를 인쇄했고, 또 다른 면에는태풍 속을 견디고 있는 사과나무그림을 그렸다. 그리고는 개당 1000엔을 붙였다. 준비한 30만 개 사과가 모두 팔렸다. 출하량은 형편없이 떨어졌지만 판매액은 오히려 올랐다.

 

과일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스토리텔링 사례가 있다. 바로 설탕 없이 과일과 과일즙만으로 만든 저칼로리 무방부제 천연과일 잼슈퍼잼(SuperJam)’이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슈퍼잼

 

영국에 프레이저 도허티(Fraser Doherty)라는 어린 학생이 있었다. 할머니가 잼을 참 잘 만드셨다. 맛을 본 동네 사람들은 누구나 그 잼을 좋아했다. 맛의 비법이 궁금한 도허티는 할머니를 졸랐다. 할머니는 소년을 불러 2파운드를 주고는 오렌지 몇 개와 설탕 한 봉지를 사오게 했다. 할머니의 레서피로 만든 잼을 들고 동네 한 바퀴를 도니 4파운드가 생겼다. 할머니로부터 제조 비법을 배운 뒤 그대로 만들어 동네에 팔았다. 브랜드는슈퍼맨에서 착안, ‘슈퍼잼이라고 붙였다. 다들 좋아했다. 그렇게 하길 2, 손님들이 점점 늘었다. 소년은 과감하게 학교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그리고는 잼 사업에 몰두하기 시작한다.

 

16살의 사업가는 잼 시장이 정체기에 들어가 있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건강에 안 좋다는 설탕을 제거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다. 꿀을 넣었지만 단가가 높았다. 수백 번의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과일과 과일주스로만 잼을 만드는 데 성공한다. 잼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자. ‘과일과 다량의 설탕을 넣고 조려서 만드는 저장식품이다. 그렇다. 설탕이 들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슈퍼잼에는 설탕이 없다. 단맛은 천연 포도즙, 레몬즙을 사용해서 만든다. 그래서기타 잼류로 분류된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은 기사감이 아니지만 사람이 개를 물면 기사감이라는 오래된 명언이 있다. 학생이 공부를 접고 사업을 한다는 건 기사감이다. 좀 더 파보니 할머니로부터 정말 맛있는 잼 레서피를 받았단다. 한 꺼풀 더 벗겨보니 몸에 좋은 무설탕으로 만든단다. 화젯거리가 안 될 수 없다. 영국 총리가 이 이야기를 듣고 총리관저로 초청해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스코틀랜드의 대표 브랜드로도 선정돼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에 상품이 전시됐다. 러시아 교과서에도 실리고 중국 뉴스에도 나왔다. 한국에도 일치감치 소개됐다.

 

 

 

노인분들과 함께하는 슈퍼잼의 티파티는 유명하다. 도허티가 노인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까닭은 그의 정신적 지주이자 레서피 제공자인 할머니 덕분이다. 할머니는 도허티에게 외로운 노인을 찾아가보길 권유했다. 영국에서는 100만 명이 넘는 노인들이 혼자서 크리스마스를 보낸다고 한다. 도허티는 2007 4월 외로운 노인을 위한 이벤트를 열기로 결심하고 동네 주민센터에서 티파티를 개최했다. 음악과 춤, 따뜻한 차가 있는 낭만의 장을 마련한 것이다. 스콘(스코틀랜드 스타일의 작은 빵)과 슈퍼잼을 제공했음은 물론이다. 많은 이들이 감격해 했고, 고마워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도허티는 이 행사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1년 뒤 영국 전역에서 총 100여 차례 행사를 진행했다. 참석자는 많게는 500명에 이를 때도 있었다.

 

소소한 티파티가 만들어낸 변화의 물결

 

도허티는 사업을 배우는 과정에서 같은 영국 브랜드 이노센트(Innocent)로부터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DBR 192작은 뜨개질이 만들어낸 기적의 스무디참조.) 특히 이노센트의 대의 마케팅 모델인빅 니트(Big Knit)’ 캠페인에서 사회공헌 관련 아이디어를 많이 얻었다고 한다. 티파티 소요 용품 중 하나가 찻주전자에 씌우는 보온용 덮개(tea cosy). 티파티가 시작된 후 한두 명이 덮개를 사용했다. 이에 착안해 도허티는 매주예쁜 덮개콘테스트를 인터넷상에서 열었다. 우승자에게는 잼 몇 병을 주는, 아주 소소한 행사였다. 하지만 이렇게 소소한 재미들이 오히려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덮개 모양은 점점 정교하고 창의적으로 발전해나갔다. 사람, 동물, 과일 등 다양한 모습이 등장했다. 마치 빅 니트의 모자가 우사인 볼트, 배트맨 등의 캐릭터 모양을 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할머니들이 많이 참석하다 보니 뜨개질도 주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니트 담요 100여 장을 만들어 인도의 장애 고아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티파티에서 즐거운 티타임도 즐기고, 덮개 콘테스트로 재미도 느끼고, 작은 봉사활동을 통해 남을 돕는 기쁨도 얻는다.

 

이런 좋은 행사가 알려지면서 슈퍼잼 회사 차원에서 주관하는 정규 행사 외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행사를 개최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슈퍼잼은 이들을 위해 행사 준비 지원금조로 이벤트당 100파운드를 지원한다. 자발적으로 티파티를 개최한 이들은 인터넷에 행사 동영상을 올리고, 슈퍼잼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린다. 이를 본 다른 사람들도 행사 개최에 대해 슈퍼잼에 문의한다. 바로 이것이 제대로 사회를 바꾸는 방법이다. 사회적 혁신이 일어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기폭제 역할을 해야 한다. 모든 사회공헌을 나 혼자 다 할 수는 없다. 나를 따라 하는 이들이 자발적으로 탄생하도록 만드는 게 관건이다. 티파티 행사를 통해 슈퍼잼이 그렇게 했다. 슈퍼잼이 마중물 역할을 하면서 선순환을 창출한 것이다.

 

 

도허티는 1988년생이다. 아직 서른도 채 안 됐다. 그렇지만 그의 경영철학은 신선하다. “선행을 베푼다고 해서 반드시 자선단체를 세우거나 거액의 돈을 기부할 필요는 없다. 가치 있는 물건을 만들고 사람들에게 진정한 가치를 주는 물건을 제공해 그들의 삶을 조금이라도 낫게 만들면 그게 선행이다. 일자리를 창출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삶의 이유를 알려주는 것도 선행이다선행을 하면, 다시 말해 상대방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주면 상대방도 당신과 당신의 회사에 애정을 갖는다당신이 성공하도록 격려하는 충성고객이 된다.” 잼이라는 아주 오래된 산업에서천연 과일 100%’라는 강력한 키워드로 업계를 혁신하고 있는 젊은이의 생각이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최근 지인을 통해 도허티에게 몇 가지 궁금한 점을 물었다. 불과 이틀 만에 친절한 답신이 왔다. 현재 전체 슈퍼잼 매출액 중 영국 내 판매비중은 80%. 도허티는 글로벌 사업에 더욱 박차를 가해 현재 20%인 해외 매출 비중을 오는 2020년까지 85%로 끌어올린다는 야심 찬 계획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의 추석, 중국의 춘절처럼 국가별 명절 시기에 선물하기 좋은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전략을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유럽에 비해 잼을 많이 찾지 않는 아시아 시장 내 사업 확대를 위해 현지의 어떤 음식과 궁합이 맞을지에 대한 연구도 계속하고 있단다. 새로운 사회공헌 아이템 개발에도 주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도시 양봉사업을 지원하는슈퍼허니프로젝트다. 공기가 탁한 도심을 꿀벌이 윙윙거리는 도시로 변모시키려는 아름다운 의도다.

 

슈퍼잼 사례는 제품보다 사람을 중심으로 하는 스토리텔링이 훨씬 강력하다는 걸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단순히 설탕 없는 건강한 잼을 만든 게 중요한 게 아니다. 할머니를 졸라 맛있고 건강한 잼을 배웠고, 할머니를 생각하며 소외된 노인들을 위로할 티파티를 열고,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CSR에 힘쓰고 있는 청년 기업가 도허티가 있었기에 슈퍼잼은 더욱 강력한 파워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제품이 아닌 사람 중심의 스토리텔링. 그 주인공의 생명력은 영원하다. 마치 스티브 잡스가 여전히 우리의 마음속에 살아 있는 것처럼 말이다.

 

신현암 삼성경제연구소 자문역 gowmi123@gmail.com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성균관대에서 박사(경영학) 학위를 받았다. 제일제당에서 SKG 드림웍스 프로젝트를 담당했고, CJ엔터테인먼트에서 근무했으며,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및 사회공헌실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브랜드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공저)> <잉잉?윈윈!>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18호 Dynamic Workspaces 2021년 04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