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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발 전략

극한적 불확실성 앞에 선 선두주자 네이버, 능동적 유연성으로 ?者되다

이장우 | 196호 (2016년 3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네이버의 성공 사례는 ‘M-eso 모델로 설명된다. M-eso 모델은 네이버가 혁신 모멘텀(Momentum)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기업가 이니셔티브(Entrepreneur Initiative), 전략적 의사결정(Strategic Decision Making), 조직화(Organizing) 및 이들 개별 요소 간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네이버는 창업자 이해진 의장이 혁신 프로세스를 주도함으로써 기회를 획득했고 환경 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진화적 방식으로 전략을 수립했다. 또 셀 조직으로 분권화함으로써 고객중심주의와 현장중심주의를 구현했다. 전략부서가 없음에도 네이버가 시장에 누구보다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다. 이 모든 것들이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함으로써 네이버는 불확실성 환경 속에서 인터넷 시장의 강자가 될 수 있었다.

 

최근 급격한 기술 변화로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파괴적 혁신자가 의외의 장소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런 극한적 불확실성에서의 경쟁우위와 경영방식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 인터넷과 모바일 산업에 존재하는 극한적 불확실성을 전략적으로 극복한 네이버의 사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고에서는 극한적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 노하우를 네이버 사례를 바탕으로 정리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한국은 구글 검색엔진이 1위를 못하는 3개 국가(한국, 러시아, 중국) 중 하나다. 그리고 그 핵심에 네이버가 있다. 2015 11월 현재 네이버는 시가총액 기준 국내 기업 12위다. SK텔레콤, POSCO, LG전자를 앞서고 있다. 이런 성과는 인류가 처음 경험하는 인터넷 혁명기에 창업해 검색엔진, 포털 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 제공과 시장 창출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가 크다. 네이버의 성공은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에서 백지에 그림을 그려나가는 식으로 이뤄졌다. 네이버가 태동할 당시, 어떤 서비스 수요와 비즈니스 모형이 가능할지에 대한 사전 분석과 예측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네이버는 이런 극한적인 불확실성(Extreme Uncertainty) 환경에서 새로운 서비스와 시장을 만들어내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이런 성공방식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것이다. 과거에는 주로 철저한 기획과 분석 과정을 거쳐 매력적인 시장 기회를 발굴하고, 이 기회를 잡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해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면 성공할 수 있다고 봤다. 하지만 이런 접근 방식은 비교적 불확실성이 크지 않은 시장에서 후발주자로서의 이점을 최대한 활용하려 할 때에 한해 유효하다. 네이버는 이와 다른 길을 갔다. 기업가적 마인드를 가진 경영자가 일정한 혁신 프로세스를 주도함으로써 불현듯 나타나는 기회들을 획득해나갔다. 사전적인 계획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환경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진화적 방식을 채택해 전략을 수립했다. 또 조직을 셀 단위로 분권화함으로써 고객중심주의와 현장주의를 구현했다.

 

네이버의 창발 경영: M-eso 모델

 

네이버는 극한적 불확실성에 처한 다른 기업들과 같이 조직 차원에서 창발성을 관리한다. 예를 들면 셀 조직으로 분권화해서 고객중심주의와 현장중심주의를 구현했다. 하지만 단순히 이 단계에 그치지 않고 조직 차원에서의 현장성을 지원하는 전략 체계도 갖췄다. 전략 체계는 사전적인 계획에 의존하기보다는 환경변화에 지속적으로 대응하는 진화적 방식을 택했다. 또 최고경영진에서 기업가 스스로가 일정한 혁신 프로세스를 주도함으로써 누구보다도 먼저 기회를 인지하고 획득했다.

 

 

 

2014년 한국경영학회는 네이버의극한적 불확실성 환경에서의 성공적인 경영방식을 탐색하기 위해 사례연구를 진행했다. 연구 결과로 M-eso 모델을 제시했다.1  M-eso 모델은 네이버의 혁신 모멘텀(Momentum)을 기업가 이니셔티브(Entrepreneur Initiative), 전략적 의사결정(Strategic Decision Making), 조직화(Organizing) 및 이들 개별 요소 간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을 설명한다.

 

 

 

첫째, 기업가 이니셔티브가 네이버의 혁신 모멘텀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슘페터(Schumpeter)는 기존 자원의 새로운 결합을 통해 새로운 시장기회를 창출하는 것을 혁신이라고 봤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기업가의 역할을 강조했다. 네이버의 경우에도 한국에서 인터넷 검색시장과 일본을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새로 개척하는 데 창업자 이해진 의장의 이니셔티브가 절대적인 역할을 했다. 이 의장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전이라는 문구를 구체적으로 표현한 적은 없다. 그렇다고 비전이 없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는 것 같다. 우리에게는 항상 할 일이 있었고 나가야 할 흐름과 앞길이 항상 눈앞에 보였던 것 같다. 인터넷 검색 서비스를 너무 하고 싶어서 네이버를 창업했다. 검색 서비스가 인터넷 세계의 고속도로와 마찬가지여서 정보를 관리하고 힘을 갖게 하는 원천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지난 15년간 성공과 실패를 수없이 반복했다. 늘 새로운 과제에 봉착했고 새로운 고민거리가 생겼다… 우리는 검색시장에서 야후를 이기기 위해 100가지도 넘는 아이디어를 내고, 수많은 실험과 투자를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지식iN’이다.”

 

이 의장은 회사의 커다란 비전을 제시했다. 또 다양한 시도와 실천적 기다림을 통해 기회를 포착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했다.

 

1)이장우, 김희천, 김동재. 2015. 극한적 불확실성(Extreme Uncertainty) 환경에서의 기업경영: 네이버 사례연구. Korea Business Review,19(3):151-171.

 

 

라인(Line) 사업도 2000년 네이버 재팬을 설립한 이후 오랜 기다림과 끝없는 노력의 결과다. 네이버는 2000년 일본에서 성공하고자 현지 법인을 설립한 이래 한 차례의 철수와 재진입을 반복하면서 일본 시장을 노렸다. 일본에서 인터넷 관련 사업에 투자한 비용만 어림잡아 4000억 원이 넘는다. 이처럼 반복적인 노력과 지속적인 투자는 기업가의 뜻과 비전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것이 없었다면 아마도 그런 인내와 반복된 투자를 해낼 수 없었을 것이다. 라인 성공의 바탕에는 창업자의 뜻과 의지, 즉 이니셔티브가 있었다.

 

둘째, 이런 기업가 이니셔티브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이 있었다. 네이버의 전략적 의사결정 과정은전략은 곧 계획이라는 통상적인 관점과 맥을 달리한다. 이 의장은나는 늘 사업은 미사일 같은 것이라고 얘기한다. 대포처럼 딱 쏜 것이 맞는 게 아니다. 가다보면 계속 바뀌는 것이 사업이다. 시장도, 경쟁자들도 늘 바뀐다고 말했다. 환경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네이버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시도하고 소비자 반응과 시장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서 전략을 발전시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를 진화적 전략과정이라 부를 수 있다.네이버는 전략부서가 없다. 전략은 현장에서 나오는 것이다라는 것이 이 의장의 철학이다. 이런 그의 철학은 예측보다는 다양한 실험, 현장 중심, 유연성이 내포된 진화적 전략과정에도 반영돼 있다.

 

셋째, 네이버는 2014 4월 조직개편을 통해 웹툰/웹소설, 동영상, 사전, 클라우드 등 모바일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이 있는 분야 6개를 선정하고 이를로 각각 분할했다. 셀 조직은 해당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획, 개발, 디자인 등 제반 기능을 내포한 소규모 자기완결형 조직이다. 네이버는 셀 조직 단위를 소규모화해 창업기업의 절박함과 기업가정신을 구현하고자 했다. 이 의장은모든 성공들이 마지막 단계에 나타난다. 절박한 순간 마지막에 터져나오는 게 큰 성공인 것 같다. 요즘 회사를 쪼개는 이유는 절박한 환경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네이버는 셀 조직에 서비스를 개발하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인력과 자원, 그리고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창업 초기부터 강조한 고객중심주의와 현장중심주의를 구현할 수 있었다. 늘 사용자를 보고 받아들일 수만 있다면 그 회사는 늘 잘될 수 있고 크게 위험하지 않다라는 이 의장의 말은 불확실성이 높은 환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와 현장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설명한 기업가 이니셔티브, 전략적 의사결정, 그리고 조직화는 서로 유기적으로 상호 작용하면서 네이버에서 상승 효과를 만들어냈다. 다양한 실험, 학습, 유연성이 중요한 진화적 전략과정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기업가정신, 현장중심주의, 고객중심주의를 고무시키는 조직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비전 설정, 실천적 기다림, 과감한 결단으로 요약되는 기업가의 이니셔티브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진화적 전략과정과 이를 뒷받침하는 조직화가 필수적이다. 네이버 역시 창업자인 이 의장의 기업가정신과 현장중심주의 등 진화적 전략과정에 더해 이에 조직화가 적절히 어울러졌기에 성공을 이뤄낼 수 있었다.

 

 

 

선발주자(First Mover)가 되기 위한 길

 

M-eso 모형으로 요약되는 네이버의 경영방식은 불확실성에 놓인 국내 기업들에 많은 시사점을 제공한다. 특히 네이버가 실천한 창발경영은 국내 기업들이 새로 추구해야 할 혁신 패러다임의 방향을 제시한다.

 

위기에 처한 한국 기업들은 이제 재빠른 후발주자에서 선발주자로 위치를 바꿔야 한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사고방식과 경영 노하우 없이는 불가능하다. 미래로부터 다가오는 기회를 남보다 먼저 알아보고 이를 재빨리 낚아채는 재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창발성으로 인한 극한적 불확실성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혁신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세계적으로 성공을 거둔 기업가들을 직접 만나보면 막상 그 평범함에 놀라곤 한다. 그들은 스스로도 천재라고 불리길 거부한다. 그들은 타고난 천재성보다 성공 기회를 만나게 해준 운()에 더 감사한다. 그들 대부분이 수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불현듯 찾아온 기회를 잡아 성공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들은 자신의 꿈을 이뤄줄 미래에 달라붙어 끈기와 절실함으로 일상을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성공을 이뤄냈다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 산업화와 정보화를 이루는 과정에서의 성공은 개인이나 조직의 학습력이 큰 역할을 했다. 선발주자로부터 지식과 경험을 얼마나 빨리 배우느냐가 중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새로운 기회를 획득하게 해주는 창발성을 전략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네이버는 인터넷 시장의 검색 서비스에 이어 라인이라는 SNS를 통해 선발주자가 됐다. 일본에서 시작해 지금은 세계 5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라인의 사례를 보면 이해진이라는 타고난 천재가 하루아침에 일확천금의 사업을 일으킨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앞에서 본 것처럼 전략적이고 다차원적인 창발경영이 있었기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 창발혁신의 과정은 험난했다. 라인 사업이 새로운 기회로 떠오를 때까지는 법인 설립 후 11년 동안 끝을 알 수 없는 기다림이 있었다. 이런 사례에서 보듯 미래 탐험이란 천재가 만들어내는 족집게 투자가 아니다. 자신의 꿈을 위해 끝을 알 수 없는, 그래서 미련하고 바보스러워 보이는 반복 과정을 통해 비로소 성공을 쟁취할 수 있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선발주자가 되기 위한 혁신을 원한다면 주어진 시간과 공간에 창발경영 프로세스를 심어놓아야 한다.2

 

개인이나 조직은 강력하게 충전된 꿈과 비전을 바탕으로 본연의 활동을 정성스럽게 반복하는 과정에서 남들에게 없는 안목을 소유하고 반보 앞선 예측을 하게 될 것이다. 기업은 이런 안목과 예측력에 기반해 남들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유연하게 낚아채면서 선발주자로 나설 수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서 수동적인 기업 조직으로는 21세기가 요구하는 유연 기업(Flexible Company)이 될 수 없다. 극한적 불확실성을 주도할 수 있는 능동적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더욱 강력한 정체성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명확한 비전과 강한 의지로 충전된 기업만이 갑자기 떠오르는 기회를 먼저 알아채고, 이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성공경제연구소 소장 antonio@k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KAIST에서 경영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로부터올해의 최고 논문상을 수상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창조경제연구원장으로 있으면서 ‘1인 창조기업’ ‘창의인재 동반제도등 주요 정책들을 제안했다. <대한민국 강소기업, 스몰 자이언츠> <동반성장> <창발경영> 10여 권의 저서를 출간했다.

  • 이장우 이장우 | - (현)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사)성공경제연구소 이사장
    - 한국경영학회 회장
    - (전) 2009 ~ 2014 창조경제연구원장
    antonio@k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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