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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앞을 내다보고 생태계를 생각하라"게이츠,그로브,잡스에서 전략을 얻다

데이비드 B.요피 (David B. Yoffie) | 196호 (2016년 3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질문

경영인은 어떻게 더 나은 전략가로 발전할 수 있을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몇 단계 앞을 내다보라. 그 다음 현재 비즈니스에 어떤 시사점을 주는지 되짚어보라.

- 크게 베팅하라. 하지만 회사를 걸고 베팅하지는 말라.

- 단순히 제품보다는 플랫폼과 생태계 관점에서 생각하라.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6년 겨울 호에 실린 ‘Mastering Strategy’를 번역한 글입니다. 이 기사에 대해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7206에 내용을 남기시거나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전략에 대한 논의들은 대부분 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기업의 전략을 만드는 사람들은 어떨까? 경영인들은 어떻게 전략가적 재능을 개발할 수 있을까?학습에 있어 그 분야의 거장으로부터 배우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다. 이것이 바로 하버드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분야의 맥스 & 도리스 스타(Max and Doris Starr) 교수인 데이비드 B. 요피와 MIT 슬론 경영대학원 경영학 분야의 SMR 특훈교수(Sloan Management Review Distinguished Professor)인 마이클 A. 쿠수마노가 최근 발간한 책의 핵심 개념이다. 두 교수는 모두 경영전략 분야의 전문가다. 한 명은 하버드에서, 그리고 또 다른 한 명은 MIT에서 30년 이상 관련 내용을 강의해왔다. 더군다나 요피와 쿠수마노는 세계적 기술 선도 기업들을 지휘한 일부 경영인들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으며 연구 및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요피와 쿠수마노는 그들의 책 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그리고 애플을 이끈 전 CEO들의 커리어를 통해전략에 대한 인사이트를 탐색한다.

 

이에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의 편집국장인 마사 E. 망겔스도르프가 요피와 쿠수마노를 만났다. 그리고 게이트와 그로브, 잡스의 사례를 통해 현직 경영인들이 어떻게 전략의 기술을 마스터할 수 있는지에 대한 방법들을 이야기했다. 해당 인터뷰 내용을 편집·압축해 여기 소개한다.

 

MIT SMR:

최근 발간된 책, 는 컴퓨터 산업에 있어 입지전적인 CEO 세 명인 빌 게이츠, 앤디 그로브, 스티브 잡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전략에 대한 교훈들을 다루고 있습니다. 특별히 그 세 명을 대상으로 글을 쓴 이유가 있습니까?

 

요피:세 사람을 선택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이유로 그들이 이끈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 애플은 어느 시점에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회사가 됐습니다. 우리는 세 CEO들이 자신의 커리어에서 탁월한 업적을 달성했기 때문에 그들의 회사가 와해되지 않았다고 믿으며, 이런 측면에서 해당 기업들을 살펴봤습니다.

 

둘째, 우리는 오랜 시간에 걸쳐 이 세 명의 리더들을 관찰했고 함께 일한 경험도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 각자에 대해, 그리고 그들의 업적과 그들의 회사에 대해 굉장히 잘 알고 있습니다. 또한 그들은 모두 CEO로서 임기를 끝냈고, 그들이 떠난 다음에도 회사가 지속적 성과를 보여준 사실을 알고 있기에 우리는 논리를 발전시키는 데 좀 더 완전한 그림을 그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 CEO들의 성공뿐 아니라 그들이 때때로 당면했던 문제들과 실패도 알고 있습니다.

 

그 점이 책에서 꽤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세 CEO의 성공담뿐 아니라 진행이 잘 안 됐던 일들, 그리고 경영자로서 그들이 변화시키고 개발한 분야들을 읽어나가는 과정이 꽤 재미있었습니다. 책에서 특히 호기심을 자극한 개념 중 하나로, 전략적 사고는 리더가 시간을 두고 꾸준히 발전시켜나가는 역량이라는 관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세 경영자들도 처음부터 그렇게 탁월한 전략가들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물론 그들이 내린 몇 가지 위대한 결정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지만 말이죠. 이 부분에 대해 좀 얘기해보죠.

 

 

요피: 그 점에 있어서는 앤디 그로브가 가장 설명하기 쉬운 인물일 것 같군요. 왜냐하면 그는 실험실에서 연구개발에 몰두하는 과학자로 커리어를 시작했으니까요. 그가 인텔의 출범과 조직 구축을 돕기 위해 커리어에 또 다른 행보를 내디뎠을 때까지도 그는 사실상 운영 관리자에 불과했습니다. 그는 부문 하나를 이끌었고, 그런 다음 최고운영책임자(chief operating officer)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로브가 1983년에 쓴 책 한국에서는관리혁명이란 제목으로 1996년 출간-역주)>는 전적으로 중간관리자의 업무효율을 높이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로브는 CEO로 취임하고 몇 년 후에야 비로소 효과적인 전략가가 됐습니다. 그로브가 이런 발전과 변화를 이룰 수 있었던 데에는 새로운 것을 배우고자 하는 열망, 즉 자신의 역량을 부단히 뛰어넘고자 하는 그의 의지도 한몫했습니다.

 

예를 들어, 앤디는 원래 브랜드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엔지니어였습니다. 그는 산업재에 해당되는 반도체를 컴퓨터와 다른 전자제품용 부품으로 기업들에 판매하고 있었거든요. 소비자 브랜드를 구축한다는 개념은 그에겐 완전히 딴 세상 얘기였죠. 하지만 그는 소비자 브랜드가 무엇인지, 그리고 소비자 주도의 풀전략(consumer pull,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 선호도를 높이는 마케팅 활동을 통해 소비자 스스로 제품을 선택하도록 만드는 전략-역주)이 인텔 같은 산업재 회사에 어떻게 작용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이런 모든 학습 과정을 통해 1991년에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마케팅 캠페인이 탄생했고 이 캠페인을 통해 인텔은 세상에서 가장 가치 있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됐습니다.

 

 

쿠수마노: 전략가로서 성장하는 것에 대한 답변을 계속하면 빌 게이츠는 타고난 전략가이자 전략적 사상가라고 저희는 믿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학습 과정을 거쳤습니다. 자신의 견문을 넓히기 위해 학습한 거죠. 게이츠에 관한 유명한 일화가 있습니다. 1980년도에 IBM이 자신들의 신규 퍼스널 컴퓨터용 운영 프로그램에 대해 협의하기 위해 처음으로 그를 만나러 왔을 때 게이츠는 그들을 당시 게리 킬달(Gary Kildall)이 운영하던 다른 회사로 보냈습니다. 하지만 IBM 사람들이 다시 그를 찾아왔을 때에는, 게이츠도 자기 앞에 펼쳐진 기회를 확실히 파악했습니다. 완전히 새로운 산업을 창조할 수 있는 기회를 본 거죠. 그 이후 우리는 빌 게이츠가 만들어낸 여러 가지 탁월한 전략적 행보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IBM과 협력관계를 끊었고, 자신이 가진 자원들을 윈도 시스템에 투입했으며, 인터넷이란 신개념을 수용하고 확장했습니다. 그런 다음 인터넷 환경에 맞게 윈도와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를 개편했습니다.

 

게이츠가 진짜 배운 것은 실행과 조직에 대한 것들이었습니다. 그는 회사의 전 부문을 스스로 관리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게이츠는 코딩과 알고리즘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었기에 엔지니어들과 일대일 대응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오퍼레이션과 다양한 제품 그룹을 지휘하는 일은 자신과 다른 배경과 경험을 가진 재능 있는 관리자들을 찾기 위해 회사 밖으로 나섰습니다.

 

반면에, 스티브 잡스는 늘 제품에 관한 대단한 직관력을 갖고 있었지만 하이테크 세계에서 전략을 마스터하는 방법을 배워야 했습니다. 초기 애플의 전략은 위대한 제품을 선보이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에 한 제품씩 말이죠. 그는 2000년대에 들어서야 애플 경영진의 압력으로 전략을 조금씩 조정해 나갔습니다. 수년간 고집한 끝에, 잡스는 결국 더 광범위한 플랫폼 전략을 채택하기로 동의했으니까요. 맥킨토시뿐 아니라 윈도 사용자들도 수용 가능한 디지털 허브를 창조한다는 비전과 함께 말이죠. 우리는 아이팟(iPods)과 아이튠즈(iTunes)가 맥킨토시 사용자 외에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해나갈 때쯤에 비로소 잡스가 뛰어난 전략가로 바로 섰다고 생각합니다.

 

요피: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게 있습니다. 애플 CEO로 재임했던 초기 10년간 잡스는 실용주의자가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1990년대 후반에 접어들면서 그가 훨씬 더 뛰어난 전략가가 될 수 있었던 데에는 그가 실용주의 노선을 채택한 영향도 있었습니다. 그는 적과의 거래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애플의 경우에는 마이크로소프트였죠. 잡스는 업무를 위임해야 한다는 사실도 알게 됐습니다.

 

책에는 이 세 경영인들의 커리어를 통해 확인한 5가지 중요한 전략적 교훈이 실려 있습니다. 교수님들이 확인한 그 전략 법칙들에 대해 좀 설명해주시겠어요? 5가지를 모두 하나씩 얘기해보죠.

 

 

전략 법칙 #1: 앞을 내다보고, 현재 할 일을 되짚어 제시하라

 

요피: 관리자들은 본능적으로 과거를 돌아본 다음에, 이를 바탕으로 현재 필요한 일이 무엇인지 그 이유를 제시하는 습성이 있습니다. 이런 성향은 역사를 통해 배우고, 어제의 비즈니스에서 잘못했던 문제들을 성찰하고, 내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해결할지 결정하게 만듭니다. 하지만 위대한 전략가는 위대한 체스 선수, 또는 게임 이론가와 같습니다. 그들은 게임의 결과를 몇 단계 앞서 생각한 다음, 이를 통해 현재 필요한 일들이 무엇인지 그 이유를 되짚어 제시합니다.

 

전략가로서, 당신은 2, 3, 5, 7년 뒤 당신의 사업이 목표를 향한 여정에서 어느 지점에 도달하고 싶은지 생각한 다음, 그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회사가 현재 무엇을 해야 할지 그 우선순위와 경계를 정해야 합니다.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있어서도 고객이 현재 갖고 있는 문제만 해결해줄 게 아니라 고객이 향후 무엇을 필요로 할지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예측한 내용들을 이후 몇 년간 고객들을 위한 신제품과 신규 프로세스 측면에서 당신이 제공 가능한 역량들과 매칭해야 합니다. 또 경쟁자들이 어떤 일들을 벌일지도 예측할 줄 알아야 합니다. 그들이 당신의 제품을 모방하거나 당신이 속한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체계적인 장벽을 쌓는 방법을 찾아서 경쟁자가 향후에도 당신의 이점을 가로챌 수 있는 가능성을 낮춰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당신은 산업 전체가 어떤 변화를 겪을지도 예측해야 합니다.

 

이 전략의 핵심은 여러 단계를 앞서 생각한 다음에 그 결과가 기업의 현 상황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파악할 수 있도록 자신을 단련하는 겁니다. 바로 이 점이 세 명의 CEO 모두에게서 공통적으로 발견된 원칙이었습니다.

 

쿠수마노: 예를 들어, 세 명의 CEO들은 모두 무어의 법칙[Moore’s Law, 반도체 집적회로의 트랜지스터 수가 대략 1824개월마다 2배로 증가한다는 법칙]을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추론했습니다. 1970년대에 게이츠와 잡스는 둘 다 컴퓨터의 처리능력이 어디에서나 접할 수 있고 저렴해지고 있어서 결국 퍼스널 컴퓨터의 탄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근원은 바로 소프트웨어에 있으며, 하드웨어는 소모품이 될 것이고, 그렇기에 소프트웨어를 지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게이츠는 1975년에 폴 알렌(Paul Allen)과 함께 무어의 법칙을 알게 됐고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컴퓨터는 하나의 박스와 다를 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가치를 창출하는 근원은 바로 소프트웨어에 있으며, 하드웨어는 소모품이 될 것이고, 그렇기에 소프트웨어를 지배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그렇게 마이크로소프트는 본질적으로 소프트웨어 상품을 판매한 최초의 회사가 됐습니다.

 

잡스는 같은 법칙을 접했지만 이렇게 결론 냈죠. “컴퓨터는 우리 주변 어디든 존재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컴퓨터를 타자기나 토스터기만큼 쉽게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만들 것이다. 그것도 아주 독창적인 방법으로. 우리는 컴퓨터를 소비자 가전처럼 만들 것이다.”

 

그로브의 경우에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하지만 몇 년 후 그는 무어의 법칙이 컴퓨터 산업 전반에 방대한 규모의 경제와 전문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IBM과 디지털 이큅먼트(Digital Equipment Corp.)처럼 수직적으로 통합된 기업들은 각기 다른 성격의 세그먼트 전부에서 탁월함을 유지하고 우위를 점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그로브는 컴퓨팅 산업이 수평적으로 분산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 마이크로소프트를 위시한 몇몇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지배하겠지만 인텔은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이에요. 결국 그는 소모품 성격의 메모리 제품 등 대부분의 다른 사업에서 철수했습니다. 그리고 완제품 컴퓨터 시장에서 협력사들과 경쟁하지 않기로 결정했죠. 결국 인텔은 한 가지 층, 즉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집중하기로 합니다.

 

 

전략 법칙 #2: 크게 베팅하되 회사를 걸지는 말아라

 

쿠수마노: 세 경영인들은 모두 대형 베팅을 감행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절대 회사를 걸고 베팅하지는 않았죠. 이런 대형 베팅들을 늘 헤지(hedge)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이크로소프트의 큰 베팅 중 하나는 1991년에 IBM과 협력관계를 끊는다는 결정이었습니다. 게이츠가 이런 결정을 내렸을 때 즈음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미 호환 PC 시장에서 DOS와 이후 윈도 제품에 대한 다른 고객들을 많이 확보한 상태였습니다. 또 마이크로소프트에는 규모는 작지만 성장 속도가 꽤 빨랐던 애플리케이션 사업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또 매킨토시용 애플리케이션 사업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IBM과 파트너십 관계를 끊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에 엄청난 도박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빅 블루(Big Blue, IBM이 제품과 로고, 광고 등에 파란색을 주로 사용한 데서 붙여진 별칭-역주)야말로 마이크로소프트를 최강의 회사로 만든 주인공이었으니까요.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IBM과의 결별 때문에 망할 리도 없었던 겁니다.

 

전략 법칙 #3: 단순 제품이 아니라 플랫폼과 생태계를 구축하라

 

쿠수마노: 이 세 명의 경영인들은 플랫폼 전략이 무엇인지, 또 플랫폼 전략이 제품 전략과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지적 토대를 마련했습니다. 이렇게 대단히 중요한 전략적 콘셉트를 세 명 중 누가 조금 더 명확하게 정립했는지 구별하는 건 의미가 없겠죠.

 

예를 들어, 게이츠는 플랫폼의 중요성을 1980년에 IBM DOS 운영 시스템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면서 거의 즉각적으로 깨달았습니다. 게이츠는 IBM의 렌즈를 통해 플랫폼을 이해한 겁니다. 그는 IBM의 역사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었거든요. IBM의 메인프레임은 업계 표준이 돼 있었고, 다른 기업들은 이와 호환 가능한 하드웨어를 개발했습니다. 실제로 IBM 메인프레임을 본뜬 호환 제품들이 존재했습니다. 다수의 호환용 주변장치들도 있었고 IBM IBM 호환 기계에서 작동하도록 개발된 소프트웨어 제품들도 많았습니다.

 

그는 분명히 말한 바 있습니다. IBM과의 계약에서 마이크로소프트가 DOS 제품에 대한 사용 라이선스를 다른 회사들에도 줄 수 있도록 조건을 명시했을 때부터 자신은 이미 퍼스널 컴퓨터 분야에도 분명히 호환용 PC 산업이 생길 것을 알고 있었다고 말이죠. IBM 메인프레임에 대한 호환 제품들이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게이츠가 한 말은 저희 책에도 인용돼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는 퍼스널 컴퓨터가 하나의 플랫폼이 될 수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 시스템은 해당 플랫폼의 핵심 요소가 되리란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전략 법칙 #4: 유도의 레버리지 기술과 스모의 힘을 이용하라

 

요피: 위대한 전략가가 되려면 전술적 차원에서 전략을 실행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장기적 전략을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데는 당신의 고객들과, 당신의 경쟁자들과, 그리고 당신의 파트너들과 날마다 늘 하는 일들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는 현명함과 강인함 모두가 필요합니다. 현명함은 유도에서 중요한 개념이죠. 경쟁자의 강점을 역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 이를 당신의 장점으로 만들고, 이 방법으로 싸우기에 당신의 능력이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경쟁자와 전면 대결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겁니다.

 

전략적 측면에서 유도 기술을 활용한 예를 하나 들겠습니다. 잡스가 아이튠즈 출시를 준비하고 있었을 때, 애플의 점유율은 PC 시장 전체에서 고작 2%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잡스는 음반사 중역들과 협상하는 데 이를 자신의 강점으로 활용했죠. 그들에게 음원 라이선스를 시험 삼아 애플이 제시하는 조건에 계약하자고 설득했던 겁니다. 그는 실제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애플의 시장점유율은 겨우 2%. 그러니 당신들이 잃을 게 뭐가 있겠느냐?” 이 경우에는 애플에 대한 평가절하가 잡스의 뜻을 관철시키는 데 도움이 된 겁니다. 돌이켜 보면 그 계약은 음반 산업에 엄청나게 큰 실수로 남았습니다.

 

역으로, 기업의 규모가 충분히 크고 강력한 경우에는 다른 사업체들과 거래를 할 때 가능한 많은 가치를 끌어올 수 있도록 가차없이 몰아붙여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전략에 활용 가능한 스모 기술입니다. 주저없이 자신의 힘을 과시해야 하죠. 예를 들어, 게이츠는 고객과 경쟁자를 대하는 데 똑같이 강경책을 쓰곤 했습니다. 브라우저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애플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채택하도록 요구했을 때, 그는 매킨토시용 마이크로소프트 오피스 공급을 끊음으로써 당시 애플의 CEO였던 길 아멜리오(Gil Amelio)를 위협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사람들은 그의 이런 결정이 애플을 파산시킬 수도 있다고 믿었죠. 하지만 냉정함으로 치면 잡스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패드용 애플 아이북스토어(iBookstore)를 출시하기 위해 출판사들이 애플의 거래 조건을 받아들이도록 거의 협박 수준으로 강요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두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스모 기술은 독점금지법(antitrust)과 아슬아슬한 곡예를 하게 만듭니다. 마이크로소프트나 애플 모두 미국 법무부와 반독점 소송을 치르지 않았습니까?

 

 

전략 법칙 #5: 개인적 닻을 중심으로 조직을 구축하라

 

쿠수마노: 이 법칙이 가장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저희는 이 세 명의 CEO들이 어떻게 효과적인 실행력을 가질 수 있었는지 설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저희가 찾은 답은, 그들은 모두 바닥에 말뚝 하나를 단단히 박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개인적 닻(a personal anchor)이죠. 그 닻을 통해 회사를 키우고, 전략에 집중하고, 직원들을 고용할 수 있었습니다.

 

 

게이츠의 닻은 소프트웨어에 대한 그의 이해 수준이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됐을 때 소프트웨어에 대한 그의 이해도는 전 세계 누구 못지 않게 뛰어났습니다. 적어도 퍼스널 컴퓨터에 있어서는 그랬습니다. 잡스의 닻은 평균적인 사용자, 특히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이해하는 그의 엄청난 능력이었습니다. 그리고 앤디 그로브는 엔지니어 특유의 프로세스화 능력이 놀랍도록 잘 단련돼 있었죠. 그가 공학에서나 활용되던 법칙을 당시 체계없이 엉망이던 반도체 제조과정에 적용하려고 애썼던 것은 매우 분명한 사실이니까요. 과학적으로 접근했다기보다는 시행착오를 통해 경험적 기술을 익혀나가는 사업이 반도체였습니다. 당시 인텔은 일본 기업들의 공세에 나가 떨어져 있었는데 프로세스에 있어서는 일본 회사들이 인텔보다 더 앞서 있었죠. 하지만 앤디는 제조든, 마케팅이든, 영업이든, 전략기획이든, 자신이 하는 모든 일에 놀랍도록 체계적이면서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 방식, 그리고 강도높은 토론 문화와 프로세스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요피: 개인적 닻의 또 다른 특징에는 다소 역설적인 면이 있습니다. 당신은 본인이 진짜 잘하는 일에 깊숙이 뛰어들고 싶지만 동시에 고차원적 수준에서 그 분야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싶은 마음도 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나 자신을 알아야 하고, 내가 무엇에 뛰어난지 파악해야 하며, 내가 가진 약점도 알고 있어야 합니다. 당신이 기업가이든, 500억 달러 규모의 기업을 경영하든 상관없습니다. 핵심은 조직이 효과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당신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 주장이 회사 규모와 상관없이 똑같이 적용되며, 모든 CEO는 이 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로브와 게이츠의 경우에는 커리어 초기에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날카로운 실행력은 본인이 취약한 분야를 보완할 수 있는 올바른 인재들을 확보하고 자기 주위에 배치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었습니다.

 

물론, 잡스의 경우에는 커리어 초기에 이법칙을 제대로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1997, 잡스가 애플에 다시 합류했을 때 알아낸 사실 중 하나는 자신도 서툰 부분이 많고, 그래서 많은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개인적으로 뛰어난 역량을 어떻게 발휘하고, 또 그 역량을 조직에 어떻게 확대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했습니다. 그런 다음 공급망이나 재무처럼 자신이 능숙하지 못한 분야를 진두지휘할 경영인들이 조직에 있는지 확인해야 했습니다. 이 세 명의 경영인들은 모두 수년에 걸쳐 전략가로서의 기술들을 개발했고 자신의 커리어가 끝날 무렵에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강력한 전략가가 돼 있었습니다.

 

하지만 책에서도 지적했듯이 이들 CEO가 가졌던 비전 중 그 어떤 것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을 겁니다. 특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기술 분야에서는 말이죠. 이런 교훈이 기술 산업에 종사하는 차세대 CEO들에게는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까요? 다가올 차세대 기술 기반 사업가들에게는 무엇이 다를까요?

 

쿠수마노: 저희는 앞서 설명한 5가지 법칙들과 그 안에 담긴 세부 내용들이 차세대 리더들에게 엄청나게 유용하리라 생각합니다. 단지 고차원적인 법칙들만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최근 저는 강의에서 가장 가치가 높은 pre-IPO 기업들(회사가 향후 몇 년 이내에 상장을 약속하고 일정 지분을 투자자에게 매각해 자금유치 -역주)의 명단을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플랫폼 기업들이었죠. 그들은 에어비앤비(Airbnb)나 우버(Uber), 그 외 다른 많은 기업들처럼 어떤 형태나 방식이든 인터넷을 기반으로 수직 성장 중에 있었습니다.

 

또한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은 모두 앞서 설명한 법칙들을 통해 진화하고 있었습니다. 앞날을 내다보고, 현재 할 일들의 이유를 제시하고, 무엇을 할지 파악하고, 몇 가지 대형 베팅을 하고, 독립적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닌 플랫폼을 구축하고, 어떻게 현명하면서도 강인할 수 있는지 이해하고, 기업 설립자가 가진 강점들을 중심으로 회사를 구축하고 있었던 겁니다. 이런 회사들 대부분은 매우 확실한경쟁력(edge)’을 갖고 있습니다. 전략적, 혹은 기술적 집중 분야를 말하죠. 이런 경쟁력은 회사 설립자나 설립팀으로부터 유래합니다. 하지만 창업자들이 이후 더 다양한 재능을 갖춘 팀들로 조직을 제대로 확대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이룰 성공과 성장에는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우리는 5가지 법칙 모두 관리자들에게 큰 가치를 전달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차세대 기업가들에게 적용 가능한 2가지 교훈을 추가로 확인했습니다. 첫째, 당신이 지닌 개인적 닻을 중심으로 회사를 키우고, 그 장점을 유지하기 위해 개인적 닻을 조직 전체로 전파하는 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 닻이 당신의 역량을 제한하고 회사를 정체시킬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그리고 둘째, 성공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정에 내재된 도전을 인지해야 합니다. 일단 큰 성공을 이루고 나면 사람들은 자신이 구축한 플랫폼이라는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럴 경우, 그 다음에 오는 변화가 무엇이든 수용하기 매우 어려워집니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데이비드 B. 요피·마이클 A. 쿠수마노 (인터뷰어: 마사 E. 망겔스도르프)

 

 

  • 데이비드 B.요피 (David B. Yoffie) 데이비드 B.요피 (David B. Yoffie) | 하버드경영대학원 국제경영학 분야 맥스 & 도리스 스타(Max and Doris Starr)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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