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한 브랜딩 전략

늘 변신하는 평생 현역 마돈나 리스크테이킹의 용기, 우리 기업엔 얼마나…

196호 (2016년 3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유연한 브랜딩(flexible branding) 전략

1. 브랜드 확장을 통한 브랜드 의미 외연 확대: 캐논은 브랜드 의미를 단순히카메라 기술에 국한시키지 않고이미징 테크놀로지(imaging technology)’로 확대해 감으로써 프린터, 팩스 등 다른 제품군으로의 다각화를 효과적으로 추진하는 데 성공.

2. 브랜드 핵심 가치와 유연한 요소의 균형: BMW는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SUV 시장에 진출하고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 개발은 물론 외양도 파격적으로 바꿨지만 ‘ultimate driving machine’이라는 핵심 가치와 키드니 그릴(kidney grille)은 끝까지 고수함으로써 브랜드의 일관성과 유연성 간 균형 유지에 성공.

3. 외부 수혈을 활용한 변신: 1982년 데뷔한 마돈나는 만 5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가수로 꼽힘. 13개의 앨범을 내는 중, 적절한 시기마다 새로운 음악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변신을 거듭, 지속적 인기를 얻는 데 성공.

 

P&G(Procter & Gamble)의 아이보리는 한때 미국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비누였다. 아이보리는 P&G 초기 상품 중 하나로 1879년부터 생산됐다. P&G는 아이보리를 마일드한 향과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는 순수한 비누로 차별화해 포지셔닝했다. 아이보리의 순수함은 물에 비누가 뜬다는 점과

99 44/100% Pure”라는 광고 슬로건으로 강조됐다. 아이보리는 P&G 최초의 브랜드였으며 창립자의 아들이 직접 브랜드 출시를 주도한 역사적인 브랜드다. 아이보리는 긴 역사 동안 제품 성분과 포지셔닝이 바뀌지 않은 일관적인 브랜딩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1963년에 아이보리의 미국 비누시장 점유율은 60%에 달했다. 그러나 아이보리의 시장점유율은 2014 3.4%로 추락해 마이너 브랜드로 전락했다. 매출액은 830억 달러로 전체 P&G 매출액(11100만 달러) 가운데 극히 일부를 차지한다.

 

아이보리는 왜 쇠퇴했을까? 그 이유는 아이보리와 매우 유사한 포지셔닝을 갖고 있는 유니레버의 도브 브랜드를 보면 알 수 있다. 도브는 아이보리보다 훨씬 늦은 1955년에 출시됐다. 도브는 아이보리와 유사하게 흰색 비누로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포지셔닝을 갖고 있다. 최초 출시 후 40년간 도브는 아이보리와 마찬가지로 비누(bar soap) 브랜드였다. 그러나 유니레버는 지난 20년 동안 도브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다른 제품 카테고리로 확장했다. 도브는 보디워시, 클렌저, 샴푸, 화장용 물티슈, 보디로션 등으로 확장을 계속했다. 도브는 단순히 비누 브랜드가 아니라 개인 미용용품(personal care) 브랜드로 거듭나며 2014년 연 매출액 40억 달러를 기록했다. 비누 시장에서도 도브는 미국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4%로 아이보리(3.4%)를 압도하고 있다.

 

브랜드 일관성 vs. 브랜드 유연성

 

많은 기업들이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서 로고, 제품 디자인, 광고, 서비스 등 다방면에서 일관된 메시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려고 한다. 한 예로 LG전자는 100페이지가 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전 세계 LG전자 제품 판매 매장과 서비스센터에서 똑같은 브랜드 정체성을 알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고전적 브랜딩 전략의 기본은 일관성이었다. 강력한 포지셔닝을 위해 브랜드는 소비자가 브랜드 네임, 심볼에 노출됐을 때 자동적으로 연상하게 되는 혜택(benefit)을 정립하는 데 집중한다. 예를 들어 P&G의 아이보리는 제품 효용에 대해 일관적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1895년부터 “99 44/100% Pure”라는 슬로건을 무려 120년 동안 사용하고 있다. 미국 자동차 렌털 업계 2위인 Avis “We try harder”라는 문구를 50년 동안 일관적으로 사용 중이다. 1등이 아닌 2등 업체이기 때문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한다는 점을 강조한 전략적 슬로건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브랜드의 일관성을 강조하는 전략은 브랜드 빌딩 초기에 필수적이다. 브랜드가 시장 진입 초기에 포지셔닝, 디자인, 로고 등을 자주 바꿀 경우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관성 있는 브랜딩 전략을 계속 반복하는 것은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지루하고 늙었다고 느끼게 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이미 알고 있는 브랜드가 똑같은 메시지, 디자인을 반복할 때 지루함을 느낀다. 이러한 브랜드의 노화(ageing)는 시장점유율의 하락은 물론 궁극적으로 브랜드의 쇠퇴로까지 이어진다.

 

도브와 아이보리 사례는 일관성을 강조한 고전적 브랜딩 전략과 유연한 브랜딩(flexible branding) 전략이 브랜드의 발전과 쇠퇴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잘 보여준다. 유연한 브랜딩은 브랜드의 일관성을 강조했던 기존 브랜딩 전략에서 벗어나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는 브랜딩 전략을 말한다. P&G가 추구하던 고전적인 브랜딩 전략은브랜드 - 포지셔닝 -타깃 마켓간 강한 연결고리를 추구했기 때문에 다른 카테고리로의 확장(brand extension)이나 브랜드 포지셔닝 및 정체성에 변화를 주는 걸 금기시했다. 그러나 브랜드는 하나의 생물처럼 진화하고 변화해야 급변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소비자들의 취향, 생활방식, 경쟁자가 변화하기 때문에 브랜드 또한 진화를 거듭하지 않으면 아이보리처럼 도태되기 마련이다.

 

유연한 브랜딩 전략

 

브랜드는 변하지 않는 핵심 가치를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전달해야 하는 동시에 변화를 추구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줘야 한다. 이러한 변화 노력이야말로 브랜드의 노화를 막고 브랜드에 활력을 불어넣는 길이다.

 

유연한 브랜딩 전략은 크게 (1) 브랜드 확장을 통한 브랜드 의미 외연 확대 (2) 브랜드 핵심 가치와 유연한 요소의 균형 (3) 외부 수혈을 활용한 변신으로 나눠볼 수 있다.

 

1.브랜드 확장을 통한 브랜드 의미(brand meaning) 외연 확대

브랜드는 특정 제품 카테고리를 기반으로 시작되지만 시간이 흐름에 따라 다른 카테고리에 진출하게 된다. 이러한 브랜드 확장은 브랜드의 의미를 바꾼다. 루이비통은 귀족들의 여행용 가방, 로레알은 염색약, 에르메스는 말 안장으로 시작했다. 이 브랜드들이 최초의 제품 카테고리에만 집중했다면 오늘날과 같은 브랜드로 성장하지 못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브랜드가 제품 카테고리의 개척자여서 그 대명사로 불렸던 브랜드들은 새로운 경쟁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됐다. 제록스(복사기)와 폴라로이드(인스턴트 카메라)는 브랜드가 곧 제품 카테고리를 지칭할 정도로 시장 지배적인 브랜드들이었다. 그러나 이런 브랜드들은 다른 카테고리로의 확장을 통해 브랜드의 의미를 발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변화하는 시장에서 도태됐다.

 

 

브랜드 확장을 통해 브랜드의 의미를 발전시킨 대표적인 브랜드는 캐논이다. 캐논의 최초 제품은 1936년에 출시된 35㎜ 카메라였다. 캐논은 창사 후 30년 동안 카메라와 렌즈만 생산하는 카메라 전문 기업이었다. 1965년 복사기 시장에 최초로 진출해서 캐논 브랜드를 레이저 프린터(1975), 팩스 기기(1980), 잉크젯 프린터(1985) 등 다른 카테고리로 확장하기 시작했다. 브랜드의 의미를 단순히카메라 기술에 국한시키지 않고이미징 테크놀로지(imaging technology)’로 확대해 나가면서 제품군을 넓혀나간 것. 첨단 영상 광학 기술업체로 스스로를 자리매김한 캐논은 현재 브랜드의 시작이었던 카메라 시장에서 니콘과 1, 2위를 다투는 기업이다. 카메라의 전형적 브랜드인 니콘에 비해 캐논 브랜드는 확장된 의미를 갖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카테고리로 손쉽게 진출할 수 있다.

 

반면 니콘 브랜드는 카메라 카테고리와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카테고리로의 확장이 어렵다. 니콘은 1917년 세 개 광학기업의 합병으로 설립된 후 카메라와 광학 기기에만 몰두한 회사다. 이러한 특정 제품 카테고리와의 밀접한 관계는 소비자 머릿속에 니콘 브랜드를 전문적인 카메라 브랜드라고 인지하게 만든다. 그러나 이러한 전문성은 양날의 칼과도 같아서 다른 카테고리로의 진출을 어렵게 한다. 이처럼 급변하는 카테고리에서 경쟁하는 브랜드는 전문적인 인식도 중요하지만 브랜드 의미가 넓어서 다른 카테고리로 쉽게 진출할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 브랜드 확장은 손쉽고 빠르게 기본 브랜드의 명성을 이용해서 다른 카테고리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수단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브랜드 확장은 이러한 단기적인 성과를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브랜드의 의미 확장을 위한 브랜드 발전의 중요 요소라고 봐야 한다.

 

브랜드의 의미를 넓히기 위한 브랜드 확장은 무분별한 브랜드 확장과 다르다. 예를 들어 핸드백과 구두로 시작한 패션 브랜드가 각종 액세서리, , 향수, 화장품 등으로 확장을 시도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확장은 기존의 브랜드 자산을 소모시키기 쉬운 무분별한 확장의 대표적 예다. 추가적인매출혹은이익을 목표로 확장에 나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브랜드 자산을 갉아먹는 확장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확충해 나가는 전략을 펼치기 위해선 브랜드의의미’를 넓히고 브랜드와 소비자 간 접점(touch point)을 늘리는 게 최우선 목표가 돼야 한다.

 

삼성, 현대, LG와 같은 우리나라 기업 브랜드들은 브랜드를 여러 카테고리로 확장해왔다. 혹자는 여러 카테고리에 진출한 삼성, 현대 브랜드 역시 유연한 브랜드 전략을 취해온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브랜드 확장 전략은 인지도와 대형 기업 진단에 대한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 확장 전략이지 유연한 브랜드 전략이라고 하기는 어렵다.

 

우리나라의 대기업 집단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미쓰비시, 독일의 지멘스, 미국의 GE, 인도의 Tata와 같이 하나의 브랜드로 여러 카테고리의 제품을 판매하는 브랜드 전략은 해외에서도 존재한다. 이러한 전사 브랜드(corporate brand) 전략은 본 글에서 언급한 도브의 확장 전략과 한 가지 커다란 차이점이 있다. 도브는 보습(moisturizing)이라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차별화 포인트로 계속 활용했다. 반면 삼성, 현대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하나의 통일된 핵심 가치를 추구하는 게 아니라 일반적 가치인 신뢰나 인지도만 전달하고 있다. 하나의 브랜드로 여러 제품을 다른 가격대에 판매하기 때문에 삼성, LG와 같은 브랜드는 브랜드만의 통일된 정체성을 구축하기 어렵다. 그래서 삼성, 현대, LG는 갤럭시(삼성전자), 휘센(LG전자), 트롬(LG전자) 같은 하위 브랜드를 키우든지 그랜저, 제네시스, 에쿠스(이상 현대자동차) 같은 제품 브랜드(product brand)에 개성을 부여하려고 한다. 하위 브랜드와 제품 브랜드에 고유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이 같은 전략은 모기업 브랜드를 공동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 삼성, 현대, LG 브랜드에 남은 것은 높은 인지도와 신뢰 같은 기본적인 요소들뿐이고, 브랜드만의 고유한 가치(: BMW = 운전의 재미)는 남아 있지 않다. 외견상 여러 카테고리에 제품을 판매해 유연한 브랜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지도와 신뢰만 남은 브랜드라는 소리다. 인지도와 신뢰는 B2B 시장에서는 좋은 무기이지만 B2C 시장에서는 브랜드만의 고유한 가치가 없어 차별화가 힘들다.

 

 

2. 브랜드 핵심 가치와 유연한 요소의 균형

브랜드 정체성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 미션, 성격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브랜드의 의미는 브랜드 정체성의 반복으로 정립된다. 그러나 급격히 변하는 시장상황과 새로운 경쟁자들의 등장은 브랜드가 소비자를 놀라게 할 수 있는 새로움을 요구한다. 브랜드 정체성 측면에서의 일관성과 브랜드의 다각화라는 두 개의 상반된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변하지 않는 브랜드 핵심 가치가 무엇이고, 변할 수 있는 주변 요소는 무엇인지에 대해 각각 생각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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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MW ‘ultimate driving machine’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운전의 재미를 브랜드 정체성의 핵심 요소로 여긴다. BMW의 자동차는 5050의 전후 중량비를 갖고 있기 때문에 핸들링이 좋다. 역동적인 운동능력과 핸들링을 중시하기 때문에 BMW의 모델은 후륜구동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기술적 측면 외에 디자인 측면에서도 BMW의 키드니 그릴(kidney grille)은 차량 외관이 달라져도 바로 BMW 자동차임을 알 수 있게 해준다. 키드니 그릴은 1931년에 도입된 이후 BMW의 상징적인 디자인 요소가 됐다. 이러한 기술적, 디자인 요소는 BMW 브랜드의 핵심 요소이며 BMW의 플래그십 세단인 7시리즈부터 가장 작은 1 시리즈, 그리고 SUV 차량까지 모두 공유하는 요소다.

 

시장 상황 변화에 맞춰 BMW SUV도 출시했고 디젤 엔진을 장착한 차량도 개발했지만 역동적인 운동 능력은 포기하지 않았다. 클라우스 루테(Claus Luthe)의 간결했던 BMW의 디자인은 2000년대 중반 크리스 뱅글(Chris Bangle)이 급격하게 바꿨다. 측면부의 깊은 몰딩과 짧고 위로 올라간 트렁크는 파격적 디자인으로 인해 출시 초기 BMW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비록 초기 반발은 있었지만 이 디자인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자동차 디자인에 큰 영향을 끼쳤을 정도로 성공적이었음이 추후 판명됐다.) 2003년 출시된 5 시리즈 (E60) 역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한눈에 이 차들을 BMW 모델로 인식했다. 이는 BMW가 변하지 않는 핵심적인 요소들과 변할 수 있는 새로운 요소들을 구분해서 일관성과 신선함의 조화를 이뤘기 때문이다.

 

일관성과 유연성이라는 두 가지 상반된 명제를 추구하는 브랜딩은 에비앙의 예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에비앙의 포지셔닝은아이들의 물알프스의 물균형의 물균형된 힘의 물로 변화해왔다. 이러한 포지셔닝의 변화는 소비자들의 물에 대한 인식의 진화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변화한다. , 소비자가 물로부터 기대하는 가치는깨끗함건강으로 변화해왔다. 제네바 호수 인근을 수원으로 삼는 에비앙의 근본적인 브랜드 요소는 변하지 않았지만 에비앙의 포지셔닝은 물에 대한 소비자들의 태도의 변화를 반영해 진화해왔다.

 

3. 외부 수혈을 활용한 변신

올해로 데뷔 35년을 맞은 마돈나는 만 58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최고의 가수다. 마돈나는 13번째 앨범인 ‘Rebel Heart’를 홍보하기 위해 2015 9월부터 2016 3월까지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82개의 콘서트를 열고 있다. 1981년 데뷔 시절 당시 흔했던 댄스 가수 중 한 명이었던 마돈나가 오랜 세월 동안 현역으로 활동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마돈나는 새로운 음악 파트너와의 협업을 통해 자신의 음악에 변화를 주고 본인의 작사, 작곡 역량까지 끌어올린 음악가다.

 

마돈나는 디스코 시대의 끝 무렵인 1980년대 초에 댄스 가수로 데뷔했다. 마돈나의 데뷔 앨범과 두 번째 앨범인 ‘Like a Virgin(1984)’은 신시사이저와 드럼머신 사운드로 제작된 전형적인 1980년대 댄스음악이었다. 당시 수십 개의 고무 팔찌와 머리띠, 짧은 치마와 레깅스를 겹쳐 입은 마돈나의 패션은 1980년대 젊은 여성의 패션에도 큰 영향을 줬다. 마돈나의 변신은 세 번째 앨범인 ‘True Blue(1986)’에서 시작됐다. 마돈나는 두 번째 앨범까지 성공적이었던 댄스음악을 반복하기보다는 좀 더 진지한 사운드와 가사를 추구하기 위해서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인 스티븐 브레이(Stephen Bray), 패트릭 레너드(Patrick Leonard)와 함께 ‘True Blue’ 앨범을 작업했다. 당시 남편이었던 숀 펜과의 관계에서 영감을 받은 ‘True Blue’는 마돈나의 사랑, 일에 대한 비전, , 그리고 실망을 다룬 곡들로 이뤄져 있다. 마돈나는 네 번째 앨범인 ‘Like a Prayer(1989)’에서도 브레이, 레너드 팀과 협업했다.

 

 

1990년대 초반 마돈나는 이전까지의 큰 성공을 뒤로 하고 큰 위험을 감수한 색다른 실험들을 시도한다. 성을 원초적으로 다룬 ‘Erotica(1992)’ 앨범과 누드집을 동시에 발매하기도 했고, 배우로서도 적극적으로 활약하며딕 트레이시(Dick Tracy, 1990)’ ‘에비타(Evita, 1996)’ 등의 영화에 주연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마돈나가 큰 음악적 변화를 시도한 건 만 40세에 발매한 ‘Ray of Light(1998)’ 앨범에서다. 프로젝트 초기 마돈나는 잘 알려진 프로듀서인 베이비페이스(Babyface) 및 기존에 여러 번 작업을 같이했던 레너드와 데모작업을 했었다. 하지만 초기 작업한 곡들에 만족을 하지 못한 마돈나는 음악의 톤과 분위기를 중시하는 앰비언트 뮤직(ambient music) 장르의 작곡가인 윌리엄 오빗(William Orbit)과 손을 잡았다. 오빗은 베이비페이스나 레너드와 비교했을 때 대중적 인지도가 훨씬 떨어졌지만 마돈나는 기존 음악과 다른 새로운 방향의 음악을 추구하기 위해 과감한 선택을 했다. 모험은 성공적이었다. ‘Ray of Light’는 마돈나의 13개 스튜디오 앨범 중 가장 완성도가 높고 음악적으로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마돈나의 새로운 프로듀서 발굴을 통한 음악적 변신은 열 번째 앨범인 ‘Confessions on a dance floor(2005)’에서 다시 시작됐다. 열 번째 앨범 제작 프로젝트 초기, 마돈나는 ‘Music(2000, 여덟 번째 앨범)’ ‘American Life(2003, 아홉 번째 앨범)’에서 작업을 함께한 프랑스 작곡가 미르와(Mirwais)와 같이 일했다. 하지만 마돈나는 프로젝트 결과물에 만족을 하지 못했고, 결국 새로운 방향으로 음악을 바꾸기 위해 28세 나이의 영국 작곡가 스튜어트 프라이스(Stuart Price)의 도움을 받아 앨범을 제작했다. 댄스 가수로서 마돈나의 복귀를 화려하게 알린 ‘Confessions on a dance floor’ 앨범은 대표 싱글인 ‘Hung Up’의 성공으로 마돈나를 젊은 팬들에게까지 사랑받게 만들었다.

 

마돈나의 예에서 보듯이 지속적인 변신을 추구하기 위해 브랜드는 외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마돈나는 유연한 브랜드 전략의 두 번째 요소인 핵심 가치와 변화의 조화를 잘 이룬 엔터테이너다. 마돈나는 데뷔 초기부터 도발적인 성적 매력을 마돈나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유지했다. 음악, 패션에 있어서 마돈나는 핵심 가치를 유지하면서 변화를 추구했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자발적인 변화를 추구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외부의 신선한 아이디어, 창조성, 기술의 수혈이 있어야 브랜드는 변화할 수 있다.

 

마돈나 vs. 현대자동차 & LG전자

 

우리나라의 브랜드들도 종종 외부 수혈을 통해 브랜드를 재창조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Audi TT를 디자인한 피터 슈라이어를 영입해 기아 K 시리즈를 디자인했으며, 최근에는 제네시스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벤틀리와 람보르기니의 디자이너였던 루크 동커볼케를 영입했다. LG전자는 LG 시그니처 시리즈 출시 제품의 디자인을 뱅앤올롭슨의 여러 제품을 디자인한 톨스텐 벨루어에게 맡겼다.

 

마돈나와 현대, LG의 차이점은 위험 감수(risk taking)에 있다. 외부 전문가에게 디자인을 맡기는 시도가 우리 기업 제품의 디자인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아우디와 벤틀리, 뱅앤울룹슨에서 성공한 디자이너들에게 디자인을 맡기는 것은 안전한 선택이긴 해도 신선한 디자인이 나오기 어렵다. 기아의 K 시리즈는 훌륭한 디자인으로 찬사를 받았지만 뒷 모습이아우디 시즌 2’라는 비판을 받았다. 마돈나는 ‘Ray of Light’ 앨범을 작업할 때 앰비언트 뮤직 작곡가인 오빗을 기용했고, ‘Confessions on a dance floor’ 앨범에서는 기존 성공적인 작곡가를 제치고 28세의 프라이스와 작업을 같이했다. 브랜드가 새로운 변신을 하기 위해서는 외부 수혈에 있어서도 위험을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앞에서 언급한 BMW 수석 디자이너였던 크리스 뱅글은 미국 오하이오 주 출신으로 GM 자회사인 오펠과 이탈리아 피아트에서 10년 넘게 근무한 후 BMW에서 일을 한 외부인이었다. 이런 외부인에게 수석 디자이너를 맡겼기에 BMW 2000년대 중반 극적인 디자인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론

 

오늘날의 브랜드는 고전적인 브랜딩 기법인 브랜드 정체성 정립을 위한 일관성 추구만으로는 변화하는 소비자와 새로운 경쟁자 틈에서 신선함을 쉽게 잃을 수 있다. 현대의 브랜드는 일관성 못지 않게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도브의 예에서 보듯이 브랜드는 다른 카테고리로의 확장을 통해 브랜드의 의미를 변화시키고 외연을 넓혀야 소비자들의 생활에 보다 밀접할 수 있게된다.

 

유연한 브랜드는 핵심 가치와 변화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 유연성을 갖고 변화를 추구하는 것이 브랜드의 모든 것을 빠른 속도로 변화시켜야 함을 뜻하지는 않는다. 브랜드의 운영자는 우리 브랜드의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알아야 하며, 상대적으로 변하지 않는 브랜드의 핵심 요소가 무엇인지, 유연하게 변화시킬 수 있는 주변 요소가 무엇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일관성과 유연성이 조화를 이뤄야만 브랜드는 확고한 가치를 추구하면서 동시에 소비자에게 신선함을 줄 수 있다. 이러한 일관성과 유연성의 조화는 브랜드가 늙거나 쇠퇴하지 않고 소비자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게 한다.

 

마지막으로 브랜드는 외부의 신선한 아이디어, 디자인, 기술 등을 수혈해 진화해야 한다. 마돈나의 예에서 보듯 브랜드는 새로운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받아들여 원형의 모습에서 발전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브랜드들도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유연한 브랜드가 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를 정립하는 것이다. BMW운전의 재미라는, 마돈나에게도발적 성적매력이라는 핵심 가치가 확고하지 않았다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할때 방향을 쉽게 잃었을 것이다. 역설적으로 유연한 브랜딩에서 제1과제는 브랜드의 핵심 가치다. 우리나라 브랜드들도 한걸음 더 발전하기 위해서 브랜드가 추구하는 핵심 가치가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봐야 한다.

 

남명우 성균관대 경영대 교수 mwnam@skku.edu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 통계학 석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박사(마케팅) 학위를 각각 취득했다. 프랑스 INSEAD 교수를 지냈다. 주 연구 분야는 브랜딩, 광고, 소비자 정보 처리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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