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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 바니 유타대 최고석좌교수 강연 및 토론

"임원이 낙담하면 직원은 포기한다" 외부 환경 탓 말고 핵심역량 찾아라!

고승연 | 192호 (2016년 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향후 수십 년간 세계 연평균 GDP 성장률은 1.9∼2.1% 수준이 될 것이다. 다들 저성장이 일상화되는뉴 노멀이라고 하지만 1980년 이전까지 100년간의 전 세계 GDP 성장률이 2% 수준이었다는 걸 감안하면 오히려 정상상태로 돌아가는 것이라 볼 수도 있다. 따라서 기업들은 자신이 처한 글로벌 경제 환경을 탓하거나 자신이 속한 산업이 어렵다는 핑계만을 대고 있을 것이 아니라 기업 내·외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자신이 가진 자원에 기반해 가치가 있고, 희소성이 있으며, 모방하기 어려운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찾아내야 한다. 그것으로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를 만들어야 한다. 저성장 시대에도 기업은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다.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고, 이윤에 집중하며 비용을 줄여야 한다. 평범하지 않은 시장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혁신하라. 실수를 줄이되 혁신의 속도를 늦추지 마라. 그리고 포기하지 마라.

 

“우리 모두가 앞으로 경제성장률은 지난 30년처럼 높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고 있다. 다들 ‘New Normal(뉴노멀)’의 시대라고 말한다. 그런데 정말 앞으로 예상되는 2% 전후의 세계 경제 성장률이 비정상인 걸까? 그렇지 않다. 지난 30년이 오히려 평균적이지 않았고, 정상적이지 않았던 상황이라고 보는 게 맞다. 기업들이 자신의 경쟁우위를 차근차근 돌아볼 수 있는 기회다. 외부 환경의 변화를 탓하는 건 의미가 없다. 또한 너무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모두가뉴 노멀저성장이라는 단어를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시대에, 정작 세계 최고의 경영전략 석학은 이 같은 말로 강연의 막을 올렸다. 경영학계의 거장 제이 바니 유타대 석좌교수의동아비즈니스포럼 2015’ 오후 세션의 강좌를 듣기 위해 몰려든 한국의 경영학자들과 기업인들의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던 이유다. 2015 122, 1시간30분 가까이 진행된 바니 교수의 강의와 이후 1시간 넘게 진행된 김태영 SKK GSB 부원장과의 지정토론 중 핵심 내용을 요약해 싣는다.

 

 

제이 바니(Jay Barney)기업의 가용자원, 역량, 지속적인 경쟁우위 간의 관계에 관해 연구해온자원기반이론의 거장이자 세계 최고의 경영학자 중 한 명이다. 100건 이상의 논문과 6권의 단행본을 발표했다. 바니 교수의 연구결과는 전 세계적으로 경영전략 학자와 실무자들이 9만 회 이상 인용한 바 있다. 2010년에 경영학술기여상을 수상하는 등 경영학 관련 상을 휩쓸었으며 전 세계 50여 개 기업의 경영전략에 대한 자문을 했다. 현재는 유타대 전략경영 최고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기조강연

 

들어가며: 영광의 30, 그 이후

 

지난 30년은 지구상의 수많은 기업, 특히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에게는 역사상 유례없는 최고의 시기였다. 1980년 전 세계 GDP 7.6%를 차지하던 기업의 수익은 2013 9.8%에 이르게 된다. 매출이 아니라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한 나라의 GDP를 기준으로만 따져도 어마어마한데 전 세계 GDP를 기준으로 한수익의 비율이다. 좀 더 와 닿는 구체적인 사례로 지난 30여 년간 벌어진 기업들의 성장을 살펴보자.

 

월마트의 수익은 보츠와나(Botswana) GDP와 같다. 매출이 아니라 수익이다. 월마트 직원수는 라트비아(Latvia)와 슬로베니아(Slovenia) 양국의 인구 수를 합친 것 과 같다. 엑슨모빌의 수익은 볼리비아(Bolivia) GDP와 같은 수준이다. 애플의 시가총액은 러시아 전체의 주식시장 가치와 같다.

 

어떻게 이런 글로벌 기업, 대기업들의 놀라운 성장이 가능했던 것일까.

 

첫째, 전 지구적으로 중산층이 크게 늘었다. 새로운 중산층이 탄생했고 이들이 소비계층이 됐다는 얘기다. 1980년도에 신흥시장으로부터 발생한 전체 기업의 매출은 21%에 불과했지만 2013년도에는 41%에 이른다.

 

둘째, 비용이 낮아졌다. 신흥시장의 부상과 세계화 속에서 인건비가 낮아졌고, 기계와 로봇에 의한 자동화가 이뤄졌으며, 세율이 떨어졌다. 저금리도 유지되면서 자금조달도 쉬웠다.

 

셋째, 민영화와 탈규제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인도, 중국, 브라질과 같은 거대 시장에서 규제가 완화되고 발전, 석유산업 등 엄격하게 규제되던 산업에 대한 정부 규제가 사라지면서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해졌다.

 

이 같은 특별히 기업에게 유리했던 조건하에서 지난 30년간의 놀라운 성장이 가능했다.

 

그렇다면 이러한 성장은 앞으로도 지속가능할 것인가? 아마 아닐 것이다. 지난 30년간, 1980년부터 2013년까지 전 세계 연평균 GDP 성장률은 3.5%였다. 거시역사적으로 보면 그 성장률이 비정상에 가까웠다. 1880년부터 1980년까지 100년간의 전 세계 연평균 GDP 성장률은 2% 수준이었다. 우선 평균회귀라는 법칙을 떠올리기만 해도 조만간 성장률이 떨어질 것이라는 걸 직감할 수 있다. 또 지난 30년간의 저비용 현상도 이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세율은 떨어지지 않을 것이고 금리도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오를 것이다. 경제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로 많은 나라에서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 특히 숙련노동자들의 임금은 더 빠르게 상승하는 중이다.

 

 

기업들의 경쟁 양상도 변하고 있다. 1990년에는 <포천>지 선정 글로벌 500대 기업의 5%만이 신흥시장 국가에서 등장했지만 2013년에는 그 비율이 26%가 됐다. 인터넷 기반 기업들의 등장 역시 전통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스카이프가 글로벌 통신회사들을 위협했고, 에어비앤비가 전통적 호텔들에 도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비디오 가게를 문 닫게 만들었고 아마존이 오프라인 서점을 대체해버렸다. 우버는 택시에 위협이 되고 있으며 스포티파이1 는 라디오의 대체재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모든 것이 변하는 이 상황 자체가 모든 기업에 위기이자 기회다.

 

예측을 100% 맞추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미래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은 마치 캄캄한 시골길에서 단 하나의 빛도 없이 오직 뒷 유리창을 보며 후진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예측이 어렵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상황에서 감히예측이라는 걸 해보자면 아마도 향후 몇 십년간 세계 연평균 GDP 성장률은 1.9∼2.1% 정도 수준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1980년 이전의 평균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산업마다, 분야마다 차이는 크게 날 것이다. 3D프린팅 분야는 향후 5년 동안 최저 18%에서 최고 34%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클라우드 컴퓨팅 분야는 최소 24%에서 최대 30%까지 성장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당연히 국가별로도 다른 성장률을 보일 것이다. 미국은 2020년까지 잠재성장률이 2.1%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이며 유로존은 1.1%, 중국은 7.7%, 브라질은 4.1% 정도가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결국 외부환경이다. 반드시 예측대로 된다는 보장도 없고, 그 외부환경을 받아들이며 기업가들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다.

 

하지만 예측을 100% 맞추는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미래를 스스로 만드는 것이다. 안 좋은 경제상황 탓을 하거나 자신의 기업이 속한 산업 전반이 어렵다는 핑계를 대기보다 자신의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고 가진 자원을 따져서 경쟁우위는 어디에 있을지 고민해보자는 것이다.

 

세 개의 핵심 질문과 그에 대한 대답

 

많은 기업들이 예전과는 다른 상황과 환경에 직면할 것이라고 앞서 얘기했다. 그렇다면 여기 계신 여러분, 기업가분들은 이렇게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여러분의 회사가 경쟁우위를 얻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이게 많은 기업인들은 물론 경영학자들이 가진 근본적인 질문이다.

 

앞서 제시한 크고 근본적인 하나의 질문으로부터 우리는 조금 더 구체적인, 그리고 중요한 핵심 질문 세 가지를 도출해볼 수 있다.

 

첫째는현재와 미래의 저성장국면에서 뛰어난 재무적 성과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두 번째 질문은뛰어난 재무적 성과를 위해 필요한 전략은 무엇인가이며, 마지막 질문은뛰어난 성과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1. 저성장 시대에도 기업은 뛰어난 성과를 낼 수 있는가?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은 물론그렇다이다. 몇 가지의 기업 성공사례가 짧지만 강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폴라리스(Polaris)라는 회사부터 알아보자. 이 회사는 야외 엔터테인먼트 장비, 즉 스노모빌과 같은 레저 장비를 만들어 개인 소비자들에게 파는 회사다. 지난 10년간 시가총액 기준으로 연간 24% 이상 성장해왔다. 같은 기간 글로벌 레저산업 전체의 성장률은 얼마였을까? 연평균 9% 성장했을 뿐이었다. 그래도 꽤 빠르게 성장하는 산업군에 있었기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다시 질문해볼 수 있다. 그럼 다른 회사를 보자. 여기 계신 여러분들이 혹시 터퍼웨어(Tupperware)라는 회사와 브랜드를 들어봤는지 모르겠다. 지난 10년간 매년 평균 22.4%씩 성장해 온 회사다.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라는 생각이 드는가? 절대 아니다. 가정에서 쓰는플라스틱 용기를 만드는 회사다. ‘첨단 기술’ ‘최신 트렌드와는 거리가 먼 진정한 전통 산업군이다. 신흥시장에서 중산층이 성장했고 더 많은 이들이 플라스틱 용기를 쓰고 있긴 하지만 그래봤자 지난 10년간 이 산업 전체의 연평균 성장률은 3.6%에 불과했다.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주장대로산업성장률이 그토록 중요하다면 이러한 회사의 성장률은 말이 안 되는 거다. 하지만 결과는괄목할 만한 성장그 자체였다. 앞의 두 기업 사례를 좀 더 일반화해볼 수 있을까? 물론이다. 시가총액 상위 25%에 랭크된 미국 회사 중 30%는 미국의 평균 GDP 성장률보다 낮거나 같은 성장률을 보이는 산업군에 속해 있다. 앞선 사례와 방금 제시한 수치를 통해 알 수 있듯 전체적인 저성장 국면에서, 그리고 심지어 저성장 산업군에서도 기업은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성장이 가능하다. 결론은 자신이 속한 산업의 성장률만 보고 포기하지 말고, 글로벌 저성장 국면에 좌절하지 말고, 기업들 스스로 자신의 경쟁우위를 만들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는 자연스레 우리의 두 번째 질문으로 이어진다.

 

 

2. 어려운 상황에서도 탁월한 성과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전략은 무엇인가?

 

1)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라(Create Economic Value)

 

① 매출신장: 돈을 따라가라(Follow the money)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에 따르면, 글로벌 기업들의 향후 10년간 매출성장률은 40%에 이를 수도 있다. 이를 현실화시킬 수 있느냐 여부는 신흥시장에 달려 있다. 1990년부터 2010년까지 중산층에 12억 명이 편입하면서 소비계급으로 등장했다. 2015년부터 2025년까지는 추가로 18억 명이 편입할 수 있다. 당연히 신흥시장에서다. 앞으로 글로벌 경제 성장의 50%는 신흥시장에서 이뤄질 것이라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여기에서 기회를 잡아야 한다. 한국의 경우 그동안 대기업들이 놀라운 성장을 거듭해왔다. 중소기업들도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글로벌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동남아와 남미 등으로 나가야만 할 것이다. 물론 신흥시장의 성장을 이끄는 주 분야는 자본투자 섹터가 될 것이어서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은 생각보다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회는 그곳에 있을 수밖에 없다.

 

② 이윤을 창출하고 비용을 줄여라

너무도 당연한 얘기지만 저성장 국면에서는 기업 규모의 확장보다는높은 이윤율 창출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익을 남기기 위해서는 원가부터 잡아야 한다. 고성장 시대에는 인력을 보충하고, 부서를 더 만들고, 기회를 잡아야 한다. 하지만 지금부터 도래하는 저성장 시대에는내 비즈니스의 적절한 사이즈가 무엇인지부터 파악해야 한다. ‘슬림한 사이즈를 유지해야 한다. 회사의 크기는 적절하게 유지하되 수익 극대화 전략으로 가야 한다. 매년 10% 이상 성장하던 회사라도 전체 산업의 성장률 전망이 급격히 안 좋아지고 있고 자사의 성장률도 4∼5%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면 이땐 이 상황에 맞춰야 하는 것이다. 절대 매출 신장에 집착하지 말라. 고성장시대에 비대해진 조직을 다시 슬림화하고 인원도 줄여야 한다. 조직을 축소하고 감원하는 작업은 한번에 해야 한다. 단칼에 시행하지 않고 지지부진해지면 조직 전체에 불안감이 팽배해지고 남는 직원들도 급격한 사기 저하에 시달리게 된다. 그 다음에는 인건비가 낮은 지역을 찾아 나서야 한다. 기존에 인건비가 낮았던 지역이나 국가는 성장의 필연적 결과로 인건비 전체가 상승하고 있다. 과감하게 갈아탈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비용절감에 도움이 되는자동화에 나서야 한다. 지금까지 제시한 것들을 충실히 이행한다고 해도 더 치열해지는 경쟁 상황에서는 매출이 커지더라도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 지속적으로 비용절감 방법을 찾아야 하는 이유다.

 

2) 평범하지 않은 시장 포지션을 차지하기 위해 혁신하라

 

여기에서 말하는 혁신이란 세상에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는 것을 말한다. 이 모든 혁신의 출발은 여러분 회사의 현재 고객이 누구인지, 고객이 아닌 사람들은 누구인지를 구분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블루오션전략과 일맥상통하는 것일 수도 있다. 일단 예전에 컨설팅을 했던 한 회사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는 게 좋을 듯하다. 미국의 한 가공식품 회사는 미국 서부와 동부에 각각 하나의 제조시설을 갖추고 있었다. 동부의 제조시설에서는 오직 한 고객사인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업체에만 제품을 공급했다. 비즈니스가 아주 쉬울 수밖에 없다. 공급하는 제품의 리스트도 하나이고 그 안에서의 연구와 개선만 하면 된다. 문제는 서부였다. 362개의 고객사가 존재했고, 274개의 제품 리스트가 있었다. 즉 그 수만큼의 각기 다른 레서피가 존재했다. 먹어봤더니 맛에 별 차이도 안 느껴졌다. 영업사원들은 자신들의 제품을 팔면서 고객사에게무엇을 원하든 그대로 재료를 가공해 공급해주겠다고 약속하는 상황이었다. 각기 다른 레서피에 따른, 맛도 별 차이가 안 나는 가공식품을 제공하기 위해 매번 제조시설을 멈추고 다 청소한 다음 다시 기계를 돌려야 했다. 엄청난 비용이 들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효율적인 동부의 제조시설에서는 1파운드 분량의 음식 생산에 드는 비용이 20달러였지만 서부의 제조시설에서는 75달러였다. 당연히 동부권에서는 엄청난 수익이 났고 서부에서는 계속 적자를 보며 돈을 날리고 있었다. 당장 제품라인을 3개로 줄이라고 얘기했지만 그 CEO는 듣지 않았다. 때마침 공부했던블루오션전략에 지나치게 심취해 있던 탓이다. ‘아직까지 고객들이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식품을 만들어내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했다. 블루오션에 존재한다는신화적인 고객을 끝없이 찾았고 당연히 회사의 성과는 계속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혁신이 중요하고 새로운 고객을 찾아나서는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경영도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모든 회사와 산업에 블루오션이 존재한다고 보지 않는다. 항상 독특한 시장 포지션을 갖추면서 자신의 상품이나 서비스 중 비고객을 고객으로 바꿀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그 방법은 어떤 것인지를 찾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임무를 수행하면서 좀 더전통적인경쟁우위를 만들어내야 한다.

 

3) 전통적인 역량을 강화하라

 

‘전통적인 역량을 그저 시대에 뒤떨어진 것쯤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든 그게 바로 경쟁우위의 근간이다. 바로 그 전통적인 가치들을 돌아보라. 자신의 조직을 살펴보라. 먼저 여러분 회사의 조직문화를 검토해 봐야 하고, 공급자들 사이에서 여러분 회사의 평판이 어떠한지, 여러분 회사가 만든 브랜드의 가치 있는 부분이 어디 있는지를 면밀히 파악해 알아내 이를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그리고 여러분 회사의 독특한 지리적 위치와 역사를 효과적인 성장 수단으로 삼을 방법은 없는지 살피고 조직 내에 헌신과 팀워크를 활성화시킬 방법을 찾아라. 지금까지 한 얘기를 다시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사회적으로 복잡한 자원과 역량들을 만들어내라. 직원 간의 우애와 신뢰, 문화, 브랜드 등이 이에 속한다. 둘째, 앞서 말한 자원과 역량은 여러분 회사의 독특한 역사에 따라 형성되는 것이어야 한다. 셋째, 이 복잡한 것들을 엮어서 제대로 실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라. 이러한 것들이 왜 중요한지는 세 기업의 사례를 통해 설명하겠다. 이를 하나의 프레임워크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그림 1>은 기업의 내부 역량에 중점을 두고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쟁우위의 창출방법에 대해 연구하면서 나온 VRIO 프레임워크에서 가져온 것이다. 세 가지 질문, 즉 내 회사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valuable’한가, 즉 가치가 있는가를 따져야 하고 그 다음에 ‘rare’한가, 즉 희소성이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그리고 다른 기업에서 모방하기가 어려운가(costly to imitate) 역시 점검해야 한다. 각각을 따졌을 때 성과와는 어떻게 연결될지 생각해보자. 가치가 있는가라는 질문에아니요라는 답변이 나왔다면 사실 비즈니스를 계속할 필요가 없다. 가치는 있는데 희소하지 않다는 답이 나왔다면 이건 차별화 포인트가 전혀 없는 ‘competitive parity’로 구분할 수 있다. 만약 가치도 있고 희소성도 있지만 모방하기가 어렵지 않다면일시적 경쟁우위를 갖게 된다. 마지막으로 세 질문 모두그렇다라는 답변이 나온다면 이건지속가능한 경쟁우위(sustained advantage)’다.

 

<그림 1>의 프레임워크를 잘 봐두기 바란다. 이후 제시하는 세 기업의 성공사례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보자.

 

 

4) 사례연구

 

어떤 기업들은 산업 전반이 하향세인데도 탁월한 실적을 냈다. 지금부터 소개하는 세 기업 사례 중 두 개는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에게도 아주 익숙한 것들이다. 마지막 한 기업에 대해서는 다소 생소할 것으로 본다.

 

① 사우스웨스트항공

너무도 유명한 사례지만 <그림 1>에서 제시한 프레임워크를 설명하기에 그만큼 좋은 사례는 없기에 다시 한번 소개한다. 미국에 있는 모든 항공사들은 지난 25년간 최소 한 번씩은 파산신청을 했다. 단 하나의 예외가 바로 사우스웨스트항공이다. 항공 운송 사업은 사실 규제산업이었지만 규제완화가 이뤄지고 경쟁자들이 늘어나면서 대부분 적자가 심해졌다. 성장이 정말 어려워진 거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항공은 항상 흑자를 냈다. 이 회사는 두 가지 활동을 진행했다. 첫째는운영상의 선택으로오직 한 종류의 항공기만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러 가지 유지보수, 부품, 인력 등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또 대도시 거점 노선 운영방식(Hub-and-Spoke)을 버리고 작은 공항을 연결하는 지점 연결방식(point-to-point) 운항방식을 채택했다. 기내식도 제공되지 않고 청량음료만 준다. 모두 비용절감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지금부터 얘기할 두 번째의 선택 혹은 활동이다. 직원들을 선택하고 그들의 일하는 방식 자체를 기존 항공사와 차별화했다.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철학을 이해하는 직원들을 뽑았고, 부족한 직원들은 자연스레 사우스웨스트항공 조직문화 속에서 그 철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놀라운 팀워크와 헌신성, 그리고 회사에 대한 신뢰와 충성심을 만들어냈다. 사람과 운영이 별개일까? 그건 아니다. 직원들이 가진 팀워크와 헌신성, 신뢰와 충성심은 당장 20분 안에 비행기를 모두 청소하고 기체의 이상 유무를 판단할 수 있도록 만든다. 다른 항공사는 이 같은 작업을 하는 데 평균 50분씩의 시간이 소요된다. 30분의 시간 단축은 다른 항공사 대비 50%의 비용절감을 이뤄냈다. 정리해보자. 사우스웨스트항공은운영사람에 대해 뛰어난 선택과 활동을 했다. 이 중에서운영측면은 다른 모든 항공사들이 다 따라 할 수가 있는 부분이다. 그런데사람에 대한 선택과 이들을 통해 이뤄낸 특유의 문화는 경쟁사에서 모방하기가 매우 어렵다. 일단 기존 기업들이 스스로 자사가 갖고 있는 문화를 바꾸는 것 자체가 힘들다. 신규 진입자 역시 장기간에 걸쳐 형성된 사우스웨스트항공의 문화를 모방해 초기 세팅을 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앞서 제시한 <그림 1>을 토대로 다시 생각해보자. 사우스웨스트항공은가치가 있는제품 혹은 서비스를 만들어 제공했고, 초기에 분명 이는 희소성도 있었다. 여기에 머물렀다면 일시적 경쟁우위에 그쳤을 것이다. 하지만 모방이 매우 어려운조직문화사람들을 만들어냈고 지속적인 경쟁우위를 갖추게 됐다.

 

② 디즈니

디즈니는 강력한 브랜드를 지니고 있다. 내게는 3살짜리 손녀가 한 명 있다. 그 아이에게 디즈니에 대해 물어보면 여러 가지 캐릭터를 이야기하고 자신이 본 애니메이션에 대해 말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에는 수많은공주캐릭터가 등장하고 한 명씩 등장할 때마다 반드시 여자 어린이들에게 입힐 수 있는 드레스가 나온다. 손녀에게 안 사줄 수가 없는 상황이 된다. 디즈니는 항상 승승장구만 했을까? 여기 계신 여러분 다수가 알고 있다시피 그렇지 않았다. 첫 초대형 히트작백설공주에서 시작해라이온킹에서 정점을 찍었다. 가족친화적인 브랜드로 확실하게 굳혀왔다. 그런데기술적인 변화를 놓쳐버렸다.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유형의 애니메이션은 픽사가 훨씬 앞서 있었다. 픽사에 외주를 계속 주다가 아예 인수해버렸다. 그런데 픽사를 인수한 건 디즈니였지만 디즈니의 문화를 바꾼 건 픽사였다. 픽사 특유의 창조성과 첨단 기술 친화성, 조직문화는 그대로 디즈니의 것이 됐다. 물론 디즈니가 그동안 만들어왔던 강력한 브랜드는 그대로 유지됐다. 수년 전 전 세계를 강타한겨울왕국은 그런 배경에서 탄생했다. 가치를 만들어냈고, 디즈니 특유의 브랜드와 콘텐츠로 희소성을 유지했으며, 픽사 인수와 조직문화 전환을 통해 남들이 흉내내기 어렵도록 만들었다.

 

Mailbox Inc.

아마 Mailbox라는 회사에 대해서는 잘 모를 거다. 미국에 있는 중소기업이고 텍사스, 댈러스 지역에 위치한 회사다. 대량으로 우편을 취급한다. 우편번호에 따라 엄청난 우편물을 분류하는 작업을 한다. 미국적 특수성에 따라 존재하는 회사지만 당연히 e메일과 모바일 메신저, SNS가 범람하는 시대에 그 회사가 속한 산업이 성장산업일 수는 없다. 일단 기본적으로 필요한 일을 하다 보니 가치는 창출하는 것이 맞지만 서비스 자체의 희소성은 없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유난히 높은 효율성을 갖고 있다. 경쟁사보다 업무효율성이 무려 10%에서 20%정도 높다고 한다. 어떤 전략이 있기에 이런 경쟁우위를 갖게 됐는지 개인적으로 너무나 궁금했다. CEO를 만나당신 회사의 성공이 이유가 무엇이냐’ ‘하향세인 산업군에서 특별한 경쟁우위를 창출한 전략은 무엇이냐고 물었다. CEO의 대답은 놀라웠다. 답은모른다였다. 더 흥미로워졌다. 그 회사의 직원 구성과 업무방식, 조직문화를 분석해봤다. 거기에 답이 있었다. 일단 그 회사의 직원은 대부분 같은 동네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는데 서로 아는 사이다보니주어진 일만 기계적으로 하는 문화는 없었다. 함께 웃고 떠들면서 일이 몰릴 때는 같이 헌신하고 일을 나누고 더 열정적으로 일했다. 부서끼리도 장벽이 없었다. 회계 쪽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회사의 탄탄함을 수치로 증명해 영업부서 사람들에게 알려주면 영업 쪽 사람들이 이를 활용했다. 모든 부서의 모든 업무에서 유기적인 연결과 팀워크가 나타났다. ‘아주 잘하는 하나가 존재한 게 아니라 수천 가지의 작은 일을 잘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경쟁사가 이걸 모방할 수 있을까?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본다.

 

3. 뛰어난 성과를 현실화시키기 위해 경영진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강연 초반에 제시한 세 가지의 핵심 질문 중에서 이제 이 강연의 결론 부분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야겠다.

 

경영진의 역할과 관련된 질문이다. 그 답은 다음과 같다.

 

첫째, 실수를 줄여라. 좋은 시절에는 외형적 성장과 큰 수익의 창출이 동시에 가능하기도 했다. 하지만 경쟁이 치열해지면 수익은 줄어든다. 회사에 들어오는 이익의 크기, 수익은 고려하지 않은 채 더 많은 비용을 들여 회사를 키우는 건 큰 실수가 될 수 있다. 물론 회사는 이 같은 실수를 비롯한 다양한 잘못을 저지른다. 중요한 건 실수와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제대로 분석해서 실수를 줄이고 경쟁이 치열해진 상황에서는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둘째, 속도를 늦추지 마라. 제품과 서비스를 항상 새롭게 만들 준비가 돼 있어야 하고 혁신의 속도를 늦춰선 안 된다. 신흥시장에 기회가 보인다면 재빨리 움직여야 하고 실수를 최소화하면서도 항상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비용 절감을 할 때에도 최대한 빠른 속도로 실행하라. 늦어지면 인원을 감축하고 조직을 정리해 비용을 결국 줄이더라도사기 저하불안감 팽배라는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한다. 따라서 빨라야 한다.

 

 

셋째, 포기하지 마라. 이익률을 예측할 때에는 항상 현실적인 근거를 갖고 조심스럽게 해야 하는 건 맞다. 앞서 말한 대로 실수를 줄여야 하는 것도 옳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실수하지 않는 것에만 집중하면 경쟁우위는 얻을 수 없다. 똑같은 경쟁력(competitive parity)의 상태에만 머물 것이다. 그리고 내부적으로 자신의 회사가 갖춘 역량을 점검하고 분석해 희소성 있고 모방하기 어려운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그게 곧 경쟁우위의 원천이 될 것이다.

 

일본의 경우 지난 20년간 어려운 시기를 겪어왔다. 주어진 환경은 그랬다. 최근 일본의 한 대기업 고위 간부를 만난 적이 있다. 한때는 세계를 주름잡던 대단한 기업이었지만 요새는 상황이 좋지 못했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그 고위경영진이 굉장히 낙담해 있다는 사실이었다. 경영진이, 임원이 낙담하면 직원들은 포기한다. 세상이 바뀐 것, 환경이 변화한 것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현실적인 예측을 하되 긍정적인 생각을 포기하면 안 된다. 일본 기업들이 계속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바로낙담과 그로 인한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지정토론(토론자: 김태영 SKK GSB 부원장)

 

자신들이 생각하던 그 무엇이 아닌, 본질적이고 타사에서 모방할 수 없는 역량을

제대로 찾아내야만 그걸 기반으로 제대로 된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다.

 

김태영 SKK GSB부원장:많은 경영자들이 자신들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 어디에 있는지 모르고 기회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 어떻게 핵심 역량을 조직 내에서 찾을 수 있을까?

 

제이 바니 석좌교수:기업이 반드시 성공하기 위해서 가져야 하는 역량 12가지이런 식으로 나열해 드릴 수 있으면 좋겠지만 절대 그럴 수가 없다. ‘부자 되기의 역설이라는 말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부자 되는 법칙을 누가 만들어서 보여줄 순 있지만, 그 법칙은 개개인이 당면하는 상황을 반영하지 않기에 결국 그 법칙에 따라 부자가 될 순 없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 오직 부자가 될 수 있는 사람은 그 법칙을 만든 사람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각 기업이, 경영자가 자기 기업의 핵심 역량을 파악해 나가야 한다. 내가 말하는 자원기반이론에 기반한 프레임워크는 여기 계신 여러분을 비롯한 기업인들에게 어떤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여러분의 경쟁우위를 찾기 위해서는 사회적 관계망과 역량, 공급업체와 고객과의 관계, 경로의존적인, 즉 오랜 시간 여러분 기업에만 쌓여온 특유의 자원과 그에 기반한 역량이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컨설팅을 하기 위해 기업을 만날 때 내가 쓰는 방식을 알려드리는 게 도움이 될 거 같다. 주로핵심 역량이라 스스로 믿고 있지만 사실은 핵심 역량이 아닌 것을 일깨워주는 작업을 한다. 사례 하나를 들어보겠다. 예전에 어떤 기업을 컨설팅할 때 있었던 일이다. 최고경영자를 만난 자리에서 내가당신이 생각하는 당신 회사의 핵심 역량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그는기술이라고 답했다. 나는 다시 그 기술이 뛰어난 것인지, 다른 기업들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인지 물었다. CEO그렇다고 답변했다. 또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그 기술을 다른 기업이 모방하는 데에는 얼마나 걸리나?” CEO “6라고 답했다. 그럼 그게 핵심 역량은 아니다. 그걸 일깨워줬다. 그러자 그 경영자는그렇다면 우리는 최고경영진 간의 활발한 소통과 열정, 헌신과 창조적 의견교환 등이 핵심 역량인 거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내가 다시다른 회사의 최고경영진도 비슷할 것이라고 하자 그때서야 그는 무엇인가를 깨달은 듯했다.최고경영진이 보통 어려워하는 게 자신들이 소중하게 여겼던 가설, 즉 자사의 핵심 역량이 무엇인지에 대한 스스로의 가설을 포기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은 자신들이 생각하던 그 무엇이 아닌, 본질적이고 타사에서 모방할 수 없는 역량을 제대로 찾아내야만 그걸 기반으로 제대로 된 전략을 짤 수 있을 것이다.

 

:핵심 역량을 찾을 때까지 질문을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말씀인 거 같다. 기업이 스스로 깊숙하게 들여다보며 자신이 가진 자원과 그에 기반한 진짜 역량을 살펴봐야 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여기에서 또 한 가지 의문이 제기된다. 성공의 요인으로 보였던 회사의 그 자원이 나중에는 경직성의 원인 혹은 변화하는 환경에서의 방해물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바니:어떤 기업이든 자신이 가진 자원에 기반해 굉장히 뛰어난 하나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성공을 만들어 갈 수 있다. 그런 역량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산업이 변화하고 수요가 바뀌고 기술이 대체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앞서 강연에서 제시했던 디즈니 사례는 질문하신 내용에 참으로 잘 부합하는 사례일 거 같다. 즉 문제를 겪었고, 해결도 했다는 얘기다. 디즈니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손으로 그리는 장편 만화에서 세계 최고였다. 그러다가 컴퓨터의 등장이라는 엄청난 변화를 만난다. 컴퓨터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이 등장하자 디즈니는 위기에 처했다. 스스로 CG를 만들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의뢰해야 할지 선택의 기로에 섰다. 스스로 생산할 역량이 부족하지만 디즈니의 브랜드 파워는 버릴 수 없다고 생각한 디즈니는 그래서 픽사를 인수했다. 모든 기업이 디즈니처럼 위기를 극복할 수는 없다. 산업 전체에 충격이 온 상황에서 기업은 보통 예전에 갖고 있던 모든 역량의 가치를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디즈니는 픽사의 문화를 받아들였다. 즉 인수를 했지만 디즈니의 문화를 덧씌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디즈니가 가진 문화와 역량은 손으로 그리는 기술과 인력에 기반한 것이었기에 그걸 과감하게 픽사의 문화와 역량으로 대체해버린 것이다. 그 대신디즈니의 브랜드 파워만은 지속적으로 가져갔다. 그래서 결국 큰 성공을 거둔 것이다.

 

 

 

 

제이 바니 교수가 김태영 SKK GSB 부원장과 토론하고 있다.

 

이제 실패 사례를 하나 보자. 1980년대 소니는 세계 최고의 혁신기업이었다. 소니가 한때 하루에 네 개의 신제품을 선보이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다가 지금 이런 상황이 됐다. 어디서부터 뭐가 잘못된 것일까? 아이팟, 아이폰, 아이튠즈가 등장해서 대성공을 거둬 애플이 컴퓨터와 모바일기기는 물론 음악산업의 리더가 된 상황이지만 객관적으로 놓고 보면 소니가 유리했다. 소니는 레코드사까지 갖고 있었으니까. 소니의 세분화된 부서와 그 부서 간의 경쟁 문화가 문제였다. 한때는 그게 경쟁력이었다. 레코드회사, 소비자 가전제품 개발부서 등 각 영역이 치열하게 자신들만의 혁신적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았다. 하지만 기기가 통합되고, 소비자의 경험 환경이 바뀌고, 니즈가 바뀌는 시점, 융합적인 무엇인가가 필요한 그 시점에는 부서 간, 계열사 간 소통을 하면서 함께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전환을 해야 했는데 기존 성공을 만들어낸 그 방식이 곧 발목을 잡는 형국이 됐다. 소니가 시장에서의 경쟁을 재정의하고 바꾸지 못한 게 문제였다. 소니 안에는 다부서 전략이 존재했고 각 제품에 대해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여럿 있었는데, 그런 조직 구조로 인해 부서별 협력이 어려워졌다. 경영자들에게 많은 시사점을 주는 부분이다.

 

:소니 얘기가 나온 김에 한국 기업 얘기도 해보면 좋겠다. 한국 기업들이 상명 하달식으로 움직이는 걸 문제로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아래에서는 그저 시키는 대로만 한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시나.

 

바니:기업 조직과 문화를하향식’ ‘상향식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눠서 보는 것 자체가 맞지 않는 개념이다. 하향식으로 명령이 내려오더라도 조직 아랫단에서 서로 조정하고 맞출 수 있으면 된다. 현장 상황에 맞게 수정할 수 있으면 문제가 없다. 즉 톱다운으로 시작돼도 보텀업으로 집행을 하면 되는 거다. 미국 포드사 사례를 보자. 예전에 CEO가 린(lean) 생산방식을 도입하고 전체적인 경영관리 프로세스를 개선한 적이 있는데 그때 상황이 재미있다. 맨 처음에는 이사회 수준, 즉 조직 상층부에서 누군가가 제안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그 당시 가장 수익이 안 나고 어려움을 겪던 부서의 부서장은 그게 자신의 부서에 필요하다고 여겼고 이를 수용해 자신의 부서에서부터 그 방식을 도입했다. 그게 성공하자 1∼2년 뒤에는 12개의 부서가 그 방식대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건 톱다운인가, 보텀업인가? 상향인지, 하향인지 구분하는 거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하향식 같지만 사실 내부를 들여다보면 상향식이 아닌가. 둘 중에 무엇이 옳은가, 어떤 것이 나은가의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각 회사의 특성과 처한 상황에 맞게 하는 게 중요하다. 예전에 HP와 일할 때 얘기를 들려주겠다. HP에서 경쟁사와 자사를 비교해달라고 얘기를 했다. HP는 리스크 회피를 중시하고 비용을 줄이는 걸 원했는데 그걸 바꾸지 말고 그게 잘 통하는 영역에서 비즈니스를 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한국 기업도 만약 조직문화가 톱다운 방식이라면 그런 방식이 잘 통하는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실행하면 되는 것 아닐까. 즉 그 방식이 가치가 있는 시장으로 가는 게 어떨까. 다른 회사의 운영과 제품을 따라잡고 혁신은 좀 덜 필요로 하는 상황이라면 톱다운 방식이 딱히 안 좋을 이유가 없다.

 

:블루오션 전략과 자원기반이론에 따른 전략의 차이에 대해 설명해주셨으면 한다. 어떻게 연결돼 있고, 어떻게 다르며, 어떤 면에서는 상호보완적일까?

 

바니:모든 산업에 블루오션이 있다는 주장, 사실 이건 희망사항이다. 모든 산업에 블루오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찾아나서는 노력을 하지 말자는 건 아니다. 어쨌든, 블루오션 전략이란 결국 자신의 경쟁우위를창출하는 것 자체에 방점이 찍혀 있다. 자원기반론은 그렇게 창출한 경쟁우위를 어떻게 지속가능한 경쟁우위로 만드느냐가 핵심이다. 요새 핫 한 세일즈포스닷컴의 경우도 현재 블루오션을 찾아내 경쟁우위를 갖게 된 것까지는 좋은데, 그 다음 문제는 블루오션 전략으로 해결할 수가 없는 것들이다. 어떻게 현재의 경쟁우위를 유지하고 모방불가능성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것은 블루오션 전략으로 풀 수 없는 문제다. 이런 면에서 블루오션전략과 자원기반론은 상호보완적인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본다.

 

:최근에 소설도 한 편 썼는데 어떤 이유에서인가. 그 소설도 물론경영전략과 관련된 것이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그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한진짜 전략이란 무엇인지?

 

바니:나 역시 경영전략 교수로서 컨설팅을 할 일이 많은데, 그럴 때마다 전통적인 비즈니스 관련 서적에 실망을 했다. 나와 있는 모든 책들이 하나의 모델, 하나의 프레임워크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실제 기업에 이론을 적용하고 모델을 적용해 일을 하다보면 절대 하나의 모델로 전략을 짤 수가 없다. 자원기반론으로 엄청 유명해졌을 때 어느 회사에서 컨설팅 의뢰가 와서 찾아갔다. 내가 만든 이론으로 그 회사에 도움을 주려고 갔더니 독과점 상태의 기업이어서 내 전략 툴보다는 포터 교수의 산업분석 툴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가져간 PPT를 버리고 마이클 포터 교수의 ‘5가지 요소(5 forces)’ 전략 툴로 조언을 해줬다. 모든 상황과 기업의 세팅에 적용이 되는 특정한 이론 하나가 있다면 그건 틀린 이론이다. 항상 현실적으로는 여러 개의 이론을 활용해야 한다. 근데 사실 더 중요한 문제는 따로 있다. 여기 계신 기업인들 모두가 다 체감하실 그런 얘기다. 어느 이론을 선택하느냐, 어떤 전략을 취할 것이냐. 이건 사실 별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정말 어렵고 가장 중요한 건 결국실행이다.

 

정리=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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