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택시

오프라인을 제대로 이해한 온라인 強者, ‘국민 택시 앱’으로 O2O의 새 장 열다

191호 (2015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15 3월 말과 4월 초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한카카오택시카카오의 첫 O2O(Online to Offline)’라는 별칭을 달고 있다. 그리고 국내 최초의 O2O 비즈니스 성공모델이라는 수식어도 갖게 됐다. 2015 12월 초 현재, 이미 4600만 콜(호출)이 누적된 상황이다. ‘국민 메신저카카오톡에 이어국민 택시 앱카카오택시가 탄생한 것이다. 성공요인은 다음과 같다.

1)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했다.

2) 온라인 기업의 장점을 살려 뛰어난 UX를 구축했고 유연성과 스피드로 어려움을 돌파했다.

3) 선제적이고 완벽한비시장 전략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택시 산업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서비스를 제공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주희(숙명여대 경영학부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대한민국에서택시란 참으로 독특한 존재다. 우선 전 국민에게 애증의 대상이다. 외국에 비해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이기에 급하거나 몸이 힘들 때 적은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어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만 특정 시간대, 특정 장소에서 벌어지는 고질적인 승차 거부와골라 태우기로 또한 불만의 대상이기도 하다. 한국, 특히 서울은 그런 면에서택시 천국인 동시에택시 지옥이기도 하다.

 

택시기사 역시 참으로 독특한 직군이다. 어느 나라보다나이트 라이프(night life)’가 활성화된 국가다 보니 야간에는 취객과의 실랑이는 물론 온갖 사건사고의 중심에서 고역을 겪지만 SNS나 인터넷 등장 이전부터입소문의 진앙지이자 여론의 바로미터로 여겨지며정치적으로 가장 민감한집단이 됐다. 실제 한 언론기사에 따르면 택시 여론이 선거에서 최대 100만 표까지 움직일 수 있다.1 사정이 이렇다보니 정치인들이민심 탐방을 한다고 할 때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게 택시기사들 여론이고, 일부 정치인들은 아예 택시기사로 분해 꽤 오랜 시간 일하며 국민들의 이야기를 듣는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공유경제기반의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에 호의적이라 자부하던 정치인들도 택시기사들과 업계의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켰던 우버 서비스와 관련해서는 적극적인 규제 완화 노력에 소극적이었던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이렇게 복잡다단하게 엮여 있는 한국의 택시 산업 종사자와 소비자들로 인해 택시 산업이 갖고 있는 다양한 문제들, 즉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간의 갈등구조와 각 지역경계 간의 할증 문제, 물가에 직결되기에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요금체계 등은 그 어느 정치인도, 규제당국도 함부로 손댈 수 없는 문제였다.

 

그런데 아주 의외의 곳에서해결사가 나타났다. 택시기사와 승객을 편하게 연결해주고, 택시기사와 승객 모두의 안전을 어느 정도 보장해준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산업인데도 택시회사와 각종 조합, 승객 모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심지어미터기없이 새로운 결제 시스템으로법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로는 비어 있던고급 택시까지 만들면서도 정치적 부담이나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2015 331일과 43일 각각 승객용 안드로이드 앱과 iOS 앱을 출시한 이후 불과 4개월 만에 누적 1000만 콜(호출)을 돌파한 카카오의 택시 중개 앱 서비스카카오택시가 그 주인공이다.

 

서비스가 시작된 지 약 8개월이 돼 가는 2015 11월 말 현재, 4600만 콜이 누적되면서 횟수로는 전 국민이 1회 이상 사용해본 셈이 됐다. 말 그대로국민 택시 앱이 됐다는 얘기다. (그림 1)

 

 

 

이처럼 정치인도, 규제당국도, 소비자도 기사와 택시회사들도 모두 문제가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해결책을 내지 못하던 한국 택시시장의교착상태(deadlock)’의 많은 부분을 해결했다는 측면에서 혹자는 농담처럼 크리스텐슨의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에 빗대어해결적 혁신(resolutive innovation)’이라 부를 정도다. DBR이 카카오택시 성공요인을 들여다봤다.

 

1. 4000만의 플랫폼에택시를 태우다.

 

1) 왜 하필 택시였을까: ‘불편함에서기회를 보다

 

카카오택시의 성공을 두고 몇 몇 사람들은어차피 4000만 명이 쓰는 국민 SNS 플랫폼을 활용하기만 한 것이기에 대단한 건 아니다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앞서도 언급했듯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관계와 입장이 맞물려 있던택시 산업이었기에 수많은 분야 중 하필 택시를 택했다는 것, 특히 비슷하면서도 다른 우버2 가 논란 속에 사실상 사업을 접었던 시점에 다시 택시를 생각했다는 것 자체는 사실 놀라운 일이었다.3

 

‘카카오의 첫 O2O(Online to Offline)’라는 별칭을 달고 있는 카카오택시는 2014년 카카오에 인수된써니로프트의 정주환 전 대표이사(현 카카오 온디맨드플랫폼 총괄 부사장)와 그가 이끌던 TF(Task Force)팀에 의해 탄생했다.

 

정 부사장이 처음 TF팀을 만들었던 2014년 초여름부터 이미 내부적으로 확정돼 있던 당시다음카카오4 의 비전은 ‘Connect Everything’으로 모아지고 있었고, TF팀은 이에 걸맞은 O2O, 온디맨드(Ondemand)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야 했다. TF팀의 구호는오프라인 삶 혁신이었다. 다음이나 카카오 모두 합병을 통해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막상 새롭고 혁신적인 서비스를 내놓지는 못하고 있던 상황. 정확하게무엇을 해야 할지를 모르고 막연한온디맨드 비즈니스’ ‘O2O’라는 방향성만 갖고 있던 상황에서 TF팀은 여러 프로젝트를 놓고 고민 중이었다. ‘생활 영역에서의 불편함을 해소하자온디맨드적 사고를 바탕으로 ‘O2O’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논의가 오갔고 여러 가지 힌트가 나왔다. 특히 카카오스토리에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 공급자와 소비자 간의 자발적인 만남이 이뤄지고 있었다. 예를 들면, 한 지역의 농민들은 카카오스토리(카카오에서 제공하는 개인 페이지 형식의 마이크로 블로그)를 자신들의 온라인 매장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자신이 애지중지 키우는 작물을 카카오스토리 페이지에 사진을 찍고 설명을 달아 올리면 농민들과친구를 맺고 있는 소비자들이 댓글을 통해 구입의사를 밝히고 농민은 이를 보고 산지에서 직접 물건을 보내면서 실제 거래가 이뤄지고 있었다. 서로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끼리 자연스럽게플랫폼에서 만나불편을 해결하고 있었다. 상당수의 음식 혹은 각종 물품 배달원들이 카카오톡을 이용해 업무를 수행하는 모습도 큰 깨달음을 줬다. 농민들에게는 카카오스토리가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마이크로블로그가 아닌온라인 매장이었고, 많은 배달원들에게 카카오톡은 지인들과의 채팅을 위한 도구가 아닌 업무 도구였던 것이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편리한 연결, 플랫폼의 활용’ ‘채팅 수단이 아닌 배달 업무 알림 게시판으로 활용되는 카카오톡’. 이 개념들이 조합되면서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다. 정 부사장이 해외 출장, 특히 중국 출장 등에서 목격한콜택시 앱의 활성화 경험이 더해졌다.

 

4000만 국민의 소통플랫폼, 카카오를 활용해 택시 앱을 만들자는 결론이 나왔다. 물론 반대도 있었다.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많은 규제에 둘러싸여 있으며, 각 당사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어려운 비즈니스에 굳이 왜 뛰어드냐는 우려였다. 하지만 바로 그 어려움으로 인해 모두가 불편을 겪는 상황, 진짜로 해결이 어려운 바로 그 불편을 해결하는 게온디맨드 비즈니스이자 ‘O2O사업 모델로 성공할 수 있는 방향이라는 게 TF팀의 판단이었다.

 

 

 

카카오택시 론칭과 홍보전략

 

2) “‘종사자의 얘기를 들어야 해결책이 나온다

 

소비자로서 느끼는 택시 서비스 이용에 대한 불편. 가장 중요해보이지만 이것에만 집착해서는 안 됐다. 사실 10명가량의 TF팀은 그들 스스로 이미 소비자 입장에서의 불편은 알고 있었다. 서비스 공급자, 즉 종사자 측에서 필요로 하는 게 뭔지, 그들이 느끼는 불편이 뭔지를 알아야 이 비즈니스가 성공할 것이라는 게 TF팀의 판단이었다. TF팀에 실제 택시기사 자격증을 가진 이도 한 명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오랜 시간 택시 운전을 업()으로 해오면서 느낀 종사자들의 세세한 불편과 니즈는 파악할 수 없었다. 예산부터 편성했다. 돈은 신경 쓰지 않고 아무 때나 나가서 택시를 탈 수 있도록 했다. 괜히 회사 근처를 돌기도 하고, 일부러 시계나 도계를 넘나들어보기도 했다. 옆자리에 앉아서 최근 손님들이 많은 곳은 어디인지, 그런 곳은 어떻게 알게 되는지, 콜택시 조합에 가입한 경우 1일 호출 수나 수익배분은 어떻게 되는지 등을 자세히 물었다. 어떤 서비스가 있으면 좋을지, 그런 서비스를 스마트폰으로 연동해 사용할 수 있다면 실제 설치해 사용할 의향은 있는지 등도 하나하나 파악해갔다. 이 모든 사항들을 메모하거나 녹취해 자료로 정리했고, TF팀의 카카오택시 앱이 조금씩 만들어져가는 과정 내내 약 10명의 팀원이 총 수천 회 이상 택시를 탔다.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과정에서도 지속적으로 택시기사들과 소통하다보니 글자 크기나 앱 구성 자체에도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예를 들면, 60대 이상 고령자가 많은 택시업 종사자 특성상 앱의 글자를 충분히 키웠음에도 실제 택시기사가 앉은 자리에서 스마트폰을 거치대에 놓고 앱을 켜면 여전히 글자가 작다는 것도 알게 됐다. 첫 출시부터 나이 많은 운전자 기준에서 불편이 없도록 큼직한 활자가 활용되고, 터치 버튼도 일반적인 앱에 사용되는 것보다 훨씬 커진 것도 바로 이 덕분이다. 택시기사들에게 개발 중인 앱을 보여주며 직접 사용해보길 권했고, 불편하다는 사항은 꼼꼼하게 접수하고 기록해 개선해나갔다.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확실히 좋았다. 콜택시 조합의 경우 조합에서 제공하는 별도의 내비게이션과 장비를 설치해야 했고 매월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있었지만, 일단 무료로 서비스가 제공된다니 콜택시 조합 가입을 꺼리던 기사들은 기꺼이 사용해보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 스마트폰 앱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는 오히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컴퓨터를 활용하는 데에는 익숙지 않았던 고령의 기사들도 이미 스마트폰 카카오톡 앱 등으로 가족·지인과 활발히 소통 중이었기에 인터페이스나 활용법에 있어 컴퓨터보다는 훨씬 능숙한 상황이었다. 위 아래로 주로 흔들리는 자동차 주행의 특성을 감안해 모든 터치와 스크롤 방식은 좌우가 아닌 상하 위주로 구성했다.

 

택시 소비자 측면에서도 최고로 간편하게 볼 수 있는 UX를 구성했다. 첫 화면에 관련 서비스 앱들이 관성적으로 띄우던 지도를 없앴다. 어차피 위치를 자동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인근 건물이나 주요 상호를 입력하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위치가 드러날 수 있도록 하는 게 기술적으로 어렵지도 않았다. 생각보다 지도를 볼 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3) ‘김기사가 모는업그레이드 택시의 탄생

 

‘김기사’라는 최고 인기 내비게이션 앱과 카카오택시를 연동한 것은신의 한 수였다. 흥미로운 점은 사실 카카오택시 앱이 처음 출시되던 날에김기사내비는 탑재돼 있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선 택시기사들에게 지속적으로 그 필요성을 물었을 때, 기사 대부분이 이미 택시에 내비게이션이 설치돼 있기에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기 때문이다. 또 자신이 좋아하고 익숙한 내비게이션 앱을 자유롭게 활용하도록 하는 게 오히려 낫지 않을까 하는 판단도 작용했다.

 

하지만 출시 첫날 곧바로 문제가 터졌다. 택시기사들의 건의가 폭주했다. 콜을 받고 손님이 있는 장소까지 자동으로 내비게이션이 연동됐으면 좋겠다는 요구였다. 다들 이미 즐겨 사용하던 내비게이션 앱이나 차에 달린 기계가 있는 상황에서설마 필요할까했지만 실제로 서비스가 시작되니 필요한 상황이 된 것이다. 콜택시 소비자들과는 또 다른, 즉 평범한 택시이용자들이서비스를 사용하니 벌어지는 문제였다.일반적으로 콜택시를 부를 때에는 전화를 걸어 자세하게 위치를 설명하게 마련이고 보통은 계획하에서 콜을 부르기에 변동성이 적다. 하지만 카카오택시는 소비자 입장에서 볼 때빈 택시가 안 보이면 스마트폰을 꺼내 택시를 부르는 것으로 기존의 콜택시와는 다른 형태의 서비스였다. 복잡한 교차로나 위치를 특정해 말해주기 어려운 골목 등에서 택시를 호출하는 손님들이 많았다. 택시기사가 앱으로 편하게 콜을 받은 뒤 결국은 다시 전화를 해서 위치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 됐고, 기사들은 손님이 있는 위치까지 내비게이션에 자동으로 연동해 안내해주는 기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쏟아냈다.

 

앱 출시의 기쁨을 누리고 축하를 하기도 전에 TF팀은 다급한 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카카오택시 TF팀원들의자발성직관’, 특히 택시를 계속 타고 다니면서 얻어낸 통찰은 바로 이 지점에서 놀라운 힘을 발휘했다. 택시기사들이 요구하지 않았기에 굳이 서비스에 바로 실어놓진 않았지만기존 콜서비스와는 다른 경험이기에 내비게이션 연동이 필요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개발팀원들이 어느 정도 프로그램을 완성해두고 있던 상황이었다. 어떤 내비게이션과 연동해야 하나 고민하던 터에 정주환 부사장이 떠올린 게 바로김기사였다. 주말을 앞둔 상황이었지만 이미 고객들의 요구가 쏟아지는 터에 마냥 기다릴 순 없었다. 바로 김기사 측에 전화를 걸었다. 이미 카카오로의 인수 얘기가 오가던 곳이기도 했지만 김기사 임직원들 역시 스타트업 특유의 기동력을 발휘해 순식간에 카카오택시 플랫폼에 자신들의 프로그램을 얹을 수 있도록 도왔다. 주말이 지나고 3일 만에 업데이트된 버전에서는 김기사 내비게이션이 곧바로 연동됐다. 택시기사들은 놀랍도록 빠른 처리에 깜짝 놀랐고, 카카오택시의 실력과 서비스 정신에 신뢰를 보내는 계기가 됐다.

 

 

2. 택시는정치

 

한국에서택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존재이자 산업이다.

카카오택시 입장에서는 택시회사들, 개인택시 조합,

그리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콜택시 조합까지 모두 찾아가야 했다.

 

1) 설득과 조율의 힘: 택시업체와 조합, 그리고 규제 당국

 

한국에서택시는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존재이자 산업이다. 카카오택시 입장에서는 택시회사들, 개인택시 조합, 그리고 가장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콜택시 조합까지 모두 찾아가야 했다. 택시회사들과 개인택시 조합을 찾아가서는새로운 서비스가 생긴다고 알려준 뒤 궁극적으로 택시업계에 도움이 될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설득했다. 다만 상명하달식으로의무적 사용 지시등을 요청하지는 않았다. 실제 중요한 고객의 축인 택시기사들 스스로 편리함에 찾아오고 입소문을 내도록 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택시회사들을 찾아간 이유는, 택시산업 내에 택시-승객 연결 서비스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들어가는 형국이었기에 이에 대해 충분히 알릴 필요가 있었고, 중간에서 기사들로부터 수수료를 받아가지 않겠냐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였다. 또 스마트폰으로 택시를 부른다는 개념 자체가 예전에 택시업계 전체가 극렬하게 반발하도록 만들었던우버와 유사한 느낌을 주기에 그것과 다르다는 메시지도 전해야 했다.

 

‘카카오’라는 브랜드는 생각보다 큰 힘을 발휘했다. 컴퓨터 한 대 없이 수기로 모든 걸 결재하고 있던 나이든 택시회사 사장이나 조합장들도 카카오톡은 사용하고 있었고, 처음에무슨 수수료를 얼마나 받겠다는 것이냐고 쏘아붙이던 이들도 카카오가 무료이듯 이 역시 무료로 서비스가 제공될 것이라고 설명하자 금세 이해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문제는 콜택시 조합이었다. 명백히 강력한 경쟁자로 인식될 소지가 다분했고 민감할 수 있었다. 발상을 바꿨다. ‘양해해달라는 요청을 하고 사업모델을 설명하기보다는 아예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했다. 실제로 기존 콜택시업계와 카카오택시가 공동으로 플랫폼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어느 정도 진행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콜택시 조합들이 먼저 깨달았다. 카카오택시가 주된 타깃으로 설정한 손님들이 의외로 기존 콜택시 이용자들과 겹치지 않는다는 점을 알게 된 것이다. 카카오택시 TF팀도 이때 완전히 새로운 시장일 수 있다는 점을 확실하게 인지했다.이 과정에서 자연스레나중에 협력할 일이 있으면 하자는 합의하에 각자의 길을 가기로 했다. 가장 민감해 할 이해당사자들과의 문제를 풀고 나니 규제당국만 남았다.

 

서울시와 중앙정부 교통당국 등과의 미팅이 거듭됐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부분을 이미 이해당사자들과 해결을 해놓은 상태였기에 규제당국도 반기는 눈치였다. ‘어렵고 부담스러운 문제를 기업이 나서서 해결해 준다는 측면에서 매우 적극적이거나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또한 우버에 대한 각종 규제로왜 시민들의 편리한 서비스 이용을 정부나 지자체가 막느냐는 목소리가 터져나오던 상황이었고규제완화이슈 등이 불거지자 카카오택시는 본의 아니게 적절하게 이에 올라탄 셈이 됐다. 이해당사자와는설득과 조율에 성공했고 규제당국과는좋은 타이밍을 잡았다. ‘비시장 전략의 중요한 부분인정치라는 측면에서 큰 성과를 낳은 셈이다.

 

2) 새로운 시장, ‘고급 택시하다

 

2015 1020, 이미 카카오택시의 성공이 확실시되던 시점에서 카카오는 또 하나의 승부수를 띄운다. ‘고급 택시 서비스카카오택시 블랙서비스를 내놓은 것이다. 카카오 블랙은 현재 100대의 벤츠 E클래스급 고급 차량에서비스 교육을 받은 200명의 정식 직원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각 직원은 택시회사에서 월급제로 고용하고 있다. 한국 택시, 아니 승객 운송업에서는 매우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다.

 

 

2015 10월 말 론칭한 카카오택시 블랙 서비스

 

카카오는 카카오택시 블랙 비즈니스를 만들면서도 역시나 정석대로 문제를 풀어나갔다. 여론 자체가 우선 호의적이었다.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개인적인 수입이나 회사 수익이 올라간 기사들과 회사들이수익 사업은 왜 안하느냐’ ‘카카오도 기업인데 이러다가 다 접으면 우린 어떻게 하냐는 걱정을 먼저 해올 정도로 우호적인 반응을 보여주고 있었다. 사실 카카오도 이미 수개월 전부터 서울택시조합을 만나 업무협약을 준비하고 있었다. 16개 택시 사업자가 고급 택시 서비스에 참여하기로 했다. 12월 초 현재 서울 시내에 돌아다니고 있는 벤츠 택시 차량은 모두 이 운수사업자들이 구매해 택시로 등록한 차들이다. 그동안의 협력관계와 신뢰가 빛을 발한 셈이다.

 

정주환 부사장에 따르면 원래 운수사업법 등에고급 택시라는 영역이 존재하기는 했으나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다. 역시나 규제당국과 정치권을 만나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했고, 당시 이미 규제당국에서 추진 중이던 운수사업법 시행령 개정과 타이밍도 맞아 들어갔다. 이전까지는 중형택시나 모범택시 이외에고급 택시에 대한 구체적 조항 자체가 부재했는데배기량 2800㏄ 이상 차량에 외부에택시임을 나타내는 표시등을 달지 않아도 되는고급 택시관련 조항이 생겨났다. 카카오가 원하던 대로였다. 기본요금 역시고급 택시이고 한정된 사람들이 특별한 경우에 이용한다는 특수성 때문에 물가 상승과 관련된정치적 고민없이 8000원으로 책정할 수 있었다. 카카오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우버의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편의성을 높였다. ‘우버 블랙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이를 이용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때 소비자들이 느꼈을 최대한의 편의성을 그대로 다시 느끼도록 한 것이다. 실제 모든 카드회사를 찾아가 설득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특별히 어떤 기기에 갖다 대지 않더라도 카카오택시 블랙을 불러 탑승하고 이동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자동으로 앱이 거리를 계산해 내리면 결제가 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우버 서비스가 한국 소비자들에게 가져다준 충격과 시장에 보여준 혁신성을 사실상 흡수했다는 얘기다.

 

완벽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위해 300만 원의 기사 수입이 보장되도록 세팅했다. 택시기사 완전 월급제처럼업계의 오래된 갈등요인’, 특히 비즈니스 전략과는 무관해보였던 요소들을 모두 끌어들인 것이다. 카카오택시 블랙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은 건 바로 카카오가 보여주는 이런문제 해결력때문이다.

 

 

3. 성공요인 및 시사점, 그리고 제언

 

1) 성공요인

 

①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했다

카카오택시는 2015년 말 현재 한국에서 가장 성공한 O2O 비즈니스라 할 수 있다. 카카오택시가 성공한 여러 이유 중 가장 핵심적인 것은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차이점에 대한 이해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중반 인터넷이 등장하고 온라인 비즈니스가 시작되면서 많은 오프라인 기업들은 온라인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온라인은 오프라인과는 매우 다른 세상이었기 때문이다. 네트워크효과라고 불리는, 즉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는 현상이 나타났고, 네이버나 카카오톡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을 목격하기도 했다. 온라인의 다양한 커뮤니티와 SNS를 통한 정보 공유가 기업의 마케팅에 중요한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 또 페이스북이나 아마존과 같이 외국의 온라인 기업이 국경으로 넘어서 한국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될 정도로 온라인 비즈니스는 글로벌화됐다.

 

그런데 이제 온라인 기업들이 오프라인에 진출하고자 한다. 많은 기업들이 O2O 비즈니스를 표방하지만 카카오택시 외에 아직 큰 성공사례는 보이지 않는다. 오프라인은 온라인과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잊었기 때문이었다. 그동안은 기업들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진출하는 것, 혹은 온라인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는 것이 지상과제였기 때문에 온라인 세상에 집중했다. 그런데 반대로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성공적으로 확장하려면 오프라인을 이해해야 한다. 카카오택시는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완벽히 이해하고 오프라인 기업의 성공공식을 따랐다.우선 오프라인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니즈를 철저히 분석하고 이를 최대한 반영했다. 택시 서비스의 핵심은 운송과 이동이라는 오프라인 경험이기 때문에 직접 수천 번의 택시 탑승과 택시기사와의 인터뷰를 통해 불편한 것과 필요한 것에 대한 분석을 실시했다.

 

② 온라인 기업의 장점: UX, 유연성, 스피드

앞서 언급했듯 카카오는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이 오프라인에서의연결이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했고, 간과하기 쉬운 ‘(택시)서비스 공급자인 택시기사들의 필요와 편의성을 최대한 파악한 뒤에 앱을 출시했다. 택시기사와 승객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각각의 앱을 제대로 디자인했다. 모두 오랜 관찰과 인터뷰에서 나온 결과였다. 택시기사의 앱에 나타나는 버튼과 글자는 기사들 대부분이 고령인 점과 운전석에서 스마트폰 거치대까지 거리가 제법 된다는 점을 고려해 일반적인 수준보다 훨씬 더 크게 만들었다. 만약 택시 승객의 입장에서만, 평범한 모바일 앱 개발자의 관점에서만 생각했다면 결코 나오지 않았을 결과였다. 승객 입장에서도 기존의 콜택시 고객과는 다른 상황에서 앱을 사용할 것이라는 걸 이해하고 과감하게 지도를 없애고 직관적으로 현재 위치와 목적지를 아주 쉽게 텍스트로 입력할 수 있도록 했다.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이해하면서도온라인 기업’, 특히 유연한모바일 기반 기업특유의 유연성과 속도를 적절히 활용했는데 서비스 출시 직후 고객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발 빠르게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탑재하는 과정은 거대한 오프라인 기업이라면 해내지 못했을 일이었다. 다시 정리하면, 온라인 기업답지 않게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제대로 이해한 것이 첫 번째 성공요인이었다면, 온라인 기업답게 유연하고 속도감 있게 문제를 해결하고 오프라인에서 얻은 통찰과 지혜를 모바일 기업답게 UX에서 성공적으로 풀어낸 것이 두 번째 성공요인이 됐다.

 

빼기의 혁신과 비시장 전략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는 택시 산업과 관련 규제는비즈니스 하는 입장에서는 최악의 환경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카카오는 우버가 소비자들에게 경험시켜놓은혁신적 서비스에서위법적 요소를 빼는빼기의 혁신에 성공했다.

 

그러자 오히려규제완화에 대한 압력을 받고 있던 규제당국은 카카오택시의 비즈니스 모델을 반기는 형국이 됐고, 이미 우버 서비스를 경험을 통해유사하지만 법적 문제가 없는 서비스를 원하던 소비자(규제당국 입장에서는 시민)도 만족하면서우호적 여론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는 빼기의 혁신이자 비시장 전략이었는데, 본래 최고의 비시장 전략이란 어떤 규제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수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아니라선제적으로 먼저 자신에게 유리한 규제환경과 우호적 여론을 형성하는 것5 이라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이는 탁월한 접근이었다. 물론 이러한 전략이 가능했던 데에는 사전에 이해당사자들과 적극 소통하면서 만들어 놓은협력 구조가 큰 도움이 됐다.

 

택시회사와 조합을 찾아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이해시켰으며, 특히 잠재적 경쟁상대로 카카오택시를 위협으로 느낄 수 있는 콜택시 조합 및 회사 관계자들과는 아예 함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자고 제안하는 획기적인 발상으로, 비록 협력까지는 만들어내지는 못했지만반발은 없는 상황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발로 뛰면서 만들어낸 서비스였기에 시장에 빠르게 확산될 수 있었고, 현재 카카오택시 블랙까지 론칭할 수 있었다.만일 카카오톡의 온라인 플랫폼만 믿고 카카오톡에 게임을 추가하듯이 서비스를 출시했다면 이러한 성공은 어려웠을 것이다.

 

2) 시사점 및 제언

 

카카오택시 사례는 O2O 비즈니스에서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동시에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걸 일깨워 준다. 오프라인은 네트워크 효과보다는 물리법칙이 지배하는 세상이다. 온라인처럼 선발주자(First mover)가 손쉽게 시장을 대부분 독식하기는 어렵고, 지리적인 거리에 따라서 많은 지역시장(local market)이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이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성공한 전략을 오프라인에서도 적용하면 될 것이라거나우리가 온라인에서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효과가 오프라인으로도 쉽게 전이될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하다. O2O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결합된 것이므로 온라인의 성공전략은 O2O에서는 반쪽밖에 안 된다. 오프라인의 성공전략을 별도로, 온라인 전략과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오프라인에서 성공한 기업들이 어떻게 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O2O를 고려하는 기업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

  

 

고객의 니즈를 분석하고 이를 충족시키는 것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중요하다. 그렇지만 온라인에서는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는 경우에는 고객 니즈를 충족시키는 제품/서비스라는 것만으로는 후발주자가 선발주자를 따라잡는 것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NHN의 메신저 서비스인라인만 보더라도 이미 카카오톡이 지배적 위치에 올라선 한국 시장에서의 경쟁 대신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었고, 그러한 빠른 전략적 판단으로 성공이 가능했다.6 그러나 오프라인은 네트워크 효과가 작동하지 않는다. 고객의 니즈를 충실히 충족시키는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더 직접적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O2O와 같이 오프라인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에는 각 시장의 니즈에 대한 더 철저한 분석과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바꿔 생각해보면, 오프라인은 선발주자의 이점이 온라인보다 적기 때문에 카카오택시는 카카오톡보다는 후발주자의 거센 도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택시가 현재의 성공을 이어가려면 세분시장별로 고객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노력을 계속해야 할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 가지고 있는 네트워크 효과에 따른 시장지배력을 오프라인으로 어떻게 확장시킬지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다. 카카오택시는 O2O 비즈니스이기 때문에 당연히 온라인의 영역과 오프라인의 영역이 있다. 예를 들어, 택시를 부르고, 택시를 타고 이동하는 서비스 등은 오프라인이지만 택시기사와 승객에 대한 정보와 운행 정보는 온라인에 해당하는 것이다. 앞으로 이런 온라인 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따라서 온라인의 시장지배력이 오프라인으로 전이되는 정도가 달라질 것이다.예를 들면 다양한 분석을 통해서 택시기사와 승객에게 유용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택시기사와 승객을 카카오택시에 잡아두는 효과적인 O2O 전략이 될 것이다.

 

 

 

고승연 기자 seanko@donga.com

임일 연세대 경영대 교수 il.im@yonsei.ac.kr

 

임일 교수는 서울대에서 경영학 학사와 석사를 받은 후 University of Southern California에서 정보시스템 분야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New Jersey Institute of Technology 교수를 거쳐 2005년부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있다. 주요 관심 분야는 정보기술의 사용과 영향, 개인화, 추천시스템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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