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과 혁신의 차이

185호 (2015년 9월 Issue 2)

글로벌 IT 기업의 한국지사를 맡고 있다 보니 산업이나 기술의 미래에 대한 전망이나 혁신에 대한 의견을 요청받는 경우가 간혹 있다. 미래에 대한 전망은 전문 조사기관들도 간혹 빗나가는 경우가 있을 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또한 혁신이라는 단어가 기업 수만큼이나 많은 요즘, 혁신에 대해 말하는 것 역시 조심스럽다. 다만 혁신에 대해서는 관점, 혹은 사고의 방향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레노버가 IBM PC 사업부를 인수한 이후 PC의 시대가 저문다는 전망이 대두하기 시작했다. 또한 태블릿이 등장하면서 PC는 곧 폐기되고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전망들이 넘쳐났다. 과연 그렇게 됐을까? 현재 PC시장 자체는 예전처럼 성장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PC는 가정과 회사에서 유용한 컴퓨팅 도구로 활용되고 있으며,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가고 있다. 오히려 한때 장밋빛이던 태블릿 시장에 대한 불안한 전망이 더 높아지는 요즘이다. 혁신성과 대중들의 관심이 일치하지 않게 된 것이다.

 

가트너에서 발표하는신기술 하이프 사이클 보고서가 있다. 2000여 개의 신기술을 분석해 최근 관심이 집중되거나 잠재적으로 파급력을 가진 기술을 소개하는 보고서다. 이 보고서가 재미있는 것은 새로운 기술이 생기면 곧 사람들이 열광하다가 관심이 급감한 이후 서서히 대중화되는 신기술의 생애 주기를 담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증강현실기술의 경우 수년 전에는 사람들의 엄청난 관심을 받았으나 지금은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관심이 급감한 시기인 것이다. 하지만 가트너에 따르면 이 기술은 향후 5∼10년 이내에 대중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대중들의 관심에서는 사라졌지만 개발자나 기업들은 이를 대중화된 기술로 발전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이 신기술 생애 주기는 어쩌면 혁신에 대한 강박 관념을 깨뜨릴 수 있는 단서가 아닐까?

 

새로운 기술은 갓 발굴한원석과 같다. 이를 사용자나 산업의 필요에 맞춰 다듬어 가야 비로소 많은 사용자들에게 유용한 기술이 되고 제품으로 양산이 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많은 새로운 기술들이 그 완성도와는 별개로 대중화되지 못하고 사라질 수도 있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레노버는 지난 5월 개최한 테크월드에서 다양한 새로운 기술들을 선보이며 전 세계적으로 많은 관심을 끌었다. 프로젝터가 내장돼 가상 터치 키보드를 사용하거나 대형 화면으로 영화를 볼 수 있는 스마트폰 콘셉트 제품을 선보였고 사용자의 기분, 심박 수, 칼로리 소모, 목적지까지의 지도와 방향을 알려주는 스마트 슈즈 콘셉트 제품도 내보였다. 이 밖에도 바이두와 협업해 인공지능 기술에 대한 소개와 음성을 인식해 번역해주는 소프트웨어도 소개했다.

 

이때 선보인 기술 중에서 상용화가 되는 기술도 있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기술도 있을 것이다. 또 처음 발표했던 기술 그대로가 아니라 변용돼 상용화될 수도 있을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혁신을 주창하며 저마다 새로운 기술을 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많은 경우 기존에 생각하지 못한새로운 것을 혁신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혁신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대중들이 활용을 할 수 있어야 한다. ‘혁신이라는 명성을 좇기 위해 혁신을 추구한다면 결코 오래갈 수 없다. 실제 사람들의 삶에서 적용되면서 그 삶을 바꾸고 보다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이 도태돼 버리는혁신적인기술보다 오히려 더 혁신적이지 않을까? 혁신이 얼리어답터의 전유물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앞서 전망이 어두운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 태블릿 시장의 위축 또한 관심이 급감했을 뿐 어쩌면 새로운 대중화를 위한 준비 단계일 수도 있다. 혁신은 시작에 불과하고, 완성을 위해서는 끊임없는 장기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제자리에 머물지 않으려는 노력만이 진정 의미 있는 혁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강용남 한국레노버 사장

 

필자는 1994 LG전자에서 경력을 시작해 델, HP 등 국내외 주요

IT 기업을 거친 후 2012년부터 한국레노버 사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CISSP(국제정보시스템보안전문가) 협회장을 지내기도 했으며 현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인 IT 업계 전문 경영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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