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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SPC 파리바게뜨

베이글 대신 한국식 빵 들고 출근! 300가지 메뉴 파리바게뜨,뉴요커를 바꾸다

이승연 | 178호 (2015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체인 SPC 파리바게뜨는 중국과 동남아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뉴욕 진출을 시도했다. 300종이 넘는 메뉴를 구비하고 그중 20∼30%를 현지인 입맛에 맞는 것으로 구성했다. ‘스스로 집게를 들고 빵을 고르는 방식카페테리아형 매장은 현지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큰 성공을 거뒀다. 파리바게뜨의 성공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현지화 전략을 완전히 새로운 그 무엇으로 생각하고현지화 성공 공식’을 찾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오히려경영과 마케팅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항상 먼저 생각하면서 그 기본 원리와 원칙을 해외 진출 과정에서 적용하는 방식을 썼다. Needs Wants를 제대로 구분했고, 고객경험관리에 집중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유준수(서강대 경영학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 손에는 베이글과 다른 한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출근하는 패션 피플.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된 세련된뉴요커의 이미지다. 그런데 한국의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업체 하나가 뉴욕의 이 풍경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한국식으로 변형된 페이스트리빵을 한 손에 들고 바로 그 빵집에서 사든 원두커피와 함께 출근길에 나서는 뉴요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SPC 파리바게뜨가 미국 뉴욕 내 한인타운(32번가)이 아닌 뉴욕 타임스퀘어 인근(40번가)에 현지인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매장을 처음 낸 건 2013 10, 사무실 밀집지역에 현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직영점1 을 만든 게 다음 달인 2013 11월이다.

 

그리고 약 17개월이 지난 지금가장 서구적인 메뉴빵과 커피로 뉴욕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재는 고급 주택가이자 중소 사무실 밀집지역인 어퍼웨스트 사이드 70번가와 96번가에 각각 두 개의 점포를 더 내면서 한인타운 지역까지 포함하면 총 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각 매장마다 하루에 약 1000명이 방문하고 매출액도 원화 기준으로 100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곳도 있다. 한국에서 보통잘된다고 하는 파리바게뜨 매장도 일 매출이 300∼400만 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뿐만 아니라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 매장 임대료 때문에 쉽게 흑자 전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2010년 문을 연 한인타운 매장부터 불과 두 달 전 문을 연 96번가 매장까지 모두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중국과 동남아 등 지역에 진출하며 성공 스토리를 써 온 SPC 파리바게뜨였지만세계 트렌드의 심장부인 뉴욕에서까지 이 같은 성공을 거두리라는 예상을 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식품업체로서는 드문 현지화 성공 사례로 분류되는 파리바게뜨의 성공전략을 DBR이 취재했다.

 

 

파리바게뜨 인 맨해튼

 

중국과 동남아 공략에서 얻은 교훈: 현지화 제품 비율

파리바게뜨가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다. 한국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너무도 명확해 보였고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 소비자들의 입맛은 서구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 서구 음식인 빵이 들어와서 한국식으로 변형돼야만 했듯 그들에게도 자신들에게 맞는 스타일의 빵이 필요했다.2 이미서양식에서 한국식으로바꾸면서변형의 노하우를 체득했던 파리바게뜨에는 경쟁력이 있었다.

 

중국, 베트남 등지에 현지 주재원을 파견하면서 시장조사를 했고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싱가포르 등지에 매장을 내면서 글로벌 진출과 현지화, 이른바 ‘glocalization’의 기본 전략으로고급화, 다양화, 고품질화를 내세웠다. 최근 한 논문3 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진출 초기부터 구매력이 높은 상류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차별화하고 실제로 고급 쇼핑몰, 백화점을 중심으로 출점했다. 때마침 중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이며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가 급증하던 중이었고 다양한먹거리 안전 이슈가 터져나와 중국 내 중저가 브랜드 식료품과 음식 전반에 대한 불안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 같은고급화’(입지 및 브랜딩 측면)고품질화’(맛과 원료 및 유통 안전 측면)를 축으로다양화전략도 이어졌다. 한국의 다양한 빵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현지인 입맛에 맞는 빵까지 출시했고 이는 파리바게뜨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특히 고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식성을 반영해 빵 위에 소고기 가루를 가득 얹어 출시한육송 빵등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형 소보루빵을 만두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게 주효했던 셈이다.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각각 중국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베트남은 이미 한류 바람으로 한국 브랜드 자체가고급이미지를 획득하고 있었지만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보다 정보가 적은 시장이었다. 철저한 연구조사를 통해 구운 고기와 현지의 각종 향채를 넣어 만든반미(Banh mi) 바게뜨등의 현지 메뉴를 개발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매우 국제화된 도시였기 때문에고품질이미지를 특히 강조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단단한 빵보다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을 선호하는 현지인 특성에 맞게포카차’ ‘깔조네등의 메뉴를 개발해 성공을 거둔다.

 

 

2004년부터 시작된 중국, 동남아 진출 과정에서 파리바게뜨는 우여곡절과 시행착오 끝에 빵집 프랜차이즈업의 경우 해외 진출 메뉴 구성을 8(본국메뉴):2(현지메뉴)에서 73 정도로 맞추는 것이 적절하다는 걸 깨닫게 된다. 82 비율을 기본 원칙으로 하되 같은 나라라도 소비자의 구성(인종이나 민족, 출신지역 등)이 다양할 경우에는 73 정도로 한국형 메뉴와 현지화 메뉴의 비율을 조정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는 세계 트렌드의 심장부인 뉴욕 시장에 진출할 때에도 큰 도움을 줬다.

 

뉴욕, ‘self selection’과 ‘카페테리아형 매장의결합으로 승부를 걸다

뉴욕은 그 어떤 소비재를 생산하는 기업에도 공략이 쉽지 않은 시장이다. 패션, 전자제품, 요리 등 모든 세계 최첨단 트렌드가 만들어지는 도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글로벌화를 원하는 많은 소비재 기업들에는 두려움의 땅이면서도 반드시 도전해보고 싶은 시장이기도 하다.

 

 

파리바게뜨 미국 뉴욕 맨해튼 52번가점 카페형 매장의 모습.

 

한국에서 독보적 1위를 차지하고 중국 시장에서도 하오리라이, 브레드토크 등의 여러 업체와의 경쟁 속에서 120여 개의 직영점을 전국적으로 운영 중인 파리바게뜨 역시 뉴욕 시장 진출은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먼저 경쟁업체들에 대한 분석을 시작했다. 뉴욕시장은 저가형 브랜드 파네라 브래드(Panera Bread), 고가형 브랜드인 메종 케제르(Maison Kayser), 그리고 한국에서의 파리바게뜨와 비슷한 포지셔닝을 갖고 있는 글로벌 대형 프랜차이즈 오봉팽(Au Bon Pain) 등이 시장을 나누고 있는 구조였다.

 

2010년에 한인타운인 32번가에 직영 매장을 낸 이후 끝없이 뉴요커들을 관찰하고 현지인들의 구매 행태와 빵 소비 행태를 분석했다.

 

이 같은 연구를 토대로 한국에서 출시됐던 기본 제품 70%, 현지에 맞게 변형하거나 새롭게 출시한 메뉴 30%로 메뉴를 구성하되 전혀 다른 차별화 포인트를 찾고자했다.

 

오랜 시간의 관찰과 분석 결과, 다음과 같은 전략이 도출됐고 곧바로 실행이 이어졌다.

 

1)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다: 카페형 매장과집게

뉴욕은 세계 최대의 용광로라 불리는 도시다. 관광객, 유학생, 전 세계에서 모여든 금융가들과 기업인, 외교대사들, 그리고 다양한 인종구성과 출신 성분을 가진 현지인으로 구성돼 있다. 모두 입맛도 다르고 생활패턴도 다르다. 따라서 중국이나 베트남, 싱가포르처럼토착 음식이나식재료한두 개를 뽑아서 특별한 상품을 만드는 건 의미가 없어보였다. 뉴욕이 가진 다양성만큼이나 다양한 메뉴를 제공하자는 게 파리바게뜨의 판단이었다. 이미 한국인들의 까다로운 입맛과 치열한 내수시장 경쟁으로 인해 확보한 수백여 가지의 메뉴를 갖고 있었다. 문제는한국형 메뉴이든, 아니면뉴욕 현지 메뉴이든 300가지 가까운 메뉴를 현지인들이 어떻게 알고 주문하느냐였다. 이 문제를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해결했다. 대부분의 뉴욕 유명 빵집은 기껏해야 수십여 가지의 정해진 메뉴 중 소비자가 선호하는 메뉴를 줄을 서서 주문하고 받아가는 방식이었다. 일단 한국의 일반적인 파리바게뜨 매장보다 더 많은 메뉴를 구비한 상황에서는 매장에 들어서서 집게를 들고 바구니나 봉투에 자신이 먹고 싶은 빵을 담아 계산대로 가는 한국식 빵집의 시스템을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스템은뉴요커들에게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이었다. 각 빵마다 달려 있는 친절한 재료 설명과 칼로리 표시 등에 뉴요커들은 열광했고 신기한 마음에 이것저것 사 먹어보면서 현지화된 메뉴는 물론 한국형 빵의 다양한 맛을 체험하기 시작했다.

 

또한 한국의 카페형 매장 스타일 역시 현지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뉴욕의 대부분 빵집은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더라도 한국의 카페형 빵집처럼 빵과 커피향이 뒤섞인 세련된 장소를 제공하진 않았다. 그건 철저히 커피점의 몫이었다. 파리바게뜨가 이게 가능했던 이유는 다른 경쟁업체와 달리 실제 매장에서 빵을 구워 팔고 커피 역시 그 자리에서 주문대로 제작해 내놓는 시스템이었기 때문이다. 여유를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앉아서 커피와 함께 추가로 빵을 더 골라가며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바쁜 직장인들은 고품질의 커피와 식사 대용이 가능한 빵 몇 개를 골라 들고 나갈 수 있었다.

 

2) ‘시간의 니치맛의 니치를 찾다

파리바게뜨는 24시간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움직이는 뉴욕의 도시 특성에 철저히 맞춰 앞서 언급한 ‘300가지 메뉴를 직접 고를 수 있는 카페형 매장의 장점을 철저히 살렸다. 사무실 밀집지역 52번가점의 사례는 이 같은 파리바게뜨의 전략을 완벽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시간대별로 아침 출근시간에는 주문 받는 대로 직접 내리는 에스프레소와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페이스트리 빵을 위주로 팔되 빵을 고르고 주문하는 동선 역시 테이크아웃 중심으로 만들었다. 출근시간대가 지나면 다시 공간을 활용해 샌드위치와 스프를 판매하고 사실상 식사가 가능한 구조로 만들었다. 다시 저녁시간대가 되면 퇴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식빵과 케이크를 팔았다. 각 매장마다 베이킹 도구와 장비를 설치하는한국형 빵집의 장점을 최대한 살렸다는 얘기다. 대부분의 뉴욕 베이커리들이아침 출근시간대 판매에 집중할 때, 한국형 빵집의 특성을 살려시간의 틈새를 잡아낸 것이다. 또한 파리바게뜨에서 판매하는한국형 메뉴들은 그 자체가 새로운 경험이자 일종의맛의 니치를 공략할 수 있는 무기였다. 한국형 빵들은 애초에샌드위치용이나메인메뉴와 곁들이는 주식의 개념이 아니고 간식이나 디저트의 개념이 강했기 때문에 맛과 종류가 다양했고, 이 중에서 간단한 아침식사용, 디저트용, 간식용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었다. 고급 식당의 디저트풍 메뉴부터 전형적인 식사 대용 빵까지 다양하게 갖춰져 있고, 맛의 질 역시 높다 보니한국형 빵의 맛또한 현지인들에게 어필할 수 있었다.

 

 

YELP라는 지역정보 리뷰 사이트()에 실린 한 미국인의 파리바게뜨 평가 글이 이를 잘 보여준다.

 

평점: ★★★★★ ( 5)

정말 좋다.(Love it) 나는 거기에 있는 거 다 먹어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다른 사람도 나와 똑같은 생각을 중얼거리고 있었다. 일단 내가 사서 먹어본 모든 것들은 다 맛있었다. 에그타르트는 진짜 대단했고… (중략) … 모든 게 굉장히 신선했고 디스플레이도 정말 예뻤다. 무조건 가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이런 평가가 한두 개만 있는 게 아니다. 실제로 뉴욕 40번가, 50번가 매장의 평점은 5점 만점에 각각 4.8, 4.5점으로 매우 높은 편이다. 다양성, , 디스플레이, 공간 등 거의 모든 측면에서 현지인들을 사로잡았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파리바게뜨 특유의 거점 전략 역시 주효했다. 먼저 2010년 한인타운에 매장을 내 현지인들에게존재를 알려나가면서 현지 시장 분석을 약 4년간 진행했다. 이후 유동인구가 가장 많고 관광객까지 몰리는 40번가에 매장을 내 브랜드 인지도를 높게 끌어올리는 데에 집중했다. 이어 사무실 밀집지역인 52번가에서새로운 경험의 제공을 통해품질 좋고 다양한 빵을 파는 곳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었고 몇 달 뒤 고급 주택가 지역으로 진입해 이미지 자체를 고급화하고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 뉴욕에서는 이렇게 세분화된 거점전략을 펼쳤지만 더 크게 보면뉴욕이라는 핵심 도시를 중심으로 만들어 낸 브랜드 이미지를 갖고 미국 전체로 나갈 기반을 만든 셈이다.

 

파리바게뜨 성공사례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그들이현지화를 아주 특별한 것으로 여기고

‘현지화 성공 방정식을 찾아내는 데 몰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경영과 마케팅의 기본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했다.

 

 

성공요인 및 시사점, 그리고 도전과제

파리바게뜨의 뉴욕, 중국, 동남아 시장을 겨냥한 공격적 마케팅은 해외 진출 초기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다. 이러한 성공 가도에는 진출 지역에 상관없이 몇 가지 공통점이 보인다. 이 공통점을 통해 성공요인과 시사점을 알아보자.

 

파리바게뜨 성공사례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그들이현지화를 아주 특별한 것으로 여기고현지화 성공 방정식을 찾아내는 데 몰두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히려경영과 마케팅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항상 먼저 생각하면서 그 기본 원리와 원칙을 해외 진출 과정에서 적용하는 방식을 썼다는 얘기다.

 

1) Needs Wants를 제대로 구분해 접근했다

파리바게뜨는 한국에서 붐을 일으켰던 카페형 베이커리 형태로 타깃 시장에 진출했다. 그동안 파리바게뜨의 해외 진출, 특히 뉴욕 시장 진출 성공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왔다.

 

‘한국형 매장이 해외에서도 적중했다’ ‘한국 스타일을 세계인들이 좋아한다’ ‘한류 트렌드가 한몫했다는 등의 많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러나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 보면 만일 한국인들의 베이커리숍에 대한 Needs와 진출 국가 소비자들의 Needs가 동일했다면 이는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우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평가할 때 ‘Wants’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필요로 하는 것(Needs)과 원하는 것(Wants)은 결국 동일한 것이 아닌가라고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두 가지 모두가 때때로욕구라는 단어로 번역돼 사용되는 일도 발생한다. 하지만 Needs는 결핍감을 느끼는 상태에서 특정 브랜드를 구매하고자 하는동기에 해당한다. 반면 Wants ‘Needs가 문화, 개성 등에 의해 표현되는 방법이고 ‘Needs를 충족시키는 제품 혹은 속성으로 정의될 수 있는 부분이다. ( 1)

 

 

 

Needs Wants를 구분하지 못하는 근시안적 마케팅 접근으로 인해 발생한 대표적 실패사례로 코카콜라 사례가 꼽힌다. 1930년대부터 가격인하, 프로모션 등을 통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쳐왔던 펩시콜라는 코카콜라와의 시장점유율 차이를 10%까지 좁히는 데 성공했다. ‘펩시 챌린지라는 프로모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눈을 가리고 펩시콜라와 코카콜라 중 더 맛있는 콜라를 선택하도록 하고, 펩시콜라가 더 많이 선택되고 있다며 홍보에 열을 올렸다. 이에 대해 코카콜라 경영진은 초조함을 느끼게 됐고 소비자들이 더 맛있는 콜라를 원한다고 판단하고 400만 달러를 들여 소비자들이 좋아하는 콜라맛을 찾아내기 위해 20만 회의 블라인드 테스트를 미국 전역에서 실시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1985년에 기존의 콜라 생산을 중단하고 드디어 ‘New Coke’라는 새로운 콜라가 시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출시 초기에 경영진은 최고의 맛을 찾았으므로 신제품이 대성공을 거두리라 확신했고, 실제로도 과거 5년간의 시장점유율 중 최고의 성적을 내며 기분 좋은 출발을 알렸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미국 전역에서 소비자들의 코카콜라 불매운동이 일어났고 결국 경영진은 77일 만에 소비자들에게 사과하며 기존의 코카콜라를코카콜라 클래식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키기에 이른다. 기존의 코카콜라가 사라졌을 때, 소비자들은이제 더 이상 코카콜라를 마실 수 없게 됐다니 무척이나 슬프군요. 그런데 앞으로 제 아이들과 손자들도 영영 이 맛을 보지 못할 거라는 점을 생각하니 더 슬퍼집니다. 나중에 제 아이들은 코카콜라의 맛이 어떤지는 그저 저의 설명으로만 기억하게 되겠지요라며 코카콜라에 아쉬움을 넘어선 분노를 표출했다. 코카콜라는 소비자의 Needs는 맛이 아니었음을,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함께 해왔던 수많은 추억이었음을 뒤늦게 알게 된 것이다. 가족과 햄버거를 먹을 때도, 친구들과 생일파티를 할 때에도, 군대에서 동료들과 훈련하다 잠깐씩 쉴 때에도 그곳에는 코카콜라가 있었다. 코카콜라 경영진이 소비자들의 그 소중한 기억을 무시했음에 소비자들은 분노했던 것이다. 코카콜라 사례는 고객의 Needs Wants를 혼동함으로써 발생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게 바로마케팅 체르노빌로 불리는 코카콜라 뉴코크 실패사례의 핵심이다.

 

그럼 다시 파리바게뜨 뉴욕 진출 사례로 돌아와보자. 카페형 베이커리숍에 대한 고객의 Needs Wants는 어떻게 구분해 볼 수 있을까? 소비자가 베이커리숍에서는 빵을 구매하길 원하고, 커피숍에서는 커피를 구매하길 원한다는 접근은 소비자의 Wants Needs와 동일시하는 1차원적인 접근이다. 커피와 빵은 Needs를 충족시키기 위한 Wants에 해당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도심에 한 블록당 한 개의 커피숍이 보일 정도로커피숍 천국이다. 우리나라 소비자들이 커피를 너무 선호해서 이렇게 많은 커피숍이 생겼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들은 한 잔의 커피를 기울이며 사람을 만날 장소가 필요했고, 혼자서도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또한 베이커리숍 역시 간단하게 간식을 먹을 수 있고 손쉽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장소의 Needs 속에서 탄생했다. 커피숍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보통의 경우에는 1시간 이상 매장 내에 머물게 된다. 그러다 보니 커피 한 잔만으로 그 시간을 보내기엔 허전함이 생기게 되고 커피와 어울릴 만한 먹거리에 대한 Wants가 발생한다. 누군가를 1∼2시간 만나기에 부담 없는 장소에 대한 Needs는 한 잔의 커피를 기울이며 다과를 함께 나눌 수 있는 장소로 그 Needs가 구체화됐고, 파리바게뜨는카페형 베이커리숍이라는 서비스 형태(Wants)를 고객에게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따라서 파리바게뜨 성공을 두고 앞서 언급했듯한국의 위상이 높아져서 이제는 한국 스타일이 세계에서도 먹히게 된 것이라거나한류의 흐름 덕을 톡톡히 본 것이어서 파리바게뜨의 내부적 전략이 아닌 거시적 환경 덕분이라는 (다소 시샘 어린) 평가 등을 내리는 것은 진짜 성공요인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 소비자의 Needs를 꿰뚫어 보면 Wants는 자연히 Needs의 부산물로 제공되기 마련이다. 만일 과거의 코카콜라 경영진처럼 고객의 Wants(콜라의 맛)에 집착하고 그것이 Needs라고 착각했다면 파리바게뜨는 더 맛있는 빵을 고안해 내는 일에올인’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객의 Needs는 여유로운 만남의 공간이었음을 인지하고 있었기에 출출함을 달래줄 수 있는 빵을 제공하는 베이커리숍과 오랜 시간 동안 만남의 공간을 제공하는 커피숍의 형태가 결합된카페형 베이커리숍이라는 Wants가 탄생한 것이다. 파리바게뜨의 여러 가지 해외 진출 성공요인을 분석할 때 파리바게뜨가 이러한 고객의 Needs가 비단 한국인에게만 존재한 것이 아님을 간파했다는 점을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Needs에 기반한 Wants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그리고 왜 성공하게 됐는지를 분석하는 게 그 다음이다.

 

 

파리바게트에서 직접 빵을 고르고 있는 현지인들.

 

2)고객경험관리(CEM·Customer Experience Management)의 교과서를 쓰다.

<고객경험관리>라는 책을 편찬한 슈밋(Sch-mitt) 교수는 브랜드와의 접점에서 고객이 얻게 되는 총제적인 경험이 고객 만족으로 이어지게 되고 결국 재무적 성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브랜드 접점에서의 고객경험관리가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한 명의 불만족한 고객은 온라인상에서 5000명에게 불만족한 경험을 전달하기도 하는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긍정적인 경험을 증가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경험을 감소시키고자 하는 노력도 매우 중요하다. 경험 소비에 대한 소비자의 욕구가 커지다 보니 경험의 질이 브랜드 성과를 좌우하게 된다. 따라서 경험은 단순히판매되는 게 아니라 관리돼야 할 대상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고객이 좋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것이 고객경험관리의 기본 전제다. 고객이 브랜드 접점에서의 긍정적 경험을 한 것이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태도를 형성하게 하고, 결국 그 브랜드에 대한 재구매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고객경험관리에서브랜드와의 접점이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하는데 이는 소비자가 브랜드를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포함한다. 가령, 우리가 레스토랑을 방문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레스토랑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경험을 발생시키는 요소들을 열거해 보면 주차의 편리성, 엘리베이터의 청결, 카운터 직원의 친절한 안내, 메뉴판의 구성, 메뉴에 대한 종업원의 상세한 설명, 요리의 맛, 식기류 디자인, 결제의 신속성 등 공간 내부적 요소와 레스토랑에 관한 전단지·TV·잡지 광고, 레스토랑에 대한 주변인들의 평판 등 공간 외부적 요소들을 제시해 볼 수 있다. 이 모든 것들을 소비자가 브랜드를 만나는 접점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접점 단위에서 고객의 긍정적 경험의 양과 부정적 경험의 양을 각각 측정해 보고, 부정적 경험이 많이 발생하는 접점부터 우선적으로 개선시켜 나가면 고객의 만족도를 효율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게 된다.

 

국내 통신사인 SK텔레콤의 경우 2009년에 고객의 접점을 30개로 분류한 후 각 접점에서의 긍정/부정 경험의 양을 측정하고 이들 경험이 만족도에 미치는 영향력을 분석했다. 이를 통해 만족도에 영향을 크게 미치면서도 경쟁사 대비 긍정경험양이 적은 접점과 부정경험양이 많은 접점에 대해 개선방안을 강구했고 고객의 만족도를 지속적으로 관리해오고 있다. CEM 접근을 통한 고객 만족도 관리가 성공적으로 이뤄졌다고 자체적으로 평가돼 CEM SK브로드밴드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는 상태다.

 

 

크리스피크림의 경우 고객들이 빵을 주문한 후 빵이 구워져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을 지루해 하고 여기에서 부정적 경험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부정적 경험을 감소시키기 위해 빵이 구워져 나오는 모든 과정을 소비자들이 지켜볼 수 있도록 유리창벽으로 제조실을 공개했다. 소비자들은 자신이 주문한 빵이 나오기까지 10∼15분을 기다려함에도 불구하고 그 과정을 흥미로운 눈빛으로 지켜보며 기다리는 시간을 즐기도록 만든 것이다. 부정적 경험을 긍정적 경험으로 전환시키고자 했던 노력이 고객의 만족도 상승으로 이어진 사례다.

 

우리 실생활에서도 이러한 노력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벽면에 거울만 달아놓아도 아무것도 없는 경우에 비해 고객은 덜 지루하게 느낀다. 만약 동영상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있는 경우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려야 하는 시점이 왔다는 게 아쉽게 느껴질 정도로 시간이 짧다고 인지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파리바게뜨는 빵을 고르는 지루한 과정에내가 직접 골라 담는 재미를 가미함으로써 부정적 경험을 긍정적 경험으로 전환시키고자 시도했다. 최근 소비자들은 오락적이고 독특한 경험을 소비하고자 하는 외식 성향을 보이고 있다. 파리바게뜨는 타 경쟁 업체와 다르게 다양한 메뉴들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전시한 후 본인이 직접 집게를 들고 쟁반에 빵을 골라 담게 만들고 있다. 일명셀프 선택 시스템이다. 기존의 베이커리숍에서는 빵을 선택해 패킹하는 시간이 지루하고 따분한 시간이었지만 파리바게뜨는 그 시간을 재미로 채울 수 있도록 아이템을 골라 장바구니에 담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의 대표적 특징 중 하나인 ‘300종 넘는 다양한 메뉴도 동일 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골라먹는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폭넓게 제시하는 것이다. 파리바게뜨의 놀라운 점은 이 본질적인 접근이세계 트렌드의 중심인 뉴욕에서도 반드시 통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실행했다는 점이다. ‘마케팅의 본질을 아는 경영, 기본에 충실한 전략이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파리바게뜨는 국내에서 발견한마케팅 성공공식을 넘어서 현지화 과정에서 더 적극적인 디자인경영을 만들어나갔다. Red Dot Design Award 수상작인파리지앵(Parisien) 테이크아웃용 종이컵을 보면 종이컵을 시즌마다 다양하게 구성해 커피를 마시면서 재미라는 요소를 가미시키고 있다. 또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일회용 컵 사용에 대한 소비자들의 죄책감, 그리고 그로 인한 부정적 경험을 완화시키고자 따뜻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의 나무, 벽돌, 타일 등의 디자인 요소를 가미한 친환경적 용기를 고안하고 있다. ‘쿨 한 뉴요커의 감성과 잘 맞으면서도옳은 일에 대한 욕구까지 만족시킨 셈이다.

 

뿐만 아니라 고객의 접점은 매장 내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님을 파리바게뜨는 해외 진출 초기부터 인지하고 중국, 동남아, 미국 등 어느 나라에서건 외부 접점에서의 고객관리에도 신경을 써오고 있다. 가족구성원, 회사원,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케이크 만들기, 휴대폰 무료 충전, 비상약 제공, 택배 수령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사회 친화적·고객 친화적 이미지를 구축하고자 노력했다. 이를 통해 파리바게뜨의 인지도 및 호감도를 높였고, 이는 또한 긍정적 구전을 일으키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파리바게뜨를 경험한 고객들이 인터넷상에서 긍정적인 리뷰글을 올리게 되면서 매장의 장점들이 구체적으로 소개됐고, 소비자들 사이에서 전반적으로 호의적인 태도가 형성됐다. 업체에서 스스로를 홍보하는 것에 비해 이해관계가 없는 소비자들에 의한 긍정적인 평가가 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실제 앞서도 제시했듯 구글과 각종 평점 사이트에서 매겨진 파리바게뜨의 평점은 5점 만점 기준 4.4∼4.8점의 높은 점수로 고르게 분포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든 소비자의 경험접점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경쟁사에 비해 어느 접점에서의 경험요소에서 평가가 뒤처지는지를 파악한 후,

소비자가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부터

관리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3) 향후 도전과제

중국, 동남아, 그리고 미국(특히 뉴욕)에 이어 전 세계적으로 성공적인 진출의 기세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지금의 성공사례들이 이후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최근 한 논문은 해외 진출 국가가 우리나라와 경제적, 문화적, 글로벌-연결 거리가 가까우냐에 따라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이 차별화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소비자들이 외식에서 고려하는 요소들은 크게 메뉴, 종업원, 분위기, 구전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4 이들에 대한 평가가 높을수록 해당 매장에 대한 재방문의도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외 진출 시 예산의 한계가 있으므로 업체는 어느 요소들을 우선적으로 고려해 예산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할지에 대한 전략적인 결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경제적 거리(economic distance), 문화적 거리(cultural distance), 글로벌-연결(global-connectedness distance) 거리는 물리적 거리를 대신하는 국가 간의 거리를 측정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다. 경제적 거리는 소득, 인플레이션, 수출액, 수입액을 바탕으로 측정되고, 문화적 거리는 권력거리(권력의 불평등한 분배를 수용하고 기대하는 정도), 불확실성 회피정도(불확실성을 최소화함으로써 불안에 대처하려고 하는 정도), 개인주의-집단주의(개인들이 단체에 통합되는 정도), 남성성-여성성(성별 간 감정적 역할의 분화 정도)의 수준을 바탕으로 측정되며, 글로벌-연결 거리는 세계 관광 지출, 세계 관광 수입, 1000명당 인터넷 사용자 수로 측정된다.

 

최근에는 인터넷의 발달로 정보의 교류가 활발해 졌고 관광업의 발달로 직접적인 문화적 교류도 활발해진 상황이라 특히 글로벌-연결 거리가 강력한 심리적 거리 측정 도구가 되고 있는 추세다. 글로벌-연결 거리가 가까운 대상 국가의 소비자의 경우에는 메뉴, 종업원 요소에 의해 고객의 재방문 의도가 더 많이 지배받고 글로벌-연결 거리가 먼 대상 국가의 소비자의 경우에는 분위기, 구전에 의해 더 많이 지배받는다는 연구 결과5 는 해외 진출 국가에 따라 집중관리해야 하는 소비자의 경험 요소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모든 소비자의 경험접점을 동시에 관리한다는 것은 시간상, 비용상 제약으로 인해 쉽지 않다. 경쟁사에 비해 어느 접점에서의 경험요소에서 평가가 뒤처지는지를 먼저 파악한 후, 이 요소들 중 소비자의 의사결정 시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들부터 관리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 ‘프로스펙트 이론(Prospect Theory)’에서는소비자는 자신이 취하는 이익에 비해 손실에 대해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고 가정한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긍정적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마인드보다는 부정적 경험을 긍정적 경험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안을 실행시키겠다는 전략이 더 바람직할 것이다.

 

 

고승연기자 seanko@donga.com

 

이승연연세대 경영대 교수 yonylee@yonsei.ac.kr

이승연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광고와 프로모션 분야에 대한 연구를 많이 진행했으며 VIP 마케팅, 한식세계화 마케팅 등에 관한 다양한 연구를 해왔다. 등 국내외 저명 학술지에 여러 편의 논문을 게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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