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화와 문화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거시역사적 관점에서 ‘세계화’와 ‘현지화’는 동전의 양면처럼 지난 300년간 연구돼 온 주제이자 경제·문화전략의 하나였다. 21세기 들어서면서 국경이 무너지자 기존의 ‘국경’ 중심의 분석으로는 전략을 짜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등장한 방법이 ‘묘사언어학’적 분석에 바탕을 둔 현지화 전략이다. ‘현지화 전략’을 짜는 지금 시대의 기업인들은 단지 외국어를 잘 구사하고 잘 쓰는 것 이상의 실력을 가진 이들과 함께해야 한다. 영문법, 서구언어구조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타깃 시장을 구성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고 패턴과 행태를 분석하고 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
1. 들어가며
Globalization이 필연적으로 만들어내는 Localization
바야흐로 진짜 글로벌 시대다. 중국 관광객 수요에 의존하는 서울 북촌의 소형 수공예 가게를 운영하는 소상공인도 ‘글로벌’ 정신이 필요하다. 물론 16, 17세기 대항해 시대에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배들이 태평양에 진출하기 시작한 이후로 세계 경제는 지구촌을 하나로 묶는 거대한 글로벌 시스템이 됐다. 역사학자인 프랜시스 테일러에 의하면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의 인도네시아 원주민들도 가장 큰 고객인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의 요구에 맞춰 자신들의 주 식량원인 사고야자 대신 그 땅에 유럽 소비자들이 수입을 원하는 커피를 심는 등 국제 소비자의 기호에 맞춰 상품을 생산해 왔다고 한다. 18세기의 영국 동인도 회사가 중국의 광저우 만에 도착한 이후로 중국 내륙의 징더젠 불가마에서 생산된 도자기 역시 유럽 고객 취향에 맞춰 르네상스식 원근법과 유럽 클래식 예술의 특징인 대칭성을 장식 그림에 사용했다.
세계화 혹은 지구촌화(globalization)는 ‘소비자가 누구인가’에 따라 그들의 취향과 기호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낸다. 따라서 ‘소비자를 중심으로 한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은 그 자체로 ‘현지화’이면서 동시에 ‘세계화’다. 수많은 의미를 갖고 있는 ‘glocalization’, 이른바 ‘세방화’의 한 양태다.
일단 globalization과 localization의 조어인 glocalization부터 확실히 이해하고 넘어가도록 하자. Globalization(세계화)은 교통, 통신 매체가 점점 발달해 국가 간의 소통이 활발해지면서 세계의 모든 나라들의 문화가 유사해지는 것을 말한다. 1990년대까지 많은 지성인들은 globalization이 완성되면 전 세계인이 같은 문화를 향유하고, 같은 경제 시스템(영미식 자본주의)과 정치 시스템(의회 민주주의), 생활방식(서구식 핵가족)을 공유할 것이라 전망했다. 그리고 전 세계가 함께 새로운 ‘범인류문화권’을 형성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인 토마스 프리드먼은 이것을 ‘평평한 세계(Flat World)’라 불렀다.
그런데 globalization이 진행되고 나니 모든 나라의 문화가 똑같아지지 않았다. 전 세계 사람들이 글로벌 트렌드의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원형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고 일부는 거부하고 다른 것은 재 해석해서 그 지역만의 새로운, 특이한 소비 문화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서 한국에 힙합과 팝이 들어온 것은 사실이지만 한국의 콘택스트를 통해 재해석해 K-Pop을 만들어 낸 것과 마찬가지다. 이렇게 globalization의 영향에 저항하고 적응하며 새롭게 만들어진 문화나 상품을 localization이라고 한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런 관점에서 localization, 즉 ‘현지화’를 들여다보고자 한다.
또 다른 역사 속 스토리를 하나 살펴보자.
일본의 가키에몬 도자기는 localization 성공의 초기 사례다. 일본의 도공 사카이다 가키에몬은 아시아 전통 도자기에 유럽인들이 선호하던 에나멜 디자인을 입혀 17세기부터 네덜란드 동인도회사(VOC)에 납품하고, 작센왕국의 왕 오거스트(August der Stark)와 영국의 매리2세의 왕가에도 수출했다. 1800년대 유럽 기업들은 가키에몬의 도자기를 더욱더 세분화해서 유럽 로컬 시장에 적합한 도자기 브랜드를 만들어 냈다. 예컨대 ‘유럽 취향’이라는 아주 보편적 취향에 맞춘 가키에몬과 경쟁하기 위해 생긴 유럽 브랜드 두파키에(Du Paquier)는 가키에몬의 기본 디자인에 독일과 오스트리아라는 특정 국가의 식생활 습성에 맞춘 상품을 출시했다.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인들의 기호에 맞춘 상클로드(Saint-Cloud)가 가키에몬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결국 이 두 브랜드가 일본의 가키에몬을 제치고 유럽 도자기 시장을 석권하게 됐다. 비결은 두 브랜드 모두 덜 보편적이고 더 세부적인 현지화 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위 두 회사는 ‘로컬’을 ‘유럽’이라는 큰 범위가 아니라 ‘국가별’로 더 세분화시켜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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