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e Study:SPC 파리바게뜨
Article at a Glance- 경영전략
베이커리 프랜차이즈 업체인 SPC 파리바게뜨는 중국과 동남아에서의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2013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뉴욕 진출을 시도했다. 300종이 넘는 메뉴를 구비하고 그중 20∼30%를 현지인 입맛에 맞는 것으로 구성했다. ‘스스로 집게를 들고 빵을 고르는 방식’과 ‘카페테리아형 매장’은 현지인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큰 성공을 거뒀다. 파리바게뜨의 성공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현지화 전략’을 완전히 새로운 그 무엇으로 생각하고 ‘현지화 성공 공식’을 찾는 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파리바게뜨는 오히려 ‘경영과 마케팅의 기본’이 무엇인지를 항상 먼저 생각하면서 그 기본 원리와 원칙을 해외 진출 과정에서 적용하는 방식을 썼다. Needs와 Wants를 제대로 구분했고, 고객경험관리에 집중했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유준수(서강대 경영학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한 손에는 베이글과 다른 한 손에는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출근하는 패션 피플.
전 세계 사람들에게 각인된 세련된 ‘뉴요커’의 이미지다. 그런데 한국의 제과제빵 프랜차이즈 업체 하나가 뉴욕의 이 풍경을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한국식으로 변형된 페이스트리빵을 한 손에 들고 바로 그 빵집에서 사든 원두커피와 함께 출근길에 나서는 뉴요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던 일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 SPC 파리바게뜨가 미국 뉴욕 내 한인타운(32번가)이 아닌 뉴욕 타임스퀘어 인근(40번가)에 현지인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매장을 처음 낸 건 2013년 10월, 사무실 밀집지역에 현지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직영점1 을 만든 게 다음 달인 2013년 11월이다.
그리고 약 1년7개월이 지난 지금 ‘가장 서구적인 메뉴’인 ‘빵과 커피’로 뉴욕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현재는 고급 주택가이자 중소 사무실 밀집지역인 어퍼웨스트 사이드 70번가와 96번가에 각각 두 개의 점포를 더 내면서 한인타운 지역까지 포함하면 총 6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우선 각 매장마다 하루에 약 1000명이 방문하고 매출액도 원화 기준으로 1000만 원을 훌쩍 넘어서는 곳도 있다. 한국에서 보통 ‘잘된다’고 하는 파리바게뜨 매장도 일 매출이 300만∼400만 원 수준인 걸 감안하면 놀라운 성적이다. 뿐만 아니라 비싸기로 유명한 뉴욕 매장 임대료 때문에 쉽게 흑자 전환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지만 2010년 문을 연 한인타운 매장부터 불과 두 달 전 문을 연 96번가 매장까지 모두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중국과 동남아 등 지역에 진출하며 성공 스토리를 써 온 SPC 파리바게뜨였지만 ‘세계 트렌드의 심장부’인 뉴욕에서까지 이 같은 성공을 거두리라는 예상을 한 이들은 많지 않았다. 식품업체로서는 드문 현지화 성공 사례로 분류되는 파리바게뜨의 성공전략을 DBR이 취재했다.
파리바게뜨 인 맨해튼
중국과 동남아 공략에서 얻은 교훈: 현지화 제품 비율
파리바게뜨가 ‘글로벌 진출’을 모색하기 시작한 건 1990년대 후반부터다. 한국 내수시장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너무도 명확해 보였고 중국과 동남아 등 신흥시장 소비자들의 입맛은 서구화되고 있었다. 그러나 한국에 서구 음식인 빵이 들어와서 한국식으로 변형돼야만 했듯 그들에게도 자신들에게 맞는 스타일의 빵이 필요했다.2 이미 ‘서양식에서 한국식으로’ 바꾸면서 ‘변형’의 노하우를 체득했던 파리바게뜨에는 경쟁력이 있었다.
중국, 베트남 등지에 현지 주재원을 파견하면서 시장조사를 했고 2004년 중국을 시작으로 베트남, 싱가포르 등지에 매장을 내면서 글로벌 진출과 현지화, 이른바 ‘glocalization’의 기본 전략으로 ‘고급화, 다양화, 고품질화’를 내세웠다. 최근 한 논문3 에 따르면, 파리바게뜨는 진출 초기부터 구매력이 높은 상류층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차별화하고 실제로 고급 쇼핑몰, 백화점을 중심으로 출점했다. 때마침 중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보이며 중산층 이상의 소비자가 급증하던 중이었고 다양한 ‘먹거리 안전 이슈’가 터져나와 중국 내 중저가 브랜드 식료품과 음식 전반에 대한 불안이 팽배해 있는 상황이기도 했다. 이 같은 ‘고급화’(입지 및 브랜딩 측면)와 ‘고품질화’(맛과 원료 및 유통 안전 측면)를 축으로 ‘다양화’ 전략도 이어졌다. 한국의 다양한 빵을 소개하는 것을 넘어 현지인 입맛에 맞는 빵까지 출시했고 이는 파리바게뜨의 입지를 더욱 탄탄하게 만들었다. 특히 고기를 좋아하는 중국인들의 식성을 반영해 빵 위에 소고기 가루를 가득 얹어 출시한 ‘육송 빵’ 등은 중국인들 사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한국형 소보루빵을 만두를 좋아하는 중국인의 입맛에 맞게 변형한 게 주효했던 셈이다.
베트남과 싱가포르는 각각 중국과 비슷하면서도 달랐다. 베트남은 이미 한류 바람으로 한국 브랜드 자체가 ‘고급’ 이미지를 획득하고 있었지만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중국보다 정보가 적은 시장이었다. 철저한 연구조사를 통해 구운 고기와 현지의 각종 향채를 넣어 만든 ‘반미(Banh mi) 바게뜨’ 등의 현지 메뉴를 개발했다. 반면 싱가포르는 매우 국제화된 도시였기 때문에 ‘고품질’ 이미지를 특히 강조할 수밖에 없었고 이 과정에서 단단한 빵보다는 촉촉하고 부드러운 빵을 선호하는 현지인 특성에 맞게 ‘포카차’ ‘깔조네’ 등의 메뉴를 개발해 성공을 거둔다.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