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Strategy

느릿느릿, 그러나 촘촘한 중국인의 그물만만디라 착각 말고 처음부터 조심조심

166호 (2014년 12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인문학

중국인들은 상대를 만났을 때 그 사람이 가진 권한과 지위에 따라 그에 적합한 그물을 치는 데 능하다. 특히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을 상대할 때는 너나없이그물 치는 전략을 구사한다. 속도를 내는 것도 아니다. 아주 서서히, 그러면서도 매우 인간적인 방법으로 친다.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조금씩 그물을 엮어 간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면 빠져나갈 수 없는 촘촘한 그물에 걸려 있다. 후회해도 늦은 일이다. 중국인들의 그물 전략에 빠져들지 않고 중국 땅에서 성과를 내려면 우리도 그들에게 전략적으로 그물을 쳐야 한다. 그들과 우리가 함께 사는상생의 그물이다. 

 

도대체 중국인들의 속을 모르겠다!

중국에 와서 사는 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것 중 하나는도대체 중국인들의 속을 모르겠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5년을 산 사람이나, 10년을 산 사람이나 이 의문의 숙제는 쉽게 풀리지 않는다. 그만큼 중국인들은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속성이 있다. 그 깊은 속을 알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더욱 우리는 중국 사람들의 속성을 이해해야 한다. 일반적인 중국 문화를 알고 중국인들의 특성과 습관을 알아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현지에서 부딪치는 이런 피상적인 지식은 실전에서 무용지물에 가깝다. 남들이 다 아는 공통의 상식만으로는 중국인들을 어찌 해볼 방법이 없다. 20년 넘게 중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도 아직 중국인들의 속을 모르겠다고 혀를 내두르는 판에 중국에 온 지 아직 2∼3년밖에 안 된 초보자가 중국인을 상대하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같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실전에서 사업상 상대를 향해 잘 써먹는 방법은 무엇이고 그들의 속성은 어떠한가? 물론 이 질문에도 정확한 답은 없다. 그들의 속을 훤히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안타깝지만 필자 역시 그런 능력은 없다. 다만 10여 년 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그들의 대표적인 속성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우선 중국인들이 우리에게 접근하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사실 이 접근 방식 속에 중국인들의 속성이 상당히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다. 중국인들의 접근 방식을그물 치는 방법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일명그물론(網論)’이다.

 

그동안 많은 중국 사람들을 경험해 본 바 그들이 사용하는 접근 방식에는 나름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그물을 치는 수법이다.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중국 사람들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상대를 향해서 그물을 친다는 것이다. 속된 말로 표현해 상대를 엮는다고도 볼 수 있는데 이것과는 약간 뉘앙스가 다르다. 중국 사람들은 일단 상대를 만나면 아주 요란하게 접대를 하면서 단기간에 상대를 떠보는 기술에 능통하다. 특히 상대가 외국인일 때는 이런 작전이 바로 개시된다. 상대를 떠 보고, 관찰하고, 면밀하게 파악한다. 술은 어느 정도 하는지, 인품은 있는 사람인지, 취미는 무엇인지, 술자리에서의 성격은 어떤지, 중국어는 어느 수준인지, 특별한 배경은 있는지, 현재 권위와 권한의 정도는 어떤지를 아주 세심하게 관찰한다.

 

이 중에서 상대의 성격이 어떤지, 어느 만큼의 권한이 있는지가 가장 중요하다. 중국 사람들은 권위와 권한이 없는 사람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일정 기간의 관찰을 통해 상대에게 어떻게 그물을 쳐야 하는지 숙고하고 연구한다. 어떤 그물을 사용할지, 작게 칠지, 크게 칠지를 골똘히 생각한다. 어떤 종류의 그물을 어떻게 쳐야 적합한지, 마무리는 어떤 방법으로 할지도 미리 염두에 둔다. 다시 말해 상대에게 알맞은 그물을 짜는 것이다. 낚시를 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모든 상대에게 큰 그물을 사용하지는 않는다. 때로는 낚싯대를 사용해서 간단하게 잡는 방법도 있다. 개인 사업자들이 여기에 걸려서 한 방에 가는 경우가 많다.

 

 

 

중국인의 그물에 빠지면 안 된다

중국 사람들이 치는 그물은 이처럼 치밀하고 주도면밀하다. 이후 그들은 천천하고도 은밀하게 전략을 개시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여기에 걸려들면 빠져 나오기가 아주 힘들다. 거의 잡아먹힌다고 보면 된다. 천운(天運)이 따르지 않는 이상, 이 그물에서 도망쳐 살아남기란 그야말로 불가능이다. 이래서 멋모르고 덤비면 중국 시장에서의 경쟁은 백전백패다. 열심히 안 해서 지는 것도 아니고 운이 없어서 깨지는 것도 아니다. 정말 최선을 다했지만 이미 결과가 나와 있는 판이다. 그물에 걸려든 고기가 아무리 애쓰며 별의별 방법을 다 강구한다고 해도 그 게임은 물고기가 그물에 들어갔을 때 이미 끝난 것과 같다. 그물 속에서 최선의 노력은 어부가 그물을 건져 올릴 때까지만 유효하다. 혹시 어부가 배가 고파 그물을 던져 놓고 밥을 먹는다든지, 담배 한 대 피우며 휴식을 취한다면 잠시 생명이 연장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물고기의 운명이 바뀔 확률은 없다.

 

이래서 우리는 우선 이 그물에 걸려들지 말아야 한다.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그물에 걸려서는 안 된다. 걸리는 순간 방법이 없다. 중국 사람들의 전부는 아니더라도 이런 방법으로 접근해서 그물을 치고 마침내 그물 속에 들어 온 고기를 건져 올린다고 보면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물론 사람마다 그물을 치는 수법과 방법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상대를 향해 그물이라는 도구를 사용하는 점은 비슷하다. 중국인들은 수천 년 동안 이런 기질을 유전자 안에 깊숙이 길러왔다. 그 사람들은 태생적으로 이런 습관을 갖고 있다.

 

중국인들은 일단 상대를 자신의 울타리 안으로 몰고 들어가려는 특성이 아주 강하다. 그동안 상대해 본 많은 사람들 중에 예외는 한 명도 없었다. 우선 상대를 자기 집안으로 끌어 들인다. 들어 왔다고 확인되면 대문을 굳게 잠근다. 사실 이때부터 진짜 작전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중국인들의 협상 전술은 이중적이다. 마당에서 했던 말은 대문 안에 들어가고 문이 굳게 닫힌 후에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완전히 다르다.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억지를 부리고 떼를 쓴다. 그리고 이미 대문을 잠갔다는 은근한 협박도 병행한다. 후회해도 방법이 없다. 이미 늦은 것이다. 대문 안으로 쉽게 들어가질 말았어야 했다. 물론 계약서를 작성했고 모두 검토한 후에 최종적으로 합의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중국인이 생각하는 계약과 우리의 계약은 인식이 다르다. 우리는 계약을 최종점으로 생각하지만 그들은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계약을 맺었다고 다 된 것이 아니다. 이제 겨우 준비를 마쳤다는 뜻이다. 상대를 자신의 울타리에 가두는 것이 그들이 생각하는 계약의 의미이기 때문이다. 이런 계약서는 천 장을 써도 소용이 없다. 우리에게는 천금 같은 계약서가 그들에게는 한낱 형식적인 문서일 뿐이다. 그 약속은 언제든 깨질 수 있고 그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수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제부터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때부터 이미 지쳐간다. 몸도 고달프고 마음에도 별로 의욕이 없다. 긴 시간을 들여 밀고 당기는 협상을 해서 이제 겨우 거래가 성사됐다고 생각했는데 상대는 그때부터 다시 조목조목 따지고 든다. 한번에 따지는 것도 아니다. 시간을 두고 하나씩 하나씩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몰고 간다. 어느 때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어느 때는 어물쩍 넘어가는 수법으로 괴롭힌다. 사람은 지치고 피곤해지면 대충 넘어가려고 한다. 우리는 그들의 전략에 서서히 무너져 내린다. 마침내 중국인들은 그들이 원하는 목적에 맞게 진짜 계약서를 완성한다. 이래서 우리의 계약서와 중국인들이 생각하는 계약서가 다르다는 것이다.

 

비행기 타는 날 새벽에 걸려온 전화

10여 년 전 한국의 한 중소기업이 중국 진출을 결심하고 필자가 사는 도시로 온 적이 있다. 모든 협상이 초기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듯했다. 한국 기업이 투자하겠다는데 왜 마다하겠는가? 중국 공무원 입장에서는 아주 커다란 성과를 올릴 수 있다. 일이 성사되고 구체적으로 투자가 진행되면 정부로부터 인센티브도 받을 수 있다. 당시 중국 지방정부에서는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를 지상과제로 삼던 시절이었다.

 

역시나 중국인들은 우리 기업을 상대로 그물을 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막바지 진통이 예상되는 최종 마무리만 남았다. 우리가 요구하는 조건 중에서 한 가지를 그들이 받아주지 않았다. 한국 측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들어와 생산을 시작해야 했으므로 반 년 가까이 진행한 합의 내용을 한두 가지 문제로 모두 허사로 만들 수는 없었다. 한국 측 담당자는 조급했다. 그러나 협상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결국 최종 협상에서도 그 문제는 결렬되고 말았다. 문제의 핵심은 전기 동력을 중국 측에 요구한 일이었다. 한국 측은 공장에 일반전기뿐 아니라 동력까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으면 안 들어오겠다고 버텼다. 사실 이 공사에는 돈이 꽤 들어간다. 중국 측에서 쉽게 허락할 성질이 아니었다. 양측은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헤어졌다. 다음 날 오전 9시 비행기를 예약한 한국 측 대표는 호텔로 돌아와 짐을 꾸렸다. 그러나 밤새도록 잠이 오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이번 출장에서 모든 문제가 정리되는 것으로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이미 자신이 중국 공장의 총괄책임자로 내정돼 있기도 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출장 하루 저녁을 남기고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허탈하고 피곤했다. 기쁜 소식을 안고 돌아가도 시원치 않은 회사 사정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호텔 창 밖으로 보이는 호수에는 처연한 달빛이 아름다운 그림자를 그리며 떠 있었다. 자정이 넘은 시간에도 잠은 계속 오지 않았다. 한숨과 탄식이 가슴 깊은 곳에서 소리 없이 흘러 나왔다.

 

“어제 저녁 내가 좀 더 양보했어야 했나?” 이런 후회도 들었다. 중국 측에서 저토록 양보하지 않는 배경에는 그들의 사정도 만만치 않았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투자하는 마당에 우리가 조금 더 투자하면 될 일인데 왜 내가 그토록 고집을 부렸을까?” 이런저런 상념들이 새벽이 가까워지는 시간까지 그를 괴롭혔다. 그러나 만약 조금씩 계속 양보한다면 나중에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었다. 그는 나름대로 협상 과정 내내 예리한 판단력을 곤두세우며 그들이 얼마나 이번 투자를 성사시키려고 하는지 느꼈다. 그래서 자신도 오늘 협상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내일 아침 9시 비행기로 돌아가겠노라고 큰소리를 친 것이었다. 더 이상의 협상은 없으며 다른 지역으로 가겠다는 으름장도 놨다. 하지만 그들은 끝내 비장의 최후통첩에도 굴하지 않고 자리를 뜨고 말았다. 이젠 정말로 모든 것이 끝나버렸다.

 

다음 날 아침 6, 간신히 새벽에 붙인 눈을 떴다. 호수의 물은 여전히 고요하고 잠잠한 채 아름다웠다. 저 멀리 동편에서는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이 이미 떠오르고 있었다. 이제는 정말로 세수하고 집에 가야 할 일만 남았다. 그러나 가기 싫은 길이었다. 무슨 면목으로 회사 대표에게 보고할 수 있을까. 이미 없어진 내 자리를 다시 달라고 해야 하나. 숨 막힐 듯 답답한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 순간, 갑자기 전화벨이 울렸다. 전화기를 드니 중국 측 파트너의 목소리였다. 자신들이 요구 조건을 수용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5분 후 호텔에 도착하니 계약서에 날인하라고 한다. 마침내 중국 측에서 양보를 한 것이다. 한국 측 대표는 자신도 모르게 길게 한숨을 쉬었다. 길고 긴 과정이 이제 한 단계를 마무리 짓는 순간이었다.

 

중국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살기 위해서다

중국인들의 그물 치는 전략은 이처럼 집요하고 철저하다. 상대의 비행기 시간을 알고 아침까지 그물을 쳐 놓은 것이다. 중국 측도 한국 회사가 분명히 넘어올 것이라고 확신했을 것이다. 그러나 마지막 수 싸움에서 한국 측이 이겼다. 이 회사가 중국에 진출할 당시 다른 두 개 중소기업이 거의 같은 시기에 이곳에 진출했다. 요란한 개업식을 아주 성대하게 치르면서 입성했다. 모든 계약이 너무나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속도 있게 진행됐음은 말할 나위가 없다. 왜 그랬을까? 이미 그물에 걸린 상태였으므로 난관이 없었던 덕분이다. 그 두 개 회사는 몇 년 지나지 않아 망해서 철수했다. 끝까지 버티고 협상에서 성공한 이 회사는 지금까지도 아주 잘 돌아가는 중이다. 많은 점을 시사하는 사례다.

 

필자 또한 이런 그물에 여러 번 걸려든 적이 있다. 중국에 온 지 얼마 안 되는 초짜 하수가 안 걸려들 방법은 없다. 한두 번은 그물에 걸려야 속성도 깨달을 수 있으니 수업료라면 수업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아주 비싼 수업료를 한번에 날리는 경우다. 중소기업의 현지 투자가 그런 종류다. 대기업처럼 자금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조직이나 기타 후원 부서가 있어서 여러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시스템도 없다. 그야말로 돌파구를 찾기 위해 중국이라는 밀림 속으로 온 것이다. 비장한 각오와 불타는 사명감을 갖고 회사의 명운을 걸고 진출한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밀림은 도전 정신만으로 뚫을 수 없는 세계다. 밀림은 실전이다. 사방에 독사와 맹수가 우글거리는 곳이다. 한 발을 잘못 디디면 낭떠러지가 있고 두 발을 잘못 움직이면 맹수의 꼬리를 밟을 수도 있다. 맹수가 그물이고 독사가 그물인 셈이다. 이런 밀림에 들어가려면 어느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 도구와 무기, 응급 처방약도 준비해야 한다. 죽기를 각오하고 들어가는 길이지만 죽으려고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 우리가 중국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살기 위해서다. 더 큰 시장을 개척하고 더 많은 소비자를 우리의 고객으로 만들려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별 준비를 하지 않고 중국에 온다. 살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죽으려고 오는 사람들 같다. 그리고 중국 사람들의 그물에 걸려든다. 너무나 쉽게, 몸부림 한번 쳐보지 못하고 걸려든다. 당연하다. 뭘 알아야 저항을 하든지 도망을 칠 것이 아닌가. 자신이 그물에 걸린 사실도 모르는데 어떻게 빠져나올 생각을 하겠는가. 결국 왜 죽어야 하는지도 모르고 죽어간다.

 

우리가 중국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살기 위해서다. 더 큰 시장을 개척하고 더 많은 소비자를 고객으로 만들려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많은 사람들이 별 준비를 하지 않고 중국에 온다. 살려고 오는 것이 아니라 죽으려고 오는 사람들 같다.

 

그리고 뒤에서 욕을 한다. 졸지에 중국 사람들에 대한 원망과 비난이 하늘을 찌른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다. 그렇다고 아주 마음씨 좋은 비단장수 아저씨도 아니다. 그들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사업의 세계에서 상대의 호탕한 인품에 기대 의리와 정을 나누려고 했던 우리가 그들의 그물 전략에 쉽게 넘어간 탓이다.

 

수년 전 어느 날, 중국인 한 사람이 필자를 찾아 왔다. 우리 식당에서 밥을 먹으면서 나를 찾기에 가봤더니 자기 아들이 한국 유학을 해서 자신도 한국 음식을 좋아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주 친절하게도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에 놀러오라고 했다. 그런 후에도 그는 자주 그 먼 곳에서 몇 시간씩 기차를 타고 필자를 찾아 왔다. 이미 그 사람은 필자에게 그물을 어떻게 쳐야 할지 계산해 놓고 있었던 셈이다. 필자가 그 사람의 표적이 된 것이다. 그 사람은 올 때마다 작은 선물을 하나씩 들고 오기도 하고 자기 친구들을 데려와서 매상을 올려주기도 했다.

 

낚시를 하려면 일정한 양의 밑밥을 뿌려야 한다. 그 사람은 약 6개월에 걸쳐서 필자에게 밑밥을 뿌렸고 필자는 야금야금 중독이 됐다. 그러면서 우리는 아주 친한(?) 사이가 됐다. 그 즈음 그 친구는 애원하듯 내게 부탁을 했다. 제발 자기가 사는 도시에 놀러 와 달라고. 그래서 필자는 아는 한국 분들과 아내를 대동하고 마치 멀리 살고 있는 친척을 만나러 가는 사람처럼 기분 좋게 그 도시로 여행을 떠났다.

 

부지불식간에 빠져들고 마는 중국인들의 그물

지난 회에 언급한 것처럼 중국인들이 사람을 감동시키는 접대는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이다. 기차역에 마중을 나와 정중하게 맞이해주고, 곧바로 고급 식당으로 안내해 비싼 음식을 주문하고, 자신의 친구들을 초청해 술자리를 활기차게 유도하고(자신은 술 한 잔 안 하고), 식사가 끝난 후에는 미리 예약한 그 지역 최고의 호텔에 여장을 풀게 했다. 이튿날에는 관광을 하는데 아주 세심한 부분까지 사전에 준비한 것처럼 완벽했다. 돌아오는 날의 마지막 순간까지 어찌나 그렇게 마무리를 잘 하던지 찬사가 절로 나왔다. 역시 중국 사람들은 통이 크고 배포가 있다는 등, 인복이 있다는 등, 필자는 이미 그가 친 그물에 이미 반은 빠져 허우적대고 있었다.

 

 

 

정말이지 세상에는 공짜가 없다. 더구나 중국 사람들의 의식 세계에는 이 원리가 아주 철저하게 박혀 있다. 그 친구는 자신이 친 그물에 필자가 걸려들었다고 확신했고 필자는 그때부터 그 사람이 조종하는 대로 움직이는 신세가 됐다. 중국에 온 지 몇 년 된 터라내가 혹시 그물에 걸려들었나?” 싶기도 했지만 그 느낌이 그 사람의 그물에서 벗어나게 할 정도로 경험이 풍부하지도 않았고 의심이 강하게 들지도 않았다. 결국 필자는 그가 만들어 놓은 그물에 점점 더 깊게 빠져야 했다.

 

그 사람의 본래 목적은 자기가 사는 도시에 한국 식당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자신은 식당에 대해 무지했고 더구나 한국 음식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기에 필자를 철저하게 이용하려고 했다. 결론적으로 그는 필자가 경영하던 식당의 주방장과 아줌마까지 모두 빼내가고 필자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필자 역시 그가 차리고 준비하는 식당에 동참하게 했다. 어느 날 그 사람이 계약해 놓은 아파트 숙소에서 정신을 차리고 보니 필자야말로 그물에 걸려서 옴짝달싹 못하는 지경에 이른 꼴이었다. 기가 막혔다. 필자를 그렇게 극진하게 대접해주던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그물 안에 몰아넣고 마음 놓고 흔들어대고 있었다. 필자의 식당은 졸지에 문을 닫고 필자는 주인으로 거느렸던 주방장과 아줌마를 데리고 중국 사람이 운영하는 식당에 와서 머슴살이를 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어찌 기가 막히지 않겠는가. 무슨 방법이 없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방법이 없었다. 이미 걸려든 그물에서 빠져나가는 방법은 없더란 얘기다.

 

필자가 사는 도시에 어느 중소기업이 진출한 적이 있다. 아마도 청운의 꿈을 안고 왔을 것이다. 막강한 관시(인맥)를 동원해서 걸음도 당당하게 입성했다. 지방정부에서 소개한 국영 회사를 파트너로 삼았으니 이보다 더 안전하고 확실한 보장이 어디 있겠는가. 회사는 100억 원가량의 자금을 투자해 공장을 짓고 향후 3년 내 연간 1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겠다는 야심 찬 계획을 세웠다. 이론상으로는 불가능한 숫자가 아니었다. 한국 본사의 회장은 올 때마다 정부 관계자들에게 융숭한 대접을 받았고 자신도 선물을 주면서 관시를 맺어갔다. 출장길은 즐거운 상상과 꿈의 시간이었고 중국의 상대방을 만나는 순간은 그 꿈이 하나씩 익어가는 과정일 수밖에 없었다.

 

공장만 완성되면 우리나라보다 면적이 더 큰, 인구가 8000만 명에 가까운 지방의 관급(官給) 주문을 95% 이상 보장해주겠다는 정부의 든든한 계약서도 있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상대 국영 회사는 그 계약을 준수하기 위해서는 한 가족이 돼야 한다는 명목으로 이미 40억 원의 투자를 받아갔다. 몇 천억 원의 매출이 예상되는 마당에 그까짓 40억 원의 투자가 대수가 아니었다. 그 정도를 투자하는 것은 상대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했다.

 

그물이었다. 중국인들이 쳐 놓은 그물에 아주 심하게 걸려들었다. 공장은 완성됐지만 주문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선투자한 자금은 중국 정부가 이런저런 용도로 요긴하게 사용한 끝에 국가 정책상 법규에 위반되는 사항이라며 돌려줬다. 무슨 뜻일까? 이미 볼일이 다 끝났다는 뜻이다. 중국 사람들이 왜 무수한 관시를 동원해 먹고살겠다고 발버둥치는 중국 내 기업들을 제쳐두고 한국 회사에 주문의 95%를 주겠는가.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계약이자 약속이었다. 하지만 중국 사람들이 치는 그물에는 자신도 모르게 빠져들게 하는 묘한 마력이 있다. 웬만한 고수가 아니면 그물의 존재를 분간하기란 쉽지가 않다. 고수들도 쉽게 당하는 게 중국인들이 치는 그물이다. 마침내 회사는 4년간 물량다운 물량을 단 한번 받아보지도 못하고 정리해야 했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달만이라도 공장을 가동해보고 문을 닫았다면 이렇게 가슴이 답답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공장 책임자의 한숨 섞인 한탄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그렇다. 중국 사람들은 그물을 치는 데 아주 능숙하다. 특히 우리 같은 외국인이나 외국 기업을 상대할 때는 너나없이그물 치는 전략을 구사한다. 그리고 1년이 되든, 3년이 되든 적당한 시기에 그물을 거둔다. 성급하게 치는 것도 아니다. 아주 서서히 친밀하면서도 인간적으로 친다. 의리와 우정을 가장한 오랜 친구 같은 감정으로 다가와서 눈치 채지 못하는 사이에 하나씩 그물을 엮어 간다. 자칫 방심하다가는 영영 돌이킬 수 없는 그물의 늪 속으로 빠져든다. 여간해서는 파악이 잘 안 되는 무서운 그물이다.

 

중국인의 만만디를 바르게 이해하자

그렇다면 우리는 이 그물을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명확한 답은 없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마주해야 하는 그물이며 상황이다. 그물 자체를 부정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다. 어차피 그들과 합작을 하든, 거래를 하든 서로 쳐야 하는 그물이다. 다만 우리는 그물에 손 놓고 걸려들거나 그들이 파놓은 함정에 아무 생각 없이 빠져서는 안 된다.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잘못이다. 중국인을 욕해서도 안 된다. 중국인이 나빠서가 아니다. 그들이 약속을 헌신짝처럼 여겨서도 아니다. 중국 사람들이 외국인 돈 벌어주려고 발 벗고 나서지 않는다고 해서 욕을 하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어차피 그물과 대면해야 한다. 좀 더 철저하게 준비하고 그들보다 더 치밀한 우리의 그물을 들고 나가는 수밖에 없다. 일방적으로 치는 그물에는 걸려들게 돼 있다.

 

우리도 같이 그물을 쳐야 한다. 이때 우리가 쳐야 할 그물은 상생의 그물이다. 우리는 상생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국인들은 의외로 상생하는 면에서는 아주 강하고 관대하며 통이 큰 사람들이다. 인구가 많은 나라이므로 서로 나눠 먹는 문화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아주 철저할 정도로 중국 사람들은 정확한 분배를 좋아한다. 문제는 우리가 과도하게 욕심을 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쉽게 그물에 걸려든다는 점이다. 욕심은 죄를 낳고 죄는 사망을 잉태한다는 성경 구절은 여전히 유효하다. 욕심 많은 사람들이 중국 사람들 보기에는 최고의 하수다. 아주 다루기 쉽고 편한 하수들이다. 최소한 우리는 아무 것도 모르고 당하는 멍청한 하수가 돼서는 안 된다.

 

두 번째로 준비해야 하는 것은 절대로 조급해하거나 서두르지 않는 느긋함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백기 투항하는 모습을 본다. 특히 우리 한국 사람들의 조급함과 덤비는 성격은 중국 시장에서 하나도 유용하지 않다. 중국은 사람이 많은 나라다. 정치 제도 역시 집단 지도 체제다. 그들은 하나의 문제를 놓고 여러 사람들이 밤낮으로 의논하고 협의하며 검토한다. 우리가 보기에는 아주 간단한 문제인데도 그 문제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이 묵시적으로 동의할 때까지 시간을 갖고 충분히 검토하며 검증 절차를 거친다. 중국인의 성격을 흔히 만만디(慢慢的)라고 표현한다. 물론 만만디는 느리다는 뜻이다. 그러나 우리가 생각하는 느리다는 의미와 중국인이 생각하는 느리다는 의미는 다르다. 만만디의 진짜 뜻은 단순히 느리다는 의미가 아니다. 만만디는 철저하게 깊게 생각하고 검토한다는 뜻이다. 중국인들의 만만디는 오랜 시간을 거치며 다듬고 또 다듬은, 튼튼하고 빈틈없는 그물이며 투망일 수 있다. 만만디를 간단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이병우 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연구소장 dw6784@hanmail.net

한국외대를 졸업하고 증권사 펀드매니저를 거쳐 대우금속 및 대우메탈에서 임원 및 CEO를 역임했다. 그 후 중국 후베이성 우한시 초청으로 중국으로 건너가 시 정부 문화원과 무한 과기대에서중국 중부지역 경제문화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후베이성 한식 프랜차이즈 업체의 전문 경영인으로 활동하며중국 관시에 대한 칼럼을 중국 흑룡강 및 재외동포 신문 등에 기고 중이다. 저서에 <만만디의 중국 고수들과 싸울 준비는 했는가> <한국인이 바라 본 중국(중국어)>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3호 Future Food Business 2019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