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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옌센 전 머스크 최고시장분석가 인터뷰

성장위주 기업에서 성과위주 기업으로..뼈 깎는 체질개선 ‘머스크맨’, 정상에 서다

조진서 | 165호 (2014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 HR

 

세계 최대의 해운사인 머스크라인은 창립 이래 약 100년 동안 해외 지사의 자율성을 존중하고 빠른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으로 발전해왔다. 또 평생 고용을 보장해주는 대신 장시간의 근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머스크맨의 터프한 조직 문화를 자랑스럽게 여겼다. 2002년 들어 머스크 경영진은 해운 산업에 저가 경쟁 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하고 비용 절감을 위해 중앙 통제형 조직으로 1차 변신을 시도했지만 오랜 시간 굳어온 조직 문화와 해외 지사의 강한 반발 때문에 실패했다. 그래서 2008년 시도된 2차 구조조정 프로그램은 조직 문화 측면의 변화와 함께 진행되도록 세심하게 기획됐다. 2차 프로그램 시행 결과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절반 이상의 임직원이 회사를 떠났지만 큰 마찰이나 문제는 생기지 않았다. 그렇게 머스크는 성장 중심에서 성과 중심의 조직 문화로 거듭나는 데 성공하며 해운산업의 독보적 1위 자리를 굳혔다. 머스크의 조직문화 변신 사례는 저성장 시대에 접어든 한국의 대기업에도 시사점을 준다.

 

 

조직문화 혁신이라는 말을 들으면 많은 사람이 구글, 애플 같은 실리콘밸리 기업이나 3M, 넷플릭스처럼 임직원의 자율성을 강조하는 문화를 가진 기업을 우선 떠올린다. 그러나 꼭 구글이나 사우스웨스트처럼 일하기 즐거운 기업으로 변하는 것만이 조직문화 혁신은 아니다. 산업 환경 변화에 맞게 때로는 즐겁고 자율적인 문화를 가졌던 기업이 지루하고 딱딱한 기업으로, 또 성장 잠재력을 희생하고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하는 성과위주 문화의 기업으로 변하는 것도 필요하다.

 

산업 환경이 변함에 따라 성장 위주의 기업에서 성과 위주의 기업으로 변신한 예로 덴마크의 머스크그룹(A.P. Moller-Maersk Group)을 들 수 있다. 머스크그룹의 주력 회사는 덴마크의 대표 기업이자 세계 최대의 해운회사인 머스크라인(Maersk Line)이다. 덴마크 사람들에게 머스크는 한국의 삼성, 핀란드의 노키아 같은 대표 기업이다.

 

1904, 뱃사람이었던 피터 머스크-뮐러가 설립한 머스크는 평생 고용, 가족적인 분위기, 해외 지사에 대한 과감한 권한이양 등 한국의대우맨과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머스크맨의 이미지를 구축하며 전통적인 해운회사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그러나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약 10년간에 걸쳐 일련의 구조조정, 혁신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과거의 전통을 상당 부분 버리고 새로운 회사로 재탄생했다. 중앙집중적 통제, 효율성과 프로세스를 중시하고 냉정한 성과평가를 실시하는 미국식의 차가운 기업문화로 변신한 것이다. 또 창업자 가문 경영자들의 개인적 카리스마를 따르던 전통도 희미해졌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은 좋아졌지만 충성도는 떨어지고 이직률은 올라갔다. 25만 명을 넘던 그룹 직원 수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 동안 10만 명선으로 줄었다.

 

이런 구조조정과 조직문화 변화의 결과 현재 머스크는 세계 해상 운송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 시장점유율은 15.2%.1  600척 이상의 화물선을 움직여 연간 3600만 개의 컨테이너를 운송한다. 재무 실적은 더욱 눈부시다. 2014년 상반기 매출은 136000억 원, 영업이익은 1900억 원이었다. 같은 기간 글로벌 해운업계 상위 15개사 중 오직 4개사만이 적자를 면했다.2 영업이익률은 경쟁사들보다 최소 5%포인트 이상 높다.

 

머스크라인에서 12년간 근무하며 최고시장분석가(chief market analyst) 직책을 맡았던 라스 옌센은 2010년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는 퇴사 후 시인텔 마리타임 어낼러시스(SeaIntel Maritime Analysis)라는 해운산업 전문 컨설팅 회사를 창업했다. 새 회사의 CEO로 일하는 동안에도대체 우리 머스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던 걸까라는 의문과 아쉬움을 품고 있던 그는 직접 전현직 동료 약 110여 명을 인터뷰했다. 그가 정리한 머스크의 조직문화 변신 과정은 <1825일의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책으로 최근 한국에도 출간됐다.3

 

얀센의 정리에 따르면 2000년대 동안 머스크는 두 번의 대규모 구조조정/혁신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2002년 시행한 스타라이트(Starlight)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났지만 조직원들에게 변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라는 경각심을 주고 경영진에겐 조직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 이를 토대로 다시 2008년 스트림라인(Streamline) 프로젝트를 시행해 이후 5년 동안 회사의 체질을 바꾸는 성공을 거뒀다. 성장성이 아닌 수익성을 새로운 가치로 설정했다. 이에 맞게 기업 조직과 문화를 바꾸는 과정에서 충성도 높은 직원들이 대거 회사를 나와야 했다. 그러나 이는 회사의 생존을 위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대부분의 해고자들도 인정한다는 것이 이들을 인터뷰한 옌슨의 관찰이다. 조직 혁신의 필요성을 모두가 인정했기 때문에 약간의 불협화음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부작용 없이 세대교체가 이뤄졌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머스크의 사례는 기업이 기존에 갖고 있는 조직문화가 아무리 훌륭하고 과거에 잘 작동했다 하더라도 외부 경제 환경, 산업 환경 등이 바뀌면 이에 맞춰 조직문화도 변하고 진화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변화의 필요성을 안다 해도 조직의 관성 때문에 실천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 머스크 역시 110년의 역사에서 나오는 독특한 가치관과 성장 중심의 문화 때문에 효율성 위주의 고성과 문화로 변신하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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