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ategic Thinking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성장은 목표가 아니라 전략의 결과로 얻게 되는 과실이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가.
1)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 같은 양적 목표가 아니라 장기적 수익성에 근거해 목표를 설정하라. 2) 오랫동안 경쟁력을 쌓아온 핵심사업에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찾아라. 3) 새로운 사업 분야로의 진출은 기존 사업에서 구축한 역량을 강화하거나 확장하는 방향으로 하라.
마이클 포터(Michael Porter) 교수는 ‘전략이란 무엇인가?’라는 논문에서 전략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고, 기업의 전략을 심각하게 왜곡하는 요인으로 ‘성장하려는 욕구’를 꼽았다. 그는 이를 성장의 덫(growth trap)이라고 불렀다.
많은 기업을 실패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톨스토이가 <안나 카레니나>에서 ‘행복한 가정은 서로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기 서로 다른 이유가 있다’라고 한 것처럼 실패한 기업들은 각기 나름의 이유가 있다. 흔히 기업 실패의 원인으로 변화에 대한 무관심과 혁신 거부, 현실 안주 등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짐 콜린스(Jim Collins)는 <위대한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How the mighty fall)>에서 지난 성공에 대한 자만심을 바탕으로 ‘더 큰 규모’ ‘더 빠른 성장’과 같은 과도한 욕심이 실패의 주요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고 이야기했다. 맞는 말이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한때 성공적이었던 기업이 몰락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성장 추구’에 있다.
전략을 연구하고 공부하는 학자로서, 현실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 중의 하나가 많은 기업이나 경영자가 성장을 전략이라고 오해하는 것이다. 심지어 전문가라고 자처하는 전략 컨설턴트까지도 말이다. 새로운 경영자가 취임하면 으레 비전을 발표한다. 그 비전은 ‘2020년 매출액 얼마’ ‘세계시장 몇 위’ 같은 내용으로 채워진다. 성장은 전략이 아니다. 성장은 전략의 결과다. 따라서 성장 자체를 전략이라고 오해하는 그 순간부터 비극이 싹트며, 종종 나비효과처럼 기업의 운명에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웅진그룹의 법정관리를 어떻게 봐야 할까? 서적 외판원에서 출발해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이 됐던 윤석금 회장의 안타까운 좌초를 보면서 포터 교수가 이야기한 성장의 덫을 떠올리게 된다. 2008년 초 비전 선포식에서 웅진은 에너지, 금융 등 신사업 강화로 매출을 다섯 배 늘려 2010년까지 매출 10조 원을 달성하고 재계 30위권에 진입하겠다는, 소위 ‘성장 전략’을 발표했다. 당시 언론에서는 ‘웅진그룹의 전략적 청사진’ ‘성장 전략’ 등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필자가 아무리 내용을 들여다봐도 웅진의 새로운 전략을 발견할 수 없었다. 몸집을 키우겠다는 내용만 있지 어떤 전략을 통해서 성장을 이루겠다는 내용이 빠져 있었다.
출판, 학습지, 식품, 정수기 등의 분야에서 새로운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인적 네트워크 구축 및 관리 역량을 통해 남들과 다른 방식으로 경쟁하고 성장한 웅진그룹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에너지 사업 진출, 극동건설 인수에서는 ‘웅진스타일’을 볼 수 없었다. 2008년 초에 발표한 웅진의 비전에서도 그동안 쌓아온 역량을 활용하겠다는 내용이 빠져 있었다. 오로지 성장, 매출액, 재계 몇 위와 같은, 전략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내용들로만 가득 채워져 있었다. 웅진은 2007년 극동건설 인수를 시작으로 새한과 저축은행을 인수하면서 건설, 에너지, 금융업으로 잇따라 진출했다. 무엇이 윤 회장이 이런 선택을 하도록 만들었는지 의심스러웠다.
웅진의 실패는 ‘매출액 10조 원 달성’ ‘재계 30위권 진입’과 같은 양적 성장목표가 잉태한 것이다. 성장은 전략이 아니라 전략의 결과다. 그런데 웅진그룹에서는 성장목표가 전략을 대체해버렸다. 그러니 기존 사업의 시너지도 없고 자사의 역량을 이용할 여지도 없는 태양광이나 금융업에 진출하는 의사결정이 ‘목표 달성’이라는 이유로 조직 내에서 정당성을 얻게 된 것이다. 극동건설을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값으로 인수한 것도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웅진의 몰락은 성장을 전략으로 착각한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예정됐다. 이 과정에서 성장전략을 추구하며 윤 회장이 야심차게 영입한 전략 컨설턴트도 상당한 역할을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Crown Cork & Seal in 1989. 웅진그룹의 몰락을 보며 생각난, 경영전략 과목에서 현재도 널리 활용되는 사례다. 이 사례에는 코넬리와 에이버리라는 전·현직 경영자 두 명이 등장한다. 코넬리는 크라운이 부도 직전이던 1957년부터 그가 은퇴를 결정한 1989년까지 32년 동안 최고경영자로 재임하면서 크라운의 지속적인 성장을 이끌었다. 1989년 오랫동안 후계자 수업을 받았던 에이버리가 CEO로 등장하면서 두 가지 전략적 의사결정에 직면했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컨티넨탈 캔 인수에 참여할 것인가 하는 것과 크라운의 주력 분야인 금속용기 산업이 정체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던 플라스틱 용기 분야로 진출할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두 가지 이슈에 대한 에이버리의 대응은 “Yes”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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