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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관성과 개성을 동시에…” 多매장 초대형기업의 딜레마

데이비드 A. 가빈(David A. Garvin),린 C. 레베스크(Leanne Levesque) | 12호 (2008년 7월 Issue 1)
데이비드 A. 가빈, 린 C. 레베스크

시티그룹, CVS, 헤르츠, 홈디포, 크로거, 매리어트 인터내셔널, UPS, 월마트, 염 브랜즈…. 2007년 포천지에서 선정한 500대 기업 목록에 올랐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아무런 공통점이 없어 보인다. 이들 기업은 각기 다른 산업에 속해 있으며 각기 다른 문제를 안고 있다. 하지만 이 업체들은 구조적으로 매우 유사하다. 앞에서 언급한 기업들은 본 연구에서 ‘다매장 기업(multiunit enterprise)’이라 칭하는 구조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서 다매장 기업이란 지점, 서비스 센터, 호텔, 레스토랑, 매장 등과 같이 획일화된 매장 형태로 구성됐지만 지리상 여러 곳으로 분산돼 있으며 여러 매장이 구역, 지역, 총괄 부서 등 지역을 중심으로 하는 그룹으로 통합된 조직을 뜻한다.
 
각 계층에는 관리자들이 있다. 직급이 높은 관리자들은 자신에게 보고하는 운영매장 수를 기준으로 좀 더 큰 규모의 손익을 관리한다. 여러 직급의 관리자가 모여 현장 조직을 구성하며, 현장 조직 관리자들에게는 본사에서 설정한 재무 목표나 운영 목표를 달성할 책임이 주어진다. 본사에 있는 여러 부서에서는 현장 조직의 우선순위·행동·활동을 규정짓는 정책을 수립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핵심 전략을 비롯해 예산 및 가격 책정과 마케팅에 관한 결정을 내린다.
 
의류, 은행, 가전, 식품 및 의약품 판매, 잡화, 접객업, 하드웨어, 우편 및 택배, 장난감, 스포츠 용품 등 다양한 업계에서 다매장 기업이 보편화하고 있다. 다매장 기업 중 상당수가 국가 내에서나 세계적으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다. 포천지에 실린 내용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세계에서 종업원 수가 가장 많은 기업 25개 중 10개, 미국에서 종업원 수가 가장 많은 기업 25개 중 10개가 다매장 기업으로 나타났다. 미국에서 발행되는 소매업 및 요식업 관련 잡지 체인 스토어 가이드(Chain Store Guide)에 따르면 2007년 기준으로 미국의 10대 다매장 소매업체는 총 345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으며, 연 매출은 7170억 달러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포천지에서 선정한 100대 기업 중 20%는 어느 정도 다매장 기업 형태를 취하고 있다. 개발도상국 경제가 서비스 중심으로 바뀌어 나가면서 상황이 점차 개선되겠지만 현재로선 개도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다매장 업체는 많지 않은 편이다.
 
곳곳에서 다매장 기업을 찾아볼 수 있긴 하지만 다매장 기업들은 학계나 컨설팅 업계로부터 좀처럼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학계나 컨설팅 업체들은 여러 사업부를 가진 거대기업(다사업부 조직, multidivisional organization) 조직과 다매장 조직의 경영 및 운영을 동일시해 왔다. 듀폰과 GM에서 1920년대에 선보인 다사업부 조직 구조는 회사를 담당하는 상품 및 서비스, 기술, 시장에 따라 여러 사업부서로 분리하는 방식이다. 기업조직을 다루는 대다수 서적들이 다사업부 조직을 자세히 다루면서도 다매장 조직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또는 다매장 업체에서 흔히 나타나는 경영상 위계질서, 세분화된 업무, 중앙에 집중된 권력 구조 등이 사회학자 막스 베버(Max Weber)가 1990년대 초에 묘사한 전통적 형태의 관료주의와 닮아있다는 이유로 다매장 조직을 옛것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많다. 막스 베버의 저서 ‘사회, 경제 조직론(The Theory of Social and Economic Organization)’에서도 유사한 설명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런 공백을 우리가 메워보려고 한다. 다매장 조직 구조는 얼마나 전형적인가. 다매장 조직 구조로 인해 특별히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일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본 연구팀은 두 가지 접근방식을 활용했다. 우선 각종 자료를 두루 살펴본 뒤 매사추세츠 주 프레이밍햄에 본사를 두고 있는 세계 최대 사무용품 업체 스테이플스에 대한 심층 연구에 들어갔다. 2년 여 동안 스테이플스 내의 다양한 직급에 속해 있는 관리자들을 관찰하고 인터뷰했다. 스테이플스는 본 연구진이 자유롭게 연구를 진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줬다. 뿐만 아니라 최근 몇 년 동안 스테이플스는 영업 및 재무 부문에서 뛰어난 성과를 나타냈기 때문에, 이번 보고서에서 스테이플스 사례를 자주 언급하게 됐다. 두 번째로 본 연구진의 의견이 옳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 보더스, CVS, 소버린 뱅크, 스타벅스, 빅토리아 시크릿(리미티드 브랜즈 소유) 등 스테이플스를 제외한 총 12개의 다매장 업체에서 일하는 관리자들을 인터뷰하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지금부터 다매장 기업들이 부딪치는 특수한 문제 및 관리자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조직 형태를 불문하고 모든 관리자가 전략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교훈이 무엇인지 알아볼 것이다. 우리가 이번 연구를 통해 밝혀낸 핵심적인 사안은 바로 ‘다매장 기업은 매우 자세히 책임 소재를 규명한 총 4개 직급의 현장 관리자를 두고 있으며, 효율적인 전략 실행을 위해 다섯 가지 조직 설계 원칙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다매장 기업이 직면한 과제
다매장 기업이 기름칠이 잘 된 기계처럼 별 탈 없이 굴러가기란 쉽지 않다. 전문 분야, 조정 과정, 의사 결정권, 조직의 경계 등 모든 기업이 부딪치는 문제 이외에도 다매장 조직이 부딪치게 되는 네 종류의 문제가 있다.
 
첫 번째 다매장 기업은 수백 또는 수천 개의 지점과 서비스 센터, 호텔, 레스토랑, 매장을 보유하고 있어서 일관성 유지가 쉽지 않다. 수많은 매장을 토대로 하나의 기업이 만들어지는 만큼 다매장 기업의 관리자들은 전략을 수행할 때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다매장 기업의 관리자들은 현장 조직이 고도로 분산돼 있는 상황에서도 우선순위, 기획, 업무 진행 방식 등을 일관되게 관리해야 한다. 다매장 기업들은 고객에게 세계 어느 곳에서든 똑같은 브랜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한 만큼 어느 곳에서든 똑같은 운영 방식을 채택해야 하고, 유사한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일관된 이미지를 제시해야 한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실행이 목표지만, 이 목표를 달성하기란 쉽지 않다. 높은 수준의 서비스를 일관되게 제공하기 위해 커뮤니케이션, 통제, 자원의 배치 과정을 잘 설계해야 한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두 번째 다매장 조직은 표준화를 추구하는 동시에 매장별 고유 특성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즉 최고의 성과를 거두기 위해서 각 시장이 지니고 있는 독특한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 예를 들어 월마트, 코스트코, 타깃이 서로 비슷한 수준에서 경쟁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이 가운데 한 업체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곳도 있다. 양쪽 지역에서 똑같은 가격 정책을 쓴다면 그 업체는 일부 시장에서 점유율을 잃고, 다른 시장에서는 이윤을 잃게 될 가능성이 높다. 지역에 따라 고객의 인구 분포 및 취향이 다른 만큼 지역적 특성에 맞게 마케팅과 상품 판매 프로그램을 수정해야 한다. 물론 지역에 따라 노동력, 역량, 임금 수준도 달라지기 때문에 다매장 업체들은 지역적 특성에 맞는 인사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결국 다매장 업체의 본사에서는 ‘각 매장의 변화를 어느 정도 인정할 것인가’, ‘지역별 특성을 고려했을 때의 이점과 전 세계적인 통일성을 추구했을 때의 이점 이 두 가지 요인의 균형은 어떻게 잡을 것인가’, ‘차별화를 위한 재량권을 매장 관리자, 구역 관리자, 좀 더 범위가 넓은 지역의 총괄 책임자 중 누구에게 줄 것인가’ 등의 문제를 끊임없이 해결해야 한다.
 
세 번째 본사와 현장 조직 간의 책임 소재가 나눠지는 데서 비롯되는 문제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본사 중역들이 연간 예산, 예상 매출 목표 등과 같은 재무 결정 및 제품 포지셔닝, 광고 등과 관련한 전략적 결정을 내린다. 반면에 전략 수행 방법, 근로자의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기 위한 방법, 수익을 높이기 위한 방법 등은 현장 관리자가 책임진다. 본사 중역 및 현장 관리자 간의 물리적·정신적 차이로 인해 다음과 같은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본사에서는 각 현장 매장의 역량에 부합하는 신제품, 프로그램, 정책 등을 개발할 수 있는가.’ ‘어떻게 하면 정보의 왜곡이나 오해 없이 본사가 수많은 직원들에게 원하는 정보를 전달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전략을 도입한 후 멀리 떨어져 있는 현장에서 발생한 문제를 알아차릴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다매장 기업들은 현장 관리자들에게 최고의 노력을 끌어내기가 매우 어렵다. 다매장 기업의 현장 근로자들은 그들의 특징을 규정하기가 매우 어렵다. 현장 관리자들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총괄 관리자도 아니고 전형적인 중간급 관리자도 아니다. 현장 관리자들은 총괄 관리자와 같이 손익을 관리하고 다양한 업무를 조정하지만, 다른 한 편으로 다사업부 조직의 부서 관리자들에게 주어지는 자율권이나 의사 결정 권한은 주어지지 않는다. 대다수의 현장 관리자들에게는 마케팅 비용을 책정하거나, 유연한 가격 정책을 도입하고, 매장의 성공에 도움이 될 만한 다른 방법을 활용할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 현장 관리자들의 책임을 정의하고 현장 관리자들이 어떤 영향력을 발휘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다매장 기업은 머리와 몸통이 하나로 연결돼 있는 러시아 인형과 같은 구조를 하고 있어서 한 단계의 손익이 바로 위 단계의 손익에 통합된다. 결국 단계별로 일을 명확히 구분하는 게 어려워지고, 이로 인해 혼란이 발생하거나 성과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현장 관리자의 네 단계
이런 문제가 나타나는 이유는 조정, 커뮤니케이션, 통제가 원활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업무가 분산돼 있고 단계별로 책임 소재가 분명하지 않은 대형 조직의 경우 이런 문제가 나타날 수도 있다. 오랜 기간 문제를 방치하면 조직의 운영 및 재무성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다매장 기업들은 현장 관리자의 역할을 정확하게 정의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책임을 분배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를 통해 다매장 기업의 모든 현장 관리자는 같은 문제를 담당하게 되고, 몇 가지 역할을 직접 수행하면서 다른 몇몇 업무를 (다른 관리자와) 공유하는 한편 직급에 따라 다른 임무를 맡게 된다. 이런 면을 고려할 때 다매장 기업은 전통적인 관료주의와 정반대다. 다매장 기업은 업무를 세분화하기보다 각 계층의 관리자들이 서로 중복되는 일을 담당하도록 한다. 결국 여러 직급의 현장 관리자들이 여러 겹으로 구성된 하나의 망을 형성해 전략 수행에 영향을 주는 문제를 빈틈없이 잡아낸다.
 
흥미롭게도 본 연구에서 살펴본 기업들은 단위 매장의 규모가 다양함에도 모두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었다. 각 기업에서 사용하는 호칭은 달랐지만 다매장 기업들은 모두 매장 관리자, 구역 관리자, 지역 담당 부사장, 총괄 사장(또는 수석 부사장) 등 모두 네 단계의 관리자를 두고 있었다. 모든 현장 조직의 최상부에는 중요한 전략 책임을 맡은 고위 간부가 있고, 주로 본사 경영팀의 일원이 이 자리를 맡았다. 고위 간부의 역할은 일반적인 고위 간부의 역할과 유사하기 때문에 이 보고서에서는 다루지 않을 예정이다. 다매장 조직에서 업무를 조정하는 방식이 조직의 성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현장 관리자의 역할부터 살펴보자.
   
 
매장 관리자 매장 관리자, 지점 관리자, 레스토랑 매니저(업계에 따라 명칭이 달라진다) 등은 일상적인 업무를 처리하고 새로운 전략을 실행할 책임을 진다. 본 연구를 통해 살펴본 모든 기업에서 매장 관리자들은 매장 배치 및 제품 선정에서부터 가격정책, 재고 수준에 이르기까지 본사에서 정해 주는 엄격한 제약 속에서 업무를 진행했다. 운영, 고객 서비스, 직원 만족에 관한 목표와 함께 재무성과를 기준으로 점포 관리자의 업무 능력을 평가하면서도 정작 이런 목표를 설정할 때에는 매장 관리자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 반면에 매장 관리자들은 일선 직원 선발, 업무 할당, 훈련, 동기 부여, 주요 활동에 관한 시기 조절, 감독, 수행 등의 책임을 진다. 몇몇 기업들은 매장 관리자들에게 제품 진열을 수정하고, 전체 매장 재고의 15%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지역 특성에 맞게 제품을 발주하고, 정가보다 가격을 낮춰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주기도 했다. 매장 관리자들은 대체로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 대한 권한은 거의 갖고 있지 못하는 반면에 업무 할당, 배열, 수행에 관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재량권을 갖고 있었다. 매장 관리자들은 단기성과에 집중하며 전략적이라기보다 전술적이다. 한 매장 관리자의 말을 빌리면 하루하루가 “작은 일들을 완성하기 위한 날”이다.
 
스테이플스의 경우를 살펴보면 매장 관리자는 새벽 6시에 매장에 도착해서 경계 시스템을 해제하고, 금고에 있는 돈을 센 다음, 금전 출납기를 준비하고, 매장의 청결도를 점검하며, 직원들에게 일러줄 ‘오늘의 할 일’ 목록을 작성한다. 매장 성과에 관해 구역 관리자가 남겨놓은 음성 메시지를 청취한 다음 매장 관리자는 회사 인트라넷에 접속해 어떤 메시지가 있는지 확인하고 매니지먼트 액션 플래닝(MAP, Management Action Planning) 시스템을 특히 신경 써서 살펴본다. 스테이플스는 미국 매장 운영팀에서 관리하는 MAP 시스템을 통해 매장 관리자들에게 새로운 기업 전략, 진열 변화를 위한 데드라인, 새로운 홍보 프로그램 등을 일러주고 각 매장에서 담당해야 할 업무가 무엇인지 알려준다. 홈디포도 스테이플스의 MAP 시스템과 유사한 머천다이즈 액션 플래너(Merchandise Action Planner)를 활용하고 있다. 홈디포는 이 시스템을 통해 해당 월의 상품 진열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스테이플스와 홈디포는 이 시스템을 통해서 매장 관리자들에게 ‘해야 할 일’을 자세히 일러준다. 매장 관리자들은 이후 몇 시간 동안 업무를 지시하고 직원들이 고객에게 제대로 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교육한다. 스테이플스에서는 현장 관리자의 이런 역할을 두고 “관리자 당번(manager on duty)”이라고 표현하며, 빅토리아 시크릿에서는 “클라이언트 판매 지도(client sales lead)”라고 부른다. 그 이후에 관리자들은 매장을 돌아보며 고객 응대를 하거나 직원들에게 판매, 재고 관리, 재고 확충 등의 업무를 가르친다. 뿐만 아니라 배송 지연, 재고 부족, 고객 불만족, 비품 파손 등 매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한다. 이런 일련의 문제들로 인해 매장 관리자들은 항상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한다. 한 매장 관리자의 얘기처럼 “많은 일이 일어난다. 가끔씩 이 모든 일이 한꺼번에 일어날 때도 있다”.
 
매장 관리자들이 고객 서비스에 얼마나 관심을 갖는지, 매장 환경을 얼마나 개선시키는지, 직원들이 업무에 충실하도록 독려하는지, 직원들의 역량에 맞춰 업무를 배분하는지가 회사의 손익계산서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유명 백화점 JC 페니가 고객 조사를 통해 발견한 것처럼 탈의실의 청결도 등 아주 사소한 것들이 매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스테이플스의 여러 매장 관리자들의 얘기처럼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도 성공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특히 새로운 변화를 도모할 때에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매장 관리자의 얘기를 들어보자. “내가 맡은 일은 관리자와 직원들을 즐겁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가 믿음을 주지 않으면 새로운 프로그램에 믿음을 갖지 않는다.”
 
매장 관리자들은 여러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HBR TIP ‘피해야 할 덫’ 참조) 우선 적절한 업무 위임에 실패할 수 있다. 대부분의 매장 관리자들은 과거에 이미 재고 확인, 계산 등과 같은 일상적인 업무를 충분히 수행한 만큼 매장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능숙하게 처리할 수 있고, 부하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는 모습을 목격하면 간섭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러나 업무 위임을 꺼리기 때문에 매장 관리자가 일상적인 업무에 끼어드는 경우도 있다. 직원들을 가르치고 함께 일하는 것은 조직 역량을 키워나가는데 도움이 되지만 직접 모든 일을 처리하는 태도는 조직 역량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 일부 매장 관리자들은 모든 매장 직원들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어리석음을 범한다. 현명한 관리자는 직원들의 개인적인 요구(“빌은 오후 3시까지만 아이를 보육원에 맡겨둘 수 있다고 하니까 오후 2시 30분에 일을 끝낼 수 있도록 업무를 편성해야겠군.”), 강점(“메리는 판매 능력이 뛰어나니까 절대 제품 정리를 시키느라 매장을 떠나는 일이 없어야 해.”), 약점(“주말에 일하는 저 두 학생은 정말 수다쟁이니까 근무 시간을 따로 잡아놔야겠군.”) 등을 바탕으로 스케줄과 업무를 조정하여 생산성을 극대화한다. 세 번째로 결근이나 배송 지연 등과 같은 예기치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마련해 두지 않으면 문제에 부닥칠 수 있다.
   
 
[DBR TIP] 피해야 할 덫 (Traps to Avoid)
 
다매장 기업의 관리자들은 다양한 함정에 빠진다.
 
매장 관리자
- 업무를 위임하기보다 직접 처리한다.
- 개별 직원의 필요, 강점, 약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한다.
-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진다.
 
구역 관리자
- 매장 수준의 관리팀을 개발하지 못한다.
- 감사 기능에만 치중해 매장 측에서 자신의 의견을 무조건 따를 것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 지시하고 통제하기에 급급해 교육을 소홀히 한다.
- 획일화된 경영 스타일을 고집한다.
 
지역 담당 부사장
- 지역별 특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거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한다.
- 패턴 및 시스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
- 회사의 우선순위보다 각 매장의 문제에만 집중한다.
 
부서 총괄 책임자
- 필요한 정보를 걸러내지 못한다.
- 현장 상황에 지나치게 신경 쓴다.
- 본사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낸다.
- 자신이 해야 할 일과 지역 담당 부서장이 해야 할 일을 구별하지 못한다.
 
구역 관리자 구역 관리자는 관리를 맡고 있는 모든 매장에서 일관성 있게 업무를 진행하고, 성과를 개선하고, 인력을 개발하는 일을 맡는다. 구역 관리자들은 여러 매장을 돌아보며 일주일에 34일을 각기 다른 매장에서 보낸다. 회사에 따라 한번 방문한 매장을 다시 방문하기까지는 2주에서 2개월의 기간이 소요된다. 구역 관리자들은 새로운 매장을 열고 새로운 전략을 수행할 책임을 맡고 있으며 예산 책정, 입지 선정, 지역 광고 등의 사항을 결정할 때 매장 관리자보다 조금 더 발언권이 있다. 일부 조직에서는 구역 관리자들이 소매매장 안에 있는 약국과 같이 매장 안에 있는 전문 매장을 관리하는 일과 본사의 상품 판매 계획 및 서비스 전략 설계를 돕는 일을 맡기도 한다.
 
구역 관리자들은 매장 관리자에게 성과에 관한 내용을 업데이트해 줄 것을 요청하고 필요한 경우 수정 방안을 요구한다. 구역 관리자들은 각 지역의 영업 활동에 관여하거나 본사의 직원들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운영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조직에 대한 정보, 본사 인맥, 경험을 갖고 있는 구역 관리자들은 여러 매장 관리자의 말처럼 ‘연결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즉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과 연결시켜 주거나 고위 간부들이 문제에 관심을 갖게끔 도움을 준다. 구역 관리자들은 승진, 배송 문제, 시스템 파손 등 본사에서 흘러나오는 소식을 전해 주며 각 매장에서 회사의 정책과 절차를 충실하게 따르는지 감시한다.
 
다른 회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스테이플스의 구역 관리자들은 매장을 방문하는 동안 걸어 다니면서 주변을 살피고 매장 관리자, 보조 관리자, 직원, 고객 등과 대화를 나누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일반적으로 구역 관리자들은 매장 앞에서부터 통로를 따라 빠른 속도로 걸어가면서 ‘매장의 생동감’을 점검한다. 그런 다음 매장 관리자나 보조 관리자와 함께 매장 내의 세부적인 사항들을 점검한다. 이들은 매장 곳곳을 돌아보며 직원들이 고객응대를 위해 대기하면서 다른 주어진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있는지 살펴보고, 제품이 품절된 경우 이를 어떻게 표기하는지 점검하고, 필요할 때 가격표를 적절히 바꾸어 붙이는지 등을 확인한다. 이와 함께 개학이 될 즈음 바인더가 동이 나는 현상 등 다른 매장에서 발견한 문제가 그 매장만의 문제인지, 다른 매장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유심히 관찰한다. 스테이플스에서 각 구역 관리자들이 자신의 스타일대로 매장을 점검하는 반면에 빅토리아 시크릿에서는 관리자들이 미리 정해진 체크리스트를 바탕으로 매장을 점검한다.
 
구역 관리자들은 해당 구역에 속해 있는 직원들을 하나의 유용한 자원으로 생각하며, 구역 내 인력을 통제할 수 있는 만큼 상당한 수준의 영향력을 행사한다.(스테이플스의 경우 평균적으로 한 구역 내 인력이 14명의 매장 관리자, 28명의 보조 매장 관리자, 400명의 직원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매장의 팀워크를 지나치게 망가뜨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구역 담당자들은 성과를 개선하거나 예기치 못한 필요에 대응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새로운 일을 맡기기도 한다. 예를 들어 영업 실적은 뛰어나지만 고객 서비스가 취약한 매장이 있다면 구역 관리자가 해당 매장의 관리자에게 영업 능력은 부족하지만 고객 서비스 부문을 보강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보조 관리자를 붙여 줄 수도 있다. 구역 관리자는 매장 관리자보다 보조 관리자 육성 및 보조 관리자를 위한 임무 할당 등에 관해 더 큰 책임을 맡고 있기 때문에 구역 관리자는 각 매장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관리팀에 특히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구역 관리자들은 직원들을 가르칠 때 명령보다 질문을 주로 사용한다. 예를 들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어떻게 대처했어야 할까”, “다음번에 다른 결과가 나오도록 하려면 지금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던진다. 뿐만 아니라 구역 관리자는 가장 도움이 될 만한 방법을 찾아낸다. 예를 들어 미국의 대형 서점 체인인 보더스의 한 구역 관리자는 담당 구역 내에 있는 여러 매장 중 쇼윈도에 제품을 가장 잘 진열해 놓은 매장의 사진을 찍어 해당 구역 내의 모든 매장 관리자와 함께 사진을 살펴본다.
 
감시와 교육을 적절하게 배합하는 것도 구역 관리자들이 직면하는 커다란 고충의 일부다. 감시 기능에 중점을 두고 각 매장의 사소한 잘못을 지적하는데 혈안이 돼 직원 능력 개발에 충분한 노력을 쏟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구역 관리자들은 이유에 대한 설명도 없이 매장 관리자에게 변화를 줄 것을 지시하기도 한다. 합당한 이유를 설명하려면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해를 구하고 변화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 효과는 훨씬 커진다. 경험이 부족한 구역 관리자들은 하나의 경영 스타일, 주로 자신의 스타일만을 고집하고 다양한 접근방식을 거부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연구를 통해서 효율적인 구역 관리자는 모든 매장 관리자가 각자 다른 스타일을 갖고 있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여 각 관리자의 강점을 중시하며, 약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지역 담당 부사장 지역 담당 부사장은 시장, 핵심 경쟁업체, 성장 기회, 시스템적 문제 등에 집중한다. 이들은 각 매장과 회사의 목표를 연결하는 사람으로, 현장 조직과 본사 간의 중요한 매개자 역할을 한다. 각 지역의 인사, 영업, 마케팅, 재무, 손실 예방 부서는 직접 본사에 보고하는 동시에 지역담당 부사장에게도 보고한다.(부동산 담당 부서에서 지역 담당 부사장에게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 지역 담당 부사장은 대부분 일주일에 사흘 정도를 현장에서 보내고 나머지는 본사나 특수 대책 본부에서 활동한다. 지역 담당 부사장의 주요 활동은 신규 프로젝트, 마케팅 프로그램, 입지 선정 등이다. 스테이플스의 경우 지역 담당 부사장은 각 지역의 현안을 상부에 전달하고, 본사 지침을 각 매장에 하달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담당 부사장은 상부에서 하달한 사안에 관한 피드백을 본사에 제공하고, 범위가 넓은 프로그램을 세분화된 행동 강령으로 나누며, 각 지역과 본사의 목표를 일치시키고, 문제를 해결하는 등 모두 네 가지 역할을 한다.
 
스테이플스의 경우 한 지역이 뉴욕과 같은 대도시에 위치한 80100여 개 매장 또는 노스캐롤라이나와 사우스캐롤라이나 2개 주에 위치한 매장 등으로 이루어진다. 즉 일반적으로 한 지역이 하나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지역 담당 부사장은 각 시장이 갖고 있는 고유의 요구를 대변하여 본사에서 결정을 내릴 때 목소리를 낸다. 흥미롭게도 본 연구에서 살펴본 기업들에서 지역 담당 부사장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대신 본사 관련 부서의 권한을 줄이는 모습을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었다. 월마트는 최근 아칸소주 벤턴빌에 위치한 본사에서 근무하는 지역 담당자 27명을 각자 관리하는 지역으로 재배치한 다음 각 지역과 관련된 문제 해결 및 매장에 진열할 제품 선정에 관한 더 큰 권한을 부여했다.
 
지역 담당 부사장이 매장을 방문해 머무는 시간은 짧은 편이며, 매장 방문 시 정해진 패턴에 따른다. 지역 담당 부사장은 각 매장에 본사의 정책을 하달하고 매장 문화를 살펴본 뒤 각 지역에서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어떤 기회가 있는지 파악한다. 지역 담당 부사장들은 각 매장에서 본사 지침을 얼마나 잘 따르고 있는지 좀 더 새로운 프로그램에 관한 피드백을 수집하고, 바람직한 행동을 강화하며, 조직적인 문제를 찾아내는데 더 많은 관심을 보인다. 이를 위해서 지역 담당 부사장은 보통 매장 관리자 및 보조 관리자와 함께 가장 최근에 본사에서 하달한 이슈에 대해 토론하며 “우리의 새로운 고객 서비스 모델은 무엇인가.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 어떤 행동이 요구되는가. 새로운 서비스 모델에서 자신이 맡은 역할은 무엇인가”와 같이 서술형 답을 요구하는 질문을 던진다. 지역 담당 부사장은 구역 관리자와 함께 매장을 방문하거나 경쟁업체의 매장을 방문한 뒤 성과 및 인사 관련 문제를 논의한다. 방문 목적은 현장 관리자에게 일관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현장 관리자들이 본사의 목표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며, 긴급한 문제에 관한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본사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에 관한 개요를 발표하면 지역 담당 부사장이 새로운 프로그램에 관한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개발해야 한다. 스테이플스의 경우 각 지역 담당 부사장이 지역별 특성에 맞춰 계획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담당 지역이 어디냐에 따라 투입되는 노력도 달라진다. 지역 담당 부사장은 계획이 얼마나 잘 진행되는지 살펴보기 위해 담당 내에 있는 구역 및 매장의 성과에 관한 보고서를 살펴보고 구역 관리자들과 회의를 한다. 각 구역 관리자와 개별적으로 회의를 하기도 하고 해당 지역 내에 있는 구역 관리자들과 모두 함께 회의를 하기도 한다. 회의에서는 예상보다 저조한 매출 실적, 물류와 관련한 이슈 등 다양한 문제를 논의한다. 본사에서 새로운 전략을 도입하려는 경우 지역 담당 부사장의 역할은 새로운 전략을 수행하는데 영향을 끼칠 문제를 예측하는 것이다. 지역 담당 부사장들이 주로 사용하는 표현을 빌리면 이들은 다양한 곳에서 정보를 모아 종합하는 ‘통합자’ 또는 ‘수집자’ 역할을 한다. 한 지역 담당 부사장은 자신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내가 감독하는 관리자들에게 문제가 있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그 문제가 얼마나 크고 널리 퍼져 있는지 알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추세를 파악한다. 그런 다음 수집한 정보를 본사에 전달해 장기적인 해결책을 모색한다.”
 
모든 매장의 공통적인 요구와 각 지역의 요구를 적절하게 조화시키는 것이 어렵다고 느끼는 지역 담당 관리자가 많다. 심지어 자신이 관리하는 지역에서는 다른 접근 방식을 필요로 한다면서 본사가 고심 끝에 결정한 계획을 거부하는 경우도 있고 지역적 특성과는 잘 맞아떨어지지 않는 본사 방침을 소극적으로 수용하는 경우도 있다. 능력 있는 지역 담당 부사장들은 무작정 담당 지역 또는 본사를 대변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각 매장이나 구역에서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와 본사 개입을 필요로 하는 문제를 구별한다. 물론 지역 담당 부사장들은 담당 지역이 갖고 있는 독특한 특징을 중요하게 여긴다. 하지만 연구 결과 최고의 지역 담당 부사장들은 담당 지역 내에 있는 매장 및 구역을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 각 매장에서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게끔 한다.
   
 
총괄 부서 사장 및 수석 부사장 지역 담당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총괄 부서 사장이나 수석 부사장도 새로운 전략, 성장 기회, 시스템 문제 해결 등에 집중한다. 이들만이 갖는 독특한 특성으로는 조직에서 중요한 문제에 관심을 보일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능력, 본사에서 의사 결정을 내릴 때 현장 조직을 대표해야 하는 좀 더 큰 책임 등을 들 수 있다. 스테이플스의 경우 지역 담당 부사장에게는 정책 결정에 관한 발언권이 주어지지만 수석 부사장에게는 의결권이 주어진다. 이들은 현장에서 본사의 눈과 귀를 대표하는 사람들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한 수석 부사장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우리도 회의에 참석하며, 새로운 문제에 대한 거부권에 가까운 영향력도 행사할 수 있다. 우리가 거부하면 그 일은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스테이플스의 경우 각 총괄 부서는 본사에서 내려온 지침을 준수해야 하며 각 총괄 부서를 위한 사업 계획서는 총괄 책임자가 작성한다. 대부분의 책임 관리자들은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총괄부서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우선순위나 측정 방법을 강조한다. 예를 들어 고객 서비스 개선을 강조하는 경우도 있고, 공정 표준화를 강조하는 경우도 있다. 한 수석 부사장은 이런 접근방식을 다음과 같이 간단하게 정리했다. “얼마든지 원하는 방식대로 작성할 수 있다. 하지만 본사에서 내려온 계획을 바꿀 수는 없다.” 자신의 뜻을 이루기 위해 지역담당 사장이나 수석 부사장이 자신에게 주어진 재량권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될 만한 일에 연간 수천 시간의 노동력을 할애할 수는 있다.
 
회사 측에서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려 할 때에는 지역 담당 사장이나 수석 부사장이 회사 측의 비전을 현장과 공유해야 한다. 총괄 책임자는 지역 담당 부사장 및 구역 관리자를 통해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데, 주로 이들을 모두 모아 회의하거나 이들과 함께 매장을 방문하기도 한다. 지역담당 부사장과 마찬가지로 총괄 책임자에게도 직원, 정책, 프로그램이 원활하게 이뤄지도록 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총괄 책임자는 공유할 정보를 선택할 때 한층 더 신중을 기해 가장 중요한 메시지만을 일선 직원들에게 흘려보내는 필터 역할을 한다. 한 수석 부사장의 설명을 들어 보자. “상부에서 느끼는 불안감이 현장으로 전해지지 않게 한다. 그렇게 해야 현장 직원들이 흔들림 없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다.”
 
총괄 책임자는 보고서, 회의, 전화 회의, 매장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총괄 책임자가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은 직급이 낮은 현장 관리자가 매장에 머무르는 시간보다 짧다. 한 수석 부사장은 총괄 책임자의 매장 방문을 국가 원수의 공식 방문에 비유했다. “매우 격식을 갖춘 방문이다. 내가 방문해서 하는 일은 제대로 돌아가고 있는지 점검하는 것이 전부다.” 총괄 책임자는 직원들과 대화하고, 프로그램에 관한 직원들의 이해 정도를 평가한 다음, 대화 수준을 높여 새로운 지침이나 전략을 실시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토론한다. 대화를 할 때에는 주로 한 가지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며, 각 매장에서 똑같은 질문을 던진 다음 직원들의 반응을 철저히 분석한다.
 
총괄 책임자의 경우 본사와 현장 조직이 각각 갖고 있는 문제에 동등한 수준의 관심을 보이는 것이 쉽지 않다. 총괄 책임자는 승진을 통해 그 자리까지 올라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본사 경영진을 적, 즉 현장과 멀리 떨어져 있으며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고 가능할 때마다 저항을 해야만 하는 고위 중역으로 구성된 집단이라고 여기는 어리석음을 범하기가 쉽다. 협력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본사의 담당자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총괄 책임자가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낸다. 하지만 뛰어난 총괄 책임자는 본사에서 지나치게 많은 시간을 보내지 않으며, 전략 수행에 따르는 문제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현장을 방문한다. 본 연구를 통해 자신의 역할과 지역 담당 부사장의 역할을 구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는 총괄 책임자가 많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 연구에서는 총괄 책임자의 역할이 각 지역이 갖고 있는 문제에 관여하거나 직접 운영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본사와 현장 간의 교각 역할이라는 여기는 만큼 자신이 맡아야 할 역할과 지역 담당 부사장 역할을 명확하게 구별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실행을 위한 조직 설계
조직 설계는 정책 결정, 의사소통, 전달 등에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역할과 책임을 포함한다. 다매장 기업에서는 현장 관리자에게 전반적인 관리의 책임과 실행의 책임이 모두 주어진다. 이 두 가지 일은 모두 하나의 통합된 컨셉트나 주제를 중심으로 관련 활동을 통합하는 일을 포함한다. 매장 관리자는 한 곳에서 각종 활동이 조화되고 통합되도록 신경을 써야 한다. 매장 관리자에게는 다양한 업무를 관리할 임무가 주어진다. 구역 관리자는 담당 구역 내에 있는 인력 조정, 개발, 통합의 책임을 지며 여러 매장을 관리할 책임도 맡게 된다. 지역 담당 부사장에게는 매장에서 제공하는 제품 조율 및 통합을 책임지고 경쟁력 있는 포지셔닝 전략을 세울 책임이 주어진다. 지역 담당 부사장의 경우 다양한 전략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역 담당 사장 및 수석 부사장 등 총괄 책임자는 직원 조율 및 융합을 담당하고, 본사와 현장 조직 간 협력을 도모해야 하며, 다양한 부서를 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
 
개개인 그리고 하나의 집단으로서 이들 관리자에게 주어진 역할은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직원들의 노력에 방해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행에 관한 문제가 비단 소매업체, 레스토랑, 은행에서만 나타나는 건 아니다. 실행에 관한 문제는 본사에서 전략을 짜고 각 지점에서 전략을 수행해야 하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나타난다. 본사에서 전략을 짜고 각 지점에서 전략을 수행하는 상황에서 관리자들은 ‘새로운 전략을 수행하는 방법에 관한 제한된 정보’, ‘배송 지연, 직원의 건강 문제, 시장의 변화, 새로운 경쟁상대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해야 하는 고충’, ‘본사에서 내려오는 셀 수 없이 많은 지침 때문에 핵심 우선순위에 집중하기가 불가능한 상황’ 등 다매장 조직의 관리자와 유사한 어려움에 직면한다. 바로 이런 이유로 본 연구진은 다매장 기업에서 선보인 조직 설계의 원칙이 모든 형태의 조직에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역할과 책임이 중복되게 하라 다매장 기업에서 현장 관리자의 역할은 세분화돼 있지 않다. 각 직급의 관리자가 비슷한 문제를 고민하고 비슷한 책임을 맡는다. 높은 수준의 고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가, 새로운 전략을 수행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회사 측에서는 손익 계산서를 기준으로 어떤 관리자를 평가할 것인가. 각 질문에 대한 정답은 바로 매장 관리자, 구역 관리자, 지역 관리자, 총괄 책임자 모두이다. 각 직급의 관리자가 하는 일은 모두 조금씩 겹치는 면이 있고, 다매장 조직에서는 관리자의 역할을 의도적으로 분명하게 나누지 않는 것이다. 관리자의 역할이 조금씩 서로 겹치기 때문에 다매장 조직에서는 효율적으로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매장의 재고 관리를 생각해 보자. 일반적으로 관료주의적 문화가 넘쳐나는 회사라면 재고관리는 세분화된 업무의 한 분야로, 직급이 낮은 직원의 몫이 된다. 반대로 다매장 기업의 경우 각기 관점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4개 직급의 현장 관리자 모두가 재고조사에 관여한다. 모두가 지속적으로 재고를 관리하는 만큼 재고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발견될 가능성이 높다. 여러 직급의 관리자들이 다소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비슷한 행동 패턴을 찾고, 직접 일선 직원들과 대화를 하다 보면 일련의 공정이 무너질 가능성이 줄어든다. 뿐만 아니라 설사 공정이 무너진다 하더라도 오랫동안 망가진 채로 방치될 가능성은 낮다. 

 

   

 
모든 단계에서 통합을 담당하는 사람을 활용하라 일반적인 조직에서는 통합의 책임을 맡는 사람이 각 사업 단위를 이끄는 리더다. 대부분의 중간급 직원들은 제한되고 세분화된 역할만을 수행한다. 반대로 다매장 기업은 모든 직급에서 통합을 담당하는 사람을 두고 있다. 다매장 기업은 조직 전체에 흩어져 있는 관리자들이 다양한 활동을 조율하고 사내의 일부 부서보다 전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데 중점을 둔다. 단계마다 통합을 책임지는 사람을 배치해 두면 각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것을 충족시키면서도 회사 측에서 요구하는 기준을 놓치지 않을 수 있다. 예를 들면 현장 조직에서 가장 직급이 낮은 관리자에게 있어 통합은 일관성을 보장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매장 및 구역 관리자들은 대개 미리 정해진 목표를 이행할 책임을 맡는다. 즉 어떤 방식으로, 누구와 함께 그 목표를 수행할 건지 선택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지만 어떤 목표를 이행하고 무엇을 제시할지는 선택할 수 없다. 직급이 높은 관리자들은 통합의 책임을 통해 각 지역의 특성이 서비스 및 제품에 반영되도록 한다. 지역 담당 관리자나 총괄 책임자의 경우 시장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본사에 의견을 전달할 수 있으며, 상급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각 지역의 요구에 맞게 운영방식을 수정할 수 있다.
 
정보의 깔때기와 필터를 만들어라 다매장 기업들은 과다한 정보로 인해 멈춰 서게 될 수도 있다. 본사에서 끊임없이 전해 내려오는 새로운 방침에 질린 일선 관리자들이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겠지”하는 생각으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다. 마찬가지로 본사에서는 계속해서 현장에서 들려오는 불평불만에 좌절감을 느끼고 현장 의견을 무시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다양한 시장 및 수백 개의 매장으로 인해 이미 조직 구조가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가 한층 복잡해진다. 바로 이런 이유로 커뮤니케이션의 과부하가 심각한 위협이 되기도 한다. 이런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지역 관리자와 총괄 책임자는 정보의 깔때기 역할을 하며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데이터만 흘려보낸다. 본사에서 내려 보내는 지침의 수를 제한하고 뚜렷한 우선순위를 선정해서 매장 관리자의 활동 목록을 줄인다. 뿐만 아니라 매장 및 본사로 올라가는 정보도 걸러낸다. 예를 들어 이들은 본사로부터 조직적인 해결 방안을 필요로 하는 문제와 직급이 낮은 관리자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를 구별하기 위해 데이터를 수집한다.
 
전략을 행동으로 옮기는 번역자(transla-tor)를 임명하라 범위가 넓은 정책을 좀 더 세밀하게 다듬어진 행동 강령으로 옮기지 못하는 바람에 본사에서 하달된 지침을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물리적, 심리적으로 전략을 담당하는 관리자 및 본사를 일선 부서에서 멀리 떼어놓으면 문제가 더 악화된다. 다매장 기업의 현장 관리자, 특히 총괄책임 사장 및 지역 담당 부사장에게는 이런 문제를 극복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들은 현장 조직에서 본사의 지침을 따르기 위해 어떤 계획을 세우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를 명료하게 정의해야 할 책임을 안고 있는 번역자(translator)다. 본사에서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미리 파악하기 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도입하기 전에 총괄책임 사장 및 지역 담당 부사장과 상의한다. 이 과정에서 총괄책임 사장 및 지역 담당 부사장은 회사 측으로 하여금 전략을 수립하는 동시에 실행과 관련한 문제를 고려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총괄 책임자와 지역 관리자들에게는 자체적으로 전략을 도입할 수 있는 상당한 재량권이 주어진다. 지역적 특성에 맞춰 구체적인 행동 방안과 목표를 수정하면 성공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총괄 책임자와 지역 관리자가 강조하기로 선택한 행동 방안이나 목표가 본사와 다른 경우도 있다.
 
인재 양성의 책임을 공유하라 다매장 기업의 성공 여부는 행동을 통해 브랜드를 구현하고, 일일 업무를 감독하며, 새로운 전략을 이행하는 현장 관리자의 능력이나 역량 및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훌륭한 성과를 원한다면 기업들은 바로 이런 관리자들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인재 양성은 현장 관리자의 주요 임무 중 하나이다. 다매장 기업에서 현장 관리자들은 다른 어떤 조직에서보다 높은 수준인 전체 근무시간의 3050%를 인재 양성에 할애한다. 다매장 기업은 모든 직원이 충분한 관심을 받을 수 있도록 각 직급의 관리자에게 보고하는 아래 직급의 관리자 수를 제한하고, 관리 범위를 종종 새로 설정한다. 관리자와 상사는 인재 양성에 대해 자주 대화를 나눈다. 사실 다매장 기업에서는 지구, 지역, 총괄 책임자 수준에서 실적이 저조한 매장이나 매장 관리자에 대해 논의를 나누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상급 관리자들에게 일선 직원들과 관련된 인사 문제를 알려줄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매장에서 일관성 있게 인재를 양성할 수도 있다.
 
다매장 기업은 소리 없이 조용하게 성장해 왔다. 이런 형태의 조직은 지금까지 번성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퍼져나갈 것이다. 이유는 바로 다매장 기업이 효율적인 실행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다매장 기업이 모든 종류의 기업에 귀감이 되기도 한다. 결국 훌륭한 성과를 내려면 잘 짜인 전략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번역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데이비드 A. 가빈(dgarvin@hbs.edu)은 미국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과 교수이다. 린 C. 레베스크(l_levesque@comcast.net) 는 보스턴에서 컨설팅과 연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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