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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Letter

얕잡아 보이기 쉬운 여성 협상가 지위와 과거 경험 내세워라

최두리 | 162호 (2014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전략

낮은 지위의 여성이 협상 테이블에 앉으면 요구가 잘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그 요구가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상대방의 반발에 부딪칠 수 있다. 이럴 때 여성은 자신이 우월한 지위에 있었을 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방법을 통해유능감(sense of power)’을 회복하면 당당한 태도를 갖는 데 도움이 된다. 상을 받은 경험이나 인상적인 경력, 높은 지위의 동료와 협업했던 일 등을 상대방에게 어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For female negotiators, a focus on power and statu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자신을 위한 협상에서는 남성에 비해 스스로를 덜 옹호하지만 부하 직원 등 다른 사람을 위해 협상할 때는 최소한 남성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여성과 남성이 협상에서 보이는 이 같은 차이는 사회화 과정에서 습득된 성적 차이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남자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적극적이며 자기 자신에게 초점을 맞추도록 길러지는데 이는 성인 남성들이 직업적인 커리어를 쌓아갈 때 도움이 되는 특성들이다. 반면 여자아이들은 공동체를 중시하고 남을 보살피도록 사회화되곤 한다. 이는 여성이 협상에서 자신을 위해 뭔가 주장하려고 하는 동기와 충돌하는 특성들이다.

 

네덜란드 틸뷔르흐대(Tilburg University)의 연구원 알란 홍(Alain P.C.I. Hong)과 펠 J. 반 데어 베이스트(Per J. van der Wijst)는 우월감이나 자기주장과 같은 개인의 성격적 특성을 유도한다고 알려진유능감(Sense of Power, 자신이 힘을 갖고 있음을 자각하는 것-역주)을 토대로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여성이 스스로를 강하다고 느끼도록 독려한 후 협상을 진행하면 그들이 좀 더 경쟁적으로 나서고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이었다.

 

연구에 참여한 더치대(Dutch university) 학생들은 참여 학생인 것처럼 가장한 연구원 홍과 모의협상을 벌였다. 협상을 시작하기 전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우위에 있었던 기억을 되짚어보고 그것을 글로 작성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스스로 강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기 위한 과정이었다. 반대로 통제그룹에 속한 학생들은 평소 저녁시간에 무엇을 하며 지내는지에 대한 글을 적었다.

 

그 후 이어진 협상에서 홍은 집을 팔려는 사람의 역할을 맡았다. 그는 집을 구매하려는 역할을 맡은 참여자들에게 먼저 거래 조건을 제시하도록 요청했다. 그런 다음 홍은 상대방을 강하게 밀어붙이며 상대방이 제시한 조건과 그 이유에 의문을 제기했다. 협상은 참여자들이 최종 조건을 제시하면서 종결됐다.

 

스스로 강하다고 느끼도록 하는 과정을 거친 여성들은 통제조건하에 있었던 여성들에 비해 더욱 공격적으로 첫 번째 조건을 제시했고 스스로를 위해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협상했다. 이들의 협상 성과는 같은 두 조건의 남성들의 성과와 비슷했다. 하지만 남성은 그들이 강하다고 느끼도록 하는 과정을 거쳤든, 그렇지 않든 관계없이 비슷한 성과를 보였다.

 

이 결과는 여성이 강하도록 느끼는 감정으로부터 심리적으로 고무되는 효과를 얻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감정은 가격 협상 등 하나의 이슈를 두고 양측이 실랑이를 벌이는 협상에서 여성이 스스로를 위해 좀 더 맹렬하게 달려들도록 동기를 부여한다(남성은 그렇지 않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에이미 쿠디(Amy Cuddy)의 연구에 의하면 이런 결과는 권한이 적은 위치에 있는 여성들이 자신이 권한을 가졌을 때를 떠올려보거나 협상에 앞서 당당하게 몸을 쭉 펴는 포즈를 취하는 것만으로도 더 나은 협상 결과를 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강하다는 느낌이 여성들로 하여금 더 적극적으로 협상에 임할 수 있도록 한다고 하자. 그 다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날까? 협상에 대한 과거 연구들에 의하면 개인적인 보상을 두고 협상하는 여성은 반발에 시달린다(남성은 그렇지 않다). 메사추세츠 케임브리지의 하버드대 교수 한나 라일리 보울즈(Hannah Riley Bowles)와 피츠버그의 카네기 멜론대 교수 린다 밥콕(Linda Babcock), 뉴올리언스의 툴레인대 교수 레이 라이(Lei Lai)의 연구에 의하면 사람들은 더 많은 금전적 보상을 원하는 여성들과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을 덜 느낀다. 이런 부작용을 예상하기 때문에 여성들은 직장에서 자신을 위해 더 많은 것을 주장하는 것을 자주 주저한다.

 

학자들은 여성이 협조적이고 공동체적인 전형적인 여성상과 상반되는 모습을 보일 때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고 추측한다. 하지만 오스틴의 텍사스주립대 교수 에밀리 아마나툴라(Emily T. Amanatullah)와 워싱턴의 조지타운대 교수 캐서린 틴즐리(Catherine H. Tinsley)는 최근 한 연구에서 반발작용, 즉 여성이 가진 낮은 지위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알려진 효과에 새로운 해석을 내놓고 이를 극복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전통적으로 여성은 남성에 비해 사회적으로 낮은 위치에 있었고 이는 직급이나 보수 수준에 반영돼 왔다. 이 때문에 사람들은 어떤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잘 알지 못할 때 그저 상대적으로 낮을 것으로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아마나툴라와 틴즐리는 낮은 위치에 있을 것으로 가정한 여성이 마치 높은 위치에 있는 것처럼 행동하면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하고 가혹하게 행동할 것이라는 이론을 세웠다.

 

첫 번째 실험에서 그들은 실험 참여자들에게 그(또는 그녀)가 호텔 매니저이며 크리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벤트 플래너를 상대하고 있는 상황을 가정하게 했다. 크리스는 이벤트 바로 직전에 객실 예약 중 일부의 취소 및 환불을 요구했는데 이는 호텔 정책에 위배되는 내용이었다. 참여자들은 이 요구를 받아들일 것인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다. 크리스는 때로는 남성, 때로는 여성으로 소개됐다. ‘얼마 전 입사한 신입 관리자처럼 낮은 지위로 소개되거나부사장이라는 높은 지위로 소개되기도 했다.

 

 

낮은 지위의 여성일 때 크리스는 환불받을 확률이 가장 낮았다. 그녀는 이런 요구를 하는데 대해 금전적으로 불이익을 겪었다. 반대로 높은 지위의 여성일 때 크리스가 한 요구는 상당히 쉽게 수용됐다. 남성일 때는 어느 지위에서도 요구가 쉽게 받아들여졌다. 남성은 낮은 지위에 있을 때도 반발을 겪지 않았다.

 

비슷한 두 번째 실험에서 아마나툴라와 틴즐리는 참여자들이 낮은 지위에 있는 여성의 요구를 불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이로 인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낮은 지위에 있는 남성의 요구는 불법적인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환불 요구를 거절당한 것은 물론 낮은 지위의 여성은 잠재적인 동료나 친구, 리더로 여겨지지 않았다. 반대로 높은 지위에 있는 여성의 요구는 합법적인 것으로 여겨졌고 그들이 한 어떤 요구도 불이익을 불러오지 않았다.

 

과거 연구에서는 모든 여성이 협상에서 스스로를 위해 주장을 펼 때 반발의 위험을 감내해야 한다고 알려져 왔다. 그러나 아마나툴라와 틴즐리의 연구는 높은 지위에 있는 여성들은 이런 부작용을 겪지 않는다는 점을 나타낸다. 따라서 여성들이 협상을 시작하고 진행할 때 자신이 높은 지위에 있다는 것을 알린다면 협상이 훨씬 순조로울 수 있다. 상대방에게 내세울 만큼 지위가 높지 않은 여성이라면 상을 받은 경험이나 가장 인상적인 경력, 높은 지위의 동료와 협업했던 경험 등을 활용해 자신의 지위를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아마나툴라와 틴즐리는 조언한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의 결과는 여성 협상가들이 스스로 강함을 느꼈던 과거 기억을 떠올리거나 높은 지위를 밝히는 것을 통해 협상에서 더 많은 가치를 얻어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번역 |최두리 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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