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마이클 포터

때론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공유가치 창출한 네슬레처럼…

161호 (2014년 9월 Issue 2)

때론 우회로가 지름길이다 공유가치 창출한 네슬레처럼

Article at a Glance – 전략

손자는 <손자병법> 7편에서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과적으로 적보다 먼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용병술인우직지계(迂直之計)’의 군사전략을 제시했다. 우직지계는 겉으로 보기에 어렵고 우회하는 길을 가지만 결과적으로는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 불리한 상황을 아군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만들어 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적을 쉽게 이기기 위한 방편이다. 포터와 크레이머는 2011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사회와 기업의 이익을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는 공유가치 창출(CSV)이란 개념을 소개했다. CSV는 단기적으로는 일정한 비용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기업에 불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회의 지속적 발전은 기업의 안정적 성장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의 안정적인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우직지계 CSV는 모두 옆으로 돌아가는 경우이지만 결국에는 더 큰 이익을 얻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편집자주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손자와 마이클 포터를 연재합니다. 고대 동양의 군사전략가인 손자와 현대 서양의 경영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전략 모델들을 비교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2010년의 도요타 리콜 사태에 이어 최근 미국의 최대 자동차 회사인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GM)도 차량 결함 문제로 궁지에 빠졌다. 차량 결함을 발견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회사의 자발적인 리콜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리콜 자체가 제품의 결함을 인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브랜드 신뢰도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기업은 공개적인 리콜을 꺼린다. 차량 한 대당 새 부품을 교체하는 데 드는 비용은 57센트( 600)에 불과하고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는다. GM 2001년부터 차량 결함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10여 년 동안이나 은폐해오다가 지난 2월이 돼서야 뒤늦게 리콜 조치를 시작했다. 늑장 리콜로 인해 GM은 금전적인 비용 손실보다는 기업의 이미지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 때문에 향후 오랫동안 막대한 타격을 입을 것이다.

 

GM의 실수는 소비자의 이익보다 기업의 일시적인 이익을 우선시했기 때문에 발생했다. 갈수록 치열해진 글로벌 경쟁에서 기업은 경쟁자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과정에서 눈앞의 이익을 얻기 위해 사회적 이익을 소홀히 할 때가 있다. 서양에서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의가 1970년대부터 활발해졌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은 사회적 책임이란 사업의 결과인 이익의 일부분을 사회에 기부하는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비용으로만 봤다. 아이러니컬하게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잘 수행하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그렇지 않는 기업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CSV)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하나는 스위스의 다국적 식품기업인 네슬레(Nestlé).

 

사회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을 함께 추구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도 향상시킨다는 포터의 CSV 이론은 <손자병법> 7편의우직지계(迂直之計)’ 군사원칙으로도 설명할 수 있다. 이번 글에서는 손자의 군사전략인우직지계와 포터의 경영전략인 CSV의 핵심원리를 각각 소개하고 이들 간의 연관성에 대해 분석하겠다. 독자들이 각각의 이론 및 이들 간의 연결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와 관련된 전쟁사례인 중국대장정(大長征)’과 경영사례인 네슬레의 CSV를 다뤄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이론과 실제사례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경영실무자들이 <손자병법> 7편의 군사전략을 경영에 적용할 때 주의할 점을 제시하겠다.

 

 

<손자병법> 7편의 핵심전략: 우직지계(迂直之計)

<손자병법> 7편의 편명인 군쟁(軍爭)은 현대적 군사용어인기동(機動)’과 비슷한 말이다. , 전쟁에서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군대를 이동하는 것을 의미한다. 전쟁에서 유리한 기회 또는 시간이나 지점을 선점하면 싸움터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고 적을 쉽게 이길 수 있기 때문이다. <손자병법> 1편부터 6편까지는 용병(用兵)의 추상적인 전략(strategy)에 관한 부분으로서 전쟁에서 승리를 쟁취하기 위한 근본적인 원칙과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반해 7편부터는 실질적인 전술(tactics)에 관한 부분으로 앞에서 제시한 원칙과 방향을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방안을 다루고 있다. 예를 들면, 7편에서 강조한 전쟁 시작 전에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것은 <손자병법> 4편의이승(易勝)’ 군사사상(‘DBR 142, 적을 이길 수 있는 확실한 틀을 마련하라참조.), 즉 승리를 위한 우월한 상황(또는’)을 만들어 적을 쉽게 이기기 위한 것과 연결된다.

 

손자는 7편의 처음에무릇 용병술에 있어서 장군이 군주로부터 명령을 받고, 백성을 동원해 군대를 편성하고, 군영을 설치하고 적군과 대치하기까지 군쟁보다 더 어려운 것은 없다라고 했다. 군쟁이 어려운 것은 먼 길로 돌아가면서도 지름길로 곧바로 가는 것과 같게 해야 하고, 불리한 조건을 유리한 조건으로 전환시켜야 하기 때문이다(軍爭之難者, 以迂?, 以患?). 일반적으로 우회로는 멀어 통과시간이 길고, 지름길은 짧아 통과시간이 적게 걸린다. 그러나 실제로 군대가 이동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결정하는 요소에는 물리적 거리 외에도 이동통로의 상태, 주변에 주둔한 적군 병력의 상태 등 여러 가지 요소들이 밀접하게 관계돼 있다. 지름길에 적군이 주둔해 있는 반면 우회로에는 적군이 없다면 우회로를 선택하는 것이 지름길보다 목적지에 먼저 도달하는 방법이다. 손자는 이와 같이 여러 상황을 고려해 결과적으로 적보다 먼저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는 용병술을우직지계라고 했다.

 

이는군쟁편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다. 유명한 현대 군사전략가 리델 하트의간접접근전략이 손자의우직지계군사사상과 일맥상통한다. ‘간접접근전략은 적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접근해 적군을 동요시켜 균형을 잃게 한 후에 적을 공격하는 전략을 말한다. 이런 의미에서 리델 하트는전략에서 우회하는 가장 먼 길이 흔히 목적을 달성하는 가장 짧은 경로이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손자는군쟁을 잘하면 이익을 볼 수 있지만 잘못하면 군대가 위태로워질 수도 있다(軍爭?軍爭?)”라고 했다. , 단순히 우회하는 길이나 방법만을 선택한다고 해서 모두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손자가 제시한 군쟁의 두 가지 위험한 면과 효과적으로 군쟁을 실행할 수 있는 세 가지 원칙을 소개하겠다.

 

군쟁의 두 가지 위험한 면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군대를 이동할 때, 전투부대와 병참부대가 함께 이동하는 방법과 분리해 따로 움직이는 방법이 있다. 손자는 전자를거군(擧軍)1  ’의 기동방법, 후자를위군(委軍)2  ’의 기동방법이라고 했다. ‘거군의 방법으로 이동할 경우 물자보급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지만 전체 부대가 모두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기동속도가 느려 적보다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가 힘들다. 반면위군의 방법으로 이동할 경우, 속도는 더 빠르지만 전투에 필요한 물자와 장비의 공급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손자는군대는 장비가 없으면 망하고, 양식이 없어도 망하며, 비축해둔 물자가 없으면 역시 망하게 된다라고 하면서 전쟁에서 충분한 보급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위군거군의 기동방법이 유발할 수 있는 위험한 면을 극복하기 위해 손자는 주변국 군주의 전략적 의도를 잘 파악하고, 위험이 있을 경우 이들의 도움을 요청하고, 또한 현지 지형과 사정을 잘 아는 향도(?)를 활용해 기동과정에서 부딪칠 위험과 어려움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군쟁의 세 가지 원칙

전쟁에서 적보다 먼저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손자는군쟁은 속임수로 성공하고, 이로운지를 따져 행동하며, 병력을 분산하거나 집중시켜 변화를 꾀하며 사용해야 한다(兵以詐立, 以利動, 以分和?變者也)”는 세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군쟁은 속임수로 성공한다.

손자는 전쟁의 본질은 속임수라고 주장했다. 군쟁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을 속여 아군의 의도를 잘못 판단하게 함으로써 적군을 다른 곳으로 움직이게 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 먼 길을 택해도 적군의 저항 없이 이동할 수 있어서 지름길을 택하는 것보다 더 빨리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둘째, 이로운지를 따져 행동해야 한다.

전쟁은 국가의 생사존망과 관련돼 있기에 전쟁을 하느냐, 하지 않으냐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국가의 이익이다. 따라서 손자는이익이 없으면 군대를 움직이지 말고, 얻는 것이 없으면 군대를 사용하지 말며, 국가가 위태롭지 않으면 전쟁을 하지 말아야 한다(非利不動, 非得不用, 非危不戰)”라고 했다.

 

셋째, 병력을 분산하거나 집중시켜 변화를 꾀하며 사용해야 한다.

군쟁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선점한 후 적과 싸워 승리를 달성해야 한다. 따라서 거군과 위군의 기동방법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잘 바꿔 활용해야 한다. 또한 군형(軍形)을 적절히 변화시켜 적이 아군의을 종잡을 수 없게 하면 아군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다다를 수 있다.

 

‘우직지계’ 사상으로 본 중국 대장정(大長征)의 성공

대장정은 중국 국민당의 포위와 추격을 피하기 위해 중국 홍군(紅軍) 1934 10월부터 368일간 중국 남부지역 양쯔강 하류 일대에서 시작해 10여 개의 성을 가로지른 12500㎞에 이르는 대규모 군사 이동을 가리킨다. 대장정을 하는 동안 겪은 고난과 시련은 한니발이 알프스를 넘은 것과 나폴레옹의 모스크바 원정을 합친 것보다 더욱 커서 대장정의 성공은 ‘20세기의 기적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장정은 겉으로 보기에는 도망가는 것으로 다뤄질 수 있으나 실제로는 대장정을 통해 새로운 혁명 근거지를 설립했고, 이를 통해 중국 공산당이 주도권을 장악해 중국혁명의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기반이 됐다. 중국 홍군의 대장정 성공요인을 손자가 제시한 군쟁의 세 가지 원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군쟁은 속임수로서 성공한다.

대장정 초기에는 뚜렷한 목표의식과 작전전략 없이 정규전으로 맞선 결과 대부분의 병력을 잃게 됐다. 1935 1월 이후, 새로운 목표지역을 확정하고, 국민당의 수색작전을 교란시키면서, 중국 서쪽 지역의 먼 길을 우회해 북쪽으로 향하는 기만작전을 전개했다. (그림 1) 또한 전술상에서 정면대결을 게릴라전으로 바꿨다. 구체적으로 홍군이 사용했던 네 가지 전술원칙은 다음과 같다. 적군이 접근하면 우리는 퇴각한다(敵進我退), 적군이 멈추면 우리는 그들을 괴롭힌다(敵止我優), 적군이 피곤하면 우리는 공격한다(敵疲我打), 적군이 퇴각하면 우리는 추격한다(敵退我進). 이와 같은 전술적 전환을 통해 홍군은 맹목적 도주에서 전략적 후퇴로 상황을 전환할 수 있었다.

 

둘째, 이로운지를 따져 행동해야 한다.

대장정 동안 홍군은 많은 희생을 치렀다. 1년 전 출발 당시 약 10만 명에 이르던 병력은 중국 홍군이 목적지에 도착할 당시 처음의 10분의 1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대장정을 하지 않았더라면 홍군 전체가 국민당에게 전멸 당할 수도 있었다. 대장정의 결과 국민당의 추격에서 탈출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중국 항일 투쟁과 혁명의 핵심역량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대장정의 성공은 엄청난 대가와 비용을 동반했지만 결과적으로 이로 인해 얻은 이득이 더 많았다.

 

셋째, 병력을 분산하거나 집중시켜 변화를 꾀하며 사용해야 한다.

대장정 초기까지만 해도 홍군은 전투부대와 병참부대가 함께 이동하는 기동방법을 사용했다. 이 때문에 이동속도가 느렸고 적군의 추격에 쫓기는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후 홍군은 군대를 재편성하고, 후방부대를 간소화했으며, 나머지 인원을 전투부대로 돌려 군대의 전투력을 강화시켰다. 무거운 장비나 물자는 버리고, 행군의 속도를 높여 도망 다니는 군대에서 공격형 부대로 변모했다. 또한 홍군의 전술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공격할 때는 소수 정예부대를 집중시키고 공격이 끝나면 병력을 다시 분산시키는 것이었다. 이러한 전술은 진지전(陣地戰)을 피하고, 상대적으로 병력은 많지만 기동력이 떨어지는 적군을 집중적이고, 신속하게 타격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포터와 크레이머의 CSV 원칙

사회는 기업의 이윤창출 활동에 대해 늘 탐탁지 않게 봤다. 이는 기업의 경제적 성공과 함께 사회 및 환경 비용이 동반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회는 기업이 만들어낸 비용을 기업이 스스로 부담하기를 바라는 기대가 갈수록 높아졌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와 압력에 부응하기 위해 기업은 자신의 경영비용 일부를 할애해 기부와 자선활동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CSR) 활동을 수행해 왔다. 하지만 기업의 CSR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미지 개선은커녕 기업에 대한 사회의 신뢰는 더욱 떨어지고 기업 존재의 정당성마저 잃어가고 있다.

 

포터와 크레이머는 2011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실은 논문을 통해 사회와 기업의 이익을 함께 만들어 낼 수 있는 CSV란 개념을 소개했다. CSV는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면서 사회·경제적 환경도 함께 발전하는 경영방식을 통해 공유가치가 실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CSV 개념의 가장 기본적인 가정은 기업의 경쟁력과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공동체는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CSV는 기존의 CSR 개념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CSR은 기업 경영의 결과인 이익을 사회와 나누는 것이지만 CSV는 기업의 가치창출 과정과 관련된 사회 분야와 협력해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기업과 사회 이익의 전체 파이를 확대하는 것이다. 따라서 CSR은 기업 이윤 창출과 관련 없는 활동이기에 비용이 되지만 CSV는 기업 경영과 밀접히 연계돼 있고 기업 이윤 창출의 중요한 원천이기에 투자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유가치를 창출할 것인가? 포터와 크레이머는 이를 위해 3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출처: http://www.rims.kr/rims/board/board_view.asp?t=6&m=6&a=Y&r=Y&db=rm_etc&menu_nm=%B1%E2%C5%B8&num=1250&pageno=&startpage=1&keyfield=&keyword=

 

첫째, 상품과 시장을 재구상한다.

이는 소외된 시장의 사회적 수요를 위해 제품을 새롭게 구상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면, 사회의 저소득 소외계층에 맞는 제품을 제공하거나 저개발국 또는 개발도상국에서 필요로 하는 제품을 제공한다. 이러한 제품개발 방식은 기존 시장에도 마찬가지로 적용 가능하다. 예를 들면, 기존 기업에서 만든 식품은 맛과 양에만 초점을 뒀는데 지금은 영양과 소비자의 건강에도 초점을 두는 것이다. 네슬레는 저개발국 아이들에게 요오드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이들을 위해 제품에 요오드 함유량이 높은 소금을 사용했다. 네슬레는 이와 더불어 자체 CSV 연간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영양, 수자원, 농촌지역개발 분야에서 각국의 수요에 맞는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직지계’와 CSV는 모두 우회적인 길로 돌아가는 경우지만 결국에는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둘째, 가치사슬의 생산성을 재정의한다.

기업은 가치사슬에 있는 각종 활동을 다루는 데 있어 여러 사회적 문제를 접하게 된다. 사회적 문제는 결과적으로 기업 가치사슬의 경제적 비용을 높이기 때문에 기업이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면 자체의 비용 절감뿐만 아니라 제품의 차별화도 가져올 수 있어서 궁극적으로 기업의 경쟁력 향상과 사회의 이익을 함께 도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네슬레는 세계 각지로부터 안정적으로 원두를 공급받기 위해 현지 농부들에게 농작법 관련 기술교육을 제공하고 은행 대출을 보증해주는 등 다양한 지원을 했다. 결과적으로 농작물의 생산성과 품질이 크게 개선됐고 농민들의 소득도 함께 증가했다. 한편 네슬레는 품질 좋은 원두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었고, 특히 이를 활용한 캡슐커피 네스프레소는 2000년 이후 평균 30%의 높은 성장을 이뤘다.

 

셋째, 기업이 활동하고 있는 곳에서 관련 업체 및 사회 부문과 함께 현지 클러스터를 구축한다.

협력대상은 현지 기업뿐만 아니라 학계나 정부를 비롯한 모든 사회적 주체가 포함될 수 있다. 기업은 모든 면에서 잘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자체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자신이 잘하는 분야에 특화하고 나머지 부문에서는 관련 전문기관이나 업체의 지원을 받거나 협력해 공동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다. 예를 들면, 네슬레는 국제 NGO인 열대우림동맹(Rainforest Alliance)과 협력해 농부들에게 지속가능한 친환경 농법 교육을 지원함으로써 원두 생산과정을 친환경적으로 개선했다. 한편, 네슬레는 열대우림동맹의 인증을 받은 농부로부터 원두를 공급받아 양질의 커피를 확보할 수 있었다.

 

‘우직지계’ 군사사상과 CSV 경영이론의 연계

겉으로 보기에 어렵고 우회하는 길을 가지만 결과적으로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이우직지계의 핵심 내용이다. , 불리한 상황을 아군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만들어 전쟁에서 주도권을 확보해 적을 쉽게 이기기 위한 방편이다. 한편, CSV는 단순히 기업 자체의 이윤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의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기업과 사회의 이익을 동시에 창출하는 것이다. 따라서 CSV는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전제조건을 고려한 상태에서 단기적으로는 이와 관련된 일정한 비용과 자원을 투입해야 하기 때문에 겉으로는 기업에 불리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사회의 지속적 발전은 기업의 안정적 성장의 필수조건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기업의 안정적인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된다. 따라서우직지계 CSV는 모두 우회적인 길로 돌아가는 경우지만 결국에는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지름길이 된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다음으로 손자가 제시한우직지계의 세 가지 원칙과 포터와 크레이머가 제시한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세 가지 원칙 간에 어떠한 유사한 점과 차이점이 있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우직지계’의 원칙 1 vs. CSV의 원칙 1

‘우직지계’의 첫 번째 원칙은 적을 기만하고 적이 아군의 의도를 오판하게 해 잘못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함으로써 아군에게 유리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군대의 절대적 규모나 실력에는 변화가 없지만 전략적 이동을 통해 결과적으로 적보다 상대적 우위를 차지하게 한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CSV의 첫 번째 원칙도 기존의 경영전략과는 다른 우회하는 방법을 택하면서 더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음을 시사해 준다. 예를 들어 상품과 시장의 재구상을 통해 기업은 새로운 시장 확대 또는 이윤 창출의 기회를 만들 수 있다. 기존 기업은 주로 선진국 또는 발달된 시장에서 활동하는 것을 선호했지만 CSV를 통해 소외된 소비계층이나 저개발국의 사회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시장의 크기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경영에서 경쟁자에 대한 기만을 기반으로 하는 경영전략은 금물이다. 예를 들면, GM 10여 년 동안 차량의 치명적인 결함을 감춘 결과 단기적으로 금전적 이득을 봤을지는 모르지만 기업의 브랜드 신뢰도는 크게 훼손됐다.

 

‘우직지계’의 원칙 2 vs. CSV의 원칙 2

‘우직직계’의 두 번째 원칙은 이로움을 따져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군대를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기준이기도 하다. 한편, 경영에서의 CSV CSR과 달리 단순한 자선 활동이 아니기에 사회적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사회이익을 창출하는 것과 함께 기업도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CSV는 기업 이윤 창출이 전제가 돼야 한다. 이를 실질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가치사슬에서 기업의 비용을 높이는 사회문제를 발견하고 이 부분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면서 기업의 경제적 비용은 낮아지고 이윤은 높아지게 된다. 따라서 우직지계의 두 번째 원칙과 CSV의 두 번째 원칙은 모두 자신의 이익에 도움이 된다는 전제를 기준으로 행동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하지만우직지계의 두 번째 원칙에서 강조한 이익은 적에게 속임수를 사용해 해를 입히고, 아군만 이득을 얻게 되는 반면 CSV에서 강조한 이익은 기업뿐만 아니라 사회의 이익도 창출해 낸다.

 

‘우직지계’의 원칙 3 vs. CSV의 원칙 3

‘우직지계’의 세 번째 원칙은 병력을 합치거나 나누어 상황에 따라 변화함으로써 승리의 조건을 만드는 과정이다. , 필요에 따라 군대 전체 또는 군대 일부분만 먼저 가서 싸운다는 것이다. 또한 군쟁의 불리한 면을 극복하기 위해 손자는 주변 국가와 동맹을 맺거나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향도를 사용해 이들의 도움을 받는 방법을 제시했다. 한편 CSV를 위한 세 번째 원칙인 현지 클러스터 개발은 가장 적합한 파트너와 협력해 현지 시장을 개척하고 알맞은 제품을 개발하며 제품의 품질을 향상시킴으로써 이윤 창출을 위한 우월한 조건을 만드는 것이다. , 기업과 사회이익을 동시에 창출하기 위해서 무조건 기업 혼자서 다 맡아 하는 것보다는 필요에 따라 가치사슬 일부분은 외부의 지원을 받는 것이 생산성을 높이는 데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따라서우직지계의 세 번째 원칙과 CSV의 세 번째 원칙은 모두 군사 또는 경영활동의 최적화 배치를 통해 효율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경영전략에 대한 시사점

<손자병법> 7편 군쟁의 핵심 원칙인우직지계와 포터·크레이머의 CSV 원칙을 연계하고, 이에 대한 분석을 통해 경영자들이 실제적으로 기업전략 수립을 위해 손자의 군사전략을 활용하는 데 다음과 같이 세 가지 측면에서 시사점을 제시하겠다.

 

첫째, 경영전략에 적용 가능한 부분

기업이 사회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금전적 손실을 볼 수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다. 이러한 논리는 손자의 군사전략에서도 찾을 수 있다. 겉으로 보기엔 어렵거나 우회적인 길을 선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전쟁에서는 한 번의 승리로 얻을 이익을 강조하지만 경영에서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이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또한 전쟁에서는 오직 국가에 이익이 될 때만 군대를 움직일 수 있다. 마찬가지로 경영활동도 오직 기업의 이윤 추구라는 본질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 따라서 기업의 사회적 활동은 단순히 사회를 도와주는CSR보다는 기업과 사회가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CVS 전략이 더욱 강조돼야 한다.

 

둘째, 경영 전략에 적용할 수 없는 부분

전쟁에서 속임수는 군사 전략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이는 손자병법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내용이다. 속임수는 군사 전략의 기본이다. 하지만 경영에서는 결코 속임수를 사용해서는 안 된다. 경영은 일회성 거래가 아닌 지속적인 거래기 때문이다. 소비자의 긍정적인 평가와 기업에 대한 신뢰는 기업의 생명선이다. 소비자가 한 번 속으면 그 기업 또는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고, 이를 다시 회복하기는 매우 어렵다. 예를 들면, 2010년 리콜 사태로 브랜드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은 도요타는 아직도 미국에서 리콜 전 시장점유율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셋째, 경영의 독특한 본질 때문에 군사 전략으로 설명할 수 없는 부분

CSV를 통해 기업의 이윤 창출은 물론 기업의 가치사슬에 참여한 다른 사회적 주체의 이익도 증진된다. 또한 기업과 관련 사회적 주체의 가치창출 활동은 그 어떠한 외부 압력에 대한 반응이 아니라 공동의 이익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다. 사회와 기업 서로에게 득이 되는 선순환의 연결고리를 찾고 이를 바탕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 CSV의 핵심 메시지다. 따라서 기업과 사회의 관계는 서로 윈윈 하고 상호의존적인 관계이다. 이와는 달리 전쟁에서 승자가 얻은 이익은 패자의 이익으로부터 뺏은 것이기 때문에 윈윈이 아니다. 따라서 경영에서 CSV의 가치창출 특성은 이익을 재분배하는 제로섬 개념인 전쟁이론으로서는 설명할 수 없다. 군사 전략으로부터 배울 것이 매우 많지만 경영자는 군사 전략에 너무 심취해서 경영의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관념에서 벗어나 한 차원 더 높은 시각에서 경영을 바라봐야 한다.

 

문휘창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 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89호 Boosting Creativity 2020년 1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