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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로스쿨의 Negotiation Letter

위기 상황에서 협상한다면 의도적으로 신중하게 임하라

최두리 | 153호 (2014년 5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 전략

 금융위기 이후 붕괴 직전에 놓인 크라이슬러를 구제하기 위해 경영진과 정부 등은 성급하게 움직였다. 크라이슬러를 위기에서 구출하기 위해 너무 집중한 나머지 다른 중요한 조건들을 간과했다. 당시 크라이슬러의 지분을 사들여 자금을 제공한 피아트는 구세주처럼 여겨졌지만 자사가 어려움에 빠지자 아예 크라이슬러 인수에 나섰다. 위기에 빠졌을 때도 유리한 쪽으로 협상을 이끌기 위해서는 의도적으로 신중한 자세를 갖고, 여러 단계 앞을 미리 생각하며, 계약서 작성 과정을 꼼꼼히 짚어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대 로스쿨의 협상 프로그램 연구소가 발간하는 뉴스레터 <네고시에이션>에 소개된 ‘Negotiating in the heat of the moment’을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NYT 신디케이션 제공)

 

그 당시엔 마치 재난 한가운데서도 침착하게 성사시킨 계약의 표본처럼 보였다. 2009, 바로 전년도에 터졌던 금융위기와 소비자들의 변심으로 크라이슬러(Chrysler)는 붕괴 직전의 위기에 처해 있었다. 미 재무부가 나섰다. 크라이슬러는 약 120억 달러 규모의 국채 지원을 받는 대신 파산에 돌입했고 소유권 분할에 동의했다.

 

크라이슬러 노동조합원들을 위한 의료보험 기금인 VEBA가 은퇴 조합원들에게 추가 의료보험 혜택을 제공해야 하는 사측 의무를 없애는 대가로 소유권의 68% 459000만 달러를 가져갔다. 재무부가 소유권의 10%, 캐나다 정부가 2%를 얻었다.

 

이 성급한 협상에서 이탈리아 자동차 제조업체인 피아트(Fiat)는 경차와 엔진, 관련 기술을 크라이슬러에 넘기는 대가로 소유권의 20%를 얻고 이사회 및 경영진에서 한자리를 차지했다. 또한 피아트는 궁극적으로 미국 및 캐나다 정부의 지분과 VEBA의 지분 중 40%에 달하는 만큼을 얻는 옵션을 두고 협상을 벌였다. 전체적으로 협상은 크라이슬러에 회생의 한 줄기 희망을 주는 듯했고 피아트는 구세주로 묘사됐다.

 

이후 몇 년을 빠르게 살펴보면 두 회사의 처지는 역전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라이슬러는 이제 이윤을 내고 있고 피아트는 유럽 금융위기 속에 고전하고 있다. 크라이슬러를 인수해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피아트는 2011년 미국과 캐나다 정부의 지분을 64000만 달러에 매입했다.

 

2012년에는 VEBA로부터 크라이슬러 지분의 3.3%를 매입하는 옵션을 행사했다. 긴급 구제가 이뤄졌을 때 크라이슬러가 VEBA에 제공한 459000만 달러의 어음을 포함하면 크라이슬러 가치가 1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보고 피아트는 이 옵션 가치를 34200만 달러로 계산했다. 하지만 VEBA는 어음을 제외하고 가치를 계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결과 양측 사이에 2200만 달러의 차이가 발생했다. 그들은 분쟁을 법정으로 가져갔고 이 글이 나갈 때는 조정안을 두고 협상 중이었다.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을 때 성급하게 맺어진 몇몇 계약이 문제투성이라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재앙이 다가오고 있을 때 협상가들은 통상 가급적 협상을 빨리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는다. 성급함은 견고하면서도 오래 지속되는 거래 맺는 일을 방해할 때가 많다. 위기 상황에 협상을 진행해야 할 때 염두에 둬야 할 보호 장치들을 살펴보자.

 

여러 단계 앞을 내다보라

대니 에르텔(Danny Ertel)과 마크 고든(Mark Gordon)은 그들의 책 <협상의 핵심: ‘Yes’로는 충분하지 않을 때(The Point of the Deal: How to Negotiate When Yes Is Not Enough)>에서 협상가들이 거래 성사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이행 단계에서 겪게 될 장기적 어려움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잠재적 위험은 위기 때 협상에서 더욱 위협적이다. 협상의 양측 모두 어떻게든 빨리 협상을 끝내고 싶은 절박감을 느낄 때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유형의 단기적 사고는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만약의 상황을 생각하지 못하게 한다. 크라이슬러 협상에서 재무부와 다른 협상 관계자들은 크라이슬러를 위기에서 구해내는 데 너무 집중한 나머지 실제 구출에 성공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상하지 못했다. 만약 협상가들이 몇 단계 앞서 생각했더라면 그들이 작성한 합의문 때문에 크라이슬러의 퇴직자들이 피아트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지도 모른다.

 

이 이야기는 협상에서 몇 단계를 앞서 내다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한다. 의사결정 나무(decision tree)를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을 표로 그려보면 장기적 관점에서의 결과에 주의를 기울일 수 있다. 에르텔과 고든은 다른 사람들이 멀리 내다볼 수 있도록 장려하는, 관리자들의 역할을 강조한다. 우선 협상가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제안한 계약 내용이 조직의 장기적 이익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 연결해서 생각하도록 한다. 금전적 보상을 계약의 성사 자체보다는 이행 단계의 초기 몇 년간 진행되는 과정에 연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마지막으로만일/그렇다면에 대한 비상대책을 마련한다. 서로 다른 예측을 토대로 (합의했을 때) 얻는 것과 잃는 것을 계약서에 집어넣으면 양측은 합의하지 않는 것에 합의할 수 있다.

 

더욱 천천히 접근하라

위기에 처했을 경우 신속하게 움직여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집중해서 신속하게 문제에 접근하더라도 체계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된다.

 

비즈니스 협상가들은 위기에 대응할 때 비이성적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감정적 상태에 사로잡히곤 한다. 속도를 늦춰야 할 이유가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도 모든 이들이 진정하고 숙면을 취할 수 있도록 최소한 자주 휴식을 갖기라도 해야 한다. 좀 더 신중하게 접근하는 자세는 흥분을 가라앉힐 뿐 아니라 부주의한 실수를 줄여준다.

 

계약서 작성 과정을 관찰하라

비즈니스 협상가들은 복잡한 협상을 마친 후 계약서 세부 조항의 작성을 변호사에게 위임할 때가 많다. 불행하게도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

 

성급하고 경험이 많지 않은 변호사들이 이전에 작업한 다른 계약서를 바탕으로 (새로운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이전 조항들을 충분히 수정하지 않을 때 이런 실수가 자주 나타난다. 또 협상가들은 계약의 동기나 의도를 변호사들에게 충분하게 설명하지 않을 때가 많고 이는 오해로 이어진다. 이런 오류들은 협상가들과 변호사들이 서둘러 협상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때 더 빈번하게 일어난다.

 

메세추세츠 케임브리지 하버드 법과대학원의 구한 수브라마니안(Guhan Subramanian) 교수에 따르면 다행히 이런 실수를 줄이기 위한 방법이 최소 3가지 존재한다. 첫째, 계약의 배경이 되는 동기에 대해 법률팀과 충분히 커뮤니케이션 하라. 이 과정은 변호사들이 당신의 의도를 추측하는 일을 막고 장기적으로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게 할 것이다.

 

둘째, 계약 문서를 대강 훑어보고 끝내려는 충동을 극복하라. 협상 조건들이 당신이 이해한 대로 정확히 반영됐는지 주의 깊게 검토하고 확인하라.

 

마지막으로 변호사가 계약 내용을 전문 용어가 아닌 쉬운 말로 설명하는 시간을 가져라. 애매모호한 부분에 대해 질문하고 발생할 수 있는 가상의 위기 상황을 점검해보라.

 

번역 |최두리 dearduri@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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