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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에 겐이치 일본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 대학원 총장

더 이상 프레임워크에 의존하지 마라 20세기 전략은 이미 끝났다

이유종 | 138호 (2013년 10월 Issue 1)

 

오마에 겐이치 일본 비즈니스브레이크스루대 대학원 총장은 11일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에서더 이상 기업들이 전략을 세울 때 기존 프레임워크나 가치사슬(value chain)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이런 방법은 위험하다. 전략은 프레임워크나 가치사슬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급변하는 세계시장에 대처하는 전략을 세우기 위해서는 고객과 경쟁사, 기업 등의 요소뿐만 아니라 환율변동과 국가의 상황 등의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오마에 겐이치 총장은 일본 와세다대 이공학부를 졸업했고 도쿄공업대 원자핵공학에서 석사 학위를, 미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원자력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맥킨지의 아시아태평양지역 회장을 맡아 글로벌 기업은 물론 지역 주요 국가와 도시의 자문역으로 오래 활동해 왔다.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1994년 그를 피터 드러커, 톰 피터스 등과 함께 세계 5대 경영 구루(스승)로 선정했다. <국가의 종말> <지식의 쇠퇴> 100권 이상의 저서를 남겼다.

 

오마에 총장 강연 및 이승주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와의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기조 강연>

세계시장의 근본적인 변화

지난 10년간 3가지 요소에서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바로 3가지는 자본의 흐름과 디지털화, 브랜드의 역할이다. 국제 자본의 흐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왜 그럴까. 현재 40조 달러가 전 세계를 떠돌고 있다. 이 돈을집을 잃은 돈(homeless money)’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돈이 개발도상국에 몰리고 있다. 돈을 가진 사람들이 개도국에 투자해야 더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 돈은 일시적으로 이동하고 빠져나가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투자의 형태로 이동한다. 또 정부에서 정부로 이동하는 게 아니라 기업 등 시장을 통해서 이동하고 있다. 이런 자본의 흐름은 지속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계화의 아이러니다. 개도국에서는 중산층이 늘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개도국이 제품을 사는 것에 그쳤지만 이제는 이들이 점차 선진국으로 편입되고 있다. 터키와 인도, 인도네시아 등의 국가들은 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선진국은 장기 투자를 했기 때문에 이런 자본이 유입되지 않고 인구마저 줄어들고 있다. 선진국에는 희망이 별로 없다.

 

두 번째 변화는 디지털 시대의 도래다. 디지털 시대 이전에 업계에서 선두주자였던 소니 등 일본 기업들이 디지털 시대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다. 삼성 등 신규 강자들이 디지털 시대를 더 잘 활용하고 있다. 디지털화는 시장 신규 참가자들의 진입장벽을 낮춘다. 생산량을 2배로 늘리면 비용은 10∼15% 줄어든다. 디지털 시대에는 기업들이 일부 핵심적인 역량만 갖추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아날로그 시대에서는 기업이 국내 시장에서 성공을 해야 수출을 했다. 하지만 디지털 유통망을 이용하면 국내외 할 것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출시가 이뤄질 수 있다.

 

브랜드의 역할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기업들이 브랜드로 승부하지 않는다. 소니가 과거 일본 텔레비전 시장에서 1위였지만 이제는 대만의 홍하이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홍하이 제품의 가격이 더 저렴하기 때문이다. 거의 비슷해 보이는 제품인데 가격이 더 싸다. 브랜드는 기껏해야 해당 기업의 국가에서만 중요할 뿐이다. 파나소닉이라는 브랜드가 일본 국내 시장에서는 중요할 수 있으나 미국 시장에서는 소비자에게 별다른 영향을 끼치지 못한다. 미국에서는 소비자가 제품을 고를 때 브랜드보다 제품의 기능이 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럭셔리 브랜드는 그 가치를 계속 유지하고 있으나 생활용품 브랜드는 그 가치를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 브랜드를 명확하게 구별하기도 어려워졌다. 이탈리아는 최근 제품의 생산과정에서 마지막 단계에만 이탈리아를 거치면 ‘made in Italia’라고 사용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고쳤다. 이집트의 원단으로 중국에서 봉제해도 최종 제품 포장이 이탈리아에서 진행되면 ‘made in Italia’로 표시할 수 있는 것이다.

 

기업 전략수립에 필요한 5가지

나는 과거에 기업들이 전략을 세울 때 고려해야 할 요소로 3C를 제안했다. 3C는 고객(customer)과 경쟁사(competitors), 기업(corporation)이다. 과거에는 3C만 고려해서 전략을 세우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하지만 이제 기업들은 21세기 전략을 세울 때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을 가져야 한다. 전략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최근 5년간 P&G가 출시한 제품을 보면 대부분 소비자 중심의 제품들이다. 소비자는 이제 더 이상 소비자의 욕구를 무시하고 기업이 무조건 내놓는 제품을 사지 않는다. 고객이 무엇인지 다시 근본적으로 생각해 봐야 할 때다. 기업에 최대한의 기여를 해줄 수 있는 것도 고객이다. 고객의 의견을 받아들이면 기업이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전에는 누가 경쟁사들인지 명확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경쟁사들이 우리 기업의 물건을 살 수도 있고 우리와 M&A가 이뤄질 수도 있다. 더 이상 기업을 명확하게 정의하는 것도 어려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에서 조직이 서비스와 제조, 영업 등으로 나눠져 있었다. 이제는 통합되고 있다. 휴대전화를 파는 애플은 단 한번도 직접 제조를 한 적이 없다. 애플이 어떤 분야의 기업이라고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는 것이 쉽지 않다. 미국 소비자들은 라디오와 오디오의 기능을 합친 제품을 들고 다닌다. 이미 시장에는 프린터와 팩스가 하나로 합쳐진 제품이 출시됐다. 어떤 제품이라고 정의하고 품목을 나누는 것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3C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 요소들을 새로운 시각에서 살펴봐야 한다. 21세기에는 여기에다 추가로 2C가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2C는 환율(currency)과 국가(country). 우리는 환율의 피해를 잘 경험했다. 한국에서 1달러가 400원이 되면 얼마나 많은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을까. 환율은 일본 기업에도 가장 어려운 과제다. 이런 환율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3가지 방법을 생각해냈다. 생산성을 30% 더 높이고 제품의 혁신으로 가격을 더 비싸게 매기고 해외로 진출했다. 도요타는 52개 국가에서 생산되고 있다. 한국과 중국의 기업들은 아직 이런 환율의 문제에 직면하지 않았다. 환율 이외에 고려해야 할 요소가 바로 국가다. 어떤 기업이 투자한 국가에서 갑작스럽게 분쟁이 발생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 기업들도 영향을 받는다. 중국의 경기침체도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앞으로 투자를 할 때는 이런 요소들을 감안해야 한다.

 

이 밖에 전략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 요소로는 무엇이 더 필요한가. 전략은 앞에서 언급한 것 이외에도 시기(timing)와 인물(person) 등의 영향을 받기도 한다. 전략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소셜 게임회사인 징가는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의적절하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SNS에서는 특히 타이밍이 중요하다. 소니의 리더는 콘텐츠가 없다는 약점 때문에 결과가 성공적이지 못했다. 전자책 리더인 아마존의 킨들은 화면이 흑백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성능의 소니 리더에 비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콘텐츠를 적절한 시점에 제공했기 때문이다. 전략은 그것을 실행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지기도 한다. 전략을 만들고 실행할 때 이를 추진하는 사람의 결정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전략을 넘어서는 인물이다. 잡스는 인류가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바꿨다. 애플은 제조업체를 넘어서 유통업체로 성장했다. 애플의 기기로 사람들은 소프트웨어를 내려받고 뉴스를 볼 수 있다.

 

여러분이 전략가로 성장할 수 있고 좋은 전략으로 기업을 바꿀 수도 있다. 하지만 더 이상 기존 프레임워크(framework)나 가치사슬(value chain)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전략은 프레임워크나 가치사슬이 아니다. 나와 경쟁자의 강점은 무엇인가. 고객의 요구는 무엇인가. 나만이 갖고 있는 정보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10년이 지나면 중산층이 탄탄해질 국가는 어디인가. 전략을 세우려면 이런 부분을 고민해야 한다. 20세기의 프레임워크는 더 이상 효과가 없다. 많은 CEO들은 이미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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