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

“성공은 깨지기 쉬운 유리잔 변화의 방식 자체를 바꿔라”

138호 (2013년 10월 Issue 1)

 

 

 

동아비즈니스포럼 2013 둘째 날 연설에 나선 게리 하멜 런던비즈니스스쿨 객원교수는조직원의 창의성과 아이디어를 죽이는 위계질서를 파괴하라며 아래로부터의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조직 운영의 새로운 원칙을 세우는 데 웹(Web)을 참고할 만하다며 실험과 분해, 시장, 커뮤니티, 행동주의, 열정 등을 그 특징으로 꼽았다. 하멜 교수는 영국 런던비즈니스스쿨 전략 및 국제경영 객원교수로 재직 중이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뽑은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철학자로 선정된 바 있다. ‘핵심 역량’ ‘전략적 의도와 같은 개념을 만들어 경영계에 큰 영향을 끼치기도 했다. 그의 강연의 주요 내용과 조동성 서울대 교수와의 패널 토론 내용을 요약한다.

 

<기조강연>

질문을 하나 던지겠다. 지난 100년간 인류에게 가장 중요한 발명은 무엇이었을까? 인류의 삶을 완전히 바꿨으며 이제는 그것 없이는 도저히 살 수 없는 것, 그것은 무엇일까? 핸드폰? 자동차? 전기? 인터넷? 항생제? 다양한 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떤 기술이 아니라 경영 자체의 발명이다. 과학 기술의 발명도 경영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사람을 한곳에 모으고, 대규모로 일을 추진하고, 협력을 이끌어내는 모든 방식이 바로 경영이다. 경영 덕분에 조직이 초점을 분명히 할 수 있었고 자원을 조직화할 수 있었다. 경영은 인류 전체의 업적이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경영은 격변기에 성공할 수 있는 적응성을 기르는 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다. 즉 대규모로 일을 추진할 수 있게 하기는 했지만 변화에 민첩하게 적응하는 데는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동아일보 박영대

우리는 빠른 변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현재 세계의 변화속도는 가히 폭발적이다. 2000년에 신용디폴트스와프(CDS)라는 금융상품이 새로 만들어졌다. 당시 잔액이 1조 달러가 채 안 됐다. 하지만 2007년에는 이 규모가 62조 달러로 급증했다. 전염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의 성장세였다. 어떤 은행이나 경영자, 규제 당국에서도 이 같은 변화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이 의미를 파악했을 때 세계 경제는 이미 파국을 걷고 있었다. 우리는 이런 시대에 살고 있다. 과거로부터 유추할 수 있는 것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 시대 개인과 사회와 조직에 가장 중요한 질문은 우리가 그런 변화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느냐다. 기존 기업들은 변화에서 이익을 얻지 못하고 신규 진입자들은 혁신을 몰고 왔다. 하지만 곧 이들도 다음 진입자들에게 무릎을 꿇었다. 이런 상황은 더 이상 놀랍지 않다. 신규 진입자들이 기존 기업들을 무너뜨리는 것은 이제 일상적인 일이다. 매년 혁신기업 명단이 발표된다. 2001년과 2013년 명단을 비교해봤더니 아마존 한 곳만 겹쳤다. 휴렛팩커드와 델, 인텔은 10년 전만 해도 세계 상위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뒤로 밀려나 그 영향력을 상실했다. 모바일로의 전환이라는 중요한 패러다임 변화를 놓쳤기 때문이다. 노키아도 마찬가지다. 1993년 노키아의 최고경영진과 일을 함께한 적이 있다. 노키아는 당시 세계 최초로 개방형 혁신 프로세스를 진행했다. 수백 개 전략을 검토하고 어떻게 하면 모토로라를 앞지를 수 있을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전략을 발표했다. 핸드폰이 리모컨처럼 될 것이라는 비전도 함께 제시했다. 20년 전 일이다. 핸드폰이 삶의 중심에 놓일 것이라는 패러다임 전환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 비전을 토대로 노키아는 여러 가지를 추진했다. 하지만 모두 실패했다. 결국 경영진이 교체됐고 MS에 인수됐다. 이런 결과는 모든 기업의 미래가 될 수 있다. 지금처럼 성공이 매우 깨지기 쉬운 유리잔이었던 적이 없다. 전 세계의 가장 훌륭한 기업들조차 자주 변하지 않고 충분히 빠르지도 않다. 이제는 변화의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할 때다.

 

운동을 하면 심박 수가 증가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면 그 사람이 지나갈 때 동공이 커진다. 많은 사람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한다면 긴장한다. 이런 것들은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하지만 조직 변화를 논할 때는자연스럽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인위적으로 관리해야 할 대상으로 보기 때문이다. 변화를 다루는 논문이나 책들은 위험한 가정을 전제로 하고 있다. 커다란 변화는 위에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다. 조직에 큰 변화를 가져오려면 CEO나 리더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기에 문제가 있다. 어떤 기회가 커지고 명백해져서 CEO나 이사회가 주목할 만한 시점이면 이미 늦는다. 변화를 선도하는 것이 아니라 추격하는 것에 그치고 만다.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바꾼다. 공부를 다시 한다거나 새로운 음악이나 패션을 찾는다. 특히 한국의 젊은이들은 변화에 열광한다. 즉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하지 않는다. 변화에 반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변화를 즐긴다. 그리고 잘 적응한다. 그런데 많은 리더들이 사람들은 변화를 싫어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기업이 적응력이 충분하지 않은 것은 직원들이 변화를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변화에 대한 잘못된 관념을 토대로 수동적이며 방어적인 자세를 가지면 변화는 대응하는 것, 닥쳐오는 것, 가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중요한 것은 변화 관리가 아니라 진화라는 경쟁 우위를 차지하는 것이다. 끊임없이 진화해서 위기를 겪지 않고도 성공하는 방법이 무엇인지 찾아내는 것, 이것이 현 시대의 가장 중요한 도전이다.

 

명확성, 안정성, 신뢰성, 엄격한 규율은 뛰어난 경쟁우위였다. 이런 가치는 수십 년간 계속 유지돼왔다. 하지만 창조경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전통적인 조직 구조는 여러 부작용을 지닌다. 중요한 결정을 소수만 내릴 수 있고 극히 소수의 사람만 결정권자에게 도전할 수 있는 구조는 위기를 증폭시킨다. MS를 보자. 최근 10년간 MS 주가는 심하게 요동쳤다. 이 기업은 거의 모든 핵심 변화에서 뒤처졌다. 광고에서도, 연구에서도, 검색이나 모빌리티, 태블릿에서도 뒤처졌다. 똑똑한 기업이 왜 이렇게 됐을까? 이 조직에서 뭔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려면 빌 게이츠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한때는 PC가 디지털 세상의 중심이었지만 상황은 빠르게 달라졌다. 하지만 빌 게이츠의 사고방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전통적인 위계질서에 가장 큰 위협은 꼭대기에 소수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들이 전략과 방향을 제시한다. 소수의 사람만 권한을 갖고 조직에 변화를 줄 수 있다. 성공적이었던 기업이 실패의 길을 걷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위계질서는 지적인 동질성을 강요한다. 이 시대 가장 혁신적인 사람으로 꼽히는 스티브 잡스, 래리 페이지, 마크 저커버그가 빌 게이츠 아래서 일했다고 상상해보라. 이들은 자신의 혁신성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었을 것이다.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며 만나는 거의 모든 사람은 자동차를 살 수 있다. 어떤 사람은 대출을 받아야 할 수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겠다는 결정은 스스로 내린다. 하지만 이 사람을 조직에 데려다 놓으면 자신이 앉는 의자를 바꾸는 것조차 누군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조직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멀쩡한 사람이 멍청이가 된다. 신뢰를 받지 못한다. 전 세계 300개 조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가 있다. 질문은 이렇다. 조직에서 상사가 당신과 권한을 공유합니까? 22.1%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집중하지 못한다. 정서적이며 지적인 에너지를 낭비하는 셈이다.

 

매슬로의 인간 욕구 5단계는 잘 알려져 있다. 나는 인간 역량에도 단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가장 낮은 단계는 복종과 성실이다. 그저 시키는 대로 맡은 일을 열심히 하는 단계다. 그 다음은 지성이다. 교육을 통해 능력을 갈고 닦으며 지적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여기에 들어간다. 이 세 가지만으로는 혁신을 가져올 수 없다. 그 다음 단계인 이니셔티브, 창조성, 열정이 필요하다. 이니셔티브는 자신의 일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가려는 적극성이다. 창조성은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하고 도전하는 단계다. 열정은 자신의 일에 최대한 에너지를 투입하는 단계다. 이니셔티브와 창조성, 열정은 통제되거나 관리될 수 없다. 그런데 이것이야말로 기업 성장의 핵심이다. 관리자들은 직원들로부터 무엇을 얼마나 더 많이 뽑아낼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 아니라 어떤 업무 환경을 조성하고 얼마나 더 많은 자율성을 줄 수 있을지를 생각해야 한다.

 

분명 관료주의는 철폐돼야 한다. 나는 많은 CEO나 리더들을 만난다. 만나는 사람 중에 관료주의가 더 강화돼야 한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 그런데 관료제가 사라져야 한다는 사람도 못 만나봤다. 우리는 지금 경계에 서 있다. 위계적인 기존 질서에 조금씩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아니다. 아랫사람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리더들이 자신의 권한을 포기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경영진에 정신적 혁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전례를 포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적어도 노력은 해봐야 한다. 고어텍스로 유명한 미국 화학기업 고어의 예를 들겠다. 이 기업은 지난 50년간 손실을 낸 적이 없다. 섬유에서 고어텍스 같은 새로운 소재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며 나이키나 P&G 등 까다로운 기업에 납품하고 있다. 경영 범위는 전 세계에 달하며 직원을 1만 명 이상 두고 있다. 그런데 고어사 직원들을 만나면 명함에 직책이 없다. 누가 더 중요한 사람인지 알 수 없다. 중요한 사람에게만 가서 손바닥을 비비는 일은 아예 불가능하다. 모든 사람을 중요한 파트너로 생각하고 모두에게 잘해야 한다.

 

다른 예를 들어보겠다. 세계에서 가장 큰 토마토 가공업체인 모닝스타다. 이 회사는 지난 20년간 업계 1위를 유지했다. 직원 수는 500명 정도, 연간 매출은 10억 달러 정도다. 이 기업의 비전은 모든 멤버들의 전문화다. 사실 생각해보면 이들은 블루칼라 근로자다. 하지만 비슷한 일을 수십 년간 해온 사람들이므로 상사의 명령이 없어도 자신의 일을 충분히 해낼 수 있다. 500명 직원 사이에는 계층이 없다. 직원들은 모두 서로에 대한 계약서를 쓴다. 난 상대 직원에게 무엇을 해주겠다, 넌 내게 무엇을 해달라고 구체적인 계약서를 작성한다. 100만 달러 규모의 시설을 구매하겠다는 결정도 개별 직원이 내릴 수 있다. 이런 과정은 일선 직원들도 경영에 많은 재량을 가질 수 있게 한다. 이런 구조는 직원들에 대한 철저한 교육을 통해 가능하다. 이곳 직원들은 MBA 학위자나 구글에서 근무하는 사람보다도 더 많은 재무 지식을 갖고 있다. 이런 구조 덕분에 직원들의 역량이 크게 강화됐다. 위계질서를 파괴하자는 말은 허황된 얘기가 아니다. 실제로 존재하는 얘기다.

 

미래에 적합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은 핵심 경영 원칙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원칙들은 시대가 변하면 문제를 낳는다. 과거 민주주의와 평등한 권리를 주장했던 사람들은 왕의 신성한 권리라는 개념에 도전했다. 양자역학을 도입하자고 주장했던 사람들은 뉴턴역학을 벗어나야 했다. 경영도 그래야 한다. 산업혁명기부터 내려온 기존 원칙들은 효율성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새로운 원칙을 만들어야 할 때다. DNA를 새로 창조해야 할 때다. 어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까? 인류가 만들어낸 수많은 작품 중 가장 적응력이 높은 발명품, 바로이다.

 

웹에는 여러 가지 원칙이 존재한다. 첫째, ‘실험(experiment)’이다. 웹은 조직의 새로운 형태를 실험해보기에 이상적인 플랫폼이다. 얼마나 많이 실험해보느냐에 따라 적응력과 진화가 달라진다. 많이 실험하지 않는 조직은 빨리 진화할 수가 없다. 이것은 거의 수학 공식이나 다름없다. 수백 개, 수천 개 전략적 옵션을 만들고 계속 실험해서 그중 하나가 성공하면 사업 모델에 반영할 수 있다. 많은 조직이 이런 아이디어 생산과 실험을 낭비로 여긴다. 하지만 이 과정이야말로 미래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몇 년 전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을 만났을 때 전략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누구보다도 단위 시간당 실험을 많이 해보는 것이라고 답했다. 구글의 핵심 사업인 검색에서만 연간 5000여 개의 실험을 하고 있었다. 프로토타입을 어떻게 만들고 어떻게 실험하는지 직원들을 교육하는 일은 진화 역량(evolutionary advantage)을 키우는 데 매우 중요하다. 미국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유기농 소매업체 홀푸드는 모든 매장에 15만 달러를 실험용으로 지급한다. 매장 중 한 곳은 내부에 맥주를 마실 수 있는 바(bar)를 만들었다. 본부에 바를 만들자고 건의했다면 아마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디어는 60여 개 매장으로 확산돼서 지금은 빠져서는 안 될 요소가 됐다.

 

웹의 두 번째 원칙은분해(disaggregation)’. 작은 것들은 끊임없이 재결합하고 변화한다. 공룡은 사라졌지만 박테리아는 살아남았다. 탄력적인 기업이 되고 싶다면 나누고 또 나눠야 한다. 중앙화(centralization)의 과정을 되돌려야 한다. 고어는 한 부서에 직원이 200명이 넘어가면 조직을 나눈다. 하이어라는 중국 업체도 2000개의 소규모 비즈니스로 나눠져 있다. 매장마다 직원이 40명씩 있는데 매년 각 소매장에서 새로운 제안을 할 수 있다. 연간 어떤 목표를 실천할지 제안하고 스스로 이끌어 가보겠다고 나서기도 한다. 리더가 됐을 때 3개월 연속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리더의 자격을 잃는다. 이는 자연적인 리더십과 동일한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위에서 아래가 아니라 아래에서부터 위로 리더십이 형성된다. 웹은 평등하지 않다.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하려면 다른 사람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조직에서도 자연적인 리더를 찾아야 한다. 누구의 제안이 가장 많은 동의를 얻는지, 누가 가장 많은 조력자를 확보하는지를 봐야 한다.

 

세 번째 원칙은시장(market)’이다. 웹은 구매자와 판매자를 한자리에 모이게 한다. 시장은 위계질서보다 훨씬 뛰어나다. 위계질서는 자원을 잃으면 지위를 잃게 한다. 실험에 대한 펀딩은 오직 한곳에서만 나온다. 펀딩을 제공하는 조건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하지만 시장은 반대다. 어떤 작은 기업이 똑똑한 일을 했다. 방위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200명 직원이 있는 기업이다. 이 기업은 상상 속에 시장을 만들었다.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내도록 했다. 각 직원은 상상 속의 돈을 가지고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기업에 투자를 한다. 이 기업들은 주가 10달러에 IPO를 한다. 투자를 많이 받을수록 주가가 올라간다. 어느 아이디어가 TOP20 안에 들면 공식적으로 팀이 꾸려지고 실제로 실행에 들어간다. 해당 아이디어에서 수익이 나면 팀 전체가 공유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 작은 시스템이 모든 직원에게 회사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는 것이다.

 

네 번째 원칙은열정이 있는 커뮤니티(communities of passion)’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열정을 갖고 모이면 엄청난 일을 할 수 있다. 자폐증을 앓는 아이의 부모들이 모이는 wrong planet이라는 커뮤니티가 있다. 여기서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하며 놀라운 일들을 함께 만든다. 누구든 자신에게 맞는 커뮤니티를 찾고 직접 참여할 수 있다. 이것이 웹이다. 기업이 추구해야 할 방향 중 하나다. 이런 아이디어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소셜플랫폼을 몇 년 전 오픈해서 25000명의 참여자를 이끌었고 500여 개 커뮤니티가 형성되도록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놀라운 일이다.

 

다섯 번째 원칙은행동주의(activism)’. 인터넷은 기존의 것을 뒤집는 데도 매우 훌륭한 도구다. 영국의 국가 의료서비스 조직은 직원 수가 전 세계 5위에 이를 정도로 거대하다. 관료주의가 만연하고 대규모 조직이라면 갖는 특징을 모두 가진 그런 곳이다. 올 초 식스시그마 전문가들이 여기서 일하고 있었다. 이들은 한 인턴 의사와 대화를 나눴다. 그는 위계질서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사람이었다. 이들이 대화를 통해 발견한 것은 조직에서 계속 새로운 지침이 내려오는데 그 안에 환자를 잘 돌보기 위한 고민은 담겨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들은 웹 플랫폼을 활용해보기로 했다. 웹을 활용해 동료들로부터 청원을 받자는 내용이었다. 각자 자신의 위치에서 환자를 잘 돌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은가에 대한 생각을 내도록 했다. 몇 달 만에 65000개의 아이디어가 모였다. 시민단체 활동가들뿐 아니라 일반 기업이나 공공조직의 직원들도 이런 방법론을 택해서 커다란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변화는 결코 위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동료들의 뜻을 모아 실천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마지막으로 웹상 원칙은 아니지만 중요한 원칙으로 열망(aspiration)이 있다. 변화를 원한다면 그 변화를 통해 사람들이 얻고자 하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혁신과 새로운 발명이 일어나는 이유는 원하는 것과 현재 가진 것 사이에 갭이 있기 때문이다. 이것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 기업이 이제껏 해온 일들이다. 며칠 전 애플이 새로운 아이폰 모델을 발표했다. 애플은 적어도 5개 분야 산업을 완전히 바꾼 기업이다. 지난 100년간 가장 중요한 기업 세 곳만 뽑으라고 한다면 나는 반드시 애플을 넣을 것이다. 그리고 GE와 포드 정도를 들겠다. 애플은 컴퓨터 산업을 완전히 바꿨고 기술을 통해 여러 분야를 종합해서 혁신을 이뤘다. 음원 다운로드 시장과 휴대폰 시장도 애플 때문에 달라졌다. 소매와 유통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꿨다. 잡스가 한 마지막 프레젠테이션을 봤다. 그는 힘든지 몇 차례 쉬었다. 그러면서 한 말은 들고 있던 아이패드를 보면서아이패드는 들고 있기에는 너무 예쁜 물건이다라고 했다. 기술이나 기능을 소개한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고 했다. HP가 자사 컴퓨터를 들고이 컴퓨터는 들고 있기에는 너무 예쁘다고 할 수 있을까? 애플을 이끈 것은 이상이었다. 잡스는 기술과 인문학을 동시에 이야기한다. 여기에 비결이 있다. 애플이 특별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 과학, 좌뇌와 철학, 진실, 아름다움이 겹쳐지는 지점에 있었기 때문이다. 단순히 기능 좋은 제품을 만들어 많이 팔겠다는 목표가 아니라 아름답고 좋은 것을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끈기와 창조성을 이끄는 것은 결국 이상이다. 미래에 어울리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지 물으려면 일단 인류에 어울리는 기업을 만들어야 한다.

 

 조동성 교수와 토론하는 게리 하멜 교수

 

<토론 세션>

조동성 서울대 교수: 오늘의 주제는 환경이 변하는 것보다 더 빠르게 기업이 변화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환경이 변하는 속도와 비슷하게 변한다면 그 지위를 지킬 수 없을 것 같은데.

 

하멜 교수: 물론이다. 환경 변화보다 더 빠르게 변해야 미래를 만들 수 있다. 기업의 전략적 어젠다를 보면 대부분 경쟁자가 만든 것을 따라간다. 방어에 급급한 셈이다. 실제로 만들고 싶은 미래를 미리 구상해야 한다. 다른 사람이 보지 못하는 기회를 볼 수 있어야 한다. 환경 변화보다 더 빠르게 변하고 싶다면 미래에 대한 관점을 스스로 갖고 있어야 한다. CEO를 만날 때 기업과 산업을 어떻게 재창조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자주 하지만 놀랍게도 제대로 답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미래에 대한 그림을 잘 그리지 않는 기업이 많다.

 

조 교수: 업계에 있는 사람에게 비전을 가지라고들 많이 얘기하지만 이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어떻게 비전을 만들 수 있는지 좀 더 친절하게 설명해준다면.

 

하멜 교수: 맞다. 단순히 비전이 필요하다는 말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어디서 비전을 가져올 것이냐가 중요하다. 전략을 짤 때 가장 중요한 것 역시 다른 전략과 어떤 차이가 있느냐다. 나는 수없이 많은 혁신가들을 만났다. 그들을 만나며 느낀 것은 전략을 짠다는 것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다른 사람들이 당연하다고 지나치는 것을 매우 다르게, 새로운 렌즈로 보는 것이 전략 수립의 출발이다. 즉 우선 새로운 렌즈를 가져야 한다. 혁신가들은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모든 것들을 분해한다. 그래야 게임의 규칙을 바꿀 수 있다. 둘째, 인류와 인류의 문제에 동감해야 한다. 은행업이든 항공업이든 이용하는 사람들이 안고 있는 불편과 문제를 당연하게 생각하는데 이런 불확실성과 두려움, 짜증과 걱정을 줄이는 일이 바로 혁신이다. 셋째, 혁신가들은 작은 일에 관심을 갖는다. 미래를 예측하는 데 시간을 보내지 않는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에서 혁신이 시작된다.

 

비전은 위에 있는 몇 명이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다. 여러 사람이 갖고 있는 통찰을 한군데 모아서 수천 개의 새로운 전략 옵션을 만들어 서로 비교하고 방향을 정해가는 것이다. 물론 현실적 기반도 가져야 한다.

 

조 교수: 줄탁동시라는 말이 있다. 안에서도 밀고 밖에서도 민다는 의미다. 창조성도 이런 식으로 만들어지는 것 같다. 조직 안과 밖에서 모두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려면 리더들이 어떤 패턴을 발견하는 일이 중요할 것 같다.

 

하멜 교수: 전략을 만드는 리더들은 예측하는 사람이 아니라 패턴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다. 이 기회가 이런 결과로 이어지겠구나 하는 패턴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많은 기업이 전략을 세우는 데 열린 프로세스를 활용한다. 외부인도 동원된다. 위대한 아이디어는 어디에서나 만들어진다. 이때 패턴을 잘 읽어야 한다.

 

아직도 많은 기업들은 우리 직원들이 별로 혁신적이지 않다고 불평한다. 한국에 훌륭한 골프선수들이 많다. 좋은 골프선수를 길러내려면 훈련시켜야 한다. 마찬가지로 더 좋은 혁신을 이끌어내려면 직원들에게 혁신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소비자 니즈가 무엇이고, 앞으로 생겨날 트렌드가 무엇인지, 비즈니스 모델이 무엇인지 가르쳐야 한다. 직원들을 가르친다면 혁신의 양과 질이 폭발할 것이다. 기업이 직원을 가르치지 않는 것은 태만이다.

 

조 교수: 흥미로운 지적이다. 통상 자원을 잃으면 지위를 잃는 것으로 생각하는 리더들이 많다. 하지만 현상 유지를 파괴하고 새로운 혁신으로 나아가려면 기존 자원을 버리고 보다 창의적인 자원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하멜 교수: 그렇다. 재미있는 학문적 주제이기도 한데 기업이 다양한 분야를 이끌고 갈 때 산업이나 지역에 대한 자원 분배는 그다지 변하지 않는다. 전년 대비 몇 퍼센트 정도 변할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CEO들이 자원 재분배를 좀 더 과감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과거에 어떤 사업에서 큰돈을 벌었더라도 미래에는 새로운 산업이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새로운 기회에 투자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때가 많다. 많은 경영인들은 지키는 일에만 집중한다.

 

자원을 큰 규모로 옮기는 일은 어렵겠지만 작은 것만 바꾸더라도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세계 최대 에너지기업 로열더치셸의 경우 매년 R&D 금액의 10%를 떼어내 직원들이 내는 아이디어에 투자하고 있다. 누구든 제안할 수 있고 동료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으면 즉시 25000달러를 지원받는다.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기간에는 다른 일은 하지 않아도 된다. 실험해봤더니 더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면 추가로 시간이 주어진다. 이 제도 덕분에 많은 프로젝트가 추진될 수 있었고 새로운 사업이 탄생하기도 했다. 엄청난 결과가 발생했지만 시작은 간단했다. 아주 작은 양만 투자했을 뿐이다. 오늘날 기업들은 중요한 다른 일을 많이 하고 있지만 아주 작은 시간만 투자하면 내부 구성원으로부터 혁신적인 제안을 받을 수 있다.

 

정리 =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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