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자와 마이클 포터
편집자주
DBR 정기 필진 중 한 명인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새 코너 ‘손자와 마이클 포터’를 연재합니다. 고대 동양의 군사전략가인 손자와 현대 서양의 경영전략가인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의 전략 모델들을 비교하고 새로운 시각에서 분석합니다.
지난 7월18일 ‘자동차의 천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디트로이트 시(市)는 부채를 해결하지 못해 끝내 미시간 주 연방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디트로이트의 파산은 미국 자동차 산업의 쇠퇴 때문이었다. 최근의 경제불황으로 미국 ‘빅3’ 자동차 회사들(GM, 포드, 크라이슬러)이 모두 큰 타격을 입어 이들의 소재지인 디트로이트도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한편, 미국의 경제 전문지 <비즈니스 퍼실리티스(Business Facilities)>의 2013년 자동차 제조업체 경쟁력 평가에 따르면 미국 앨라배마 주(州)는 2012년 7위에서 2013년 2위로 뛰어올랐다. 허허벌판이었던 앨라배마가 완전히 새로운 면모를 갖추게 것은 현대자동차를 비롯한 외국 자동차회사를 유치한 덕분이다.
앨라배마는 현대자동차의 도움으로 경제발전을 이뤘지만 현대자동차가 앨라배마에 공장을 설립한 것도 국내에서는 어려운 매력적인 조건을 현지에서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현대자동차는 1987년 노동조합이 설립된 이후 거의 매년 단행한 노조파업 때문에 큰 경제적 피해를 입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앨라배마는 현대자동차에 ‘노조 없는 공장’을 약속했을 뿐만 아니라 공장부지 무상 제공, 공장 주변 도로 포장, 근로자 교육 지원, 조세 감면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했다. 또한 앨라배마 주 노동자의 임금은 국내에 비해 20% 낮으면서 생산성은 거의 2배나 높다. 이러한 유리한 조건들이 결과적으로 현대자동차의 경쟁력을 높였고 미국에서 현대자동차 시장점유율은 급속히 증가해 2005년의 2.7%에서 2012년에는 4.9%로 늘어났다.
이와 같이 국제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현대자동차는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었다. 최근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은 “해외에 답이 있다”면서 해외 시장과 해외 생산기지의 역할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현대자동차는 앨라배마 등 15개 해외 공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해외공장지원실도 신설했다. 이는 현지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의 선도적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현지 자원을 활용하는 경쟁력 강화 전략은 2500여 년 전의 <손자병법>에서도 전략의 기본으로 강조하고 있으며 이는 <손자병법> 2편인 작전 편의 핵심 내용 중 하나다. 이번 글에서는 작전 편에서 손자가 제시한 군사전략의 핵심 내용을 요약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우선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 전쟁사례에 적용해보겠다. 그리고 이론적 측면에서 <손자병법> 2편 군사전략을 포터의 가치사슬 모델과 연결하고 <손자병법>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논하겠다. 이를 통해 <손자병법>을 경영에 적용할 경우의 유용한 점과 주의할 점을 함께 보여주겠다.(註: DBR 134호에서는 손자병법 13편 전체를 요약해서 설명했고 DBR 109호에서는 손자병법 1편을 이미 소개했기 때문에 이번 글에서는 2편을 다룬다.)
손자병법 2편인 작전 편의 두 가지 핵심 군사전략
손자병법 2편의 제목은 ‘작전(作戰)’인데 여기서 작전이란 일반적으로 말하는 전장에서 적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수행하기 위한 준비를 의미한다. 손자는 1편에서 전쟁은 국가의 중대사로서 이에 대해 충분히 고찰하고 전략적 측면에서 5가지 기본요소(道, 天, 地, 將, 法)를 고려해 승산을 계산해야 한다는 것을 큰 틀에서 강조했다면 2편에서는 전쟁을 수행하기 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경제적 요소를 강조했다. 전쟁을 하려면 우선 충분한 군비와 경제적 지원이 절대적으로 중요하기 때문이다. 전쟁은 결국 국가 간 경제력의 대결이다. 오스트리아의 유명한 장군인 몬테쿠콜리(Raimondo Montecuccoli)도 “전쟁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첫째 필요한 것도 돈이고, 둘째도 돈이고, 셋째도 돈이다”라고 말하면서 충분한 전쟁비용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따라서 군사전략을 수립하기 전 군수와 전쟁비용에 대한 고려가 선행돼야 하고 이것이 바로 작전 편이 군사전략의 총론인 제1편 다음으로 나온 이유다.
전쟁을 수행할 때는 얻는 것과 잃는 것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승리를 통해 얻은 이익도 중요하지만 이익에 비해서 잃은 것이 훨씬 크다면 승리의 의미가 퇴색된다. 따라서 전쟁의 승리만을 추구하는 것보다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승리를 얻는 것이 중요하다. 전쟁의 경제적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손자는 두 가지 군사전략을 제시했다. 첫째는 속승(速勝)전략, 즉 전쟁을 가능하면 빨리 끝내는 것이다. 둘째는 적지에서의 현지 조달전략, 즉 적국의 물자를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 전략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
전략 1: 속승전략.손자는 “용병은 다소 미흡해 보이더라도 속전속결해야 한다는 것을 듣기는 했어도 교묘하게 오래 끌어야 한다는 것은 아직 보지 못했다(兵聞拙速, 未睹巧之久也)”라고 했다. 전쟁을 오래 끌면 여러 가지 폐해가 생기기 때문이다. 졸속(拙速)이 교구(巧久)보다 낫다는 뜻인데 손자의 깊은 경륜을 보여주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일반적으로는 빠르게 하는 것보다 완벽하게 하는 것이 더 좋다고 할지 모르나 손자는 완벽을 추구한다고 시간을 너무 끌면 안 된다는 것이다. 약간 모자란 듯해도 속도경쟁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첫째, 전쟁이 장기화되면 국가의 재정이 크게 소모된다. 손자는 10만 대군을 동원하는 데 하루에 무려 천금이 소요된다고 했다. 전쟁을 시작하고 빨리 끝내지 못하면 각종 무기와 장비를 수리하고 정비하는 데 막대한 국가 재정을 소모하게 된다. 이러한 막대한 전쟁비용은 작은 나라뿐만 아니라 재정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큰 나라도 오랫동안 감수하기 어렵다. 둘째, 군대가 장기적으로 전쟁을 하면 병사들이 피로해지고 사기가 떨어지며 군사력이 크게 소모된다. 셋째, 전쟁 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백성들의 부담이 늘어난다. 국가의 재정이 바닥나면 전쟁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조세와 부역을 늘려 백성들이 힘들어 진다. 따라서 백성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민중의 봉기가 일어날 수 있다. 넷째, 군대의 전투력이 소진되고 국가의 재정이 고갈되면 주변 제후들이 빈틈을 타서 반란을 일으킬 위협이 커진다.
손자의 속승전략은 적에 비해 상대적으로 병력이 강한 공격자의 경우에 적합하지만 병력이 약하고 방어를 해야 하는 처지에 있는 군대는 현실적으로 전쟁을 빨리 끝내기가 어렵다. 이런 경우, 속승전략보다는 거꾸로 전쟁을 오래 끄는 지구(持久)전략을 택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 자신의 군사력을 점차 강화하는 반면 적을 괴롭혀 상대방의 힘을 소모시켜 반격할 적절한 시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베트남전쟁과 제2차 중·일전쟁에서 호찌민과 마오쩌둥은 유격전을 벌이면서 전쟁기간을 오래 끌어 적군의 힘을 소모시켜 승리를 이룬 대표적인 사례다.
전략 2: 적지에서의 현지조달 전략.손자는 “용병을 잘하는 사람은 전쟁을 위해 군역을 부과함에 있어 군대를 두 번 동원하지 않고 양식은 세 번 싣지 않는다. 군사장비는 본국으로부터 마련하되 식량은 적으로부터 탈취해 사용한다(善用兵者, 役不再籍, 糧不三載; 取用於國, 因糧於敵)”라고 했다. 무기 같은 군사장비는 한 번 갖추면 반복 사용이 가능하고 상대적으로 휴대도 편하다. 또한 병사들은 전쟁 전 훈련을 통해 무기사용법을 충분히 숙지해야 한다. 따라서 군사장비는 본국에 의존하는 것이 좋다. 물론 전장에서 적군의 것을 빼앗아 사용할 수도 있지만 활용할 수 있는 양과 규모는 제한돼 있다.
반면, 식량은 반복해 쓸 수 없는 일회성의 특성을 가지기에 소모량이 클 뿐만 아니라 전쟁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으로서 지속적인 보급이 중요하다. 특히 손자 시대에는 원거리 수송수단과 도로시스템이 낙후해 식량이 대부분 수송과정에서 소모돼 장거리 보급이 매우 어려웠다. 손자는 “적의 식량 1종을 (빼앗아) 먹는 것은 나의 식량 20종에 해당한다(食敵一鐘, 當吾二十鐘)”라고 했다. 19종은 길에서 소모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장거리 수송에 투입되는 자원을 절약하고 백성들의 부담을 줄이면서 빠른 행군을 위해서 식량은 적지에서 조달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식량 외에 손자는 다른 물자도 적으로부터 탈취해 사용할 수 있고 심지어 포로로 잡힌 적병도 선도해 아군의 병사로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병사들의 사기를 불러일으키고 적의 물자를 적극적으로 탈취하기 위해 충분한 물질적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손자는 주장했다. 보상이 충분하지 않으면 병사들은 앞장서 싸우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손자는 전쟁을 통해 전쟁에 필요한 것을 조달하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적군의 물자와 병사를 역이용해 아군의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을 손자는 ‘적을 이길수록 내가 더욱 강해지는 법(勝敵而益?)’이라고 했다.
1812년 나폴레옹이 러시아 원정에서 실패한 이유
앞서 설명한 손자의 두 가지 군사전략이 1812년 나폴레옹 군대의 러시아 원정에서 실패한 이유를 잘 설명해 준다. 사람들은 흔히 나폴레옹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를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날씨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1812년 러시아의 겨울은 평소보다 오히려 따뜻했기 때문에 날씨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근본적인 이유는 손자가 제시한 ‘속승’과 ‘적지에서의 자원 조달’이라는 두 가지 전략에서 실패했기 때문이다.
우선 첫 번째 전략인 ‘속승’에 관해서 살펴보자. 나폴레옹은 전쟁을 단기에 끝내려고 계획했지만 러시아군이 제대로 싸우지 않고 계속 퇴각하는 바람에 전투다운 전투를 벌이지 못하고 예상 밖의 장기전에 빠져들었다. 특히 모스크바를 점령했음에도 불구하고 알렉산드로 1세가 항복이나 종전을 위한 협상을 하지 않아 거의 한달가량을 아무 성과 없이 보냈다. 이 때문에 나폴레옹은 손자가 제시한 첫 번째 원칙인 ‘속승전략’을 계획대로 실행하지 못했다. 전쟁 기간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지다 보니 결국 보급품이 부족해졌다. 더불어 러시아군은 초토전술(焦土戰術)을 펼쳐 들판의 곡식과 식량창고에 불을 지르고 도시를 철저히 파괴한 후 후퇴해 나폴레옹 군대가 현지에서 식량과 기타 필요한 물자를 얻을 수 없게 됐다. 따라서 손자가 제기한 두 번째 현지 조달전략에서도 실패한 것이다. 반면, 러시아는 손자의 두 가지 원칙을 자신에 유리한 방향으로 교묘하게 역이용해 승리를 거뒀다.
손자의 이 두 가지 전략은 전쟁에서만 유용한 것이 아니라 실제 기업경영에도 적용할 수 있다. 글의 앞부분에서 현대자동차가 미국시장에서 성공한 사례에서 언급했지만 이를 보다 포괄적이고 체계적으로 손자병법 2편의 핵심전략과 경영전략을 연결시키기 위해 이론적 측면에서 살펴보겠다. 손자의 이 두 가지 핵심전략은 모두 전쟁에서의 비용 최소화를 위해 제시한 방법론으로서 효율경영을 위해 개발한 분석모델인 포터의 가치사슬(value chain)과 연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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