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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cademia & Business

CSR 외면하면… 싸이 키운 SNS, 남양 찌른 칼 되다

강진구 | 132호 (2013년 7월 Issue 1)

 

 

 

“남양유업 매출 급전 직하. 우유판매 3분의 1 줄어들고 떠먹는 요구르트, 2위서 4위로배상면주가도 12% 감소1

 

남양유업이나 배상면주가의 경영진은 이 같은 신문기사의 소제목을 보는 순간 어떤 생각이 들까? 해당 회사 경영진은 물론이고 기사를 본 경영자는 누구나 간담이 서늘해질 것이다. 물론 이는 실제로 벌어진 일이다.

 

2013 64일 현재, 남양유업의 주가는 약 한 달 전인 51일과 비교해 무려 20.06%나 하락했다. ‘영업사원의 대리점주에 대한 막말녹음 파일이 인터넷과 SNS를 타고 퍼진 이른바남양유업 사태는 분명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기업행동의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도대체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게 된 것인지는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이 글에서는 이들 두 기업과 다른 기업들의 사례를 통해 기업들이 겪을 수 있는 평판의 문제, 더 넓게는 기업의 사회적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의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평판과 CSR이 기업들의 성과에 어떤 상황하에서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 분석하고 이러한 상황들의 속성을 이해해보자는 것이다. 이를 토대로 경영진과 실무자들로 하여금 유사한 문제점의 발생을 미리 예방하고 그러한 문제점이 불가피하게 발생했을 경우라도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가 겪고 있는 어려움은 이 두 기업들이 통제할 수 없는 거시적인 환경 요인들과 이 기업들의 특성과 관련된 미시적 요인들에 의해서 복합적으로 초래됐고 그 충격이 증폭됐다고 볼 수 있다.

 

거시적 요인: 통제할 수 없는 환경의 변화

 

먼저 거시적인 환경 요인들은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압축된다.

 

1.사회적책임과 윤리경영 담론 확산

 

남양유업 사건이 발생한 2013 5월은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윤리경영에 대한 담론이 한국 사회에서 부상하고 있는 시점이었다.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기업 윤리라는 주제는 2000년대 중후반부터 국내외 학계, 그리고 언론계의 주요 화두가 됐다. 그 결과 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핵심적인 전략적 고려 항목으로서 채택했고 이러한 움직임이 다시 언론 매체를 통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지고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 따라기업이 사회와 그 다양한 구성원들에게 가져야 할 책임이 있다는 인식이 대중 사이에서 확산되고 뿌리내리게 됐다. 필자의 경영전략 수업에서기업이 주주 외의 다른 사회의 구성원들에게 책임을 가져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하면 주로 30대 중후반 이상인 MBA 학생들의 경우 비교적 소수의 학생만이그렇다고 답하는 반면 20대 초중반인 학부 학생들의 경우 대다수가그렇다라는 의견을 표명한다. 이러한 추세는 학부 저학년으로 갈수록 뚜렷하게 관찰되는데 세대 차이에 따른 기업의 사회적책임에 대한 상이한 인식은 이 주제가 최근에 급격히 부상한 사회적 화두임을 보여주고 있다. 한마디로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윤리경영에 대한 관심이 지금처럼 높아진 때가 없었다는 말이다. 폴 디마지오와 월터 파월 교수는 (DiMaggio and Powell, 1984)는 조직의 생존과 성공은 조직의 경제적인 효율성(economic efficiency)뿐만 아니라 제도적 정당성(institutional legitimacy)에도 크게 의존한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신제도주의 이론(new institutionalism)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현재 한국 사회는책임 있고 윤리적인 기업이라는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아무리 경제적인 효율성이 뛰어나더라도 기업의 생존과 성과가 크게 위협받을 수 있는 사회로 변모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인 책임을 단순히 홍보나 이미지 관리를 위한 PR(public relation) 활동으로 생각해서는 안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사회적책임과 윤리경영을 표방할수록 그러한 움직임에 진지하게 동참하지 않는 기업들이 소비자와 기타 사회 구성원들에게 외면받을 가능성은 커진다.디마지오와 파월 교수 역시 어떠한 제도 혹은 행위의 정당성과 성과에 대한 효과성은 그 사회에서 그 제도를 채택하는 다른 개체들의 수에 달려 있다고 설명한다. , 사회에서 다수가 채택하는 제도일수록, 그 제도가 가지는 정당성이 커지게 되며 그러한 제도를 채택하지 않는 조직은 우수한 성과나 지속적인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미 사회적책임과 윤리 경영을 향한 경주는 시작됐으며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이 경주에서는 반드시 일등이 돼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소비자와 사회는 기업이 절대적으로 윤리적이고 흠결 없는 도덕군자가 되기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경주에서 뒤처지거나 중심 대열에서 두드러지게 이탈하는 기업에는 소비자와 사회가 막대한 벌칙을 부과할 것이다.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의 경우 바로 이러한 사회적책임을 향해 가고 있는 기업들의 대열에서두드러지게이탈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2.2013년 봄 한국 사회 최대 이슈, ‘ 횡포

 

두 번째 요인도 사회적 인식의 변화라는 거시적 요인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일반적이고 다소 포괄적인기업의 사회적책임이라는 대주제보다 조금 더 구체적인 특정한 소주제에 최근 사회적인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 사건은 바로 이러한 급부상한 사회적 화두와 딱 맞아 떨어지는 사건이었으며 이같이 절묘한 타이밍이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남양유업 사건을 촉발시킨 문제의 녹취파일이 유튜브에 공개된 것은 2013 53일이었다. 이 사건이 불거지기 직전 포스코에너지 고위 임원의 대한항공 기내 난동과 롯데백화점 매장 직원의 자살 등 일련의 사건들로 인해갑의 횡포라는 화두에 한국 사회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었다.

 

포스코에너지와 롯데백화점 사건의 경우 인터넷을 중심으로 불매운동과 네티즌들의 조직적인 항의 등이 일어날 조짐이 일부 있었으나 아직갑의 횡포라는 문제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여론이 조성되기 전이었다고 볼 수 있다. 포스코에너지와 롯데백화점 사건은 갑과 을의 관계라는 주제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을 새롭게 환기시킨 일종의 도화선 역할을 했으며 그 사건들 이후 다수의 언론매체에서 갑을 관계에서 갑의 부당한 요구와 을이 겪는 고통에 대한 보도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갑의 횡포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분노는 언론매체 보도의 증가와 함께 점차 그 정도가 높아져 가고 있었다. 이러한 시점에서 너무나도 시의 적절하게 갑의 횡포라는 문제에 딱 들어맞는 교과서적인 예, 바로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 사건이 터진 것이다 (남양유업의 경우 해당 사건이 벌어진 것은 3년 전의 일이었으나 대리점주가 이를 인터넷에 공개한 시점은 부당한 갑을 관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고조된 시점이었다). 배상면주가 사건도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포스코에너지, 롯데백화점, 그리고 남양유업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갑을 관계에 대한 사회 인식의 정점에서 터진 경우다. 상당히 불운했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3.약자에 대한 폭넓은 공감을 일으키는 사회경제적 상황

 

2013년 현재 한국 사회의 전반적인 분위기와 대중들의 해당 사회 문제에 대한 공감도도 기업이 통제할 수 없던 중요한 거시적 환경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만약 남양유업 사례 등이 일반적인 한국인이 공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면 이 사건들의 파급효과가 이렇게까지 크지는 않았을 것이다. 2013년 한국 사회에는 거의 모든 연령층에 걸쳐서 경제 불황으로 인한 고통과 과도한 경쟁에서 오는 좌절감이 팽배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는 상대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는 약자에 대한 대중의 동정심이 조성됐고 대중은 직장인으로서, 혹은 자영업자로서의 자신의 현실을 대중매체에 보도되는의 비참한 상황에 감정이입함으로써 부당한의 행동에 대한 분노와 적개심을 키우고 있었다. 실제로 한국 사회의 많은 자영업자들은을 상대하는 데서 많은 피로와 분노를 겪고 있으며 그에 못지 않게 직장인들도 회사 내외에서 수많은의 횡포를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양유업이라는 강자가 대리점이라는 상대적인 약자에게 부당한 요구를 강요한 사건을 보면서 국민들은 자신을 대리점주의 처지에 투영하고 강자에 대한 분노를 폭발시킨 것이라고 볼 수 있다.즉 남양유업에 대한 한국 사회의 분노와 폭발적인 반응은 단순히 남양유업이란 기업에 대한 분노가 아닌 우리 자신을 억압하는 사회의 수많은 강자 혹은들에 대한 매우 개인적인 분노의 표출이었다는 얘기다.

 

4.모바일 기기와 SNS로 연결된 세상

 

요즘 지하철을 타 보면 수많은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최신 뉴스를 읽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그리고 메신저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타인과 공유하고 전파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마지막 거시적 환경요인이 바로 이것이다. 인터넷 포털, 영상공유, SNS의 발달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도래한 이른바연결된 세상(connected world)’이라는 환경이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의 상황을 더 어렵게 만들었다.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 사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두 회사의 사건 모두 SNS와 포털 사이트를 통해서 그 소식이 수많은 소비자들에게 전달된 뒤 곧바로 재생산되고 증폭됐다. 세계적으로는 무명가수였던 싸이를 불과 1년도 안 되는 시간에 세계적인 스타로 만든 것이 바로 유튜브와 SNS의 힘이다. 이러한 인터넷과 모바일 스마트 기기, 그리고 SNS의 엄청난 파급력은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 입장에서는 더더욱 비극적인 결과를 초래했다. 2013 64일 시점에서 유튜브에 공개된 남양유업 직원과 대리점주의 통화 파일은 70만 명이 들었다. 2013 53일 최초 공개 이후 평균적으로 하루에 23000명이 이 통화 녹음파일을 청취한 셈이다. 인터넷과 유튜브의 실로 엄청난 전파력을 입증한다. 또한 다음이나 네이버와 같은 인기 포털 사이트에서도 셀 수 없이 많은 신문기사, 댓글, 토론방 등에서 이 문제를 조명했고 페이스북과 트위터 같은 SNS를 통해서 수많은 네티즌이 유튜브 동영상을 퍼 나르며 분노에 찬 의견을 표명했다. 게다가 이러한 모든 전파는 PC 사용자만이 아닌 스마트폰 사용자들을 통해서 24시간 계속됐다.

 

미시적 요인: 기업의 특성과 관련된 측면

 

거시적인 환경요인 이외에 남양유업과 배상면주가가 처했던 곤경을 설명하는 미시적인 요인 혹은 기업의 특성에 관련된 측면들은 어떤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1.과거의 행적이 만들어내는 차이

 

기업이 과거에 어떠한 행적을 가지고 있는지가 이러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기업의 행동이 초래하는 파급효과에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대한항공 승무원 기내폭행 사건을 생각해 보자.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 사건 자체의 경중은 결코 남양유업 사건과 비교해서 사소하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포스코의 경우 이 사건으로 인해서 기업이 입은 타격은 남양유업과 비교할 수 없을 적도로 적다. 해당 임원이 근무하던 포스코에너지는 비상장 기업으로서 이 사건의 주가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을 판단하기는 어려우나 모기업인 포스코의 주가 변동 추이를 통해서 그 영향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실제로 많은 신문기사들이 해당 임원을포스코에너지 임원이 아닌포스코 임원으로 표기했으며 대다수의 국민들은 해당 인물을 여전히 포스코 임원으로 잘못 알고 있다. 따라서 이 사건이 포스코의 주가에 영향을 미쳤을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해당 사건 발생일인 2013 415일 종가 324000원이었던 포스코 주가는 일상적인 등락을 반복하다가 2013 64일 현재 오히려 500(0.15%) 오른 324500원에 형성돼 있다. 그렇다면 왜 포스코의 주가와 성과는 이 불미스러운 사건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은 것일까? 이는 포스코의 과거 행적에서 한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포스코는 1968년 설립 이래 한국 경제의 성장에 크게 기여했고 포항공대 설립 등 그간의 적지 않은 비경제적 측면에서의 사회적 기여로 대중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온 기업이다. 폴 갓프리, 크레이그 메일, 그리고 자레드 한센 교수는 (Godfrey, Merrill, and Hansen, 2009) 160개 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기업들의 과거의 행적과 그간에 쌓아온 평판에 따라서 그 기업들이 혹시라도 저지를 수 있는 윤리적인 문제점들이 기업의 성과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짐을 발견했다. 예를 들면, 환경관리 설비에 미비해 정부로부터 유사한 제재를 받은 경우라도 기존에 환경보호나 기타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보여온 (혹은 그렇게 소비자가 인식하고 있는) 기업의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주가의 낙폭이 훨씬 적었다. 갓프리 교수 등에 따르면 사회적인 책임에 대해서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기업의 경우 사회적 혹은 윤리적인 문제점이 그 기업에 미치는 손실의 경우 평균적으로 2280만 달러였다. 반면 그렇지 않은 기업들의 경우 유사한 문제점으로 인해 평균적으로 7240만 달러, 즉 세 배가 넘는 손실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발견과 최근 포스코와 남양유업의 상반된 사례는 경영자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업의 사회적책임과 윤리경영은 미래의 불확실한 상황을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 효과를 가진다는 것이다.

 

2.소비자의 전환비용이 만들어내는 차이

 

남양유업 사건으로 해당 회사의 제품을 집기가 찜찜한 소비자는 다른 회사 제품을 고르면 된다. 그런데 포스코의 거래 업체는 과거부터 신뢰를 쌓아온 포스코의 제품을 단지잘못을 저지른 임원이 있다는 이유로 안 살 수가 없다. 그럴 필요도 없다. 이것이 바로 남양유업 등이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는 두 번째 미시적 요인, ‘소비자가 직면하는 대안의 문제혹은전환비용(switching cost)’의 문제다. 앞서 살펴본 포스코에너지나 롯데백화점의 경우 남양유업이나 배상면주가와 비교해서 전환비용의 측면에서 상당히 유리한 점을 가지고 있다. 먼저 포스코에너지 및 포스코 계열사들의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다른 기업들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업 간의 구매관계(B2B relationship)는 오랜 거래 관계와 장기간에 걸쳐 구축한 상호 신뢰에 기반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포스코에너지와 관련 계열사의 고객(다른 기업)들의 입장에서 보더라도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행동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사회적으로 지탄받아 마땅한 것이겠지만 그간 포스코와 구축해온 오랜 거래 관계와 신뢰를 재고할 만한 사안이라고까지 보기는 힘들다. 따라서 포스코에너지 임원의 기내 난동이라는 사건은 포스코에너지 및 그 계열사들과 다른 기업 간의 구매-공급 관계에 큰 영향을 끼치지 않았을 것이다. 또한 포스코가 공급하는 제품이 다른 대안들(포스코의 경쟁기업들이 생산하는 유사한 제품)보다 우수한 상황에서 이들 고객 기업이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굳이 공급처를 바꿀 가능성은 크지 않다. 즉 포스코와 소비자들 간에 그동안의 거래 관계에서 수립된 신뢰와 서로에 대한 이해, 그리고 제품의 우수한 품질이 포스코의 소비자 입장에서는 막대한 전환비용을 구성한다고 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의 경우는 어떠한가?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선택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롯데백화점 역시 대안의 문제나 전환비용 측면에서 상당한 이점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소비자들이 백화점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위치와 접근의 용이성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롯데백화점 직원의 자살 사건이 소비자로 하여금 더 먼 거리 혹은 더 불편한 위치에 있는 다른 백화점을 기꺼이 이용하는 수고와 비용을 부담하게 할 만큼의 문제로 작용할 것인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반면에 남양유업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대부분의 매출 하락은 대형마트나 소매점에서 발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형마트의 유제품 코너에 가보면 셀 수 없이 다양한 브랜드와 제품들이 진열돼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남양의 유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매우 많은 대안들이 존재한다. 게다가 소비자들이 직면하는 전환비용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우유와 같은 유제품의 경우 맛이나 품질로 제품을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을까? 남양이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분명하나 그 정도의 품질을 제공하는 다른 브랜드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실제로 6월 초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들어 15일까지 남양유업의 우유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7%, 요구르트 매출은 34.7% 감소한 반면 경쟁사 매일유업은 우유 매출이 32.5%, 요구르트가 4.3%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2  소비자들이 신속하게 남양유업의 제품에서 다른 경쟁사의 제품으로 구매를 전환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배상면주가의 제품들도 역시 마트의 진열대에서 수많은 경쟁 업체의 유사한 상품(대안)들과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경쟁하고 있다. 주류의 경우 유제품보다는 약간 더 차별화가 가능하고 제품별로 충성하는 고객을 확보하고 있겠으나 역시 소비자들이 직면하는 전환비용이 아주 크다고는 볼 수 없다. 이러한 전환비용과 관련해 애플의 경우를 추가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애플의 주요 공급처인 대만의 폭스콘은 자살공장(suicide factory)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2012년 영국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폭스콘의 중국 공장은 매우 열악한 근로조건(긴 근로시간과 낮은 임금)을 직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예를 들면 주당 76시간을 근무하며 종종 주말 휴무도 없이 근무하는 데 비해서 월급은 고작 26만 원 정도에 불과하다.3  위키피디아 등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현재까지 모두 24명의 직원들이 공장이나 기숙사에서 자살을 시도했고 이 중 19명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4  애플의 경우 뛰어난 기능성뿐만 아니라 시대를 선도한다는 힙(hip)한 제품 이미지를 내세우는 기업이다. 애플의 이러한 멋진 이미지가 애플 제품 구매자들의 의사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고려할 때 애플의 주요 협력사인 폭스콘의 부정적인 이미지는 애플 고객들로 하여금 애플 제품의 구매를 주저하도록 만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매출은 실제적으로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무엇보다도 애플의 고객들이 애플 제품에 대해서 매우 높은 충성도를 보유하고 있는 데서 기인한다. 이처럼 고객들이 기업과 그 제품에 보이는 충성도는 고객의 입장에서 높은 정서적 전환비용(emotional switching cost)을 구성한다.

 



도덕적·윤리적 위기를 넘을 수 있는 CSR 전략

 

당연히 기업은 부도덕하거나 비윤리적인 행동을 삼가야 한다. 그러나 이익을 추구하는 기업과 경영자의 입장에서는 완벽하게 도적적이고 윤리적으로 흠결이 없도록 조직을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때때로 경영진이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도덕적인 혹은 윤리적인 문제점들이 불거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다소 불가피한 기업의 도덕적인 혹은 윤리적인 문제점들이 야기할 수 있는 손실을 예방하고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안들을 생각해 볼 수 있을까? 위에서 살펴본 거시적 환경요인들과 미시적 기업의 특성 요인들에 대해서 숙고한다면 우리는 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1.사회 이슈와 회사의 취약점을 파악하라

 

윤리나 도덕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위기를 최소화하거나 위기 자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영진이 최근 사회에서 주목받는 이슈가 무엇인지를 먼저 알고 이해해야 한다. 또 자신의 회사가 지닌 약점이 무엇인가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이를 강화해야 한다. 예방적인 조처를 해야 한다는 의미다. 2000년대 중후반부터 CSR이라는 화두가 학계와 재계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2013년 현재 시점에서 CSR과 관련해서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심각한 전략적인 오류를 범했다고 볼 수 있다. CSR도 분명 기업 경영전략의 일부이기 때문에 적절한 방법과 효과적인 전술을 찾아내야 한다.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기업이 진출한 제품군, 혹은 지리적인 시장에 따라서 중요시되는 사회적인 이슈가 상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련의 연구들에 의하면 기업이 어떤 산업에서 활동하고 있는가에 따라서 그 기업에 소비자들과 사회가 요구하는 사회적책임의 성격이 다를 수 있다(Adams and Hardwick, 1998; Brammer and Millington, 2008; Russo and Fouts, 1997). 예를 들면, 화학 산업에 몸담고 있는 기업의 경우 환경보호가 보다 더 중요한 사회적책임일 것이고, 금융 산업에 몸담고 있는 기업의 경우 지배구조와 투명성 등의 이슈가 보다 더 밀접하게 관련된 사회적책임일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사업영역에서 소비자들과 사회가 중요하게 고려하는 사회적책임 항목이 무엇인가를 기업은 명확하게 이해하고, 특히 그 분야에서의 문제점이나 약점을 해결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지리적인 시장의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적용해 볼 수 있다. 최근의 연구들과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혹은 지역에 따라서 소비자들과 사회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업의 사회적책임이 매우 상이할 수 있다(Ahmadjian and Robinson, 2001; Becker and Henderson, 2000; Connell, 2005;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2003). 예를 들면 여전히 동북아 국가들에서는 미국에 비해서 고용과 노사관계의 측면에서 기업들에 높은 수준의 책임이 요구된다. 이러한 차이는 유교에서 중시하는 군신관계의 신의에 기반한 평생고용제도에서 그 뿌리를 찾아볼 수 있다(Ahmadjian and Robinson, 2001). 따라서 일본이나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기업의 경우에 고용관계에서의 지역적 특수성을 단순히 노동시장의 비유연성으로 비판하고 수정돼야 할 문제점으로만 인식하기보다는 이러한 차이를 한일 시장에서 주의를 기울일 만한 특수한 CSR 항목으로 인식하고 접근하는 것이 더 유익할 것이다. 또한 선진국들의 경우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에 비해서 인권문제와 환경문제 등에 대해서 소비자들이 훨씬 더 엄격한 잣대를 기업에 적용하는 경향이 있다(Becker and Henderson, 2000; Connell, 2005;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 2003). 개발도상국 기업이 선진국 시장에 진출하는 경우 이러한 사회적 가치의 차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대비해야만 도덕적인 문제가 야기하는 손실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2.도덕자본을 축적하라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문제로 위기가 닥쳤을 때를 대비해 기업들이 해야 할 두 번째는도덕자본(moral capital)’을 축적하는 일이다. 앞서도 언급한 바 있는 갓프리 교수 등은 도덕자본을 과거에 기업이 도덕적이고 책임 있는 행동을 보임으로써 소비자와 사회로부터 얻는 신뢰(goodwill)라고 설명한다. 이러한 도덕자본은 포스코 사례 등을 들어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기업에 유사시의 손실을 최소화하도록 돕는 보험의 혜택을 제공한다. 도덕자본의 원리와 시사점은 사실 매우 간단하다.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바르게 행동한 기업일수록 소비자와 사회가 더 너그러운 잣대를 적용하고 설사 기업이 어떤 윤리적 문제를 저지르는 경우에도 이러한 문제점을 고의적인 행동이 아닌 의도하지 않은 실수(honest mistake)로 봐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CSR의 도덕자본으로서의 가치를 고려하면 설사 기업과 경영자의 입장에서 현재 사회에서 중요시하고 화두로 부상하는 CSR 이슈가 무엇인지 아주 명확하지 않거나, 혹은 기업의 활동영역과 밀접하게 관련된 CSR 이슈가 무엇인지 분명하지 않더라도 CSR을 소홀히 하는 것은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할 수 있다. 기업의 바른 행동과 윤리적인 경영은 항상 소비자들과 대중매체에 의해 주시되고 평가되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업의 CSR은 절대로 자원의 낭비가 아닌 도덕자본을 축적하는 유용한 전략적인 투자라고 볼 수 있다.그리고 디마지오와 파월 교수의 제도적 정당성 개념과 신제도주의 이론의 시사점에 따르면 CSR의 전략적인 가치는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볼 수 있다. 사회 환경이 기업의 사회적책임을 강조하고 시장의 수많은 경쟁자들이 CSR을 표방하는 현재 상황에서 기업들이 CSR을 외면하는 것은 매우 근시안적이고 위험을 감수하는 도박에 가까운 행위임을 이해해야 할 것이다.

 

3.제품경쟁력과 소비자의 전환비용을 높여라

 

세 번째, 제품 자체의 경쟁력과 소비자가 직면하는 전환비용을 높여야 한다. 소비자가 어떤 기업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경제적, 정서적 효용의 총합이 그가 지불하는 경제적, 정서적 비용보다 클 때 소비자는 특정 제품을 선택한다. 여기서 우리는 효용과 비용이 경제적인 측면과 정서적인 측면으로 구성돼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남양유업의 제품을 외면하는 소비자에게 남양유업 제품의 경제적인 효용과 비용은 남양유업 사건 이전과 이후에 비해서 변함이 없다(만약, 현재 남양유업 제품이 할인 판매되고 있다고 가정한다면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순효용(=효용-비용)은 남양유업 사건 이후에 오히려 더 증가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는 정서적인 효용이 급격하게 감소했다는 것이다. 남양유업 제품을 고려하는 소비자는 비윤리적인 기업의 제품을 구매한다는 막대한 정서적인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반면 수많은 다른 대안들(, 타사의 유제품)에는 그러한 정서적인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 그러므로 자연히 소비자는 다른 대안으로 구매를 전환(switch)하는 것이다. 이러한 소비자의 다른 대안 제품으로의 전환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구매의 전환비용을 높여야 한다. 전환비용을 높이기 위해서는 기업이 제공하는 제품의 경제적, 정서적 효용을 모두 증가시켜야 한다. 예를 들면, 제품이 제공하는 기능성이나 품질이 다른 대안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우수하거나 제품이 제공하는 정서적인 만족감이나 가치가 역시 다른 대안들에 비해서 우월해야 한다. 예를 들면, 만약 남양유업의 분유제품이 타사의 분유제품들에 비해서 압도적인 신뢰를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면 설사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남양유업 제품 구매의 정서적인 비용이 상승했다고 하더라도 소비자는 남양유업 제품이 제공하는 경제적(제품의 우수한 품질), 정서적(제품의 안정성에 대한 믿음) 효용을 포기하기 어려울 것이다. 애플이 폭스콘의 윤리적인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큰 타격을 입지 않은 것도 이러한 관점에서 이해해볼 수 있다.따라서 기업은 제품 자체의 경쟁력과 소비자가 직면하는 전환비용을 높이는 데 주력함으로써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윤리적 문제점들의 경제적인 타격을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Adams M, Hardwick P. 1998. An analysis of corporate donations: United Kingdom evidence. Journal of Management Studies35(5): 641-654

Ahmadjian CL, Robinson P. 2001. Safety in Numbers: Downsizing and theDeinstitutionalization of Permanent Employment in Japan. Administrative Science Quarterly46(4): 622-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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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Maggio, P.J. and Powell, W.W. 1983. The iron cage revisited: Institutional isomorphism andcollective rationality in organizational fields. American Sociological Review, 48: 147-160.

Godfrey PC, Merrill CB, Hansen JM. 2009. The relationship between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and shareholder value: An empirical test of the risk management hypothesis. Strategic Management Journal30(4): 425-445

조선일보, 매일경제신문, TheDailyMail, 위키피디아

 

강진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jg20605@korea.ac.kr

강진구 교수는 연세대 경영학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University of Pennsylvania) 와튼스쿨(Wharton School)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싱가포르 난양경영대(Nanyang Business School)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관심 분야는 경영전략, 혁신과 경쟁우위, 기업의 사회적책임, 경영자 의사결정 등이다. 등의 학술지에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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