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by Map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혁신 No.1 나이키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나이키가 선정됐다. 비즈니스 미디어 패스트컴퍼니(Fast Company)는 2008년부터 매년 50개씩 혁신기업을 선정해 발표하고 있다. 우선 1위에 오른 기업들만 훑어보자. 2008년 구글, 2009년 오바마 대선캠프팀1 , 2010년 페이스북, 2011∼12년 애플이었다. 6년 동안 5위권 내에 가장 많이 등장한 기업은 애플(5회), 구글(4회), 페이스북(4회), 아마존(3회), 스퀘어(2회)순이다. 그런데 스포츠 의류·용품 브랜드 나이키가 가장 혁신적인 기업에 올랐다니 의외였고 호기심이 쏠렸다.
나이키는 ‘디지털 스포츠 본부’를 3년 전에 별도로 만들었다. 나이키 본사의 혁신연구실에 <패스트컴퍼니> 기자를 초대했다. 움직일 때마다 운동화 바닥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발바닥의 압력이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에 전송돼 대형 스크린에 표시된다. ‘트랙 앤 필드’라는 이 프로그램은 호루라기 소리와 함께 운동화를 신고 화면을 따라 달리다가 장애물을 만나면 점프를 해서 뛰어넘어야 한다. 게임처럼 대형 스크린에는 아바타가 프로그램 안에서 장애물을 뛰어넘는다. 나이키가 준비하고 있는 신제품의 실험실 풍경이다. 운동화와 게임이 융합되고 있다.
나이키는 이제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내고 있다. 2012년에 출시한 ‘퓨얼밴드(Fuel Band)’는 손목에 팔찌처럼 차고 움직이면 자동으로 이동거리, 위치, 높이를 측정해 스마트폰 앱에 기록해준다. 몇 걸음이나 걸었는지 활동수치, 열량 소모량, 누적 운동시간, 누적 운동거리를 그래프와 도표로 기록일지처럼 보여준다. 모임을 만들어 회원들과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마일리지를 쌓을 수도 있다. 만보기, 지도, 컴퓨터, 일기, 운동코치, 동호회 모임을 작은 팔찌 하나에 융합해낸 것이다.
운동화에 지도를 달다
출발은 아주 간단했다. 나이키 본사에 근무하는 대부분의 임직원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즈음, 점심시간에 운동을 좋아하는 직원들이 운동화를 신고 손에는 스마트폰을 들고 귀에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들으며 동료들과 삼삼오오 사무실 주변을 달리고 있었다. 어제와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일상이었다. 똑같은 풍경, 낯익은 상황 그대로다. 운동화 따로, 운동복 따로, 스마트폰 따로, 음악 따로, 점심시간 따로, 작은 운동모임이 모두 따로 보였다. 그런데 관점을 바꿨다. 따로따로가 아닌 하나의 시공간으로 묶어 사람을 중심으로 들여다보니 새로운 구상이 떠오른 것이다.
나이키 플러스(Nike+)는 그렇게 탄생했다. <지도 1>은 뉴욕 맨해튼에 근무하는 한 직장인이 공개한 개인 운동기록이다. 나이키 플러스는 GPS가 달린 작은 기자재다. 동전크기의 작은 GPS 발신기를 운동화 속에 집어넣어도 되고 주머니나 밴드에 집어넣어도 된다. 스마트폰에 접속해서 나이키 플러스 앱을 켜면 운동 시작점부터 발신기에서 데이터가 전송돼 나이키 웹사이트 개인 홈페이지에 쌓인다. 지난 일주일 동안 얼마나 뛰었는지, 언제 뛰었는지, 일지처럼 살펴볼 수 있다. 혼자 운동하기 싫으면 운동코스와 시간대를 적어 웹사이트에 올리고 참가자들의 커뮤니티를 만들면 된다. 공동으로 마일리지를 쌓을 수도 있다.
첨단기업은 첨단제품을 만드는 기업이 아니라 첨단의 사고방식으로 혁신하는 기업이다. 나이키는 1964년 창업한 이후 줄곧 스포츠 의류·용품기업이라는 울타리 안에 있었다. 운동복, 운동화, 운동기구를 만들어 왔다. 그랬던 나이키가 정보통신, 데이터, 웹서비스, 커뮤니티 중심의 첨단기업으로 성공적인 변신을 이루고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첨단(尖端)은 ‘물체의 뾰족한 끝’이다. 단단한 얼음은 육중한 망치가 아니라 뾰족한 송곳으로 깨야 제격이다. 나이키는 혁신의 송곳으로 얼음 같은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있다.
둔감과 민감
나이키 스스로 밝힌 최대의 리스크는 ‘둔감’이다. 1979년 나이키에 입사해서 2006년 CEO에 오른 마크 파커(Mark Parker)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지나간 성공에 취해 비대하고 느리고 변비에 걸린 관료적인 회사가 되는 것이다. 지난 성공에 취해 도전하는 것 자체를 생각하지 않으려는 회사로 전락하는 것 말이다.”2 마크 파커의 언급은 단순히 대외용 수사는 아니었다. 나이키의 연차보고서는 이를 명확하게 밝히고 있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나이키가 발표한 연차보고서(Annual Report)의 영업마케팅 항목을 눈여겨봤다. 나이키의 매출변동은 특정 타입의 신발, 의류, 장비에 대한 시즌별 지역별 수요가 핵심요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핵심요인을 놓치면 위험에 빠진다. 그래서 나이키의 진정한 리스크는 다양한 스포츠, 피트니스 활동, 디자인 트렌드의 변화를 파악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시기별, 지역별로 나이키 제품에 대한 변화하는 요구파악에 실패하는 것이 최대의 리스크다. 시장에 ‘둔감’해지는 것에 대한 경계감이 강하게 드러나 있다.
나이키 스스로 공개한 리스크 해법은 ‘민감’이다. 시장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기존 제품군의 재배합, 신제품·뉴스타일·뉴카테고리 출시, 신성장 스포츠와 건강활동, 소비자의 선호도에 ‘반드시’ 반응해야 한다고 매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글로벌 지역조직도 4개 대륙 본부를 6개로 재편하고 각 본부별 핵심 산업을 선정해 디자인, 제조, 마케팅 전략을 별도로 실행하고 있음을 연차보고서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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