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 대응 전략
21세기는 지식기반시대다. 제조능력이 평준화됨에 따라 지식재산 없이 제조기술만으로는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기 힘들다. 동시에 훌륭한 지식재산을 보유한 국가나 기업은 막대한 시설 투자가 필요한 제조설비 없이도 엄청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지식기반시대의 신흥 비즈니스는 비실시기업(NPE·Non-Practicing Entity)이다. 이들은 특허를 보유하되 제품을 생산하는 대신 타 제조업체를 특허침해로 고소하거나 라이선싱을 강요해 수익을 창출한다. 많은 이들은 제품 생산에는 관심이 없고 상습적으로 특허 소송을 남발해 제조업체를 괴롭히는 이들이야말로 혁신을 방해하는 주범이라 비난하며 이들을 ‘특허괴물(patent troll)’이라고 부른다. 더 나아가 요즘은 애플(Apple)과 삼성 소송에서와 같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는 제조업체마저도 혁신을 방해하는 특허괴물이라 부르며 비난하기도 한다.
특허괴물의 어원
‘특허괴물’이라는 용어는 1998년 인텔(Intel) 사내 변호사였던 피터 데트킨(Peter Detkin)이 인텔을 특허침해로 제소한 테크서치(TechSearch)란 회사와 경영진을 통칭해 사용한 경멸적 용어다. 특허를 소유하지만 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제조업체를 상대로 공격적·기회주의적·상습적으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미끼로 라이선싱을 강요해 수익을 창출하는 개인 또는 기업을 지칭한다.
특허괴물은 왜 항상 제조업체만 괴롭힐까? 그 이유는 이 세상에서 특허를 사용(실시)하는 당사자는 제조업체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허와 관련된 모든 비즈니스에서 돈을 받는 주체는 개인 발명가, 대학교, 연구소, 제조업체, 특허괴물, 특허괴물에 투자한 투자자 등 다양한 반면 돈을 내는 주체는 항상 제조업체다.
특허괴물의 종류와 진화
제1세대 원조 특허괴물
특허괴물 원조인 제1세대 특허괴물로는 통신특허 관리 회사 인터디지털(InterDigital, 1972년 설립), DRAM 특허 관리 회사 모사이드 테크놀로지(MOSAID Technologies, 1975년 설립), JPEG 특허 관리 회사 포전트 네트웍스(Forgent Networks, 1980년대 중반 설립), DDR-SDRAM 메모리 특허 관리 회사 램버스(Rambus, 1990년 설립), 무선 e메일(wireless email) 특허로 수년 전 스마트폰 원조 RIM으로부터 6억 달러의 기술료를 징수해 유명해진 NTP(1992 설립), 칩(chip) 포장 및 소형화 특허 관리 회사 테세라(Tessera, 1990년 설립), W-OFDM, WLAN, V-chip 특허 관리 회사 와이-랜(Wi-Lan, 1992년 설립), 각종 소프트웨어 특허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아카시아 리서치(Acacia Research, 1993년 설립) 등이 있다.
제1세대 특허괴물은 제조업체의 투자 없이 설립자 또는 비제조업 투자자의 자본에 의해 설립, 운영됐다는 점이 중요한 특징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의 특허를 침해한 모든 제조업체들을 상대로 자유로이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결국 이들과의 특허침해 소송에서 ‘이겨봐야 본전’인 제조업체들은 이들을 산업 발전의 발목을 잡는 무법자 특허괴물이라고 비하했다.
제1세대 특허괴물의 또 다른 특징은 자체 R&D 인력이 창출한 특허나 개인 발명가로부터 매입한 특허를 소송에 주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할 경제적 여력이 없는 개인 발명가, 중소 벤처기업들은 제1세대 특허괴물을 ‘특허천사’라고 옹호하기도 했다. 1세대 특허괴물들은 기술의 자체 사업화가 어려워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하던 중 라이선싱이나 특허침해소송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게 되자 본연의 R&D보다 소송을 통한 이익 창출에 전념했다.
비즈니스 모델 진화에 따른 제2세대 특허괴물
제2세대 특허괴물의 대부분은 제조업체, 투자업체, 금융권 등의 자본으로 설립됐다. 제1세대 특허괴물에 막대한 보상금을 뜯기던 일부 제조업체들이 자신이 보유한 특허를 이용해 타 제조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거나 라이선싱을 강요해 수익을 창출하는 공수(攻守) 전환을 하면서 나타난 변화다. 또한 고수익 업종을 탐색하던 투자업체, VC, 금융권 역시 특허산업에 흥미를 가지게 되면서 제2세대 특허괴물들의 탄생을 도왔다.
제2세대 특허괴물은 어디서 특허를 구할까? 제조업체가 설립자이거나 회원사인 경우 제2세대 특허괴물 대부분은 자신이 보유한 특허를 활용한다. 또한 이들은 도산, 폐업 기업을 인수해 특허를 확보하기도 하며 개인발명가, 대학, 연구소의 특허를 매입하기도 한다. 제2세대 특허괴물을 위해 수많은 특허 브로커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심지어 특허경매회사도 등장했다.
인털렉추얼 벤처스(IV·Intellectual Ventures)는 제2세대 특허괴물의 전형이다. IV는 MS의 CTO를 지낸 네이선 마이어볼드 박사(Dr. Nathan Myhrvold), MS의 수석 엔지니어였던 에드워드 정(Edward Jung), 피터 데트킨 특허변호사, 1 퍼킨스 코이어(Perkins Coie)의 특허변호사 그렉 고더(Greg Gorder)가 2000년 설립했으며 2 18개의 다국적 기술기반회사, 10개의 미국 대학기금, 9명의 개인투자자 및 22개의 투자업체 등 다양한 투자가들의 투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다. (표 1)
물론 IV와 같은 제2세대 특허괴물이 모든 제조업체를 대리하지는 않는다. IV에 제조업체는 자신에게 투자한 투자 제조업체와 자신에게 투자하지 않은 비투자 제조업체로 확연히 구분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제2세대 특허괴물은 투자 제조업체의 벤처캐피털 운용사 정도로 생각할 수 있다. 투자 제조업체 등의 자본을 이용해 양질의 특허를 확보하고 비투자 제조업체를 상대로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하거나 라이선싱을 강요해 수익을 창출한 후 상당 부분을 투자 제조업체 등에 반환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특허괴물이란 용어 대신 비실시기업이라는, 보다 중립적인 용어를 많이 사용하는 추세다. 하지만 비투자 제조업체에는 제1세대건 제2세대건 모든 특허괴물은 자신에게 라이
선싱을 강요하거나 특허침해 소송을 제기해 보상금을 뜯어내는 ‘공격형’ 특허괴물일 뿐이다. 3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