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 LG생활건강 비욘드

동물실험 없는 화장품, 착한소비를 깨웠다

125호 (2013년 3월 Issue 2)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박효희(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현대인의 소비는 단지 허기를 달래고 필요를 충당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어떤 것을 먹고, 어떤 것을 입으며, 어떤 것을 바르는지가 그 사람을 보여주는 시대다. 좀 더 비싸도 유기농 식품을 먹고 다소 번거로워도 친환경 소재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생활건강의 비욘드는 모든 재료의 친환경화, 화학 성분의 배제, 동물실험 반대 등으로 화장품업계 안팎에 울림을 키워가고 있다. 출시 직후 유사한 콘셉트를 가진 선발주자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고 좌절을 맛봤지만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오히려 뚜렷한 정체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한 브랜드다. 비욘드는 현재 출시 7년 만에 매출이 30배 이상 늘어나는 성과를 기록하며 순항 중이다. 비욘드 부문을 총괄 책임하는 이계춘 마케팅 디렉터와 이홍주 ABM(Assistant Brand Manager)과의 인터뷰를 통해 성공 요인을 분석했다.

 

 

동물실험 반대의 파장

2012 6월 말, 싱가포르에 있는 페이스북 아시아 지사 실무진이 한국을 찾았다. 정확하게는 한국에 있는 한 기업을 찾았다. 비욘드를 생산하는 LG생활건강이 그 주인공이다.

 

사건의 발단은 이랬다. 브랜드 홍보 및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비욘드 팀이 페이스북에 계정을 만들었다. 비욘드 제품의 취지와 목적을 소개하고 화장품을 만들면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겠으며 동물실험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올렸다. ‘좋아요를 클릭하면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에 동의하는 서명 운동에 자동 참여할 수 있게끔 만들었다. 계정을 만든 날은 마침 금요일이었다. 페이스북을 만들자마자좋아요가 빠르게 늘어났다. 비욘드 팀은 흐뭇한 마음으로 주말을 보냈다. 월요일 아침, 하나둘 출근한 비욘드 팀원들은 깜짝 놀랐다. 주말 사이에 동물실험 반대를 비난하는 글이 대거 올라왔기 때문이다. 이유도 다양했다. ‘동물이 사람을 위해 희생하는 것은 당연하지 않나’ ‘동물실험도 안 하고 판매하는 화장품은 믿을 수 없다’ ‘이런 캠페인하는 사람들이나 그 화장품 써라’ ‘신약이나 화장품을 개발할 때 하는 동물실험은 국제적 관행인데 이 절차를 무시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등등.

 

“처음에는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좋은 취지로 시작한 캠페인인데 반대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줄은 상상조차 못했다.” (이계춘 마케팅 디렉터)

 

비욘드 팀은 긴급회의를 열었다. 장시간 논의한 끝에 동물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비욘드의 정체성과 맞물리기 때문에 회피하거나 뒤로 미룰 수 없는 이슈라고 판단했다. 진정성 있게 설명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일 것이라는 결론도 내렸다.

 

회의를 마친 비욘드 팀은 페이스북에 장문의 해명글을 올렸다. 해명글은 크게 세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모든 분야의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의약품 등 생명과 직결되는 분야에서는 동물실험이 필수적일 수 있다. 화장품 분야에서는 실제 별로 의미가 없는데도 관행적으로 시행되는 동물실험이 많으며 비욘드는 오직 화장품 분야에 대해서만 동물실험을 반대한다. 둘째,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 세포배양 독성평가법이나 면역세포 배양평가법, 패치 테스트 등 동물실험을 하지 않더라도 화장품의 유해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대체법이 존재한다. 셋째, 동물실험 대신 위와 같은 방법을 쓰더라도 소비자 가격에 전가되지 않는다. 대체법을 사용하면 동물을 이용해 실험하는 것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는 하지만 과대 포장 등 다른 비용을 줄여 가격 인상분을 상쇄할 수 있다. 조목조목 설명한 글이 올라가자 비난이 빗발치던 게시판이 거짓말처럼 조용해졌다. 찬성하는 사람은 갈수록 늘었다. 일주일 새 6∼7만 명이좋아요’를 눌렀다. 방문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싱가포르에서 연락이 온 것은 그 즈음이다. 아시아 지역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트래픽이 폭증한 사례가 없는데 그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페이스북 실무진을 만나 사정을 설명하니 그들은 기업 콘텐츠가 고객 반응을 이끌어낸 성공적인 케이스라며 호평하고 돌아갔다.

  

 

1년 만에 전면 수정에 돌입하다

비욘드가 출시된 것은 2005 4월이다. 처음 콘셉트는 컬러 푸드가 갖고 있는 생명력을 피부에 전달하겠다는 것이었다. 웰빙 트렌드에 맞춰 1년여 동안 야심 차게 기획한 새로운 브랜드였다. 그런데 그보다 2∼3개월 앞서 시장에 나온 스킨푸드가 발목을 잡았다. 스킨푸드는 비욘드와 콘셉트가 일치했다. 이름부터푸드를 전면에 내세운 스킨푸드는 큰 호응을 얻었다. 브랜드 취지와 이름이 꼭 맞아떨어져 인식이 쉽고 이해가 빨랐다. 비욘드가 아무리 애를 써도 스킨푸드의 아류작이라는 오명을 벗기 어려웠다.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출시 1년 만에 비욘드는 기존 콘셉트를 포기했다. 방향을 전면 수정하기로 결단을 내렸다.

 

“네이밍에서 이미 밀린 싸움이라고 생각했다. 푸드 콘셉트를 유지하는 것은 스킨푸드를 도와주는 것밖에 안 되는 일이었다. 신속하게 결단을 내려야 했다. 매장을 많이 확장하고 여러 라인을 만든 상태에서 사업을 접으면 매몰비용이 더 커진다.”

 

비욘드 팀은 다시 머리를 모았다. 뷰티 라이브러리로 콘셉트를 잡아 문학작품의 제목으로 상품을 구성한다든지, 심층수를 키워드로 해서 깨끗함을 강조하는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가 물망에 올랐다. 그중에서 친환경(eco friendly)이 가장 관심을 끌었다. 당시 건축이나 자동차, 패션 등에는 이미 친환경 바람이 불고 있었다.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제품이 비싼 가격에도 지지도를 높이며 인기를 끌고 있었다. 비욘드 팀은 화장품에도 친환경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바디숍이나 러시 등 일부 해외 브랜드가 친환경을 표방하고 있었으나 국내 제품 중에는 친환경을 모티브로 한 브랜드가 없다는 점도 기회였다. 아예 새로운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의사결정의 총책임자를 맡고 있던 차석용 부회장 역시 오랜 외국 경험을 통해 글로벌 트렌드가 친환경과 유기농, 생태계 보호와 지속가능한 성장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있었다. 이렇게 새로운 콘셉트가 정해졌다. 비욘드 팀은 친환경을 주제로 브랜드를 다시 만들어가기로 했다.

 

 

 

 

친환경 제품을 만들기 위해 보낸 날들

제품 콘셉트가 정해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비욘드 에코 뷰티랩을 만든 것이다. 기존에 존재하는 LG생활건강 내 각종 화장품 연구소 외에 비욘드 제품만 담당하는 별도 연구소를 세운 것이다. 성분이든 향이든 화학물질을 삽입하는 기존의 화장품과는 제조 방법부터 다르게 하겠다는 의지에서다.

 

“미량의 바나나향을 첨가하고 바나나우유라고 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제대로 된 원료를 찾아 진짜 친환경 제품으로 승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각종 화장품에 들어가는 원재료를 모두 친환경, 유기농으로 재배된 것으로 해야 했는데 재료를 구하는 일 자체가 도전의 연속이었다.

 

국내에서는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는 화장품을 찾아볼 수 없었던 탓에 벤치마킹할 대상이 없었다. 고민 끝에 마케팅팀과 연구소팀이 함께 프랑스 남부 프로방스 지역을 찾았다. 그곳에는 농약 없이 각종 화초와 열매를 키워 가내 수공업으로 화장품을 제조하는 농가나 공장들이 많았다. 수개월에 걸쳐 수십 곳의 농장과 공장들을 탐방하는 일정이 이어졌다. 화장품은 특성상 원료가 하나만 바뀌어도 전체 구조가 무너지면서 물처럼 흘러내리거나 썩어버린다. 원료 하나를 바꿀 때마다 전체적인 균형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 비욘드 팀은 농가마다 방문하며 어떤 재료가 적합하며, 어떻게 구해서, 어떤 배합으로 섞어야 하는지를 꼼꼼히 배웠다. 문제는 어느 선까지만 알려주고 핵심 노하우까지는 전수하지 않으려는 곳이 많았다는 것이다. 돈으로도, 열정으로도, 선한 취지를 설명하는 것으로도 프랑스 장인들의 마음을 얻기란 쉽지 않았다. 프랑스까지 와서 노하우를 배워 가지 못하는 일을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비욘드 팀은 전략을 달리 세웠다. 프랑스 농가에서 생산한 제품을 한국에 가져다 팔겠다는 당근을 제시하기로 한 것이다.

 

“자부심이 대단한 분들이다. 자신들이 만든 제품을 한국에 소개하겠다고 했더니 그제야 오케이 하더라. 함께 하나의 제품 라인을 만들어가기로 하면서 어렵게 노하우를 배웠다. 그렇게 해도 100% 전수받은 것은 아니었고 한 70% 정도 배운 것 같다.”

 

실제로 비욘드는 귀국 후 프랑스에서 공수한 제품과 직접 만든 제품을 섞어 시장에 선보였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가장 큰 이유는 피부 타입의 차이였다. 서양인, 특히 프랑스인에게 맞춰 개발된 화장품은 한국인에게 잘 맞지 않았다. 유기농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의 질감이나 향기도 소비자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화학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화장품은 거칠고 피부에 잘 흡수되지 않았으며 아름다운 향이 나지 않았다. 유기농 화장품의 거칠고 뻑뻑한 느낌을 소비자들은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프랑스의 지방 연구소 및 농장들과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경험은 유기농 화장품의 제조 방법과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비욘드 팀에 소중한 자산이 됐다.

 

프랑스산 화장품을 수입해 들여오는 것은 애초부터 목표가 아니었다. 비욘드 팀은 본격적으로 자체 생산에 돌입했다. 프랑스에서 공수한 화장품이 국내 소비자에게 외면받는 것을 보면서 친환경 재료를 사용하되 기존에 익숙한 사용감을 만드는 것이 관건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연구를 거듭하면서 유기농 원료의 풀을 넓히기 시작한 것이 실마리를 풀어줬다. 처음에는 유기농 원료 중 몇 가지만 제한적으로 사용했으나 사용감이 화학 재료와 비슷하거나 서로 섞었을 때 더 좋은 질감을 내는 재료들을 알게 됐다. 기존에 사용하던 재료 가운데 유기농으로 대체할 수 있는 대상도 발견했다. 유기농과 친환경 재료들을 섞은 하이브리드 제품도 시도했다.

 

100% 수입에 의존하던 비율도 점차 낮아졌다. 국내 농가 중에는 유기농 생산을 음식에만 적용되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화장품용으로는 아예 취급하지 않는 곳이 많았다. 하지만 모든 원료를 수입에 의존하다 보니 비용과 시간이 만만치 않았다. 유기농 원료를 찾기 위해 전 세계를 구석구석 뒤지는 것도 일이었지만 막상 찾았다고 해도 일일이 거래를 성사시켜 국내까지 들여오는 데 부담이 컸다. 비욘드 팀은 국내 유기농 조달 비율을 높여야겠다고 판단했다. 다음과 같은 방법이 사용됐다.

 

예컨대 녹차를 화장품에 넣는다면 전체 밭 크기를 100이라고 할 때 이 중 10 정도만 유기농 방식으로 재배해줄 것을 농가에 요청한다. 그곳에서 생산되는 전량은 LG생활건강이 사들이기로 계약을 맺는다. 유기농 작물로 인정받으려면 최소 3년간 화학 비료나 살충제를 쓰면 안 된다. 계약을 맺은 농가는 3년간 시간을 들여 유기농 방식으로 녹차를 재배하고 생산된 분량을 전부 LG생활건강에 납품한다. 이런 방식을 활용해 비욘드 팀은 하나둘씩 원료의 국내화 및 유기농 비율을 높였다.

 

동물실험 반대,

공개적으로 밝히기까지

비욘드가 시도한 또 다른 일은 동물실험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화장품업계에서 동물실험은 당연한 과정이다. 신제품을 만들면 안전성 테스트를 병행한다. 문제는 사람이 실제 쓰는 양과 무관하게 비현실적으로 많은 양을 한꺼번에 투입하거나 실제 유해성과는 상관없이 이제까지 해오던 방식에 따라 관행적으로 실행되는 실험이 많다는 점이다. 비욘드는 제품 콘셉트가 친환경이니만큼 동물실험을 전면 실행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했다. 대신 다양한 대체법을 동원해 제품의 안전성을 검토하기로 했다. 인체 피부세포를 배양해 세포의 사멸 정도로 원료의 독성 유무를 판단하는 세포배양 독성평가법, 인체 피부 알레르기 반응에 관여하는 면역 세포를 배양해 원료의 알레르기 유발 정도를 측정하는 면역세포 배양평가법 등이 대표적이다. 간단히 말해 사람과 피부 세포나 상태가 다른 동물에 극단적으로 많은 양을 투입하기보다는 사람 피부와 비슷한 성격을 갖는 세포를 인공적으로 배양해 테스트에 활용한다는 의미다. 이렇게 연구소 내에서 자체 실험을 거친 후 자발적인 피험자를 모집해 일정 시간 화장품을 피부에 바르게 하고 그 결과를 관찰하는 피부과 테스트를 진행, 한 번 더 확인하는 절차를 거친다. 별도 연구소를 세운 이후 이런 방법을 통해 계속해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있다. 벌써 5년이 넘은 일이다.

 

하지만 동물실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은 불과 1년여 전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당시까지만 해도 비욘드를 제외한 LG생활건강 내 수많은 다른 브랜드가 여전히 동물실험을 하고 있었다. 모회사를 같이하는 다른 브랜드들이 동물실험을 계속하고 있는데 비욘드가 동물실험에 반대한다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에 해명이 마땅치 않았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재작년부터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비욘드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는 것을 본 경영진이 동물실험 없이도 화장품을 만드는 데 문제가 없는지 전면 검토를 지시했다. LG생활건강에서 만드는 모든 화장품에 들어가는 전 재료에 대한 조사가 시작됐다. 2000여 가지 재료를 두고 두 달 넘게 연구 조사가 진행됐다. 분석 결과,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도 LG생활건강의 모든 화장품을 만드는 데 특별한 걸림돌이 없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 일을 계기로 LG생활건강은 화장품 제조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전혀 하지 않고 있다. 비욘드는 비로소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있으며 반대한다는 입장을 대놓고 홍보할 수 있게 됐다.

 

화장품으로서는 다소 파격적인 광고를 기획한 것도 이때쯤이다. 동물실험 반대를 전면 표방할 수 있게 된 것을 계기로 TV광고를 제작하기로 하고 광고대행사를 선정해 취지에 맞는 광고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처음 받아든 광고안은 비욘드 팀 기대에 못 미쳤다. 인기 연예인이 등장해 이 화장품을 바르면 나처럼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식의 메시지를 던지는 광고는 신선하지도, 눈길을 끌지도 않았다. 비욘드 팀은 고심했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는 착한 화장품이라는 점을 전면에 부각시키고 싶었다. 좀 더 파격적이어야 소비자의 관심을 끌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다시 만들어진 결과물이 톱스타 김수현이 강아지를 안고 등장해예뻐지기 위해 널 다치게 할 순 없어, 아름다워지기 위해 널 상처받게 할 순 없어라고 말하는 광고다.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있으며 동물실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히는 내용이다.

 

광고 안이 나오고 찬반이 갈렸다. 소비자에게 비욘드의 모토와 정체성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찬성과 지나치게 예민한 문제를 정면에 내세워 긁어 부스럼을 만들 수 있다는 반대가 팽팽했다. 대중을 상대로 하는 광고는 포지티브 메시지(positive message)를 전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를테면 이 제품을 쓰면 아름다워진다, 이 제품을 쓰면 깨끗해진다, 이 제품을 쓰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식의 메시지를 전달해 제품 이미지와 연관시키는 것이다. 이는 소비자의 제품 인식에 영향을 미친다. 소비자가 해당 제품을 떠올릴 때 긍정적인 이미지가 동반되는 식이다. 하지만 김수현이 등장하는 광고 콘셉트는네거티브 메시지(negative message)’였다. 화장품을 만들 때 원래는 동물을 잔인하게 다루는 실험이 병행되지만 우리는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자칫하면 비욘드를 떠올릴 때 가죽이 벗겨진 쥐나 고통스러워하는 원숭이 등이 함께 생각날 수 있다. 화장품 광고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 방식이다.

 

찬반이 엇갈리면서 공은 비욘드 마케팅을 총책임지는 이계춘 마케팅 디렉터에게 넘어왔다. 그는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최종 시안을 확정하는 회의에 참석하기 직전까지도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 광고가 제대로 먹히기만 한다면 오히려 비욘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욕심을 포기할 수 없었다. 회의에 들어가서는 식상한 패턴으로 갈 거면 차라리 하지 말자고 우겼다. 내가 다 책임지겠다고, 일단 한번 터뜨려보자고 밀고 나갔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광고는 큰 반향을 몰고 왔다. 이제까지 순한 이미지로만 인식됐던 비욘드는 소비자에게 다르게 포지셔닝됐다. 소비자들은 동물실험 반대 메시지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비욘드를동물실험 하지 않는 착한 화장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진정한 자연주의를 실천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가 확고해졌다. 실제로 광고가 나간 이후 진행한 소비자 반응 조사에서 비욘드의 동물실험 반대 광고는 5점 만점에 4.2점을 받았다. 평균 광고 선호도가 3.6, 최근 5년간 LG생활건강에서 내보낸 광고 중에 4점을 넘는 것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상당히 괜찮은 성적표다.

 

비욘드는 한발 더 나아가기로 했다. 단지 동물실험을 하지 않겠다는 소극적인 태도에서 동물실험 반대에 보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할 수 있도록 서명운동을 벌이고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 구제를 위한 자금 모집에 나서는 등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한 것이다. 대표적인 활동이 Save Us Fund. 소비자가 ‘Save Us’ 마크가 부착된 제품을 구입하면 판매 수익금의 일부가 제주도 앞바다에서 불법으로 포획된 남방 큰 돌고래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는 프로젝트에 후원된다.

 

아시아 최초로 리핑버니(Reaping Bunny) 마크를 취득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이 마크는 북미주를 대표하는 8개의 동물보호단체가 연합해 만든 CCIC(The Coalition for Consumer Information on Cosmetics)에 의해 만들어졌다. 완제품뿐만 아니라 화장품 제조에 들어가는 모든 원료의 수집과 공정 과정에서 동물실험을 하지 않은 것을 입증했을 때 받을 수 있다. 직접 만드는 제품 외에 공급망 전체에서 동물실험을 배제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만만치 않은 작업이다. 이계춘 마케팅 디렉터는이 마크를 취득하기 위해 1년 전부터 모든 공급업체를 만나 인증서를 받는 작업을 하고 있다비욘드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더 중요한 가치를 얻는 데 의미 있는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사점

1. 신속한 리스크 대응 및 블루오션 창출

사실 이미 출시한 브랜드의 마케팅 콘셉트를 완전히 뒤집고 새로 만들겠다는 결정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비욘드는 승산이 없다는 판단을 내리자마자 곧바로 새로운 콘셉트 잡기에 돌입했다. 매장과 상품이 늘어나고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을 낭비하기 전에 좀 더 경쟁력 있는 분야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앞선 실패를 교훈 삼아 비욘드는 글로벌 트렌드와 향후 전망, 국내 시장 상황과 경쟁력 등을 검토하고 이에 부합하는 친환경을 새로운 모토로 선택했다. 콘텐츠부터 진정성 있게 구축하기 위해 별도의 연구소를 세우고 기술 및 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벤치마킹 대상을 찾아 연구했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발 빠른 대응은 블루오션(Blue Ocean) 창조로 이어졌다. 일부 외국 브랜드 외에 친환경을 아이덴티티로 삼는 국내 브랜드가 전무했던 상황에 비욘드는최초라는 수식어를 가질 수 있었다. 이는 비슷한 브랜드가 난무하는 화장품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던졌고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 수 있게 했다. 아울러 기업의 수익과 사회적 혜택을 동시에 창출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동력으로 자리 잡았다.

 

2. 콘텐츠 위주의 진정성으로 승부

기업과 소비자 간 진정성 있는 커뮤니케이션(authentic communication)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기업이 지닌 목표나 취지를 솔직하게 공유할 때 소비자는 진정으로 해당 브랜드를 이해하고 신뢰한다. 미국 포춘 500대 기업의 최고커뮤니케이션 책임자(CCO)와 세계적인 PR 회사들의 CEO 및 주요 학자들의 모임인 아더 페이지 소사이어티(Arthur W. Page Society) 2007년 발간한 백서 <Authentic Enterprise>에서는 기업의 핵심 가치를 정의하고 이를 단순히 전달하는 채널이 아닌 소비자와의 긴밀한 네트워크를 개발하는 일의 중요성을 지적한다. 또한 기업에 대한 인상(perception)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모습(reality)과 관계 속에서 보이는 모습을 일치하게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비욘드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인동물실험에 반대하는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비난하는 의견을 피하거나 무시하지 않고 충분히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이는 페이스북을 도배한 비난 의견을 잠재우는 데 효과적이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지지를 얻고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3. 차별화된 광고와 과감한 시도

일반 다수를 상대로동물실험 반대를 전면에 내세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아름다운 여성 모델을 앞세워 미()를 강조하는 것이 일반적인 화장품업계 광고 관행임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비욘드는 기존 패러다임을 깨고 네거티브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과감히 시도했다. 이를 통해 다른 화장품과 차별되는 정체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이는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고 비욘드를착한 화장품으로 포지셔닝하게 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이 광고의 성공은 내부적으로 동일한 미션을 공유하고 같은 목표를 향해 마음을 모으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광고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동물실험 반대를 지지하는 세력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비욘드가 지향하는 바를 어필할 수 있는 관련 시장 규모가 작지 않다는 점을 입증하는 일이기도 했다.

 

 

최한나 기자 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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