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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 판단 기준

+α, 현저한 기능향상도 베낀 건 베낀 거다

박성수 | 125호 (2013년 3월 Issue 2)

 

 

기업의 자산 변화와 기업 간 분쟁

미국 브루킹스연구소(Brookings Institute) 2003년 연구 조사에 따르면 미국 S&P 500대 기업의 유형자산과 무형자산의 비율은 10년 단위로 급격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82년에는 유형자산 대 무형자산의 비율이 62 38이었으나 1992년에는 정반대로 역전되면서 38 62를 기록했다. 그로부터 10년 뒤인 2002년에는 그 비율이 20 80으로 무형자산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커졌다. 10년이 더 지난 2012년 이후는 무형자산의 비중이 더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형자산은 주로 특허권 등의 지식재산권이다.

 

주요 기업들의 자산이 지식재산권이 됐으니 기업 간에 벌어지는 분쟁의 중심에 지식재산권이 자리 잡게 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최근 세계 유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특허권을 비롯한 지식재산권 관련 분쟁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이제 뉴스라기보다는 일상적인 소식에 불과한 느낌마저 있다. 심지어 이제는 TV의 퀴즈쇼에서프랜드(FRAND) 1 의 의미가 무엇이냐고 묻는 문제까지 등장할 정도다.

 

특허등록요건: 신규성과 진보성

우선 어떤 발명에 대해 특허를 받기 위해서는 특허청에 명세서 등 출원 관련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특허출원을 위한 명세서에는 우선발명의 목적’ ‘발명이 속하는 기술 분야 및 그 분야의 종래기술’ ‘발명이 이루고자 하는 기술적 과제’ ‘발명의 구성’ ‘발명의 효과등 특허출원하는 발명이 어떤 기술인지에 대한 상세한 설명이 담겨 있어야 한다. 이와 함께 특허청구범위(claims)를 명시함으로써 특허등록을 통해 법적으로 보호받고자 하는 권리의 한계를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

 

이렇게 출원된 발명이 특허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크게신규성(novelty)’진보성(inventive step)’이라는 두 가지 요건을 만족해야 한다. , 출원발명이 종래의 발명과 구별될 정도로 새로워야 하며 출원발명이 속해 있는 분야에서 통상의 지식을 가진 자가 용이하게 발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다른 면이 있을 때에만 특허로 등록될 수 있다.

 

이때 더욱 문제가 되는 건 진보성 요건이다. 신규성에 관한 판단은 출원되기 이전의공지(公知) 발명’(공공연히 실시된 발명, 반포된 간행물에 게시된 발명, 인터넷 등을 통해 공중이 이용 가능하게 된 발명 등)과 동일성이 없어야 한다는 객관적 증거를 근거로 하기 때문에 비교적 단순하고 명확하다. 그러나 출원특허가 과연 진보성을 부정당할지 여부에 대한 판단은 모호한 면이 있다. 이전보다 얼마나 차별화된 기술이며, 그로 인한 효과가 얼마나 커졌는지를 명확하게 판단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특허와 관련된 법적 문제는 진보성 요건에 대한 이견(異見)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특허출원 거절이나 특허무효심판청구 등이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이때 특허심판원 혹은 특허법원에서는 발명을전체로서의 발명(invention as a whole)’ 관점에서 보고 판단한다. , 출원된 발명을 전체로서 파악해 통상의 기술자가 그 출원 이전에 공지된 발명으로부터 쉽게 발명할 수 있는 것이라고 판단될 때 특허거절(특허무효) 결정을 내린다.

 

특허권의 침해판단 기준

그렇다면 제3자의 발명이 특허발명의 권리범위에 속하는 것인지 여부를 따지는 특허침해 사건에선 어떤 원칙을 적용할까. 특허법은 발명이라는 말과 기술이라는 말을 거의 같은 의미로 사용한다. 발명이든 기술이든 침해 여부를 판단할 때 핵심은 특허청구범위의 청구항(claim)에 기재된구성요소(element)’ 또는한정사항(limitation)’이다. 침해자로 지목된 자가 그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모두갖춰 실시할 때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한다. , 특허발명의 구성요소를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갖춘 기술을 실시한다면 특허권 침해가 되고, 그렇지 않으면 특허권 침해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를구성요소 완비의 법칙(all elements rule)’이라고 한다.

 

특허권 침해 여부를구성요소별(element by element)’로 판단하는 구성요소 완비의 법칙에 따르면 갑이 을의 청구항에 기재된 구성요소를 모두 갖춘 발명(기술)을 실시하고 있을 때 을의 특허권을 침해한 것이 된다. 하지만 갑이 을의 청구항에 기재된 구성요소 중 단 하나라도 빼놓고 실시한다면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 게 된다. 예를 들어, 침해 여부가 문제되는 특허발명이 구성요소 A+B+C+D로 이뤄져 있다고 가정하자. 만약 침해발명이 A+B+C+E+F의 구성요소로 돼 있다면 특허권의 침해는 인정되지 않는다. 구성요소 D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침해발명으로 지목된 기술이 A+B+C+D+E로 구성돼 있다면 특허권을 침해한 게 된다. 설령 E라는 새로운 요소가 있다고 할지라도 구성요소 A, B, C, D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허침해 분쟁 발생 시 원고는 피고 제품이 원고의 특허발명의 각각의 구성요소를 구비하고 있다는 점을 주장하고 증명해야 한다.

 

특허권 침해자로 지목된 자가 과연 특허권을 침해했는지에 대한 판단기준은 법률에 관한 상당한 지식을 가진 이들조차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과거 법원의 판결 중에서도 청구항의 구성요소 완비 여부가 아닌 유사성을 특허권 침해의 판단 기준으로 잘못 사용한 사례가 있을 정도다. , 침해자로 지목받은 자의 기술이 특허를 받은 기술과 단순히 유사하다는 이유를 들어 특허침해 판결을 내리는 식이었다. 그러나 이는 특허권 침해 여부를 따질 때 가장 쉽게 빠지는 오류다. 유사성 여부는 디자인이나 상표권의 침해를 따질 때에 쓰는 기준이지 특허권의 침해 여부를 따질 경우에는 전혀 무관한 판단 기준이다. 반면 구성요소 완비의 법칙은 이미 우리 대법원이 여러 차례에 걸쳐 확인한 확립된 원칙이자 전 세계 특허법의 해석에서도 거의 만국 공통으로 인정되고 있는 원칙이다.

 

특허발명의 예시

구체적인 특허발명의 사례를 들어보자. 등록번호 제847743호 특허는 통상의 자동차가 아니라 전기와 가솔린 등과 같이 연료를 두 가지 이상 동시에 사용하는 하이브리드(hybrid) 자동차에 관한 것이다. 2007 54일 출원돼 2008 716일 특허로 등록됐다.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으면 가솔린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이 자동으로 꺼진다. 이때 시동이 꺼질 뿐 아니라 발전기가 작동해 전기 모터를 구동하기 위한 전기를 생성해 저장한다. 그 후 다시 액셀러레이터를 밟으면 전기 모터가 먼저 구동을 하고 그 후에 다시 가솔린 엔진이 구동된다. 따라서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경우 화석연료만을 사용하는 자동차에 비해 연비가 뛰어나게 우수하다. 이 발명의 명칭은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제동장치 및 제동방법이며 특허청구범위 제1항은 다음과 같다.

 

청구항 1.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정지상태이거나 주행상태인 것을 판별하고,

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주행상태이면 브레이크 부스터 2 의 부압과 미리 설정된 임계치값을 비교하며,

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정지상태이면 운전자가 제동력을 더 가했는지를 판별하는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제동방법.

 

이 특허발명의 청구항을 보면 크게 세 가지 구성요소로 이뤄진 발명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선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정지상태이거나 주행상태인 것을 판별하는 단계(A)”가 있어야만 한다. 다음으로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주행상태이면 브레이크 부스터의 부압과 미리 설정된 값을 비교하는 단계(B)”가 존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정지상태이면 운전자가 제동력을 더 가했는지를 판별하는 단계(C)”가 필요하다.

 

따라서 만약 어떤 자동차 회사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위 A+B+C 구성요소(여기서는 판별 단계)를 모두 갖춘 브레이크를 탑재했다면 그 회사는 이 특허권을 침해한 게 된다. 하지만 만약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정지상태일 때에는 운전자가 제동력을 더 가했는지를 판별하지 않고 자동차가 운행 중일 때에만 운전자가 제동력을 더 가했는지를 판별해 대처하는 브레이크를 채용한 자동차라면 어떻게 될까? 당연히 특허권 침해가 되지 않는다. 위에서 C 구성요소를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도대체 하이브리드 자동차란 무엇인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가솔린과 전기를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지, 그중에서도 전기 모터가 작동할 때에는 가솔린 엔진이 완전히 멈춰 서야만 하이브리드 자동차인지, 아니면 전기 모터가 보조적으로만 작동하고 가솔린도 동시에 사용하는 경우도 하이브리드 자동차로 볼 것인지, 혹은 LPG와 전기를 동시에 사용하는 자동차도 하이브리드 자동차에 속한다고 할 것인지 등 어떻게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정의하느냐에 따라서 각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이 위 특허권의 침해자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바로 청구항의 해석 문제다.

 

특허발명이 규정하는 권리의 범위를 어디까지로 한정할 것인가는 사법기관의 결정에 달려 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법원에서 재판을 통해 최종적으로 결정하며 우리나라의 경우 대법원이 최종적인 해석 권한을 가진다. 청구항의 해석에는 몇 가지 원칙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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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성수

    - (현)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 지적재산권 관련 업무 담당
    -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특허법원 판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국제총괄심의관, 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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