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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검증툴

경쟁자 아닌 시장을 이겨라

최원식 | 124호 (2013년 3월 Issue 1)

 

 

미국의 재정절벽 논란, 유럽의 경제 위기, 중국의 새 지도부 등장, 아베노믹스의 출현, 북한의 3차 핵실험 등 하루가 멀다 하고 이슈들이 터지고 있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기에는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까? 최근 많은 기업들이 자문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등장한 최신 전략 이론에 어떤 것이 있는지, 전략 수립에 유용한 프레임은 무엇인지 묻는 질문이 많다.

 

전략 수립 방법론을 논하기에 앞서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기존 패러다임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랑스가 심혈을 기울여 구축한 요새화된 마지노선은 과거 전쟁 패러다임(1차 대전의 참호전)에 입각해서 보면 걸작품이었으나 2차 대전 시 전차 기반 기술을 앞세운 독일군이 새로 창안한 기동전과 이를 활용한 우회전략 앞에선 무용지물이었다. 코닥은 세계 최초의 디지털 카메라를 만들었고 오늘날 디지털카메라에 활용되는 핵심 기술을 개발했지만 디지털카메라를 중심으로 하는 전반적인 조직 변화가 더뎠고 과거의 패러다임에 매몰돼 결국 몰락했다. 디지털 장비로 야기될 시대의 변화가 얼마나 클지 제대로 예상하지 못해 발생한 결과다. 삼국지 일화 중에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 것을 내다보지 못하고 대선단을 꽁꽁 묶어놨던 조조가 적벽대전에서 손권과 유비의 연합군이 펼친 화공전에서 참패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는 사례다.

 

변화를 예측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이 펼쳐져도 흔들리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천후 전략이 요구되는 시대다. 하지만 아직도 많은 기업들이 과거를 답습하고 있다. 이른바 프레임워크(framework)를 사용해 전략을 세우는 방식이다. 정해진 프레임에 따라 목표 달성에 중요한 몇 개의 수단을 정하고 그 수단을 구체화한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다. 그러나 불확실성 시대의 등장은 과거 패러다임과 전략 수립 방법에 종지부를 찍었다. 예측 불가능한 요소들의 증가, 전 지구적 연결, 산업 간 통합 등을 특징으로 하는뉴 노멀(New Normal)’ 시대가 되면서 프레임워크에 의존해서 수립된 전형적인 전략은 더 이상 유용하지 않다. 이제는 전략 수립이 특정 시점에 단번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불확실성에 대한 숙고’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확고한 행동’ ‘지속적인 점검과 변화 3가지 요소가 전략 수립 과정의 주춧돌이 되고 이런 과정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는 일종의 여정(journey)이 됐다. 즉 새로운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재 세운 전략이 얼마나 잘 먹혀 들어가는지 검증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

 

위험에 빠지지 말자 - 불태 10계명

고객사에서 전략 검증과 관련된 고민을 맥킨지에 들고 올 때 전략이 얼마나 튼튼하게 짜였는지 확인하는 검증 툴로불태 10계명(Ten Timeless Tests)’이라는 자가 진단을 한다. 워크숍을 통해 진행되는 이 자가 진단은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을 염두에 두고 기업이 전략을 검증할 때 필수로 자문자답할 10가지 항목과 각 항목을 구성하는 세부 질문으로 구성돼 있다. 각 질문은 특히 해당 기업이 호황기뿐만 아니라 어려운 상황에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지 가늠한다. 많은 경우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 화려한 업적이 모래성처럼 무너진다. 최근 전 세계 주요 기업의 경영진 2135명을 대상으로 이 평가를 적용했을 때 11% 10개 중 7개 이상의 평가를 통과했으며 오직 1% 10개 평가를 모두 통과했다.

 

첫 번째는경쟁업체가 아닌 시장을 이기는 전략인가?(Will it beat the market?)’는 질문이다. 많은 기업이 전략을 세우면서경쟁자에게만 치중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시장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이라는 파이를 빼앗아 갈 수 있는 상대방을 직접적 경쟁사로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파이 전체의 크기가 어떻게 변하고 있느냐는 점이며 가치사슬을 구성하는 다른 구성원(: 부품 공급자, 중간 판매상)이 얼마나 큰 파이를 가져가는가 하는 점이다. 한마디로 업의 본질적 특성을 깊게 이해해야 한다. 아직도 20년 전 통용되던 시장정의를 쓴다면 문제다.

좋은 예가 미국의 항공업계다. 이는 치열한 경쟁과 낮은 수익성 때문에 다수 항공사가 고전하는 시장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에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오히려 대부분 항공사들이 높은 수익성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결정적인 변화는 1978 Airlines Deregulation Act가 발효되면서 찾아왔다. 항공 노선에 대한 중복 취항이 허용되면서 경쟁이 심해졌고 항공사들의 수익성이 악화 일로를 걷기 시작했다. 이 같은 변화는 결국 업계의 생리를 바꿨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서 한 노선에 취항하는 항공사 숫자가 1개일 때는 약 10%의 평균조정이익률(승객-마일당으로 조정한 영업이익률)을 얻을 수 있으나 취항 항공사 숫자가 5개가 되면 이익률이 1%로 떨어진다.

 

 

전략이 없는 조직은 없다. 다만 되씹어봐야 할 부분은 수립한 전략에서 산업구조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다. 혹시 산업 구조가 불리하게 변하면서 기업 성과가 나빠지고 있는데 기존 전략을 더 열심히 추진하면서 언젠가는 성과가 향상될 것이라고 막연히 기대하고 있지는 않은가? 경쟁사를 이기는 것보다 더 어렵고 궁극적인 싸움은 시장과의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위태로움을 겪지 않으려면 속한 산업에서 어떤 메커니즘으로 경제적 이익이 창출되고 있는지, 어떤 구조와 원리로 이익이 분배되고 있는지를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현장에 종사하는 분들과 이야기해보면 이 같은 간단한 질문에 정확히 답할 수 있는 사람이 의외로 많지 않다. 여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만 나머지 계명들이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두 번째로 제시하는 불태의 계명은경쟁우위의 원천을 진정하게 이해하고 있는가?(Does the strategy tap the true source of advantage?)’이다. 산업 구조가 기업의 평균 성과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이기는 하지만 어떤 산업에서든 경쟁 우위 원동력을 십분 활용해 깜짝 놀랄 만한 성과를 창출하는 기업이 있기 마련이다. 미국 항공사들이 수익성 하락과 성장 정체에 직면했을 때 Southwest라는 저가 항공사는 고객에게 독특한 가치 제언(value proposition)과 이를 뒷받침하는 경쟁우위(: 동일 항공기 기종 운영을 통한 비용 절감, 승무원 보수를 비행시간과 연동해 인센티브 제공)를 활용해 1967년 설립된 이래 미국에서 가장 많은 승객을 운송하는 항공사로 성장했다.

 

 

중요한 점은 자신의 핵심 역량을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다. 대부분 핵심 역량은 자사가 속해 있는 산업 특성과 매우 밀접하지만 속해 있던 산업에서 빛을 발하던 핵심 역량이 다른 산업에서도 유용할 것으로 섣불리 단정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호주 시장에서 성공을 거듭하던 한 맥주업체는 와인 산업을 비슷한 업종으로 판단하고 뛰어들었다가 낭패를 봤다. 미국 프로농구의 전설인 마이클 조던도 야구에서는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모두 자신의 경쟁우위 원천과 이것이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이해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당신의 경쟁우위 원천은 무엇인가? 그것이 산업구조를 고려할 때 얼마나 유용하고, 얼마나 잘 활용되고 있는가?

 

세 번째 계명은낱알을 뒤지듯 시장을 세분화하여 공략하고 있나?(Is the strategy granular about where to compete?)’라는 것이다. 인구변화 추이에 따라 시장이 수시로 변하는데 특히 중국이 그렇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중국 시장에서 소비재 산업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서는 중국 내 1000개 도시를 22개 클러스터로 재편한 후 클러스터별로 특화한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때 클러스터를 편성하는 기준은 매우 다양하다. 예를 들어 소비자가 입소문에 얼마나 민감한지, 혹은 가격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등을 클러스터 편성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다음으로는 클러스터가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하기에 적합한 크기인지 고려해야 한다. 시장을 너무 크게 묶어서 바라보면 성장 영역을 간과할 수 있고 너무 잘게 나누면 실행 가능한 전략을 세울 수 없다. 브라질 시장이 빠른 성장을 거듭하던 2002년부터 2009년까지 의류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4%를 갓 넘기는 수준으로 소비재 중 가장 낮았다. 그러나 브라질 내 주 단위로 분석하면 26개 주 가운데 단 7개 주만이 4% 이하의 성장률을 보였고 절반의 주에서는 연간 7% 이상의 큰 성장을 보였다. 고성장주를 선택해 역량을 집중한 회사가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과거 미국 기업들이 해외 진출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생각했던 지역이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다. 그러나 중국이 가파르게 성장하던 2000년대 초반 이후 많은 회사의 성패가 갈렸다. 기존 습관에 따라 유럽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한 회사들과 중국을 비롯한 신흥 지역에 초점을 맞춘 회사들의 성장 속도가 확연히 달라져버린 것이다. 맥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가 보유한 CityScope Database에 따르면 2025년까지 글로벌 GDP 성장의 70% 이상이 이머징 마켓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놀라운 것은 이머징마켓 성장의 90%가 현재까지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중견 도시 혹은 소도시에서 달성될 것이라는 점이다. 시장을 잘게 쪼개서 분석해보면 습관이 아닌 사실에 기반해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단순히 국가나 지역별로 카테고리를 나눠 공략하는 시대가 지났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시장은 국가 단위가 아닌 도시 위주의 사업 전략이 요구된다.

 

네 번째는기본 틀을 파괴하는 트렌드와 변곡점을 읽어 냈는가?(Does it put the enterprise ahead of trends and discontinuities?)’는 것이다. 맥킨지 분석에 따르면 1935년에 90년이던 S&P500 기업의 기대 수명이 2005 15년으로 줄어들었다. 기업 경영환경에서의 불확실성과 존망의 위험이 2008년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갑자기 생긴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을 두고 점차 증가해왔다는 점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경영학계의 교과서처럼 여겨지던 밀리언셀러 에서 최고의 기업으로 칭송받던 Wang Laboratories, Digital equipment등은 이미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Delta, Kmart 등 많은 기업이 어려운 시기를 거쳐야 했다. 모두 시대와 시장의 변화를 정확히 읽지 못하고 과거의 성공 패러다임에 안주했기 때문이다. 반대 사례도 물론 있다. 국내 TV 제조업체들이 평판TV로 넘어가는 시장에서 과감한 투자와 변화를 추구해 일본 TV 제조업체들을 이기고 세계 최고의 자리를 차지한 것이 대표적이다.

 

트렌드를 읽어내고 변곡점에서 승부수를 띄우는 것이 다음 시장의 승자가 되는 길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기업뿐 아니라 기업에 자문을 제공하는 컨설팅사 입장에서도 미래의 트렌드 예측은 매우 중요하다. 맥킨지는 전 세계 50개 국, 100여 개 사무소로 이뤄진 방대한 네트워크의 컨설턴트와 연구진이 실시간으로 트렌드를 업데이트하는 TM(Trend Maker)이라는 툴을 활용하고 있다. 이 툴은 컴퓨터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전 세계 모든 산업, 지역, 소비자 등 상상할 수 있는 다양한 토픽의 최신 트렌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거대한 지식 네트워크다. 기업도 자체적으로 트렌드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기능이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입각해 전략을 수립할 때는 소수의 의사결정자가 트렌드를 전부 파악하겠다고 해서는 안 된다. 조직 전체가 달려들어 지식을 공유해서 실시간으로 트렌드를 관찰하고 변곡점에서는 합의를 통한 강력한 액션을 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조직의 모든 구성원이 조직 전체가 알고 있는 최신 트렌드 세 가지를 공유하고, 이것을 조직의 전략 수립 및 의사결정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

 

 

다섯 번째 계명은독보적인 인사이트와 미래 전망을 활용한 전략인가?(Does the strategy embed privileged insight and foresight?)’라는 것이다. 현대 경영환경은 수많은 정보를 효과적으로 수집, 분석,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방식 또한 진화하고 있다. 독감 공포가 최근 미국과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누가 독감 발생을 가장 잘 예견할 수 있을까? 미국에는 CDC(Center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라는 정부 조직이 있다. 근무인원이 15000명 이상이고 해마다 10조 원에 육박하는 천문학적 예산을 집행하는 기관이다. 당연히 많은 사람들이 CDC야말로 독감 예측 및 대처에 가장 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독감 발생을 가장 효과적으로 예측하는 수단은 Google Search. 사람들이 자신 혹은 주변 사람에게 특정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기에 앞서 해당 증상이나 독감에 대한 키워드 검색을 해보기 때문이다. 이는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에는전통적인방식에 따라 정보를 수집하고 전략을 세우기보다 훨씬 효과적인비전통적인방식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시대가 변하면서 생존을 위해 기업에 요구되는 점이 달라지지만 정보의 홍수 시대에 살고 있는 현대 기업에 정보의 옥석을 가려내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기업들 중에는 빅데이터 개념에 열광해 엄청난 규모의 IT 인프라를 설치하고 데이터를 닥치는 대로 수집하는 곳이 있는데 막상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 고민할 때가 많다. 빅데이터는 어떤 목적에 쓸지 방향을 정하고 필요한 분석이나 데이터 요건을 역으로 정의하는 일이 필요하다. 또한 기존의 인사이트를 가미해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 출발점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성공적인 빅데이터 활용은 초기에 막대한 투자를 하기보다는 오히려 작게 시작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가장 중요한 분야를 먼저 선정해 여기서 성공하고 점진적으로 확장해가는 것이 빅데이터의 성공 방정식이다.

 

여섯 번째 계명은리스크/불확실성의 실제와 허구를 구분하고 있는가?(Is uncedrtainty properly defined and accounted for?)’는 것이다.( 2) 불확실성과 이에 따른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하지 못해 실패하는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압축된다. 하나는 적신호를무시(ignore)’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업이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고마비(paralysis)’되는 것이다. 무시가 선행적 실패 요인이라면 마비는 사후적 실패 요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많은 안전사고가 발생한다. 안전사고에 이어 보도되는 뉴스에서 꼬리표처럼 따라 붙는 말이인재라는 단어다. 전략이나 경영계획을 수립할 때는 기본적으로 가정을 세운다. 문제는 이 가정을 너무 단순화한다는 것이다. 가정에 반영하기 어려운 사항에 대해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무시해버리는 때가 많다. 불확실성의 시대에 이보다 위험한 것은 없다. 라스베이거스의 카지노들은 예기치 못한 손실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예를 들어 딜러들을 철저히 교육해 실수를 최소화하고 테이블에서 벌어지는 게임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서 적절한 시기에 딜러를 교체하거나 게임별 승률을 관리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내부인에 의한 칩 도난 등 각종 부정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실행한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MGM Mirage 카지노에서는 예기치 못한 일련의 사건들이 발생해 큰 손실을 입었다. 카지노쇼에서 호랑이가 조련사를 물어 죽이는 사건이 발생해 인기 쇼가 중단되면서 1억 달러 이상 손실이 발생했고 회사에 불만을 품은 회계 직원이 고의로 국세청 신고 서류를 늦게 제출해 큰 벌금을 물기도 했다. ‘무시했던 요소들이 위험 요소로 나타난 것이다.

 

두 번째 실패 유형인마비(paralysis)’는 철저한 사전 분석이 있어야 방지할 수 있다. 불경기가 되면 많은 기업들이긴축 경영을 외친다. 기업이 긴축하면 투자가 줄면서 조직이 경직된다. CEO가 나서서 위기론을 역설하고 광고 예산이 삭감되고 각종 경비들이 통제되기 시작한다. 이것은 과연 적절한 대응일까? 발 빠르게 대응조치를 취하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나오는 일종의 마비 증상일 가능성이 높다. 반면 잘 준비된 기업은 오히려 과감한 투자의 기회로 삼고 적극적인 M&A를 추진하기도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업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 불확실성 요소와 영향이 미비한 요소들을 분류해 실제로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 요소를 집중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다음으로는 사업에 영향을 미치는 불확실성 요소 중에서 컨트롤이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을 나눈다. 이렇게 분류를 진행하면 자연스럽게 핵심 영역에 집중할 수 있다. 간과해서는 안 될 문제는 통제하기 어려운 요소도 유리하게 전환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고대 전쟁사에서 특히 이정표가 되는 전투에서 이런 상황이 많이 발생했다. 명량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133척의 군함을 앞세운 일본 해군을 격파한 것이 좋은 예다. 이때 크게 기여한 점이 울돌목의 빠르고 변화무쌍한 해류였다. 해류 자체를 컨트롤할 수는 없지만 이를 전투에 잘 활용한 덕분에 승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이순신은 적은 숫자의 배로 적과 맞서야 한다는 점을 알고 지형을 철저히 사전 답사했다. 지는 전투는 피하고 철저히 이길 수 있는 환경을 택해 전략을 세웠다. 마지막으로 기업 성과에 큰 영향을 미칠 요소로 분류됐으나 예측이 불가능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이정표(signpost)를 만들어 주시하는 등 시나리오 플래닝 기법을 도입해야 한다. 일본 자동차 업계가 영토 분쟁으로 중국 내 시장점유율이 감소한 것을 보면 기업이 해외에서 영업할 때 정치 사회적 이슈들이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무엇이 이슈가 될지 미리 가늠하고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곱 번째 검증 질문은실행력과 유연함을 겸비하고 있는가?(Does the strategy balance high commitment choices with flexibility and learning?)’이다. 흔히 기업이 중대한 결정사항을 이행하기 위해 필요한 실행의지와 유연성은 반비례 관계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일반적으로는 맞다. 하지만 불확실한 환경에서 탁월한 의사결정을 내려 다음 세대에 승자가 된 기업들을 살펴보면 모두 실행의지와 유연성 사이의 선택과 포기를 성공적으로 진행한 점을 알 수 있다.

 

빌 게이츠가 처음부터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에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그래픽 인터페이스 운영체제가 PC의 차세대 운영체제가 될 것이라는 점을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다양한 전략적 옵션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IBM OS/2를 공동 개발하기 시작했고 Mac 소프트웨어도 개발했으며 SCO사의 지분을 매입하면서 DOS 업그레이드도 지속했다. 예상 결과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다양한 카드를 손에 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던 중 윈도 운영체제의 성과에 확신이 서는 시점에 모든 자원을 윈도 운영체제에 집중했다.

 

불확실성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다양한 대응책으로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것을 충고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 첫 번째 구성요소는 ‘No regret moves’로 어떤 상황이 전개되든 실행하기만 하면 이득이 될 수 있는 조치를 말한다. 두 번째 요소는전략적 옵션으로 당장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 소요되지만 향후 상황 변화에 따라 더 높은 실행의지를 요구하며 큰 성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는 방안들이다. 마지막으로는 ‘Big Bets’로 대부분 전략적 옵션이면서 더 높은 실행의지를 요구하는 방안이다. 경쟁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기업의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고 불확실성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경영층이 확신을 갖고 과감하게 특정 포지셔닝을 취하는 것을 의미한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 운영체제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순간이 바로전략적 옵션 ‘Big Bets’로 전환된 순간이다.

 

 

 

여덟 번째 원칙은편견과 그릇된 추론으로부터 자유로운 전략인가?(Have alternatives been evaluated without bias or false inferences?)’는 것이다.

과거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버팔로를 사냥할 때 의외로 단순한 방법을 사용했다고 한다. 드넓은 평야에서 버팔로 떼가 있는 것을 발견하면 인디언들은 함께 말을 달려 버팔로 떼와 움직이다가 한 부분에 위협을 가했다. 위험을 느낀 일부 버팔로들이 무리 중심부를 향해 도망치기 시작하면 순식간에 무리 전체에 패닉이 퍼진다. 이때 인디언들은 벼랑을 향해 버팔로 떼 몰이를 시작한다. 어느 새 버팔로 떼는 앞만 보고 달려가기 시작하고 인디언들의 계획대로 벼랑 끝을 향해 달려간다. 일단 달리기 시작한 버팔로 떼는 멈추지 못하고 결국 벼랑으로 내달린다. 막연한 불안감에 기반한 군중심리(Herd mentality)가 결합해 버팔로 떼를 벼랑 끝으로 내몬 것이다.

 

이런 오류는 버팔로 세계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기업이 전략을 수립하고 결정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때도 동일한 이유로 실수하곤 한다. 대표적인 유형의 6가지 의사결정의 오류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1) 내가 하면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나친 자신감/낙관주의’, 2) 임의로 평가 기준을 잡는임의적 준거점’, 3) 이미 발생했거나 발생할 수 있는 손실에 초점을 맞춰 의사결정을 내리는손실회피경향’, 4) 자신의 편견에 유리한 증거에만 초점을 맞추는확증 편견’, 5) 다른 사람이 하는 대로 따라 하려는군중 심리’, 6) 전문가 혹은 유명인의 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챔피언 바이어스가 그것이다. 이런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조직 내 끝장 토의를 주도할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을 지정해 충분한 반론과 토론을 유도하는 등 적절한 조직 문화 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아홉 번째 계명은실행에 대한 조직의 강한 신념이 있는가?(Is there true conviction to act?)’는 것이다.

맥킨지가 글로벌 기업 임직원 319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자사의 전략적 변화 노력이 실패했다고 답한 비율이 70%에 달했으며 그 실패 원인의 72%는 외부적 요인보다는조직 구성원의 저항이나경영진의 저항같은 내부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분석됐다. 조직 내 Alignment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조직이 감내할 수 있는 Commitment 기간이다. 한때 수많은 국내외 기업들이 태양광 사업을 새로운 성장 분야로 지정하고 너도나도 뛰어들었다. 그 결과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 증가 속도를 크게 앞질러 심각한 초과 공급 현상을 초래했다. 이때부터가 기업의 Commitment가 시험받는 순간이다. 결국 가장 효율적인 비용곡선(Cost Curve)을 보유한 소수의 회사를 중심으로 업계의 통폐합이 이뤄진다. 문제는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다. 당장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기업은 조직 안팎으로부터 방향성에 강한 도전을 받는다. 확고한 비전과 자금력으로 무장하지 않은 채, 기회주의적 관점에서 태양광사업에 뛰어든 기업들은 맷집이 약할 수밖에 없다. 외부적 난관에 봉착하거나 내부 반발을 이기지 못하고 쉽게 사업을 접는다. 기업이 선택한 길이 맞는지 확인하기 위한 유용한 사전 점검 방법으로 Pre-mortem 테스트가 있다. 사망 원인을 밝히는 검시를 사전에 가상으로 실시해보는 것이다. 만약 내가 실패한다면 무엇 때문일까를 자문하는 것이다. 이는 조직의 Commitment 수준을 미리 테스트해볼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다. Pre-mortem 테스트를 했을 때 시장에서 끝까지 버티지 못해서, 혹은 게임을 계속할 수 있는 리소스가 없어서라는 결론이 나온다면 꼭 진출해야 하는 분야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열 번째 원칙은실행이 명확한 계획과 자원투입으로 뒷받침됐는가?(Is the strategy translated into clear actions and reallocation of resources?)’는 것이다.

한 기업이 차년도 자본투자 예산을 편성할 때 이전 년도의 예산 배분과 거의 동일한 형태로 배분하는 경우가 90% 정도를 차지한다. 이는 실행단계에 있는 사람들이 과감한 변화를 추진하기보다는 안정성과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 기존 관행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관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만의 경쟁 우위 원천을 생성, 강화, 활용하는 일련의 활동으로 정의될 수 있는 전략은 실행을 통해 완성돼야 하지만 조직 내에 신념을 형성하고 실행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또한 검증되지 않은 전략을일단 실행해보고 고치자는 식의 어리석은 의견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는데 불확실성이 높은 경영환경에서 이런 자세는 소만 잃는 것이 아니라 고칠 외양간까지 송두리째 잃어버릴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다. 이에 못지않게 조심해야 할 행동은 집중하지 않고 한정된 자원을 골고루 배분하는 데 치중해 결과적으로 어느 한 분야에서도 성과가 두드러지지 않거나 투자하지 않아야 할 곳까지 자원이 사용되는 것이다.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에서 선택과 집중을 논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다. 그러나 실행이야말로 선택과 집중의 문제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까지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해 스스로의 전략을 검증하고 강화하고자 할 때 요긴한 10가지 불태의 원칙을 살펴봤다. 이는 기업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일이다. 10가지 불태의 원칙을 살펴보면서 기업은 각자 스스로의 전략을 점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자사 전략이경쟁우위 요소에 기반하고 있는지’(두 번째 계명) 묻고 멈추면 안 된다. 더 나아가 이에 해당하는 하위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내가 가진 경쟁 우위 요소들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도록 디자인돼 있는지,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어 내는 근본적인 동인이 무엇인지를 잘 이해하고 있는지, 경쟁을 고려할 때 상대적인 우위가 반영돼 있는지, 단순히 잘하는 것을 경쟁우위 요소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등 더 정교한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세부적인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전략다운 전략이 탄생할 수 있다.

 

이미 다음 3개 년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했다고 해도 이제는 지속적인 전략 담금질을 해야 하는 시대인 만큼 다음의 세 가지 단계를 통해 전략을 검증해야 한다.

첫째, 정기적인 성과 평가 주기를 활용해 전략을 검증한다. 아직 많은 기업들이 정기적으로 성과를 평가할 때 재무성과만 검토해 상벌을 주는 것으로 갈음한다. 하지만 이 주기에 맞춰 전략을 검증하고 성과의 원인을 분석해 보다 심도 있는 평가를 진행할 수 있다.

둘째, 계열사를 포함한 전 조직의 주요 의사결정자들이 한자리에 모여불태 10계명을 활용한 일일 워크숍을 진행한다. 다른 계열사나 임원들의 생각을 참고해서 전략을 리뷰하고 전체적으로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셋째,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는 초기 단계에서 아예불태 10계명을 염두에 둬라. 보다 유용하고 파워풀한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때 경영현장에서전략을 잘 짜겠다고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어설프게 만들어진 것이라도 일단 실행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변화무쌍한 암흑시대에는 위험천만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지난 200년간 전쟁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양쪽 화력이 10배 이상 차이 나는 비대칭적 전투가 총 202건 있었는데 이 중 더 약한 화력을 가진 쪽이 승리한 경우는 총 56건이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양쪽이 비슷한 전술을 구사했을 때는 화력이 약한 편이 승리한 확률이 매우 낮았지만(22%), 상이한 전술을 구사했을 때는 이기는 비중이 급격히 증가했다(64%).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이런 전장과 다르지 않다. 이제그냥 남과 같은 방식으로 해보자는 식이라면 두 번 다시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다. 반면 잘 짜인 전술을 구사한다면 불확실성이 걷혔을 때 새로운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최원식 맥킨지 서울사무소 대표

최원식 대표는 미국 프린스턴대 기계 항공우주항공과를 졸업하고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재무 전공으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맥킨지에 입사해 전 세계 고객 기업들에게 기업 전략과 성과 개선 및 글로벌화에 대한 자문을 제공해왔다. 현재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및 조립 프랙티스 리더인 동시에 한국 내 제조산업 부문 리더로 활동 중이다.

 

김진욱 부파트너 se_client@mckinsey.com

김진욱 부파트너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7년에 맥킨지에 입사해 전 세계 고객 기업들에게 기업 전략, 마케팅, 조직에 대한 자문을 제공해왔으며 현재 아시아지역 전략 프랙티스 멤버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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