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nagement By Map(5)

전략은 새의 눈, 전술은 꿀벌의 눈으로...

123호 (2013년 2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변화의 지형도

변화에 대한 언급은 많다. 그러나 변화에 대한 의미 있는 진단을 만나기는 어렵다. 변화가 지나간 자리에서 변화의 흔적에 대해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변화의 선두에 서서 변화를 선도하기는 쉽지 않다. 변화에 민감하지 않은 산업이 따로 있을까마는 패션은 변화를 유행처럼 즐겨야 하는 산업이다. 30년을 이어온 A패션에 새로운 변화를 선도할 최고경영자가 부임했다. 새로운 미래지도를 그려야 했다.

 

 

지도를 새로 그리기 전에 변화의 지형을 살피기로 했다. 패션산업 외부에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가? 패션기업 내부의 눈으로 세상을 보기 전, 변화의 눈으로 패션산업을 안쪽으로 조망해보려 했다. <지도1> 2000∼2010년 대한민국 인구변화를 담고 있다. 시군구별 인구증감을 한 장의 지도에 압축했다. 대도시 주변에는 예외 없이풍선효과가 일어났다. 대도시를 거대한 풍선에 비유하자면 특정 지역을 살며시 누르면 주변부가 부풀어 오른다.

 

 

 

1년 동안 대한민국에서는 어떤 변화가 일어났는가? 누구에겐 기회이고 누구에겐 위기가 된다. 1년 동안 대한민국 전체 국민의 18%가 이사를 다닌다. 인구는 구조적인 변화와 동시에 끊임없이 지리공간적인 이동을 거듭하고 있다. 과장하면 5년마다 전국의 주거인구가 거의 모두 바뀐다고 전제해야 할 상황이다.

 

 

2011년 대한민국에는 총 105931㎞의 도로망이 펼쳐져 있다. 한국도로공사가 관리하고 있는 고속도로는 3631㎞다. 전체 도로의 3%에 해당된다. 2011년 고속도로 이용차량은 14867만 대로 하루 평균 385만 대다. 고속도로 톨게이트에서 회수되는 티켓의 숫자와 같다. 소형차의 비율(86.5%)이 압도적인 가운데 대형차(9.3%)와 중형차(4.2%)가 나머지를 구성한다. 아웃도어 제품을 만드는 A패션의 입장에서는 허투루 지나칠 수 없는 데이터였다.

 

 

이동하는 차량 속에는 여행객과 등산객도 포함된다. 문화관광체육부는 전국 2409개 조사지점을 정해놓고 매달 관광객의 증감을 기록해서 발표하고 있다.1 서울을 제외한 전국 조사지점에서만 83700만 명의 방문이 기록됐다. 전국의 관광객을 모두 파악할 수는 없지만 활용하기에 따라 귀중한 가치가 담긴 데이터다. 국내 여행객들의 발걸음에도 패턴이 숨겨 있다. 특정 명소는 방문객이 감소하고 특정 계절에는 방문객이 늘어난다. 흐름을 알면 대응책을 실험할 수 있다.

 

 

2011년에만 260만 필지의 땅이 거래됐다. 건물은 154만 건이 사고 팔렸다. 그중에 아파트는 97만 건이었다. 2012년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공간이 새로운 건축물로 탄생했다. 신축과 리모델링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건축 연면적의 규모가 그렇다. 매년 5∼6만 개의 신설 법인이 탄생하며 간이사업자까지 포함하면 모두 107만 사업자가 창업한다. 그리고 동시에 89만 사업자가 폐업한다. 평균 창업비용을 적용하더라도 80조 원의 돈이 움직이고 있다. 변화는 도처에서 일어나고 어떤 기업은 그 변화의 선두에 서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기회의 풍선지대

신임 CEO의 질문은 날카로웠다. 인구성장 지역에 A패션의 매장은 제대로 진입하고 있는지 물었다. 지난 10년 동안 총인구는 244만 명이 늘었다. 전국 251개 시군구 중에서 인구가 늘어난 곳은 101개이고 인구가 줄어든 곳은 150개다. 인구 증가지역에서는 405만 명이 늘었고 감소 지역에서는 193만 명이 줄었다. 인구가 증가한 최상위 20개 지역에서만 241만 명이 늘었다. 이는 2000년 전국 인구 4613만 명에서 2010 4858만 명으로 244만 명이 늘어난 수치와 거의 유사한 규모다.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상위 20개 지역은 어디인가? 경기도 14, 충남 2(천안·아산), 경남 1(김해), 대전 1(유성구), 광주 1(광산구), 충북 1(청주시 흥덕구)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14개 지역(화성, 용인(기흥·수지구), 남양주, 파주, 고양(일산 서구), 광주, 시흥, 오산, 안산(단원·상록구), 양주, 김포, 성남(분당구))에서만 173만 명의 인구가 증가했다.

 

 

 

 

서울시의 인구는 정부의 억제정책 아래에 있다. 서울로 향하는 진입 수요는 정부정책과 부동산 가격으로 1차 방어선에 걸린다. 2000년 서울시 인구는 968만 명이었고 2010년에는 951만 명이었다. 10년 사이 총인구의 변화는 소폭 감소했다. 그럼에도 424개 행정동 단위로 들어가면 변화의 진폭은 큰 격차를 보인다. <지도2>에서 인구증가는 진청색에서 최고, 청색에서 중간, 연청색에서 소폭 상승을 의미한다. 인구감소는 진회색에서 최고, 회색에서 중간, 연회색에서 소폭 하락을 나타낸다.

 

 

서울에서 인구가 가장 많이 늘어난 최상위 10개 지역의 평균 인구증가율은 140%. 강동구 강일동은 2000 4930명에서 2010 2362명으로 무려 313%가 증가했다. 마포구 상암동(295%), 강북구 삼각산동(162%), 강서구 발산1(115%), 금천구 시흥2(106%), 송파구 장지동(82%)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최근까지 인구변동은 아파트가 이끌어 왔다. 서울에서 인구가 가장 빠르게 늘어난 지역은 예외 없이 아파트가 성장을 주도했다. 인구증가 최상위 10개 행정동을 살펴보자. 평균 15000명이 늘었다. 주택 가구 수는 4270세대가 늘었는데 단독주택은 평균 2000세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아파트 6400세대가 늘었다. 6400세대에 대한민국 평균 가구원 수인 2.5명을 곱하면 대략 늘어난 인구 수와 유사한 결과가 나온다.

 

 

가까운 미래에도 아파트 공급이 인구이동을 주도할 것인가? 미국과 일본에서는 베이비부머(Baby Boomer) 세대가 40대 중반에 도달해 더 큰집을 구입하려 할 때 부동산이 호황기를 맞았다. 베이비부머가 60세 전후인 은퇴연령에 도달하면서 자산시장은 새로운 반환점을 형성했다. 소득은 줄어들고 자녀들이 독립하면 관리비가 많이드는 큰집은 부담스럽다. 그럴 때 부동산 시장은 침체국면으로 진입했다. 향후 인구이동은 가구별 경제여건과 라이프스타일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객중심의 상권분석

“매장 100개를 신규 출점할 대상지역을 제안해주세요.” 신임 CEO의 목표는 분명한 수치로 제시됐다. 경쟁 브랜드에 비해 열세지역의 매장 수를 확보하는 것을 넘어서 지속적인 성장을 담보할 신규 지역을 찾기로 했다. 성장 잠재력이 높은데 경쟁사가 들어가지 않은 곳을 우선출점 대상지역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경쟁사가 이미 진입해 있으나 배후시장이 풍부한 곳은 2순위다.

 

 

다양한 출점전략을 고려하기 위한 첫 번째 출발은지피지기(知彼知己)’였다. 스스로 고객과 맺고 있는 매장의 영향력을 객관적으로 진단함으로써직관의 오류를 줄이고자 했다. ‘직관은 현장에서 여전히 위력적이다. 그러나직관은 교육으로 전수하기 어렵고 조직역량으로 구축하기 힘들다. 데이터와 지표를 근간으로 출점 노하우를 향상시키고자 했다. 전체 고객의 주소 데이터를 매장별로 모두 GIS 지도에 입력(geo-coding)했다.

 

 

 

 

<지도3>은 매장별 고객분포가 어떻게 서로 다른지를 한눈에 보여준다. 4개 비교매장에는 각각 1.5∼4.5㎞까지 동심원이 그려져 있다. 매장을 중심으로 매출이 확보되는 권역이 어떻게 비슷하고 다른지를 분별하기 위해서다. 망원점은 1.5㎞ 반경 안에서 매출의 80%가 벌린다. 흔히동네상권이라고 부르는 특성이 확인된다. 그러나 동대문점은 1.5㎞ 안에서 확보되는 매출의 비중이 50% 수준이다.

 

 

<지도3>에서 파란색으로 표현된 지역은 동대문점의 고객들이 위치한 곳이다. 고객의 위치마다 구매액을 반영해서 매출의 밀집도를 연산했다. <지도3>에서 파란색 밀집도는 도봉구, 노원구, 강북구에서 확인됐고 서울 남부지역인 동작구와 관악구가 만나는 사당역 일대에 강하게 형성돼 있다. 모두 지하철 4호선이 연결되는 지역이다. 중랑구는 버스로 동대문과 접근성이 우수한 지역이다. 동대문점의 고객 영향권은 서울의 남북을 비스듬히 사선으로 그으면 형성됐다.

 

 

<지도3> 오른쪽 하단에는 송파점이 위치해 있다. 갈색으로 표현된 송파점의 매출은 망원점과 비슷하게 1.5㎞ 반경 안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생긴다. 반면, 양재점은 반경 4.5㎞를 훌쩍 넘어 왼쪽으로는 관악구에서부터 오른쪽으로는 강동구까지 북쪽으로는 강남구 최상단부터 최하단까지 펼쳐져 있다. 동대문점과는 또 다른 분포다. 양재지역에 있는 백화점과 할인점은 관악, 서초, 강남, 송파, 과천, 안양 등 여러 지역에서 고객을 불러모은다. 양재점은 백화점과 할인점 길목에 위치해 있다. 주변 대형 유통점의 영향력과 더불어 매장의 상권이 형성된 사례다.

 

 

 

 

 

 

 

매장의 3가지 유형 - 밀집·일반·광역

30년 넘도록 A패션의 매장분류는 다양하게 변해왔다. 가장 최근에는 교통망과 입지를 고려해서 나들목 매장, 대로변 매장, 의류타운, 백화점 등으로 구분해왔다. 고객의 접근성과 상권의 특징을 잘 반영한 분류체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고객중심의 매장특성을 실질적으로 반영하기에 미흡한 측면이 있다. 만약 매장과 고객과의 관계를 매출을 중심으로 재구성할 수 있다면 당장 광고 전단지를 어디에 뿌려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

 

 

 

 

매장별로 구매고객의 위치를 모두 GIS 지도에 입력하면 매장마다 고객들이 얼마나 멀리서 오는지 뚜렷하게 알 수 있다. <그림 1> A패션의 실제 매장 중에서 두드러진 특성을 나타내는 3개 매장의 실제 매출범위를 보여주고 있다. ‘밀집형으로 분류한 매장은 서울시 강서지역에 있다. 인구밀도가 매우 높은 전형적인 주거지역의 한복판이다. <그림 1>에서밀집형은 빨간색이다. 전체 매출액이 50% 확보되기까지 600m의 반경이면 충분했다. 반경이 2700m에 이르자 누적 매출액은 87%에 이르렀다.

 

 

 

 

‘일반형’은 600m 지점에서 매출액이 10% 미만이다가 반경 2700m에 와서 50%에 도달했다. 파란색으로 그려진광역형매장은 5㎞에 도달해도 누적 매출액의 50%를 채우지 못했다. 점포 수가 수백 개에 달하는 경기도의 대표적인 대형 재래시장의 입구에 위치한 매장이다. 먼 거리에서 고객들이 찾아오는 곳이다. 매장마다 상권이 다르다. 마치 사람의 지문처럼 제각각이다. 그러나 경영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실행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매장유형을 단순화할 수밖에 없다.

 

 

전국 수백 개 매장을 단순하게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매출의 70%가 벌리는 상권의 크기가 가장 작은밀집형은 반경 1∼2, ‘일반형 3, ‘광역형 5㎞로 구분했다. 이러한 분류법이 의미가 있는 것은 고객의 위치를 기반으로 매장의 성과확보를 위한 시도를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획일적인 출점전략을 뛰어넘어 광역형, 일반형, 밀집형의 매장유형을 조화롭게 구성함으로써 점포망 최적화(Store Network Optimization)를 추구할 수 있다. 광역형 매장을 축구공, 일반형 매장을 야구공, 밀집형 매장을 골프공에 비유해보자. 커다란 대한민국 지도를 펼쳐놓고 축구공, 야구공, 골프공을 적절하게 배치하면 버리는 공간 없이 A패션의 점포망을 촘촘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의 상권을 500∼1000대 상권이나 A·B급 상권 등 임의의 기준이 아니라 정확한 고객의 위치에 따른 매출액을 기반으로 상권을 경영해나갈 수 있다.

 

 

꿀벌과 육각기둥

전국지도를 조망하려면 새의 눈이 필요하다. 하늘 높이 올라 한눈에 넓게 봐야 한다. 새의 눈으로 보면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인공위성에서 촬영한 위성영상이 그렇다. 주로 산··바다가 담긴 자연환경이나 도로·건축·토지를 아우르는 인문환경이 두드러진다. 국내선 항공기를 타고 다른 도시로 갈 때 땅 위의 사람을 살피기 어렵다. 공항에 착륙하려고 고도를 낮춰야 그때서야 사람들이 눈에 들어온다. 신규 매장의 최적지를 탐색하려면 꿀벌처럼 저공비행을 해야 한다. 저공비행을 하면 사람의 얼굴은 또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대략 여성인지 남성인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지, 유동인구가 어디에서 시작돼 어디로 흘러가는지 파악할 수 있다. 꿀벌은 벌통에서 최대 10㎞까지 비행하는 것으로 관찰된 바 있다. 하지만 대부분은 2∼4㎞ 반경에서 채집활동을 한다. 전략수립에는 새의 눈이 필요하고 전술계획에는 꿀벌의 눈이 필요하다.

 

 

해마다 바뀌는 행정경계, 계절마다 이사를 다니는 고객들, 달마다 바뀌는 패션상품. 변화는 통제할 수 없어서 그 변화를 가장 민감하게 분석하고 실행적 메시지를 확보하는 방법론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어떤 곳이 A패션에 가장 좋은 땅인가? 내년에 다른 목표를 수립하면 개척해야 할 대상지가 어디인지 핀을 꽂듯이(pin point) 골라낼 수 있어야 했다.

 

 

‘감’과직관말고지표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CEO는 생각했다. 해마다 계절마다 달마다 일관성 없이 매번 뒤바뀌는 지표가 아니라 측정 가능한 온도계나 자동차의 계기판 같은, 누가 그 자리에 와서 일을 하든지 지침이 될 수 있는 지표가 필요했다. 동일한 크기로 쪼개진 모눈종이 같은 것이 없는지 찾아달라고 했다. 토지, 인구, 경쟁, 매출은 시시각각 변하겠지만 변화의 추이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일관된 분석단위가 필요하다는 요청이었다. GIS 분석팀은 전국을 육각형(Hexagon)으로 쪼개서 분석했다. 상권분석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원형(simple ring)분석은 매장의 위치가 중심이다. 원과 원이 만나면 메워지지 않는 빈틈이 생긴다. 빈틈 없이 전국을 육각형 분석단위로 배후시장을 살피기로 했다. 꿀벌이 육각형 벌집을 만들어 채워가듯 목표상권마다 고객을 확보해나가는 의미까지 얹어 보기로 했다.

 

 

육각형 매출 방정식

3년치 350만 건, 구매 데이터와 고객위치를 빠짐없이 GIS 지도에 입력했다. 매장위치와 경쟁점도 입력했다. 대한민국 국토를 동일한 육각형으로 나누면 모두 12만 개의 분석단위가 생성된다. 그중에 인구 500명 이상 지역만 골라내자 모두 7000개의 육각형만 남았다. 7000개 잠재시장 중에서 매장에서 2㎞ 안에 포함되는 진입시장 3000개의 육각형에 대해 회귀분석했다. 매장에서 가까운 2㎞ 권역에 위치한 3000개의 매출 방정식을 알 수 있다면 아직 매장이 들어가지 않은 나머지 4000개 잠재시장의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 인구주택: 주거인구, 40대 이상 인구, 빌라거주 인구

● 부동산: APT 기준시가(5000만 원, 1억 원, 2억 원 등 가격대별 세대 수)

● 상권발달: 요식업체 수, 새마을금고, 할인점까지의 거리, 전체 패션업체 수(-)

● 경쟁업체: 직접 경쟁점포와의 거리

 

 

수십 가지의 변수들 중에서 회귀모형에 채택된 변수들을 그룹별로 살펴봤다. 이 회귀식의 설명률은 46%(R2=0.46)로 나왔다. 통계기법을 이용해 설명률을 높이기보다는 변수의 가중치가 잘 드러나도록 했다. 회귀분석은 종속변수가 어떤 독립변수에 의해 설명되는지 알려줄 뿐 인과관계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경영현장의 임직원에게 실행력을 확보하기 위해 입지선정에 도움이 되는 변수가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파악될 수 있도록 했다.

 

 

10대부터 70대 이상 모든 연령층을 변수에 대입했으나 40대 이상만 의미가 있었다. 30년을 넘긴 A패션의 주 고객층을 반영하고 있다. APT 가격대는 가구당 평균자산 규모인 28000만 원 중에서 약 45%를 차지하는 주택가격을 파악하는 데 사용됐다. ‘새마을금고는 재래시장과 관계가 깊다. <그림 3>에 나온 대로 50대와 60대의 패션제품 구입처에서 재래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은 각각 41.7% 67.8%. 새마을금고는 재래시장 상인들이 애용하는 금융기관 중 하나다. 할인점과의 거리가 긍정요인으로 나온 것에 대해서는 아래에 별도로 설명할 것이고 직접 경쟁점끼리 몰려 클러스터를 형성한 곳도 매출에 도움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매장별 매출에 영향을 주는 인적 요소와 건물 요소는 제외했다. 인적 요소는 점주와 종업원의 연령, 친절도, 근속연수, 판매역량 등이다. 건물 요소는 매장이 속한 건물이 단독건물인지 집합건물인지, 전면 노출 길이, 주차장 규모, 간판의 노출 정도 등등을 말한다. 인적 물적 요소를 제외하고 오직 상권요소만을 반영해 잠재성 높은 배후시장을 찾기 위해서였다. 이 회귀모형에 따르면 A패션에서 상권요인은 전체 매출액에 46%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매장에서 가까운 3000개 육각형에 대한 회귀모형에서 확인된 방정식대로 아직 매장을 출점하지 않은 4000개 잠재시장에 예측지도를 그려봤다. 현재 A패션이 입점하지는 않았지만 높은 매출이 예상되는 지역을 <지도5>처럼 전국적으로 판별했다. <지도5>에서 검은색 점은 A패션의 매장 위치이고 초록색 삼각형은 신규 출점을 검토하는 곳이다. 육각형이 붉을수록 예상 매출액이 높고 청색계열은 회귀모형을 적용했을 때 사업성이 낮은 지역이다.

 

 

 

 

 

 

 

 

 

 

3등을 정상에 올려놓은 입지전략

A패션이 보유한 하위 브랜드 중에는 시장에서 1위에 오르지 못한 브랜드도 있었다. 한때 1위를 유지하다 정상의 자리를 내준 브랜드도 있었다. 신규 브랜드 하나는 후발주자로 뒤늦게 뛰어들었으나 빠른 속도로 2∼3위권에 진입한 사례도 있다. 신임 CEO는 특히 3∼4위권에 머물고 있는 브랜드의 약진에 대해 고심했다. 역전의 사례에 대한 다양한 토론이 진행됐다.

 

 

2등 또는 3∼4등을 하다가 1등을 따라잡은 경영사례는 많다. 그런데 그중에 입지전략으로 놀라운 약진을 이뤄낸 사례가 있을까? 한동안 미국의 렌터카(rent-a-car) 브랜드 1∼2등 경쟁은 허츠(Hertz)와 에이비스(Avis)의 차지였다. 허츠는 여러 가지 슬로건을 썼는데우리는 허츠입니다라며 스스로 1등임을 강조했다. 반면 에이비스는우리는 2등이기 때문에 열심히 한다는 전략을 썼다. 훌륭한 2등 전략으로 시장에서 지위를 굳히려 했다. 이런 미국의 렌터카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후발주자로 불리는 엔터프라이즈(Enterprise)가 허츠를 물리치고 1위로 등극했기 때문이다.2 1918년에 창업한 허츠는 렌터카 카테고리에 가장 먼저 진입해 렌터카 시장의 선두주자가 됐다. 허츠는 잠재고객이 있던 시카고 도심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1946년에 창업한 에이비스(AVIS)는 허츠와 달리 공항 이용객에게 초점을 맞췄다. 급성장해 허츠 다음가는 렌터카 회사가 됐다. 1957년 자동차 리스회사로 시작한 엔터프라이즈는 교외지역에서 시작했다. 엔터프라이즈가 정한 표적시장은 교통사고 등으로 자동차 수리 기간 동안 대신 타고 다닐 임시 차(replacement car)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었다. 자동차가 고장 나서 임시로 렌터카를 쓰고 싶은데 공항에 가야만 빌릴 수 있다면 얼마나 불편할까? 엔터프라이즈의 가장 중요한 판촉활동은 도넛을 사들고 보험설계사와 손해사정인에게 가는 것이었다. 그렇게 엔터프라이즈는 허츠와 에이비스를 따돌리고 렌터카의 최고 기업으로 올라섰다.3 엔터프라이즈의 도약은 선발 경쟁자가 강세를 발휘하는 도심부나 공항이 아니라 주목하지 않던 임시 차 시장을 발굴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들의 강점에 기초해 자동차 리스사업과 연계하며 이미 확보하고 있던 고객에 대한 지식을 신규 사업으로 전환한 사례다. A패션에도 엔프라이즈의 교외시장처럼 남들이 주목하지 않지만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이 검토돼 추진되고 있다.

 

 

상식의 재검토

고객들은 패션제품을 어디에서 구매할까? A패션 전략본부, 영업본부, 마케팅본부의 참석자들은 의견이 분분했다. 각 본부별로 진행한 리서치나 통계자료도 서로 달랐다. 한 분야에서 10년 이상 일을 계속해오면잘 안다는 주문에 걸리기 쉽다. ‘모른다고 겸손해져야 알고 있던 것도 새로 보인다. 당시 가장 필요한 것은 발상의 전환이지 통계의 정확도는 아니었다. 100%는 아니지만 70∼80%의 정확도를 가지고 의사결정을 내려야 할 때가 너무 많다.

 

 

 

 

가장 기초적인 통계청 자료부터 찾아보고 토론을 진행했다. 지방통계청(경북·충북)에서 조사한물품 구입처 - 의류·신발에 관한 결과를 들여다봤다. <그림 3>에서처럼 60세 이상의 소비자 67.8%는 재래시장에서 옷을 산다. 아마 평생 그렇게 생활해왔을 것이다. 반면, 20대 중에 재래시장에서 옷을 구입하는 비율은 4.5%에 불과하다. 20대가 가장 좋아하는 패션제품 구입처는 인터넷쇼핑몰(33.5%), 전문 대리점(28.0%), 할인마트(19.3%), 백화점(11.8%)순이다. 40대는 전문 대리점(33.2%), 할인마트(28.1%), 재래시장(20.0%), 백화점(7.3%), 인터넷쇼핑몰(6.8%)순이다.

 

 

비율은 조금씩 차이가 날지언정 주요 패션제품 구입처 중에 임직원들이 모르는 곳은 없었다. 질문과 토론이 이어졌다. ‘대형 할인점 주변에서 A패션 매장의 매출은 어떤가요?’ ‘대형 할인점의 패션제품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고 계속 제품을 바꾸고 있어 주변에 잘못 들어가면 위험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심지어 어떤 팀장은그쪽 가까이 들어가면 바로 죽는다라고 말했다. 가만 들어보니 매우 설득력이 있었다. 더욱이 답변자 중 10년을 넘긴 베테랑들이 여럿이었다. 선입관을 버리고 유통연감에 등록된 대형 할인점과 A패션 매장을 다시 지도에 입력했다. 대형 할인점과의 거리에 따라 1) 입점블록 2) 500m 권역 3) 1㎞ 권역 4) 2㎞ 권역 5) 2㎞ 이상 다섯 가지로 나눠서 평균매출액과 면적당 매출액을 살펴봤다. 입점블록은 할인점과 같은 도시블록 안에 함께 매장을 운영하는 경우다. 놀랍게도 전문가들의 생각과 달리 입점블록에서 벗어난 500m 권역에서 평균 매출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할인점에 인접한 매장 하나하나를 다시 들여다봤다. 상당한 경영적 시사점이 확인됐다. 옮고 그름을 판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보고 새롭게 시도하는 것이 필요했다.

 

 

우수 매장의 DNA

우수 매장들의 공통점이 있을까? 만약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면 성공 DNA를 가진 입지·상권을 선별할 수 있을 것이다. 매출 규모와 성장률 등 몇 가지 기준을 적용해 최상위 10%에 속한 매장들과 인접한 중하위권 비교매장에 대해 현장조사를 나갔다. 사전에 정한 점검항목에 따라 숫자, 표시, 현장 채증이 뒤따랐다.

 

 

점검해야 할 항목은 상당하다. 접근성에 관해서는 대중교통과 주차장을 주로 본다. 건물 속성은 잠깐 앞서 언급한 바 있다. 가시성(可視性)은 매우 중요한데 고객의 관점에서 얼마나 눈에 잘 띄는지, 심지어 가로수에 간판이 가리는지도 챙겨본다. 사거리나 골목을 끼고 몇 개의 입면이 노출되는지도 중요하다. 운전자의 주행방향에 따라 잘 보이는가, 신호대기 중에 잘 보이는 위치인지도 체크한다. 도보 방문객을 위한 횡단보도의 위치도 마찬가지다.

 

 

군집(cluster) 효과를 살피기 위해 패션 관련 동종 경쟁점과 유사업종의 매장 밀집도를 기록한다. 해당 지역에서 유동인구를 움직이는 중력 같은 랜드마크는 어디에 어떻게 작용하고 있는가를 점검한다. 경쟁점은 더 세밀하게 관찰해 상대적인 비교항목을 따져본다. 특히 앞선 브랜드로부터 배울 것이 아주 많다. 꼭 동종업종에서 경쟁하고 있는 브랜드가 아니어도 다른 업종의 뛰어난 브랜드에서도 배울 것이 많다. 패션 브랜드지 외에도 제과, 커피, 화장품, 햄버거, 소매 브랜드들이 특히 그렇다.

 

 

우수 매장을 중심으로 경쟁점과 중하위군을 번갈아 비교하며 체크리스트의 기록을 들여다보면 특정 시점에 우수 매장의 DNA가 하나로 꿰어지듯 정리가 될 때가 있다. 서로 다르게만 보였던 몇 가지 반복되는 패턴이 뚜렷하게 부각되는데 체크리스트에서 기록으로 뒷받침될 때이 아닌 사실성을 얻게 된다.

 

 

시청에서 견문으로

마음을 얹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으며, 먹어도 그 맛을 알지 못한다. 심부재언(心不在焉), 시이불견(視而不見), 청이불문(聽而不聞), 식이부지기미(食而不知基味). 풀이를 읽어보면 관찰과 분석에 대해서 근본적으로 다시 생각하게 된다. <대학>의 정심수기(正心修己) 편에 나오는 대목이다.

 

 

경영환경을 분석하는 사람에게 시인 고은의 몇 작품은 이마를 때리는 눈뭉치같다. ‘내려갈 때 보았네/ 올라갈 때 보지 못한/ 그 꽃’ ‘노를 젓다가/ 노를 놓쳐버렸다// 비로소/ 넓은 물을/ 돌아다보았다’ ‘오늘도 나는 배우는 자의 축복 속에 있다.’ 순서대로그 꽃비로소라는 시의 전문이다. 마지막 문장은 에세이의 제목이다.4

 

 

“창의성과 아이디어의 바탕이 되는 것은일상입니다. 일상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고, 대처 능력이 커지는 것이죠. (중략) 답은 일상 속에 있습니다. 나한테 모든 것들이 말을 걸고 있어요. 하지만 대부분 들을 마음이 없죠. 그런데 들을 마음이 생겼다면 그 사람은 창의적인 사람입니다.”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박웅현 디렉터의 제안이다.5

 

 

이번 기고문을 준비하면서 1년이 지난 보고서를 다시 한 장 한 장 넘겨봤다. 그때는 제대로 보지 못했던 것이 새롭게 보이는 대목도 많았다. 후속 프로젝트는 매장별 고객확대와 지역마케팅으로 이어졌다. 한동안 꿀벌처럼 전략 매장의 매출패턴을 붙들고 씨름했다. 매장 단위로 시즌별 상품별 매출분포를 들여다보며 실행 방안을 실험하고 있다.

 

 

이제 테스트 매장의 고객 한 명 한 명을 챙겨 보기로 CRM팀과 토의했다. 새처럼 전국을 굽어봤고 꿀벌처럼 2∼4㎞ 매장별 매출권역을 저공비행으로 살펴보았다. 이제 테스트 매장으로 연결된 거리와 골목을 누비며 개미처럼 발품을 팔아야 할 때라고 뜻을 모았다. 컴퓨터 지도에 갇힌 허약한 분석이 아니라 발품으로 노작(勞作)을 만들어 보려는 것이다.

 

 

 

송규봉 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