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etitive Strategy in Practice
지난 DBR 112호에 실린 ‘민첩+벤치마킹+융합+전념=K-Strategy’를 통해 한국 발전의 비결인 K-전략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했고, 114호에서 첫 번째 전략인 민첩성(Agility), 117호에서는 두 번째 전략인 벤치마킹(Benchmarking), 119호에서는 세 번째 전략인 융합(Convergence), 그리고 121호에서는 마지막 전략인 전념(Dedication)에 대해서 살펴봤다. K-전략은 원래 한국 경제 발전을 설명하기 위해 만든 모델이지만 여러 다른 분야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이번에는 K-전략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최근에 핫이슈로 등장한 싸이의 성공비결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한국의 새로운 위상
최근 들어 세계적으로 한국의 위상이 정말로 많이 올라갔다. 한국의 높아진 위상은 경제·경영분야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필자는 지난 연말, 2012년 12월31일 뉴욕의 타임스퀘어에서 있었던 미국의 새해 맞이 공연에서 싸이가 전설적인 랩퍼 MC Hammer와 함께 공연하는 것을 TV를 통해 봤다. 그런데 싸이의 노래와 춤이 하도 돋보여 MC Hammer는 추임새 역할로만 보였다.
잘 모르는 독자들은 그저 흔히 볼 수 있는 공연이 아니겠느냐고 말하겠지만 미국의 ABC 방송국이 주관하는 ‘New Year’s Rockin’ Eve’는 1972년부터 지금까지 할리우드와 뉴욕의 인기인들이 새해를 축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여 음악공연을 펼치는 전통 있는 행사다. 2012년의 ‘New Year’s Rockin’ Eve 13’에서는 총 4명이 공연을 펼쳤는데 그중 한 명이 싸이였다. DBR 82호 ‘다이아몬드 모델로 분석한 한류의 경쟁력’에서도 살펴봤지만 이제 한류는 단편적이고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고 있다. 한국에는 싸이보다 노래를 잘하고 멋지게 춤추는 가수들이 많은데 그 많은 가수들 중 왜 싸이가 유난히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것일까? (그림 1) 이번 호에서는 싸이의 성공비결을 K-전략으로 풀어보도록 하자.
민첩성(Agility): 미국에 가면 ‘빨리’ 미국법을 따르라!
‘강남스타일’이 세계적인 유행곡이 된 과정에서 민첩성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싸이와 그가 속해 있는 YG엔터테인먼트가 강남스타일을 세계적인 유행곡으로 만들기까지 어떻게 대처했는지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한국의 팬을 주 대상으로 했던 강남스타일은 사실 작년 9월에 ‘롯본기스타일’이라는 번안곡으로 일본에 소개될 예정이었다. 싸이가 속해 있는 YG엔터테인먼트는 일본 최대 기획사인 에이벡스(Avex Entertainment Inc.)와 함께 YGEX라는 공동 레이블까지 설립해 두었고 강남스타일의 가사까지 일본어로 번안해 두었다고 한다. 곧 있을 일본 진출에 철저하게 대비했다. 그러나 작년 8월 초부터 강남스타일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올라가자 미국의 유명 가수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를 발굴한 매니저 스쿠터 브라운(Scooter Braun)은 강남스타일의 저작권을 얻고자 했다.
이때 한 재미교포가 스쿠터 브라운을 YG엔터테인먼트와 연결해주면서 싸이가 안 하면 ‘강남스타일’이 아니니, 싸이와 함께 일을 해보라고 제안을 했다. 이후 미국 진출이 갑자기 확정되면서 싸이는 스쿠터 브라운과 미국 진출에 관한 1차 결정만 마친 후 곧바로 일본 대신 미국으로 출국했다. 싸이, YG엔터테인먼트, 그리고 스쿠터 브라운의 빠른 결정은 싸이의 미국 진출과 그곳에서의 인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쳤다.
K-pop 가수들이 해외 진출을 할 때 일반적으로 소속사의 현지법인을 활용한다. 그러나 싸이의 경우 YG엔터테인먼트의 미국 현지법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쿠터 브라운의 스쿠터브라운프로젝트(Scooter Braun Projects)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었고 한국과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에서의 음반 유통은 유니버셜 리퍼블릭 레코드(Universal Republic Records)와 맺었다. 미국 사정을 훤하게 아는 전문가의 힘을 활용해 미국시장을 정확하게 공략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로 스쿠터 브라운이 직접 싸이를 관리하면서 싸이는 ‘엘렌 드제너러스 쇼(The Ellen DeGeneres Show)’에 깜짝 등장해 세계적인 가수 브리트니 스피어스(Britney Spears)에게 직접 말춤을 가르쳐줬고 이어 ‘빅 모닝 버즈 라이브(Big Morning Buzz Live)’ ‘투데이(Today)’ 등 인기 있는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미국에서의 인기몰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또한 2012년 9월에 열린 MTV VMA 시상식에 미국의 유명 배우이자 코미디언인 케빈 하트(Kevin Hart)와 함께 등장해 말춤을 추기도 했다. ‘New Year’s Rockin’ Eve 13’에 싸이와 함께 등장한 MC Hammer에게 ‘어떻게 싸이와 함께 처음 엮이게 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는 “스쿠터가 우리를 엮여줬다”라고 대답했다. 실력이 아무리 훌륭해도 미국으로의 빠른 진출과 미국시장에 맞는 정확한 전략이 아니었다면 오늘날 강남스타일의 성공은 없었을 것이다.
벤치마킹(Benchmarking): 록 같은 댄스 또는 댄스 같은 록 (Rockable Dance, or Danceable Rock)
강남스타일이 세계적 인기를 모은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말춤’이다. 미국 프로풋볼(NFL)의 한 선수가 터치다운 후 동료들과 함께 말춤 세리머니를 했고 메이저리그 LA다저스 홈구장을 채운 5만여 관중이 싸이의 말춤을 따라 했을 정도니 그 인기를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말춤을 만든 주인공은 이주선 매니아 단장인데 그는 2004년부터 싸이의 안무를 맡아왔다.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은 이주선 단장의 “말춤은 한번에 나왔다”라는 말을 인용하면서 말춤을 새로운 발상의 우연한 결과물로만 다뤘다. 그러나 이주선 단장이 2012년 9월7일 <한국일보>와 한 인터뷰에 의하면 그는 강남스타일을 100번 정도 들은 후, 1988∼1989년 클럽에서 춤꾼들이 말춤이라고 부르는 춤에서 지금의 말춤을 착안했다고 밝혔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과거에 있던 춤을 일차적으로 모방을 했고 여기에 발동작을 변형하고 손동작을 가미한 후 클럽에서 사람들이 껑충껑충 뛰는 모습을 더해 말춤을 완성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놓치는 매우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주선 단장은 약 20년간 G.O.D., 인디고, 구피, 환희 등 수많은 가수들의 안무를 만들어온 전문가라는 점이다. 전문가가 되기까지 그는 과거에 유명한 댄서들의 춤을 모방했고 그들과 똑같이 춤추기 위해 피 흘리는 연습을 했을 것이다. 싸이 역시 옥스퍼드대 강연 때 강남스타일에 맞는 춤을 찾기 위해서 코끼리, 원숭이, 캥거루의 움직임을 흉내 낸 춤을 시도했고, 말춤을 만들기 위해서 거의 30일 밤을 지샜다고 밝혔다. 그러한 연습의 결과물이 지금 세계인이 쉽게 따라 하는 말춤이 된 것이다.
춤에 관하여 덧붙이자면, K-pop의 수많은 아이돌 그룹들은 여러 명이 열을 맞춰 일사 분란하게 정확히 움직이는 군무(群舞)로 매우 유명하다. 이러한 춤은 아이돌 그룹이 춤 실력까지 대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나 대중은 그들이 춤을 잘 춘다는 사실만 알 뿐 감히 이를 따라 하려는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이에 K-pop 아이돌 그룹의 춤을 반면교사 삼아 싸이의 안무팀들은 “클럽에서 무슨 춤이 유행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고 대중의 입장에서 재미있고 따라 하기 쉬운 춤을 만들어 냈다.
싸이의 뛰어난 음악성에 대중성 있는 쉬운 말춤이 서로 맞물리면서 강남스타일은 록 같은 댄스 또는 댄스 같은 록(Rockable Dance, or Danceable Rock)이라는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를 만들어냈다. <포브스(Forbes)>지의 인터넷 블로그에서도 강남스타일의 인기 비결로 쉬운 말춤을 비중 있게 언급했다. 이러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열광한 많은 세계의 팬들은 지속적으로 강남스타일의 패러디 UCC를 생산해 냈고, 이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확고한 글로벌 스탠더드의 위치에 올려 놓았다. 기존의 것을 모방하고 이를 더욱 발전시켜 새로운 글로벌 스탠더드로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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