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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교수의 전략 멘토링

레드불처럼 ‘나쁜 이미지 음료’를 코카콜라가 만들 수 없어… 유도전략:골리앗의 강점을 약점으로…

이승현 | 120호 (2013년 1월 Issue 1)

1990년대는 인터넷과 컴퓨터가 엄청난 속도로 발전한 시기였다. 특히 이 시기에 인터넷을 사용했던 사람들은 넷스케이프(Netscape)라는 웹브라우저의 이름을 모두 기억할 것이다. 1994년 넷스케이프의 시작은 정말 대단했다. 1995년에는 공동 창립자인 마크 앤드리슨(Marc Andreesen)이과잡지에 대문짝만하게 소개되기도 했다. 1996 8, 창립한 지 16개월 만에 인터넷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하지만 뜨는 속도보다 몰락하는 속도가 훨씬 빨랐다. 1995 12월 마이크로소프트가 인터넷 익스플로러(Internet Explorer)를 들고나와웹브라우저 전쟁을 일으켰고 넷스케이프는 빠르게 잊혀져 갔다. 결국 1998 AOL사에 인수돼 작은 부서로 남게 됐다.

 

비슷한 시기인 1996, 팜컴퓨팅(Palm Computing)이라는 회사가 ‘Pilot’이라는 손에 잡기에 좋은 PDA 기기를 만들어서 팔기 시작했다. 이번에도 마이크로소프트가 줄기차게 공격을 해 왔지만 팜은 4년 동안이나 PDA 시장점유율 70%를 자랑했다. 2000년 기업공개를 할 때는 평가액이 530억 달러(당시 환율로 약 55조 원)에 달했다.1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가장 큰 이유는 넷스케이프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정면도전을 시도했지만 팜은 정면충돌을 피했다는 것이다. 넷스케이프는 자신의 성공을 경쟁기업들에 광고하고 다녔다. 규모가 작고 역사가 짧은 기업이 이미 있는 기존의 큰 기업에 공개적으로 도전장을 던지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이 시기에 이미 마이크로소프트는 웹브라우저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노력을 무진히 쏟고 있었다. 이런 시기에 넷스케이프가 자신의 성공을 광고하고 다님으로써 마이크로소프트가 온 힘을 다해 기술을 개발하게끔 동기를 부여했고 또 아주 좋은 타깃이 된 것이다. 넷스케이프의 공개도전장은 마이크로소프트를 자극해서 인터넷 브라우저 개발을 더욱 앞당기는 결과를 낳았다.

 

반면 팜은 자사를 베일로 가렸다. 회사의 CEO는 어떤 인터뷰도 거부했고 Pilot PDA의 마케팅 역시컴퓨터를 대신하는 기기로 크게 광고하는 대신 컴퓨터의 한 보조기기 정도로 인식되도록 노력했다.2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회사들이 팜을 경쟁자라고 느끼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이 신생시장에 관심을 가지게 된 때는 이미 시장이 팜의 손에 들어간 다음이었다(Palm손바닥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넷스케이프와 팜, 이 두 회사의 생사를 가른 요인은 무엇일까? 조그마한 신생기업이 어떻게 하면 기존 공룡 같은 대기업과 경쟁을 하거나, 혹은 경쟁을 피할 수 있을까? 팜의 전략을 하버드경영대학원의 데이비드 요피(David Yoffie) 교수는 ‘puppy dog ploy(강아지책략)’이라고 부른다.

 

작고 힘이 없는 기업은 크고 힘이 있는 기업과 경쟁할 때 기업의 크기나 힘으로 경쟁하기보다는 거대한 기업들이 경쟁을 하지 않거나 할 수 없도록 묶어두어야 한다. 거대 기업들의 힘이 그들에게 짐이 되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상대방을 넘어뜨리는 방법이라고 해서 이런 전략을 유도 전략(Judo Strategy)이라고 한다.3

 

 

유도 전략과 유도 경제학

 

유도 전략의 시작은 1983년 유도경제학(Judo Economics)이라는 개념을 소개한 겔만(Judith Gelman)과 살롭(Steven Salop)으로 거슬러 올라간다.4 이들은 기존 경쟁기업보다 비효율적인 신생기업이 어떻게 시장에 진입하는 데 성공하는지를 보여준다. 새로 경쟁에 참여하는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려고 저돌적으로 도전한다면 이런 도전은 기존 업체로부터 큰 저항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새로 경쟁에 참여하는 기업이 시장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원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예를 보자. 시장에 효율적인 기존 업체 하나와 상대적으로 비효율적인 새로운 경쟁업체 하나만 존재하고 이들은 같은 제품을 생산하기에 소비자들은 가격만을 가지고 구매결정을 하며 각 제조사는 자신의 제품을 사는 모든 소비자들에게 같은 가격으로 판매를 한다고 하자. 그리고 가격의 변화로 인한 소비의 증감(수요의 가격탄력성)은 없다고 가정한다. 현재 상황은 기존 업체가 열 명의 소비자에게 물건을 팔고 있으며 가격은 100원이다.

 

이런 조건에서 새로운 기업이 시장에 들어와서 시장잠식을 위해 가격을 원가인 80원에 판다고 하면 기존 업체는 이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물건을 팔기 시작할 것이다. , 79원까지 가격을 낮출 것이다. 그렇다면 79×10=790원의 수입을 얻게 된다. 수입이 줄기는 했지만 신생업체보다 생산이 효율적이기 때문에 적자는 보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업체는 기존 업체보다 규모나 운영면에서 비효율적이기 때문에 정면승부로는 이길 수가 없다. 마침내 신생 업체가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경쟁에서 물러나게 되면 기존 업체는 다시 물건의 금액을 100원으로 올리면 된다. 결국 새로운 경쟁업체는 시장에서 도태되고 기존 업체는 시장잠식 없이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새로운 경쟁업체가 시장의 아주 작은 부분만을 잠식하기 위해 80원에 단 한 개의 제품만을 판매하면 어떨까? 이런 경우는 기존 업체가 가격을 맞춰 정면승부를 하는 것이 오히려 불이익이다. 79원에 10개를 팔아서 790원의 수입을 올리는 것보다 100원에 9개를 팔아서 900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업체는 굳이 가격을 낮춰서 새로운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몰아낼 필요가 없어진다. 그래서 비효율적인 신생 업체는 시장진입에 성공한다.

 

유도 전략

 

이러한 재미있는 유도 경제학의 논리를 비즈니스에 가져다가 좀 더 창의적으로 발전시킨 것이 유도 전략이다. 유도 경제학의 수학적 모델링을 현실적인 기업문제에 맞게, 그리고 기업의 생리에 맞게 발전시킨 것이다.

 

유도의 원리는 상대방의 힘을 이용해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유도에서는 상대방이 강할수록 나에게 더 큰 힘이 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상대방을 이기는 방법 중에 하나가 된다. 이런 유도의 원리를 기업경쟁에 적용하면 다음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할 수 있다.

 

1) 상대방을 붙잡아라

 

2) 똑같은 방법으로 반격하지 마라

 

3) 당기면 밀어라5

 

상대방을 붙잡아라.신생 기업이 이미 자리를 잡은 큰 기업과 경쟁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경쟁을 안 할 수도 없다. 이때 상대방을 붙잡으면 경쟁을 자신의 방법대로 할 수 있다. 상대방을 붙잡음으로써 신생 기업들은 사실상 경쟁자체를 하지 않고 시장을 잠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전쟁을 치르지 않아도 되도록 기존 대기업에 이익을 주면서 붙는 방법이다. 일단 신생 기업이 거대한 기존 대기업 편에 붙으면 대기업은 자신에게 해가 되지 않는 한 자신의 편에 선 신생 기업을 공격하기가 어려워진다.

 

이베이(eBay)가 처음 인터넷 경매를 선보였을 때 인터넷 경매 시장에서 가장 큰 위력을 발휘할 능력이 있던 회사는 AOL이었다. 이를 안 이베이는 자신의 기술을 자체적으로 시장에 선보여서 AOL과의 경쟁을 부추기지 않고 대신 AOL과 손을 잡는다. 1997년 당시 미국에서 인터넷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AOL을 이용했고, 그래서 인터넷 옥션시장의 고객군은 AOL의 고객군과 거의 일치했다. 그런 면에서 AOL은 이베이에 엄청난 도움을 줄 수도 있는 반면에 엄청난 피해를 줄 수도 있는 상대였다. 이베이는 AOL 사이트에 이베이로의 링크를 12개월 동안 유지해주고 90일간 AOL 웹사이트에서 개인경매 사이트로서의 독점권을 가지는 조건으로 미화 75만 달러를 지불할 것을 약속했다. 이 금액은 당시 이베이 1년 예산의 절반 정도에 달하는 큰 금액이었다.

 

이베이 내부적으로도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계약은 성사됐다. AOL로서는 사실 싫어할 이유가 없었다. 웹사이트에 링크 한 개를 1년 동안 얹어놓는 것으로 75만 달러를 받는다는 것은 거의 비용을 들이지 않고 수익을 올리는 것이었기 때문이다(이 조건은 AOL에는 약 98%의 마진이 남는 장사였다고 한다). 1999년에는 이베이가 AOL로부터 4년간의 개인경매 독점권을 구입한다. 결국은 이렇게 해서 이베이는 인터넷 개인 경매 시장에서 일인자로 우뚝 자리매김하게 된다.6

 

리얼 네트웍스(Real Networks)의 예도 재미있다. 1995년 이 회사는 인터넷상에서 음악과 영상 미디어 파일을 스트리밍해주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그 회사의 사장인 롭 글래스터(Rob Glaster) 는 웹브라우저 산업에서의 선두주자인 마이크로소프트와 넷스케이프가 가장 무서운 경쟁자라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는 그 두 거대기업들과 경쟁하기보다는 그들을 붙잡기로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넷스케이프가 웹브라우저를 판매할 때 자사의 제품을 번들로 묶어서 시중에 뿌리기로 계약을 맺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시중에 나왔던 첫해에 4000만 카피가 나가면서 4000만 개의 ‘RealAudio Player’도 함께 배포된 것이다. 이는 나중에 미디어 스트리밍 기술을 표준화할 때에 자사의 기호에 맞게 표준을 맞출 수 있도록 하는 엄청난 사업 기회를 줬다. 결국 마이크로소프트는 리얼 네트웍스가 스트리밍 기술에서 선두주자가 되게 도와준 셈이다. 거대한 상대방을 공격하기보다는 붙잡음으로써 거대 기업으로부터 공격받지 않고 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예다.

 

똑같은 방법으로 반격하지 마라.상대방을 붙잡는 방법은 상대방의 이해관계를 조정해서 경쟁을 피할 수 있는 좋은 돌파구를 마련해 준다. 하지만 상대방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는 언제라도 공격을 해올 수 있다. 서로 협력하는 것보다 혼자의 힘으로 충분히 시장잠식에 성공할 수 있다고 기존 거대 기업이 생각한다면 충돌은 피하기 힘들다. 충돌을 할 수밖에 없을 때에도 정면 충돌만큼은 피해야 한다.

 

이베이의 경우 AOL과는 같은 배를 탈 수 있었지만 대신 아마존(Amazon.com), 야후(Yahoo!), 마이크로소프트 등과는 이런 관계를 유지할 수 없었다. 이미 많이 성장하기는 했지만 이런 거대한 기업들이 엄청난 자금을 무기로 인터넷 개인경매 시장에 뛰어든다면 그 게임에서 이기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실제로 1998 924일 이베이가 상장하는 날 야후는 고의적으로 인터넷 개인경매 시장 진출을 선포한다. 이 당시 이베이는 이용자들에게 대금을 받는 형식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는데 후발주자인 야후는 무료 옥션을 선보인다. 이베이는 큰 난관에 부딪쳤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베이는 자신의 대금지불 방식을 고수하기로 한다.

 

결과적으로 이 게임은 이베이의 승리로 끝난다. 공짜의 유혹이 좋은 전략일 수도 있다. 그러나 공짜로 서비스를 제공하면 아무나 쓸모 없는 물건들을 마구 올리고 자세한 설명도 올리지 않는 사례가 많아져 소비자들은 점점 야후옥션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반면 적은 돈이라도 대금을 지불해야 했던 이베이에서는 사용자들이 정성을 들여서 상품을 경매에 내놓았다.

 

그러면 만약 기존 대기업들이 신생 기업의 유도전략을 이미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그런 경우 신생 기업들이 거대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예를 들어 AOL이 이베이의 전략을 알고 있었다면 어땠을까? 만약 개인경매 시장이 지금처럼 커질 것을 미리 알았다면 아예 처음부터 제의를 거절하고 야후처럼 스스로 서비스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실제로 AOL은 처음에는 이베이와의 계약기간을 짧게 잡고 독점권은 90일만 줬다. 이렇게 이미 기존 거대기업이 자신의 전략을 읽고 있다면 낭패가 아닌가? 그럴 때는 기존 강한 기업이 새로운 기업의 전략을 알더라도 그 움직임에 대항을 할 수 없게 하는 방법이 있다.

 

그 예로는 에너지드링크 레드불(Red Bull)의 전략을 들 수 있다. 레드불이 처음 미국시장에 들어왔을 때 미국에는 에너지드링크 시장이란 것이 없었다. 하지만 코카콜라 같은 거대한 기업들이 에너지드링크 시장의 성장잠재력을 보고 가만히 둔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1997년에 레드불이 미국시장에 들어온 후 2000년에 코카콜라는 KMX라는 브랜드로 시장 진입을 시도했다.7

 

하지만 2001년 미국의 에너지드링크 시장이 27500만 달러 규모로 성장했을 때 레드불은 이 시장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할 수 있었다. 왜 코카콜라와 같은 기존 드링크 시장 강자들이 레드불의 시장주도를 막을 수 없었을까? 레드불이 처음 소개됐을 때에는 악성 루머가 돌았다. 이름 때문에 황소의 고환으로 만들어졌다는 소문도 돌았고 보드카와 섞어 마시면 마약을 한 것 같은 느낌이 든다는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소문은 레드불에는 좋은 소식이었다. 창업자인 디트리히 마테쉬츠(Dietrich Mateschitz)고등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레드불이 마약과 같이 나쁜 것이라고 얘기하지 않는다면 젊은 고등학생이나 청년들에게 더 이상 매혹적인 드링크가 아니라는 것이라고 말했다.8

 

이런나쁜이미지는 레드불을 콜라와는 아주 다른 제품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코카콜라는 제품 포지션이 이미행복을 가져다주는 제품으로 강하게 인식돼 있었고 그 소비자층은 젊은 고등학생에 국한되지 않고 아주 넓은 계층까지 포함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상한 소문이 도는 에너지 드링크를 만든다는 것은 코카콜라에 무리가 가는 일이었다. 더욱이 에너지드링크 시장이 앞으로 성장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무리수를 두는 것은 주력제품인 콜라의 매출에 엄청나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그래서 기존에 가지고 있는 ‘Coke’라는 브랜드와 관련한 이름도 붙일 수가 없었다. 다시 말하면 자신이 가지는 가장 큰 강점인 브랜드 네임을 에너지드링크 시장의 경쟁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래서 KMX라는, 코카콜라와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름으로 제품을 판매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앞서 말한 이유들로 그 판매에도 소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결국 레드불은 코카콜라와 같은 거대기업의 강점을 약점으로 만들 수 있는 시장포지션을 통해 자신의 시장에서 기존 기업들이 손을 쓸 수 없게 만들었다.

 

당기면 밀어라. 1980년대 드라이퍼즈(Drypers)라는 회사가 기저귀시장에 뛰어들었다. 이때 이미 P&G는 팸퍼스(Pampers)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는 마켓리더였다. 이런 상황에서 드라이퍼즈가 시장에 진입한다는 것은 P&G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당시는 마트에서 기저귀를 살 때 75센트 정도의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쿠폰을 주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P&G는 드라이퍼즈를 의식해 2달러의 할인쿠폰을 시중에 내놓기 시작했다. 드라이퍼즈의 데이브 피타시(Dave Pitassi) 사장은 고민에 빠졌다. 그는 궁리 끝에 P&G의 당기는 전략에 맞서 밀기 전략을 구사했다. P&G의 전략을 그대로 두고 오히려 그 전략을 역으로 이용하자는 것이었다. 소비자들에게 드라이퍼즈를 살 때도 P&G의 쿠폰을 사용하면 2달러 할인해 준다는 광고를 하기 시작했다. 이 전략으로 드라이퍼즈 일부 매장은 15% 이상의 판매성장을 이뤄냈다.

 

이런 똑같은 전략을 월마트(Wal-Mart)는 경쟁사 케이마트(Kmart)에 적용했다. 1980년대에 케이마트가 월마트와 경쟁하기 위해 주간 할인품목을 신문 간지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보내기 시작했다. 이에 맞서 월마트는 상점입구에 케이마트의 간지를 가져다 놓고 가격을 맞춰줬다. 결국 P&G같이 케이마트도 진퇴양난의 위치에 서게 됐다.

 

지금도 월마트는 타깃(Target) 등 경쟁기업들이 몇 가지의 제품을 자사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매해 고객들을 유인하려는 전략을 무력화시키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Everyday low price (EDLP)’ 전략을 고수한다. 경쟁기업의 어떤 가격인하에도 대응한다고 광고하기 때문에 미국 사람들이면 누구나 월마트가 다른 업체보다 비싸게 파는 것을 아는 순간 월마트에 가서 항의를 한다. 그러면 월마트 측은 경쟁업체가 팔고 있는 최저 가격에 물품을 해당 고객에게 인도한다. 이것은 매우 영리한 전략이다. 경쟁기업의 상품가격변화를 항상 주시하고 있지 않더라도 EDLP를 알고 있는 고객이 경쟁기업의 상품변화를 바로 월마트에 알려주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스스로 월마트를 위해 일을 해주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당기면 미는 전략이 경쟁업체들을 난관에 처하게 만든다.

 

유도 전략의 한계

 

유도 전략은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전략적 제시를 할 수 있는 이론은 아니다. 기술을 이용해 상대방의 강점을 약점으로 만들어 무너뜨리려는 생각, 발상의 전환으로 상대방이 생각지 못한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전략은 2∼3개 정도의 강한 기업들이 있는 산업에서의 신생 기업 생존방법으로 가장 쓰임새가 많다. 수천 개의 경쟁기업이 있는 산업에서는 더 이상 유도 전략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유도 전략은 기존 강자로부터의 공격을 피하고자 하는 것이 주 목적이기 때문이다. 1000개 이상의 기업이 있는 산업에서는 몇 개의 기업이 시장을 주도하기도 어렵고 그렇게 때문에 새로운 기업이 주목의 대상이 되지도 않는다.

 

또한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처음부터 시작을 크게 하지 않으면 경제성이 맞지 않기 때문에 유도전략을 사용할 수 없다. 그리고 이미 많이 알려진 기업은 도저히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사업에 착수하지 않는 한 다른 기업들의 눈길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어떤 전략이나 마찬가지겠지만 유도 전략도 그 전략이 유효하게 사용될 수 있는 기회에서만 그 진가를 발휘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오히려 실패로 가는 지름길일 수도 있다.

 

또한 유도전략은 기업의 경쟁 역량보다는 기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므로 이미 상당한 역량을 쌓은 신생기업에도 잘 적용되지 않는다. 같은 이유로 일단 유도 전략으로 시장진입에 성공한 신생기업은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기업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이승현 댈러스 텍사스대 경영학과 교수

 

이승현 댈러스 텍사스대 경영학과 교수는 오하이오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의 선임편집위원장으로 있으며등 경영 분야 우수저널의 편집위원을 역임했다. 한미경영학회(Association of Korean Management Scholars)의 회장을 지냈고 2008 Academy of Management에서 수여하는 2008년 우수논문상(Distinguished paper award)을 받았다. 2007년에는 미국중소기업청이 수여한U.S. Small Business Award for the Best Paper를 받았다.

 

 

  • 이승현 | - (현) 댈러스 텍사스대 경영학과 교수
    - 한미경영학회(Association of Korean Management Scholars)회장
    lee.1085@utdallas.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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