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ynote Speech
동아일보와 종합편성TV 채널A, 전경련 국제경영원(IMI)이 주최하고 DBR(동아비즈니스리뷰)과 한국마케팅학회가 주관한 ‘동아비즈니스포럼 2012’가 2012년 11월19일 서울 중구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개최됐다. 국내 기업 및 금융기관 임원과 마케팅 실무자 등 8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포럼의 주제는 ‘마케팅 3.0을 넘어: 미래 성장을 위한 8가지 성공 전략(Beyond Marketing 3.0: Eight Winning Strategies for Future Growth)’이다. 마케팅의 아버지라 불리는 필립 코틀러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교수가 기조연설자로 나서 저성장 위기에 처한 기업들에 혜안을 줄 수 있는 전략을 제시했다. 필립 코틀러 교수의 키노트 스피치 내용을 정리했다.
마케팅은 행동경제학의 또 다른 이름이다
마케팅의 역사는 얼마나 됐을까? 마케팅은 경제학만큼 오래된 학문이 아니다. 경제학은 애덤 스미스가 1776년 그 유명한 <국부론>을 출간한 시점을 기준으로 할 때 236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 영어사전에 ‘마케팅(marketing)’이라는 단어가 등재되기 시작한 건 1910년에 이르러서였다. 이는 결국 마케팅이라는 주제는 고작 100년이 조금 넘은 역사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물론 ‘마케팅’이 아닌 ‘마켓’의 개념은 매우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다. 마켓은 중세에도 있었고 고대 아테네 시절에도 존재했다. ‘세일즈’라는 용어의 역사는 이 중 가장 오래됐다. 사실 세일즈의 기원을 따진다면 아담과 이브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소비자는 아담이었고 최초의 판매사원은 뱀이었다. 뱀이 이브를 설득해 이브로 하여금 아담이 사과를 먹도록 했다.
마켓이나 세일즈와 달리 마케팅이 독립된 개념으로 발전하는 데는 왜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마케팅의 목적은 과연 무엇일까? 우리에게 마케팅이 필요한 것인가? 왜 마케팅의 역사는 100년 전부터 시작됐을까? 이에 대한 답은 그간의 이론 경제학(theoretical economics)에 반기를 들고 분리돼 나온 몇몇 경제학자들의 움직임에서 찾을 수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에서는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짓고 소비자는 자신의 효용을, 생산자는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maximize)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내린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소비자와 생산자의 행동을 이끄는 동인이 이익 극대화라는 주장에 대한 비판이 대두됐다. 1970년대 카네기 멜론대의 연구(행동과학적 조직론의 창시자로 꼽히는 허버트 사이먼 교수의 주도하에 진행됐던 연구) 결과, 인간은 효용 극대화를 추구하는 존재(maximizer)라기보다는 주어진 현재 상황에서 만족을 추구하는 존재(satisfier)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인간은 이른바 ‘제한된 합리성(bounded rationality)’을 가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최대 효용을 추구할 만큼 충분한 돈이나 시간을 갖고 있지 않다. 그래서 사람들은 단지 주어진 현재 상황에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한다. 이것이 바로 현대 경제 이론을 공격하고 있는 행동경제학(behavioral economics) 이론의 골자다.
행동경제학은 또 다른 이름을 가지고 있다. 그게 바로 마케팅이다. 지난 100년간 우리가 해왔던 연구들을 자세히 살펴보라. 소비자, 도매상, 소매상, 중개인, 기업 등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지금껏 진행해 온 연구 모두가 행동경제학 연구이자 마케팅 연구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날 경제 성장을 위해 마케팅이 어떠한 역할을 할지를 이해해야만 한다.
현재 전 세계 70억 명의 인구 중 단지 20억 명만이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나머지 50억 명의 인구는 마케팅이 제공하는 상품을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다. 어떤 측면에서 볼 때 마케팅은 나머지 50억 명의 인구를 도외시해왔다. 이제 우리는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한다. 우리로 하여금 마케팅이 세계 인구의 대다수에게 무책임하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주목하도록 한 C.K. 프라할라드(C.K. Prahalad)에게 감사해야 한다. 프라할라드는 그는 저서
신흥 국가들은 점점 혁신적인 국가들이 돼가고 있다. 이들은 특히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한 예로 인도에서는 2500달러에 자동차를 구입할 수 있다.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비제이 고빈다라잔(Vijay Govindarajan)이 저술한
지금까지 신흥국가의 다국적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3∼5% 마진을 남길 수 있는 수준에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담당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하지만 새롭게 부상하는 신흥 다국적 기업들은 이에 만족하지 않고 더 높은 마진, 즉 5%가 아니라 40%의 마진을 원한다. 이에 따라 혁신을 통해 품질은 더 높지만 더 낮은 가격과 훌륭한 디자인의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다.
성장이 걱정된다면 먼저 트렌드를 읽어라
지금과 같은 저성장 시대에 계속해서 성장하기를 원한다면 무엇보다 변화하는 트렌드를 읽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몇 가지 주목할 만한 트렌드로 우선 ‘글로컬라이제이션(glocalization·국제화를 뜻하는 globalization과 현지화를 뜻하는 localization의 합성어)’을 꼽을 수 있다. 다국적 기업들이 각 지역에 맞는 최적화된 상품을 팔기 위해서는 표준화된 생산 공정을 따라서는 안 된다. 각국, 혹은 각 지역 관리자들이 해당 지역에 최적의 상품을 팔 수 있도록 권한을 줘야 한다. 두 번째로 눈여겨봐야 할 트렌드는 친디아(Chindia)다. 주지하다시피 친디아는 중국과 인도를 합친 합성어다. 과장됐을지는 몰라도 중국이 3000개의 신도시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을 때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위생관리, 수도시설, 교통 등의 시장에서는 따라갈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수요가 발생했다.
중산층은 마케팅에서 관심을 기울여야 할 또 다른 트렌드다. 중산층이라는 개념은 마케팅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소비자 역량 강화(consumer empowerment) 역시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인터넷의 발달로 소비자들은 점점 더 현명해지고 있다. 매장에 가서 아이패드를 구입하기 전에 소비자들은 이미 다른 경쟁사가 얼마의 가격을 책정했는지 비교한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당신들이 500달러에 파는 물건을 경쟁업체에서는 400달러에 판다. 어떻게 하겠는가”라고 질문한다. 판매업자들이 제공할 수 있는 답은 둘 중 하나뿐이다. 500달러에만 팔 수 있다고 말하거나 할인해 주겠다는 답변뿐이다. 오늘날 많은 소매업자들이 직면해 있는 도전 과제다.
녹색혁명 역시 중요한 트렌드다. 친환경은 비용을 높이는 게 아니라 낮추는 것이다. 현명하게만 실시한다면 녹색화는 비용 측면에서 회사의 지출을 절약하는 것이다. 물을 낭비하지 않으면 물 지출 비용이 낮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월마트는 모든 공급업자들에 노후화로 인해 높은 연료 비용이 소요되는 낡은 트럭을 없애고 새로운 트럭을 구입할 것을 요구했다. 이로써 월마트는 세계 최초로 공급업자들에게 친환경, 녹색화를 요구한 사례가 됐고 이를 통해 비용을 절감했다. 이제는 아무리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 하더라도 녹색화를 추구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에너지 역시 큰 이슈다. 미국이 이제 에너지 부문에서 1위 국가가 될 것이라는 기사를 보고 나 스스로도 믿을 수 없었다. 몇 년 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었다. 이는 미국에서 가스(셰일가스)를 암석에서 추출할 수 있는 기술을 발명했기 때문이다. 미국이 에너지 강국이 된다는 뉴스는 미국에는 희소식이지만 유럽이나 중동 입장에선 끔찍한 뉴스다. 미국으로부터 에너지를 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했을 때 몇몇 물리학자들과 토론을 했다. 그들은 2030년이 되면 더 이상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판매할 석유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실질적으로 모든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 내에서 담수화를 위해 사용될 것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원유를 모두 에너지화해서 자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써야 하며 수출할 원유는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소셜미디어와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책임) 역시 주목해야 할 트렌드다. 특히 CSR과 관련해 우리는 새로운 움직임에 주목해야 한다. 바로 CSV(Creating Shared Value·공유가치 창출)를 향한 움직임이다. CSV를 통해 기업은 그들의 뼛속 깊숙이 소비자와 생산자의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인구 구성의 동태적 변화도 눈여겨봐야 한다. 평균 수명과 근로 연수가 증가했고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도 신장되는 등의 변화가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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