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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각화 디스카운트 피하려면?

한인재 | 103호 (2012년 4월 Issue 2)


 

경영자는 기업 성장 과정에서 종종 사업의 범위와 관련된 선택의 순간을 맞는다. 일반적으로 상품의 종류를 늘리거나 전·후방 연관 산업으로 확장하는 관련다각화(product-related diversification)를 먼저 시도한다. 기존 사업과 명확한 연관성이 없는 영역으로 진출하는 비관련다각화(product-unrelated diversification)로 큰 변화를 시도할 수도 있다.

 

다각화는 기업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경영학계에서는 사업 범위 확장과 기업 성과 사이에는 평균적으로자 곡선( U자 곡선)의 관계가 있다고 본다. 관련다각화를 하면 보통 기업 전체의 성과가 높아진다(‘다각화 프리미엄(diversification premium)’). 이는 기술, 생산 설비, 물류망, 인력 등을 여러 사업에서 공유하게 됨에 따라 생산단위당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 즉 규모의 경제(scale economies)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관련다각화로 사업의 범위를 더욱 넓혀갈 때는 기존 사업 분야와 연관성이 적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용 절감 효과가 작게 나타난다. 반면 리스크는 크다. 강한 조직적 역량을 보유하지 못한 기업에서는 성과가 좋은 사업이 성과가 나쁜 사업을 보조하는 역효과가 난다. 즉 다각화가 기업 전체의 성과를 낮추는다각화 디스카운트(diversification discount)’ 상태가 된다. 특히 사업 다각화가 경영진의 자만심이나 과시욕구, 확장욕구에서 비롯될 경우 기업집단 전체를 곤경에 빠뜨리기도 한다.

 

1997년 외환위기는 한국의 여러 기업집단을 좌초시켰고 무리한 문어발식 다각화가 이를 자초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외부로부터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의 대규모 충격이 왔기 때문이라는 항변도 있었지만 사실 대규모 기업집단들의 경영성과 문제는 외환위기 이전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건범, 마이크 펭, 이근 교수가 1984년부터 1996년 사이에 84개 기업집단에 속한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들 계열사는 1984년에서 1987년 사이에는 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은 동종업계 경쟁사들보다 평균 10% 높은 매출을 올렸다. 하지만 그 차이가 점차 줄어들더니 1994년부터 1996년 사이에는 오히려 독립적인 기업들이 5% 높은 성과를 냈다. 어쨌든 한국뿐 아니라 여러 개도국들을 강타한 외환위기는 비관련다각화는 가급적 지양해야 한다는 학계 및 업계의 인식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21세기 초경쟁 환경은 이런 패러다임을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불러왔다. 컴퓨터를 만들던 애플이 스마트폰을 내놓더니 콘텐츠 유통업을 장악해 가고 있다. 온라인 검색업에서 시작한 구글이 스마트폰을 만들고 책 유통업에서 출발한 아마존이 태블릿PC까지 내놓는다. 언제 어디서 이들과 같은 강력한 경쟁자가 나타나 산업 간 경계마저 무너뜨릴지 모르는 시대다. 기존 사업 분야만 고수하다가는 한순간에 몰락할 수도 있다. 이들뿐 아니라 오랜 역사를 가진 전통 기업들 중에도 적시 비관련다각화로 선도 기업의 입지를 다진 사례가 많다. 미국의 GE, 독일의 지멘스, 프랑스의 비방디유니버설 등이 대표적이다.

 

비관련다각화에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기존 사업에서 얻은 재무적 자원을 성장성이 높은 분야에 투입해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철저한 사업성 중심의 의사결정을 내려야 함은 기본 전제로 하자. 무엇보다 기존 사업에서의 유ㆍ무형적 핵심역량을 성공적으로 신규 사업에 이전해 범위의 경제(scope economies) 효과를 키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교차·결합판매 및 원스톱 서비스, 브랜드 전이 효과 등 고객 가치를 높이는 측면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또 경영진이 전문성을 갖지 못한 분야를 제대로 통제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비관련 자회사에 대해서는 철저한 중앙집중적 밸류체인 통제보다는 매출, 투자수익률 등 산출 중심의 관리체계가 바람직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때 자회사에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되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 비중을 높여야 한다. 이런 관리 체계는 자회사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위기가 다른 사업체로 전이되는 것을 막는 방화벽 효과도 낸다.

 

총선과 대선이 겹치면서 어느 때보다 반()기업 정서가 강하게 표출되고 있다. 부정적 인식을 바꾸는 특효약은 누구도 비난할 수 없는 훌륭한 성과다. 환경, 에너지, 바이오, 헬스케어, 신소재와 같은 미래 유망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적시에 뒷받침돼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국 대기업들이 반도체,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여러 산업에서 보여줬듯이 다음 10, 20년에 새로운 분야에서 글로벌 업계를 주도해 나가는 모습을 보기를 기대한다.

 

 

 

한인재 경영교육팀장 epicij@donga.com

  • 한인재 한인재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기자
    - AT 커니 코리아 컨설턴트/프로젝트 매니저
    - 에이빔 컨설팅 컨설턴트/매니저 - 삼성생명 경영혁신팀 과장
    db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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