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bconscious Marketing
2011년 10월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후 그의 살아생전 어록이나 행동을 기록한 책들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그가 Think Different 정신을 통해 모두가 감탄할 만한 혁신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도 2012년 사장단회에서 “상상력과 창의력을 활용해 힘 있게 나아갈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하지만 혁신적 사고는 예전에도 늘 중시해왔던 덕목이다. 그런데 이것이 최근 들어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 사회가 유사함으로 범람하는 잉여사회이기 때문이다. 잉여사회는 ‘유사한 기업들이, 유사한 교육을 받은, 유사한 직원들을 통해, 유사한 아이디어로, 유사한 제품을, 유사한 가격과 품질로 과잉 공급하는 사회’를 말한다.1 이런 유사함 속에서 기업들은 고객들의 러브마크가 될 수 없다. 오히려 가격경쟁 등의 소모전에 시달려 위기를 맞게 된다. 유일한 탈출구는 창의적 사고를 통한 혁신이다.
문제는 스티브 잡스는 천재성과 카리스마를 가진 매우 드문 인물인 데 반해 보통 사람들은 그런 능력과 품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잡스가 생전에 Think Different를 주제로 만든 애플사의 TV 광고를 보면 아인슈타인, 마틴 루터 킹, 존 레논, 간디, 무하마드 알리 등을 모델로 등장시키면서 그들의 혁신과 도전을 예찬하고 있다. 잡스의 혁신에 대한 기준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이 그들과 같은 혁신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반인들이 가장 손쉽게 사용하는 방법은 브레인스토밍이다. 브레인스토밍은 다국적 광고대행사 BBDO의 창업자 알렉스 오스본이 제안한 방법으로 1930년대부터 유행해왔다. 그러나 이 방법은 창의적인 사고만 강조할 뿐 아이디어의 질을 다듬는 데에는 부족한 측면이 있다. 아이디어의 양을 늘리는 것과 질적인 측면에서 수준 높은 아이디어를 포착해내는 것은 다르다. GE의 마케팅 책임자였던 베스 컴스탁은 브레인스토밍이 가능성에 취해 방향성을 상실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파괴적인 아이디어를 얻고자 한다면 아무거나 주워섬기는 브레인스토밍을 뛰어넘어야 한다.
대안으로 창의성 개발과 관련된 책자들을 참고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책에서 강조하는 내용들을 보면 당장 아이디어를 내게 하는 도구라기보다는 창의력 배양을 위한 훈련서란 느낌이 많이 든다. 예컨대 로버트 루트번스타인과 미셸 루트번스타인이 ‘다빈치에서 파인만까지 창조성을 빛낸 사람들의 13가지 생각도구’란 부제를 달고 출간한 <생각의 탄생(1997년)>에 보면 다음과 같은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1. 관찰 2. 형상화 3. 추상화 4. 패턴인식 5. 패턴형성 6. 유추 7. 몸으로 생각하기 8. 감정이입 9. 차원적 사고 10. 모형 만들기 11. 놀이 12. 변형 13. 통합
일반인들이 익혀서 활용하기에는 고도의 훈련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방법들이다. 한편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에서 탈피해 블루오션을 창조해야 한다는 내용의 책이 열풍을 일으킨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나중에 성공한 사례들을 역추적해서 사후 정리한 내용이다. 사전에 혁신적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아이디어 개발 도구로 삼기에는 방법론이 너무 막연하다. 블루오션은 결과론적 이야기이지 과정이 모호하다는 것이다. 이런 모든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무의식 코드를 활용한 TD(Think Different) Matrix를 활용하면 가능하다.
왜 무의식인가?
무의식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접근하기가 힘들어 학자들 사이에서 배제돼온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 10∼20년 사이에 뇌과학, 진화심리학, 사회생물학 등이 급속히 발달하면서 무의식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가능해졌고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하버드대 석좌교수인 제럴드 잘트먼은 최근의 과학적 연구성과들을 바탕으로 “인간의 인식활동 중 95%가 무의식이고 의식은 단 5%에 불과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의 주장대로 무의식이 95%나 된다면 <그림1>에 제시된 것처럼 혁신적 아이디어 개발의 원천이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는 무의식 속에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까지 무의식을 잘 몰랐기 때문에 5%밖에 안 되는 의식에 기반해서 아이디어를 개발해왔다. 의식 속의 지식들 대부분은 나만이 아는 것이 아니고 남들도 다 아는 내용이다. 거기서 개발된 아이디어는 다 유사해질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 금맥은 지하 깊은 곳에 있는데 이곳에 접근할 방법이 없어서 모두가 눈에 쉽게 띄는 작은 노천광에만 의존해서 금을 캐왔다는 것이다. 따라서 혁신적 사고를 원한다면 이제라도 무의식에 관심을 갖고 거기서 아이디어를 캐내는 것이 필요하다.
7가지 무의식 코드; Think Different의 원천
어떤 제품이나 브랜드 또는 대상에 대해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는 소비자들의 무의식은 정교한 무의식 조사를 통해서 밝혀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수집된 자료를 통찰력 있게 해석할 수 있는 전문 분석가도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밝혀진 무의식 코드를 활용하면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바로 혁신적 아이디어를 개발할 수 있다. 제럴드 잘트먼은 자신이 개발한 무의식 조사기법 ZMET을 활용해 수만 명의 세계인을 대상으로 조사를 한 결과 가장 대표적인 무의식 코드 7가지를 밝혀냈다.2 그것은 다음과 같다.
균형(balance), 전환(transformation), 여행(journey), 상자(container), 연결(connection), 자원(resource), 통제(control)
이 7가지 코드는 전체 무의식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의식 가장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개념이기 때문에 항상 공감받을 수 있는 개념 테마가 될 수 있다.그리고 이 코드들은 자신의 내외부 정보를 해석할 때 의미를 부여하는 필터의 역할을 한다. 이 코드를 활용하면 종래에는 한 가지 의미로만 해석하던 것을 7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스토리텔링 시대에 남다른 스토리를 구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예컨대 논술시험을 보는 학생이 ‘내 마음’을 주제로 자유로운 상상을 해보고자 한다. 김동명 시인은 내 마음을 호수, 촛불, 나그네, 낙엽에 비유한 바 있다. 이처럼 “<내 마음은 000이다>했을 때 000에 들어갈 말과 간단한 이유를 모두 4개만 완성시켜 보시오”란 문제지를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이때 7가지 무의식 코드만 대입하면 특별한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아주 쉽게 해결할 수 있다. 다음처럼 말이다.
내 마음은 시소게임이다. 마음이 극단적으로 한쪽으로만
기울어지는 것을 경계하니까(균형 코드)
내 마음은 드라마다. 항상 반전과 스릴이 있으니까
(전환 코드)
내 마음은 여행이다. 항상 어디론가 향해 가고 있으니까
(여행 코드)
내 마음은 나 자신이다. 나의 과거와 현재 모습이
나의 마음속에 담겨 있으니까(상자 코드)
내 마음은 너의 마음이다. 이심전심이니까(연결 코드)
내 마음은 나의 경쟁력이다. 남다른 능력을 보여주는
모든 원천이 내 마음에 담겨 있으니까(자원 코드)
내 마음은 나의 주인이다.
세상사가 내 마음먹기에 달려 있으니까(통제 코드)
김동명 시인이 쓴 ‘내 마음은 호수요’는 원래 사랑하는 이의 마음에 다가가고 싶은 열망을 표현한 시다. 무의식 코드 관점에서 보면 모두 연결(connection)코드를 테마로 하되 표현만 ‘내 마음은 호수요, 내 마음은 촛불이요, 내 마음은 나그네요, 내 마음은 낙엽이요’로 달리한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보는 것처럼 7가지 무의식 코드를 활용하면 ‘내 마음’이란 주제가 연결 코드 외에도 다양한 관점에서 스토리텔링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각 코드들은 내부적으로 여러 종류의 속성을 갖고 있다. 균형을 예로 들면 물리적, 심리적, 사회적, 도덕적 균형 등 다양한 종류의 균형이 있다는 것이다. 이 내부 속성까지 활용해서 아이디어를 내면 ‘내 마음’이란 주제 하나를 가지고도 수십 가지, 수백 가지 의미로 풀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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