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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해법과 유기체적 우주관

허철부 | 8호 (2008년 5월 Issue 1)
올 2월 19일부터 20일까지 이틀간 연세대학교에서 국내외 경제경영학자들의 최대 학술대회인 ‘경제학 통합학술대회’가 열렸다. 45개 분과별 학회가 참여한 이 대회에서 학자들은 총 3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고 새로 출범한 이명박 정부에 대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필자는 ‘한국경영학과 이건희 리더십’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통해 삼성의 성장 과정에 나타난 이건희 회장의 리더십이 삼성에 대해 제기된 각종 의혹의 매듭을 푸는 데도 발휘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지정학적 상황을 고려해볼 때 한국은 반드시 국력을 신장시켜야 한다. 이 과정에 불균형 성장이 나타날 수밖에 없었고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대신 한국은 세계적 수준의 대기업을 갖게 됐다. 필자는 논문을 통해 한국경제와 국제적 이미지에 끼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삼성이 각종 의혹을 신속하게 풀고 윤리경영에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필자의 논문이 신문에 인용된 후 여러 기관에서 사본을 요청했고 인터넷 신문에 논문이 연재되는가 하면 여러 비정부기구(NGO) 홈페이지에 실리기도 했다. 필자는 지난 수십 년간 국내외에서 수백 편의 논문을 발표해왔지만 이런 반응은 처음이라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국민이 삼성 특검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마음과 우려가 크다는 징표로 받아들일 만하다.
 
삼성 특검팀은 수사기간을 두 차례 연장하면서 많은 관련자를 대상으로 경영권 승계, 비자금 조성, 정관계 로비 등을 둘러싼 의혹을 조사했다. 삼성은 국내총생산(GDP)의 18%, 600대 기업 투자의 25%,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국내 최대 기업 집단이다.
 
삼성 특검 수사와 관련해 많은 국민이 상반된 견해를 보였다. 하나는 한국의 대표기업에 대한 수사로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고 경쟁력에 큰 타격을 입고 있어 국가적으로 손해라는 것이다. 반면 삼성이 불법행위에 관련됐다는 의혹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타까워하는 국민의 마음속에 한편으로는 삼성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옹호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비판하는 두 가지 견해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삼성 문제를 법이나 경제 논리 하나의 관점에서만 풀려는 시각은 지나친 단순화에 따른 뉴턴의 기계론적 우주관에 근거를둔 것이다. 물론 기계론적 우주관은 애덤 스미스가 현대 경제학의 시초인 국부론의 첫 장에서 분업의 놀라운 위력을 언급한 이후 18세기 말부터 20세기 중엽까지 약 170년간 인류의 거대한 발活� 주도한 패러다임이었다.
 
그러나 이미 1930년대 이후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예술에 이르기는 다양한 분야에서 부분의 완성이 전체의 완성으로 연결된다는 기계론적 우주관에 한계가 있다는 반성이 나왔다. 이후 생물학적·유기체론적 패러다임이 등장했다. 기계론적 우주관에는 마르크스의 유물사관과 베버의 유심사관이 포함된다. 이후 유기체론적 우주관이 퍼지면서 일반시스템이론이나 복잡계이론 등이 등장했다.
 
모든 구성요소는 서로 얽혀있고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는 게 유기체론적 관점의 핵심이다. 삼성 문제도 법의 잣대나 경제적 잣대로만 파악하지 말고 전체적인 관점에서 조망해야 한다. 유기체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삼성은 매듭을 확실하게 풀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는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 경영을 통해 한국의 지식기반산업 선진화의 대장정에 다시 나서야 한다. 국민도 전반적으로 사회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삼성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필자는 외국어대 영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 대학원에서 각각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명지대학교 교수 및 경영학과장을 거쳐 명지대 부설 경제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총 243편의 논문을 쓰고 18편의 저서를 발간하는 등 왕성한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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