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nel Discussion

경쟁력이 생명… 평판보다 업적이 중요하다

96호 (2012년 1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유나연(숙명여대 영어영문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동아비즈니스포럼 2011’에서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기조연설에 이어 국내외 저명한 학자 및 기업인들과 패널 토론을 벌였다. 패널토론에는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좌장으로 참여했고 김태영 성균관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프란시스코 로만 아시아경영대학원(AIM·Asian Institute of Management) 교수, 피터 존슨 DWM(Developing World Markets) 미국 대표, 로랭 로티발 GE헬스케어 코리아 사장이 참석했다. 패널토론의 주요 내용을 요약, 정리했다.


1. CSV
의 다음 단계

문휘창 교수: 사회와 회사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을 하는 기업을멍청한 기업’,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을악덕 기업’, 사회적 이익에는 기여하지만 회사의 손해까지 감수하는 기업을착한 기업’, 사회적 이익은 물론이고 기업 이익까지 함께 창출하는 기업을스마트한 기업으로 볼 수 있다. 포터 교수가 기조연설에서 소개한 CSV는 스마트한 기업으로 가기 위한 전략이다. 스마트한 기업은 회사 이익과 사회적 이익을 함께 늘려가는 윈윈 게임의 상생적 나눔을 이론적 기반으로 한다. 이번 패널토론에서는 기조연설에서 포터 교수가 제시한 CSV의 개념을 좀 더 심층적으로 논의해보려고 한다.


프란시스코 로만 교수:
CSV는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 , CSV의 다음 단계를 어떻게 전망하는가?


마이클 포터 교수:
CSV의 다음 단계를 말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다. 지금은 CSV를 제대로 실행하고 이행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CSV를 어떻게 측정하고, 어디서 기회를 찾아낼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CSV는 화학, 금융, 제약 등 각 업종별로 창출할 수 있는 기회가 제각각 다르다. CSV를 먼저 실행한 기업들의 성공 사례를 통해서 배울 게 많다. CSV의 다음 단계라고 한다면 CSV를 현장에 적용한 후에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를 잘 관찰하는 것이다. 적어도 지금부터 향후 5년간은 CSV가 현장에서 어떻게 응용되고 실행될 수 있는지를 주의 깊게 봐야 한다.


김태영 교수:
모든 사회문제를 CSV로 해결할 수는 없다. 어느 정도의 CSR도 필요할 것 같다. CSV CSR 간의 균형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마이클 포터 교수:
CSR을 그만두자고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CSV의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CSR 사고가 있어야 한다. 특히 기업들은 플랫폼, 인재와 관련한 꾸준한 투자 활동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하고 있는 CSR 활동을 멈출 필요는 없지만 내가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CSR보다 CSV의 성과가 더 좋고 사회적으로 임팩트가 크기 때문에 CSV에 비중을 더 두자는 뜻이다. CSV가 대두되면서 영리기업과 비영리단체 간의 경계도 모호해지고 있다. 최고의 경쟁력을 가진 비영리단체는 더 이상 기부에 의존하지 않고 비즈니스 모델을 직접 만든다. 기업들은 전통적인 동종업계와의 비교 분석뿐 아니라 앞으로는 경쟁력을 지닌 비영리단체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이들이 향후 기업의 강력한 경쟁 상대가 될 수 있다.



로랭 로티발 사장:
다국적 기업들은 신규 시장에 진입해 성과를 내는 것이 중요한 과제인데 CSV 활동을 통해 실질적으로 기업의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나?


마이클 포터 교수:
CSV 활동을 통해 기회를 포착하는 것부터 시작하려면 해당 기업의 사업 분야와 사회적인 문제가 만나는 교차점이 어디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GE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분야 중에서도 에너지, 환경, 헬스케어가 사회적 문제와 만나는 교차점이라고 생각했다. GE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기보다 자신의 핵심 비즈니스가 사회적 영역과 만나는 부분을 잘 인식하고 이를 발전시켰다. 지금까지 제약회사들은 전 세계 시장 가운데 상위 10%만을 대상으로 사업을 해왔다. 프라할라드 교수는 피라미드 밑 바닥에 있는 부()에 주목하라고 얘기했고 CSV는 이러한 이야기와 맞닿아 있다. 몇몇 앞서나가는 제약회사들은 전통적으로 신경 써온 상위 10% 외에 나머지 90%에도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새로운 시장이 열린 것이고 어떻게 하면 지금까지 소외돼온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업들이 생겼다. CSV 활동을 통해 기업들이 실질적인 주주 가치를 증대시킬 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 CSV
가 극복해야 할 문제들
프란시스코 로만 교수:
브리티시 페트롤리엄(BP)의 원유 유출 사고는 해당 기업에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CSV는 이러한 평판 리스크를 해결해줄 수 있나?


마이클 포터 교수:
그동안 기업들은 바로 그 평판 리스크의 문제, 즉 좋은 평판을 듣기 위해 CSR 활동을 열심히 해왔다. BP 역시 누구보다도 CSR 활동을 열심히 해온 기업이다. 그런데 BP CSR 활동은 정작 원유 유출 사고가 터졌을 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했다. 이유는 CSR 활동이 그들의 근원적인 가치사슬과 분리돼 있었기 때문이다. CSV는 어떻게 하면 좋은 평판을 얻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탁월한 성과를 달성하느냐에 더욱 무게중심이 가 있다. 만약 BP가 친환경 리더로 이와 관련한 실질적인 기술 등을 개발했다면 원유 유출 사고를 막아 수십억 달러를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BP CSR 활동을 일종의 PR 활동이라고 생각하고 회사의 핵심 비즈니스와 연결시키지 않았다. 나는 CSV 활동을 하면서는 평판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고 강조하고 싶다. 평판보다는 무엇을 달성할 것인지 업적(accomplishment)에 주목하라고 얘기하고 싶다. 그러면 평판은 당연히 따라온다.


김태영 교수:
CSV를 잘하기 위한 최상의 조직적 구조는 무엇인가?


마이클 포터 교수:
CSV 활동을 특정 부서에서 전담해서 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보다는 기업의 전반적인 사업 부문에 내재화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CSV는 전담 조직이 수행하는 별도의 행위가 아니다. CSV를 잘 실행하고 있는 스마트한 기업은 고객세분화, 유통, 전략 등 다양한 영역에서 CSV를 내재화시킨다.


피터 존슨 대표:
CSV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수 있나?


마이클 포터 교수:
현재 나와 크레이머 대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다. CSV 성과를 측정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간의 연결고리다. 며칠 전에 로버트 캐플란 교수가 나에게 CSV 성과 측정에 관한 좋은 아이디어를 담은 e메일을 보내줬다.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효율성 간의 균형을 측정할 수 있는 ‘Balanced Score Card’ 개념인데 시간을 갖고 발전시켜볼 생각이다.


로랭 로티발 사장:
CSV 활동을 해나가는 과정에서는 경쟁사는 물론이고 다양한 주제들 간의 협력과 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해나가면 되는가?


마이클 포터 교수:
나도 헬스케어에 관심이 있어 이와 관련한 책을 여러 권 쓰기도 했다. 헬스케어 산업에서 다양한 주체들 간의 협력을 위해서는 헬스케어라는 산업의 본질을 어떻게 정의할지부터 고민해야 할 것 같다. 가령 지금은 의사들은 높은 임금을, 제약회사들은 비싼 약값을 원하는데 이러한 경쟁은 제로섬 게임이다. 이보다는 어떻게 하면 헬스케어 산업을 재구성해서 더 높은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할지로 논의의 방향을 바꾼다면 새로운 시장이 창출될 수 있다. 산업 내 다양한 주체들이 더 큰 시장을 가지기 위해서는 헬스케어의 본질부터 파악한 후에 비용에 대해 엄격히 측정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협력한다면 더 많은 공유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3. CSV
를 어떻게 확장시킬까

프란시스코 로만 교수: CSV를 국가 단위로도 확장시킬 수 있을까?


마이클 포터 교수:
정당하고 인간적인 사회를 구축하고 싶은 건 우리의 희망이다. 특히 소외 계층도 보호받을 수 있는 사회를 원한다면 기업들이 CSV 활동을 보다 많이 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기업들은 정부와 손을 잡아야 한다. 비영리단체(NGO)들도 기업과 손을 잡으면 훨씬 효과가 클 것이다. 스마트한 정부들은 이미 NGO, 기업들과 손을 잡고 이러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정부는 부를 재분배하는 것이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기업에서 세금을 걷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자세에서 한발 더 나아가 부를 확장시켜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여겨야 한다.


피터 존슨 대표:
경제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계층(Bottom of the pyramid)을 대상으로 하는 CSV 활동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마이클 포터 교수:
우선 공정한 가격 책정을 위한 공정한 경쟁이 필요하다. 시장 원리에 반하지 않는 공정한 경쟁을 해나가면 저소득층이 착취되거나 악용될 소지가 줄어들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소외 계층에게 다가가기 위한 공정한 경쟁을 벌인다면 피라미드 밑바닥에 있는 이들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여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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