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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ng-A Business Forum 2011 Special Section

착한데다 돈까지 잘버는… 이젠 스마트기업이다

문휘창 | 94호 (2011년 12월 Issue 1)




필자의 지난 글(DBR Special Section, 2011 11 2)에서는윤리경영은 기본이다고 주장했는데 이번 글에서는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윤리경영을 기본으로 하는착한 기업을 넘어스마트 기업으로 가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우선 빌 게이츠를 예로 들어보자. 이 세상에서 제일 부자인 빌 게이츠는 사회적으로 기부를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착한 사람이지만 그가 마이크로소프트의 경영을 할 때는 결코착하게만행동하지 않았다. 경영자로서의 빌 게이츠에게는 회사의 이윤과 성장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그는 무조건 착하게 경영하는 것보다는 회사를 중심으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모두 윈윈할 수 있는 스마트 경영을 펼쳤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장직에서 물러난 지금 그는 게이츠재단을 통해 사회사업에 몰두하고 있으면서도 무조건 사회적으로 소외계층을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으로 사회사업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자원이 무한하다면 이럴 필요가 없다. 하지만 아무리 빌 게이츠라고 하더라도 재산이 유한하기 때문에 가장 적은 양의 자원을 활용해 가장 큰 효과를 노리면서 관련 부문이 모두 윈윈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렇게 스마트한 행동이 단순히 착한 행동보다 얼마나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는지 다음의 사례를 통해서 자세히 알아보자.


김 교수의 장학금

모 대학교의 김 모 교수는 학창시절 힘들게 공부하면서 훗날 재정적 어려움으로 학업에 곤란을 겪고 있는 학생을 돕는 것을 줄곧 꿈꿔왔다. 그리고 이제 그는 장학금으로 기부하기 위해 1000만 원이라는 금액을 모았다. 이제까지는 막연하게 돈만 모으면 된다고 생각해왔지만 막상 상황에 닥쳐보니 그는 장학금을 기부하는 데에도 여러 통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는 장학재단을 통해 자신이 알지 못하는 누군가를 도울 수도 있고, 동문 장학재단을 통해 후배들을 도울 수도 있으며, 또는 자신이 가르치고 있는 대학교의 학생들을 직접 도울 수도 있다. , 김 교수는 누구를 도울지 선택할 수 있는선택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김 교수는 어떤 통로를 선택할지 고민하며 자신이 평생 연구해온 경영학의 기본적인 가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최소한의 투입으로 최대한의 결과를 얻고자 하는효율성을 떠올리며 김 교수는 고민한다. ‘이왕 쓰게 될 1000만 원, 좀 더 효과적으로 쓸 수 없을까?’ 과연 김 교수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

우선 김 교수는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 중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로 결정한다. 그러나 김 교수는 그 학생을 그냥 돕는 것으로 그치지 않는다. 김 교수는 학생에게 금전적인 도움을 주는 대신 학생이 연구 조교로 함께 일할 것을 제안한다. 이러한 방법을 통해 학생과 김 교수 둘 다 보다 큰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도움을 받은 학생은 김 교수와 함께 연구를 하며 금전적인 도움을 받을 뿐만 아니라경험이라는 자산을 얻을 수 있다. 김 교수 역시 마찬가지다. 김 교수는 늘 자신이 꿈꿔왔던 대로 학업에 곤란함을 겪고 있는 학생을 도울 수 있고 자신이 연구하는 일에 함께 참여토록 함으로써 우수한 연구 인력을 얻게 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 한 번의 경험에서 김 교수는 학생을 돕는 것이 곧 자신을 돕는 것임을 깨달았고 애당초 한 번의 1000만 원 기탁으로 끝내려 했던 생각을 바꾸어 장기적인 장학 프로젝트를 도입하게 된다. , 매년 형편이 어려운 학생을 연구 조교로 기용해 그들에게는경험이라는 자산을 주고 김 교수 자신에게도보람연구인력이라는 혜택을 받도록 한 것이다.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전략은 일반적인 기부와 세 가지 점에서 다른 면을 보여준다. 첫째, 김 교수는기부라는 사회적 활동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경영학적인 관점에서 고민했다. , ‘최소 투입 대비 최대 효과라는 경영학의 기본 이념을 따랐다. 김 교수는 효율성의 측면에서 장학금의 기부 방법에 접근했으며 ‘1000만 원이라는 장학금으로 보다 큰 효용가치를 누리기 위해 고민했다. 장학금의 효율을 위한 김 교수의 고민은 곧 단순한 고민이 아닌전략이라 볼 수 있다. 김 교수가 고민하는 장학금 기부 전략은 일반적인 경우에 하는 고민에 비해 보다 구체적이고 정교하다.

둘째,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를 통해 수혜자인 학생과 공여자인 김 교수 모두가 실질적인 이익을 누렸다.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는 본래 본인이 꿈꿔왔던학업에 곤란을 겪고 있는 학생 지원이라는 선한 목적을 훼손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동시에 이를 통해 학생과 교수 모두가 이득을 보는 윈윈 관계를 이뤘다. 여기서 김 교수의이득은 정서적인보람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김 교수의이득보람이라는 정서적인 만족을

초월해우수한 연구인력까지 포함하는 것이며, 이는 교수의 실질적인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 수혜자가 되는 학생에게는 본인이 주고자 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주게 됐고 김 교수 본인 역시 생각지도 못했던 이익을 누리게 됐다. 금전적 혜택뿐 아니라 연구조교 발탁이라는 특별한 수혜를 받은 학생은 다른 학생보다 더 열심히 연구를 하기 때문에 교수와 학생의 상호 간 학문적 성과가 일반적인 경우보다 더 크게 나타난다.

셋째,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는 일회성 활동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으로 지속된다. 김 교수는 장학금 기부를 통해 훌륭한 연구인력을 얻게 됐고 이를 통해 본인의 주요 업무인 연구를 보다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득은 김 교수에게 계속해서 장학금을 기부할 수 있는 일종의 인센티브가 되는데 이로 인해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는 일회성으로 그치지 않고 지속성 있는 활동으로 진화하게 된다. 이제 장학금 기부는 김 교수에게 지속적으로 이득이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다 많은 학생들이 훌륭한 교수의 지도를 받아가면서 학업과 연구를 더욱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을 도울 수 있다.

위에서 예시한 김 교수의 장학금 기부 이야기는 오늘날 사회적 책임 활동을 이행하고 있는 기업에 의미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기업의 많은 사회적 활동들이기업의 착한 활동이라는 이름하에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기업들은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당신의 기업은 정말착한 기업이 된다는 그 사실 하나만으로 충분히 만족하는가?
 


전략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보통 남을 도와줄 때 전략적으로 접근한다고 하면 별로 좋지 않은 인상을 줄 수 있다. 이는 전략에 대해서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략은 자신의 이익만을 취하기 위한 묘수가 아니라 가치 창출을 높이기 위한 방법이기에 전략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남을 도와주는 일은 물론 다른 일을 할 때도 전략은 항상 필요하다.

특히 회사를 경영할 때 올바른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음의 사례들을 통해서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아래 사례들은 모두 실제 사례들인데 이 글에서는 기업의 이름을 밝히지 않고 내용을 약간 바꿔서 예시했다.

기업 A는 국내 브랜드의 세계적 명품화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기존 해외 명품들과 경쟁하기 위해 비슷한 모양의 제품을 만들고 가격도 비슷하게 높은 가격으로 팔고 있다. 특히 이 기업은 브랜드 이름을 이탈리아어로 짓고 이탈리아와 관련된 행사라면 많은 돈을 주면서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 브랜드를 이탈리아 관련 행사에 자주 노출해 소비자들이 이 브랜드를 이탈리아 브랜드로 인식하게끔 하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이러한 활동이 특별히 사회에 이익을 주었다기보다는 이탈리아 관련 행사를 주관한 기관에만 도움을 준다는 의식이 점차 팽배해졌다. 소비자들은 이 브랜드가 소비자를 속이려 든다는 인식을 가지게 돼 판매율이 예전 같지 않게 됐다. 결과적으로 사회적 활동의 효과는 물론 기업의 이익도 차츰 줄어들고 있다.

기업 B는 식품업체로 그동안 꽤 성실하게 성장해왔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제품의 재료가격이 상승하면서 기존 재료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재료를 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이러한 저질재료를 사용한 제품이 윤리상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망설였지만 기본적인 맛과 식감에 차이가 없을 뿐 아니라 회사의 이익에 영향을 크게 미치기 않기 때문에 그냥 이 저질재료를 쓰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재료가 달라진 것은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다. 설령 알려지더라도 어느 정도 벌금만 내면 되기 때문에 알려질 수 있다는 위험부담과 현재의 수익률을 비교할 때 저질재료를 계속 사용하는 것이 더 좋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기업도 가끔 사회적 활동을 하고는 있으나 진정으로 사회를 위한다기보다는 생색내기식으로 최소한의 범위에서 하고 있다.

기업 C는 사회적 활동을 잘하기로 매우 정평이 나 있다. 이 기업은 깨끗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으며 언론사들이 실시하는 청렴 기업, 이미지가 좋은 기업에 대한 여론조사에서 항상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회사의 경영 상태다. 이 기업은 사회적 활동과 이미지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정작 회사 경영에서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지 못할 때가 많다. 다행히 이 기업이 가지고 있는 몇 개 제품군 중 하나가 그나마 잘 팔리는 소비재 상품이어서 다행이지만 나머지는 항상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기업 내부의 일각에서는 경쟁사가 그 잘 팔리는 소비재 상품에 대항해 새로운 상품을 출시할 것이라는 소문을 듣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여기서 언급한 기업들을 종합해 보면 기업 A는 사회의 이익과 기업의 이익이 전반적으로 낮다. 사회공헌활동을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회의 이익 창출과 결부시키지 못하고 이에 너무나 치중한 나머지 오히려 기업의 이익마저도 떨어뜨리고 있는 기업이다. 기업 B는 사회의 이익을 창출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거나 때로는 사회적 이익과 반하는 행위를 하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기업의 이익만을 높이려고 하는 기업이다. 기업

C는 사회의 이익에는 큰 기여를 하고 있으나 정작 기업 자신의 이익은 높지 않기 때문에 비효율적인 경영을 하는 기업이다.

기업 A와 같이 사회와 기업 어디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기업을멍청한 기업’, 기업 B와 같이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기업을악덕 기업’, 기업 C와 같이 사회의 이익에는 많이 기여를 하지만 기업의 이익은 많이 창출하지 못하고 때로는 기업에 재정적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사회적 활동을 하는 기업을착한 기업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물론 필자가 제시하고자 하는 기업은 사회의 이익은 물론 기업의 이익까지 함께 창출하는스마트한 기업이다. 이를 도식화하면 <그림 1>과 같다.


윤리경영과 경영전략은 스마트한 기업의 기본

착한 기업과 스마트한 기업은 모두 사회의 이익을 창출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이 두 기업의 근본적인 차이는 손해를 보면서 사회공헌활동을 하느냐, 아니면 사회공헌활동을 통해서 기업의 이익까지도 창출하느냐에 있다. 이 두 기업을 이론, 관점, 목적, 전략적인 측면에서 살펴보면 더욱 확실하게 그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다.

착한 기업은 기업의 이익이 감소하고 사회적 이익이 증가하는 제로섬 게임방식의 일방적인 나눔을 이론적 기반으로 하지만 스마트한 기업은 기업의 이익과 사회적 이익이 함께 증가하는 윈윈 게임의 상생적 나눔을 이론적 기반으로 한다. 따라서 착한 기업은 한쪽이 희생을 해야 한다는 시각이 잠재돼 있는 반면 스마트한 기업은 기업과 사회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긍정적 시각에서 출발한다.

또한 착한 기업은 선한 시민이 되고자 하는 목적의식을 저변에 깔고 있으나 스마트한 기업은 기업의 근본적인 목표인 이윤극대에 충실하면서도 사회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두 가지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차이 때문에 전략적인 면에서 착한 기업은 일반적으로 비효율적인 반면 스마트한 기업은 사회공헌활동에 있어서도 다른 경영활동과 마찬가지로 최소의 투자로 기업과 사회 모두가 최대의 이익을 얻고자 하는 전략을 기반으로 하므로 효율적 운영을 하게 된다.

현실 사회에서는 윤리경영이 기업에서 실시하는 중요한 비전이나 목표처럼 보이기도 하나 사실 윤리경영은 사회적 이익을 위한 기본 요건에 불과하다. 이러한 윤리경영을 실시하지 않는 기업은 멍청한 기업 또는 악덕 기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한편 기회비용을 고려한 기업의 활동은 전략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기업의 이익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 물론 이러한 경영 전략에도 사회적 이익을 감소시키면서 기업의 이익만 높이는 악덕기업의 경영전략도 있다. 그러나 악덕기업은 경영전략은 있지만 윤리경영이 부족하다. 이와는 반대로 착한 기업은 윤리경영은 있지만 경영전략이 부족하다. 윤리경영과 경영전략을 모두 갖추고 기업과 사회 모두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바로 스마트한 기업이다. (그림 2)

우리 사회는 악덕 기업이 착한 기업으로 되기를 요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가 빠르게 발전하는 가운데 기업들의 착한 활동은 사실상 등한시돼왔기 때문에 이런 요구는 다른 국가에서보다 훨씬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너무 착한 기업만을 요구하다 보면 기업의 이익을 떨어뜨려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힘들게 될 수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은 착한 기업은 물론 이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경영전략을 잘 활용하는 스마트한 기업이 돼야 할 것이다. (그림 3) 이러한 스마트한 기업이 기업과 사회에 모두 도움이 되는 공유가치 창출(CSV·Creating Shared Values) 활동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휘창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cmoon@snu.ac.kr


필자는 미국 워싱턴대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 연구 분야는 국제경쟁력, 경영전략, 해외직접투자, 문화경쟁력 등이다. 현재 국제학술지편집위원장도 맡고 있다. 다수의 국내외 기업, 외국 정부(말레이시아, 두바이, 아제르바이잔, 중국 광둥성), 및 국제기구(APEC, UNCTAD, IBRD)의 자문을 담당했다.

  • 문휘창 문휘창 | - (현)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 (현) 국제학술지 편집위원장
    - (전)미국 워싱턴대, 퍼시픽대,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헬싱키 경제경영대, 일본 게이오대 등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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