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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한 美 소비자, 성능-가격 무장한 제네시스에 빠지다

이종호 | 85호 (2011년 7월 Issue 2)
 

Samuel Johnson
 
Article at a Glance

문제 제기: 현대차는 미국 고급 차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현대차의 브랜드 전략: 현대차는 제네시스를 통해 미국 고급 차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차는 미
국 시장에서 고급 차 브랜드를 내놓아 현대차의 브랜드 인지도를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회사명
을 함께 사용하는 콤비네이션(combination brand) 브랜드 전략을 활용했다.1 제네시스를 본격적인 미국 고급 차 시장 공략을 위한 일종의 ‘징검다리 브랜드’로 활용한 것이다. 현대차는 시장 변화에 맞는 브랜드 전략으로 승기를 잡았다.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품질과 성능을 강조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을 제시하는 ‘뉴 프리미엄’ 전략이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로 가치 소비 경향이 강해진 미국 소비자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편집자주 DBR은 현대·기아차 인재개발원(마케팅 아카데미)과 함께 최신 글로벌 마케팅 사례를 연재합니다. 현대·기아차의 판매, 마케팅, 상품 관련 지식을 보유한 마케팅 아카데미는 주요 대학 경영학 교수들과 함께 내부 임직원 교육을 위해 글로벌 경영 사례를 개발했습니다. DBR은 이 가운데 독자 여러분들께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엄선해 시리즈로 전합니다.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겪은 도전과 응전의 스토리를 통해 글로벌 경영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통찰을 얻으시기 바랍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S클래스만큼 공간은 넓지만 가격은 C클래스다.”
 
“BMW 7시리즈보다 넓지만 가격은 3시리즈다.”
 
2008년 초 미국 전역에 방송된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인 슈퍼볼 게임의 TV 중계시간에 낯선 고급 승용차 브랜드 광고가 등장했다. 유럽의 명차인 벤츠와 BMW를 직접 거론하며 성능과 가격을 강조하는 공격적인 광고였다. 광고의 주인공은 독일 명차를 추격하던 일본차도, 자국 시장 방어에 매달리던 미국 차도 아니었다. 1980년대 중반 ‘싸구려 자동차’라는 혹평을 받으며 미국 시장에 상륙한 현대자동차가 미국 시장에 첫선을 보인 고급 세단 제네시스(Genesis)였다.
 
현대차는 2008년 1월8일 4년여간 500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자해 만든 후륜구동 고급 승용차인 제네시스를 국내외에서 동시에 선보였다. 유럽 브랜드가 장악한 세계 고급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만든 야심작이었다. 제네시스는 벤츠, BMW, 렉서스 등이 주도하고 있는 글로벌 고급 차 시장에 첫 도전해 기대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2008년 10월 미국 일간지 유에스에이투데이(USA Today)는 “현대차가 제네시스로 럭셔리 메이커 반열에 올랐다(Surprise: Hyundai proves it’s a master of luxury with Genesis)”는 제목의 자동차면 기사를 통해 제네시스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제네시스는 2009년에는 북미시장에서 ‘올해의 차(Car of the Year)’로 선정되며 미국 고급 승용차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춘은 2010년 1월 포드를 제치고 세계 자동차 업계 4위에 오른 현대차를 표지기사로 다루며 “현대자동차의 발전은 속도위반 딱지를 떼야 할 정도로 빠르다”고 평가했다. 정몽구 회장의 품질 및 기술중심 경영전략과 꾸준한 투자, 공격적이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현대자동차의 강점으로 꼽혔다. 제네시스는 ‘값싼 소형차 브랜드’라는 과거의 낙인을 떼고 세계 최고의 자동차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겠다는 품질 중시 경영에서 얻은 결실이었다.
 
북미 시장에서 소형차 브랜드 이미지가 강했던 현대차가 고급 차를 내놓는 일은 모험에 가까웠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브랜드를 어떻게 미국 시장에 각인시켰을까. 그리고 세계 유수의 고급 승용차 브랜드들과는 차별화된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브랜드 자산(Brand Equity)을 구축할 수 있었을까. 제네시스의 북미시장 진출을 위한 브랜드 및 마케팅 전략을 심층 분석했다.
 
1. 꿈틀거리는 고급 차 시장
현대차가 고급 승용차 시장 진출을 고려할 무렵 국내외 자동차 시장에서 고급 차 시장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였다. 국내 시장의 경우 2005년 이후 국내 경쟁사와 수입 브랜드가 고급 차종을 본격적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수입 차 시장은 2002년 이후 연평균 26.1%로 성장하고 있었고 향후에도 연평균 18% 정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고급 수입 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었다.
 
소비자들의 수입 차 구매의향은 2002년 7.8%에서 2006년 12.5%까지 증가했다. 여기에 유럽연합(EU) 및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으로 수입 차량에 대한 관세 인하 효과도 예상됐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국내 시장에서 수입 차가 대중화될 수 있으며 현대차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을 뜻했다.
 
현대자동차가 주력 시장으로 여기고 있는 북미 시장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감지됐다. 미국의 캐딜락, 허머, 링컨과 유럽의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일본의 렉서스, 인피니티 등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북미 고급 차 시장은 향후 연평균 2%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40∼50대의 소득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준고급차급(Near Luxury와 Luxury Low)의 성장세가 두드러질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신규 경쟁자의 진입 가능성도 높았다. 특히 크라이슬러나 폭스바겐처럼 제조사의 브랜드 경쟁력은 있지만 고급 차 브랜드를 확보하지 못한 회사들이 이 시장에 진입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현대차는 북미시장에서 경쟁사들보다 소형차종 판매 비중이 높은 편(현대 66%, 혼다 60%, 도요타 57%, 닛산 33%)이었다. 고급 차 라인업은 현대차에는 일종의 미개척 세그먼트의 시장이었다.
 
현대차가 이 같은 국내외 시장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적응하기 위해서는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도전과 전략이 필요했다. 즉, 새로운 브랜드로 고급 차 시장에 진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고급 차 시장은 자동차 제조회사에 매우 중요한 전략 시장이다. 첫째, 고급 차 시장은 시장 수익성 측면에서 매우 매력적이다. 둘째, 구전효과(WoM)라고 할 수 있는 고급 차 고객들의 영향력은 판매와 브랜드 파워에 중요하게 작용한다. 셋째, 고급 차 시장은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의 척도가 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시장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고급 차 브랜드로 승부를 거는 전략적 의사결정을 내렸다.
 

2. 고급 차 시장 진출을 위한 브랜드 전략
브랜드 자산은 브랜드 인식(Brand Awareness), 브랜드 연상(Brand Association), 브랜드 정체성(Brand Identity), 브랜드 충성도(Brand Loyalty)를 통해 형성된다. 아무리 좋은 브랜드도 소비자가 알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무엇보다 소비자의 ‘브랜드 인식’을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소비자들은 필요에 의해 정보를 수집하거나 광고를 통해 브랜드를 알게 되는데 브랜드 연상 작용을 통해 ‘브랜드 인식’을 지속적이고 강하게 형성할 수 있다. 소비자들은 브랜드를 알게 된 뒤에 연상되는 요소들을 통해 강한 브랜드 정체성과 브랜드 충성도를 형성한다. 기업은 이를 토대로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브랜드 가치를 계속 수정 보완해나가야 한다. 현대자동차도 고급 승용차 시장 진출을 결정하고 브랜드 전략을 고심했다. 브랜드 타입과 역할을 어떻게 설정하는가에 따라 시장 진입 전략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1) 브랜드 타입: 독자 브랜드냐 콤비네이션 브랜드냐?
현대자동차는 새로운 고급 승용차 브랜드 타입을 두고 고심했다. 제조업체 이름과 새로 내놓는 브랜드의 명칭을 함께 쓰는 콤비네이션 브랜드 형태로 내놓을 것인지, 일본 도요타의 렉서스(Lexus), 혼다의 아큐라(Acura), 닛산의 인피니티(Infiniti)처럼 독자 브랜드 형태로 시장에 진출할 것인지를 두고 고민했다. 예를 들어 도요타가 만든 새로운 브랜드 렉서스는 독자 브랜드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반면 도요타의 사이언 브랜드는 도요타 브랜드 우산 밑에 있는 브랜드로 콤비네이션 브랜드에 해당된다.
 
독자 브랜드는 고급 승용차종으로의 라인 확장을 통해 고객층 저변을 확대하고 장기적인 수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막대한 초기 투자비용이 필요하며 사전 준비기간이 길어 단기적으로 수익 창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기존 제조업체 브랜드의 이름 아래 새로운 브랜드를 출시하는 형태의 콤비네이션 브랜드 전략은 초기 투자 비용이 독자 브랜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들며 기존 유통망을 활용해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고급 브랜드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하기 쉽지 않은데다 향후 독자적인 고급 브랜드를 선보일 때 현대자동차 내부 브랜드 간의 간섭 효과가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문제가 있었다. 현대차는 이를 두고 고심을 거듭했다. 그리고 미국 시장에서 독자적인 고급 브랜드를 내놓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내렸다. 초기 투자비용이 큰 고급차 시장에 무리하게 진출하기보다 향후 현대차 브랜드 위상이 고급 승용차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시점에 단독 브랜드의 고급 승용차를 내놓기로 결정했다. 현대차 밑의 신규 브랜드 고급 차를 내놓는 콤비네이션 브랜드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2) 브랜드 역할: 징검다리 브랜드
현대차는 새로 선보일 고급 승용 차종이 초기부터 렉서스, BMW, 벤츠 등 고급 브랜드(Luxury Brand)의 위상을 갖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초기부터 고급 승용차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추후 고급 승용차 브랜드를 본격적으로 내놓을 때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다는 전략적 목표를 세웠다. 신규 브랜드가 진정한 고급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한 것은 아니지만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 진정한 고급 브랜드를 내놓기 위한 기반을 다지는 징검다리 브랜드 역할에 더 비중을 뒀다고 볼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로 개발할 차량을 준고급 브랜드(Near Luxury) 이상으로 자리매김하고자 했다.
 
3) 브랜드 정체성 (Brand Identity) 확립
현대차는 미국 시장에서 콤비네이션 브랜드 전략에 따라 제네시스를 론칭했다. 제네시스에 대한 명확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 핵심 정체성(Core Indentity)을 ‘앞서가는(Ingenious), 고품격의(Prestigious), 세련되고 현대적인(Stylish), 신뢰할 수 있는(Trustworthy)’으로 정의했다. 이어 확장 정체성(Extended Indentity)을 ‘진보적인(Advanced), 세계 수준의(World Class)’로 결정했다. 이와 같은 광의의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해 궁극적으로 ‘새로운 수준의 브랜드 리더십(Brand New Leadership)’을 지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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