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ITDA의 한계와 대안

현금흐름지표가 놓친 것들을 들여다보자

84호 (2011년 7월 Issue 1)

 

 

2011
년 1월 현대건설의 인수합병(M&A)이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당초 5조5000억 원의 인수금액을 제시한 현대상선이 현대건설을 인수하는 듯 보였지만 현대상선은 채권단이 요구한 자금 출처를 증명하지 못해 우선협상자 지위를 박탈당했다. 그 결과 5조1000억 원의 가격을 제시한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을 인수했다. 2000년 채권단의 손으로 넘어갔던 현대건설은 무려 10년 만에 새 주인을 맞이했다.
 
이런 M&A가 일어나면 항상 언론지상을 장식하는 소재가 있다. 과연 인수가격이 적당한가라는 논란이다. 특히 현대건설의 M&A는 동종업계인 대우건설의 M&A와 종종 비교되며 언론에 더 자주 보도됐다.
 
몇 년 전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인수했을 때 인수가격의 적정성을 측정하는 주요 지표인 EV/EBITDA 비율은 16배 정도였다. 쉽게 말해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의 약 16배를 인수 금액으로 지불했다는 뜻이다. 달리 얘기하면 대우건설이 현재와 같은 EBITDA를 매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금호아시아나가 인수 투자자금을 회수하는 데 16년이 걸린다는 뜻이다. 즉 EV/EBITDA 비율이 낮을수록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이며, 투자 자금의 회수 기간이 짧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금호아시아나가 대우건설을 인수할 때는 부동산 거품이 터지기 직전이었다. 이미 그때도 EV/EBITDA 비율이 너무 높은 것 아니냐는 의견이 금융시장 여기저기서 나왔다. 현대건설도 마찬가지다. 금융위기의 후폭풍은 지나갔지만 아직 국내 건설경기는 별로 좋지 않다. 특히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무리하게 대우건설을 인수하려다 결국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그룹이 해체된 후라서 인수가격 고평가 이야기가 여전하다. 현대건설 인수가에 대한 EV/EBIRDA 비율도 16배 수준이다.
 
이처럼 EV/EBITDA는 실무 현장에서 특정 기업 및 주식의 가치 평가를 할 때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지표다. EBITDA는 이자비용, 세금, 감가상각비, 무형자산 상각비 차감 전 이익(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의 약자다. 이 용어는 종종 언론 기사, 각종 경영 및 회계 관련 서적, 기업 실적 보고서, 애널리스트 보고서 등에 등장한다. 특히 시장에 홍수처럼 쏟아져나온 주식투자 관련 책들은 대부분 EBITDA를 소개하고 있다. EV/EBITDA가 저평가된 주식을 발굴할 수 있는 유용한 주식투자 지표라는 설명도 항상 뒤따른다. EV/EBITDA 비율 분석 결과, 특정 기업이 저평가된 주식이라며 매수를 강력히 추천한다는 내용도 종종 등장한다. 하지만 필자는 이 지표의 정확한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설명한 기사나 서적을 거의 보지 못했다.
 
EV는 무엇일까. EV는 기업가치(enterprise value)의 약자로 기업을 인수할 때 필요한 총 자금을 의미한다. EV는 기업의 시가총액과 부채총액을 더한 금액에서 현금성 자산을 뺀 값(시가총액 +부채총액-현금성 자산)이다. 이때 시가총액은 인수에 필요한 웃돈(프리미엄)까지 포함한 가격이다.
 
현대자동차가 현대건설의 지분을 인수한다면 웃돈을 더한 시가총액 전부를 지불해야 한다. 그런데 현대건설의 지분을 100% 인수하더라도 현대건설의 전부가 현대자동차의 재산이 되는 건 아니다. 현대건설이 가지고 있는 부채를 갚아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100% 소유하기 위한 총 금액은 인수가격과 부채총액의 합계액이다. 그런데 현대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 자산이 부채를 갚는 데 사용될 수 있다. 그래서 EV 계산 과정에서 부채총액은 더하고 현금성 자산은 빼는 것이다. 이 과정을 통해 얻어진, 즉 회사를 100% 소유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이 바로 EV이다.
 
EBITDA의 정의에 대한 혼란
언론 보도나 EBITDA를 소개하는 책들을 보면 EBITDA를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라고 정의한다. 앞서 언급했듯 대우건설의 EV/EBITDA가 16배라면 대우건설이 영업활동을 통해 벌어들이는 현금의 약 16배가 인수를 위해 지불됐다는 뜻이다.
 
과연 이 해석은 얼마나 정확할까. 몇몇 책들은 손익계산서에 등장하는 이익 정보 대신 EBITDA를 사용해 주식가격의 적정성을 평가하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현재 많은 기업이 채택하고 있는 발생주의(특정 거래에 따른 자산·부채·자본의 변동을 현금의 수취 여부에 상관없이 해당 거래가 발생한 기간에 반영하는 회계 처리 방식) 회계하에서는 기업의 경제적 실질 손익을 반영하기 어렵다. 하지만 EBITDA는 경제적 실질 이익을 나타내는 지표이기 때문에 훨씬 구체적이고 현실적이라고 주장한다.
 
주요 재무제표의 하나인 현금 흐름표를 살펴보면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Operating Cash FlowㆍOCF)’이라는 항목이 있다. 이 OCF의 정의도 EBITDA와 똑같다. 당연히 혼란이 생긴다. 어떻게 다른 개념인 EBITDA와 OCF의 정의가 똑같을까. 무언가 자연스럽지 못한 점이 있다는 뜻이다.
 
회계이익이 발생주의라는 가정하에서 계산되기에 기업의 경제적 실질 이익을 잘 나타내기 어렵다는 말도 적절하지 않다. 한 유화 기업이 원유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원유를 미리 구매해 재고로 저장해뒀다고 가정하자. 값싼 가격에 원재료인 원유를 구입했으므로, 이 원유를 이용해서 제품을 생산해 판매하면 이 기업의 미래 이익은 상대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당장은 더 많은 원유를 구매하느라 현금을 소모했으므로 현금 흐름은 줄어든다. 즉 현금 흐름은 이처럼 실제로 현금이 사용되는 기간과 최종적으로 제품이 판매돼 현금이 회사로 유입되는 기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회계 이익은 이런 시차의 불일치 문제점이 거의 없다. 물론 회계이익도 나름대로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현금 흐름과 발생주의 회계이익을 보완적으로 사용해야 해당 기업의 경제적 이익을 더욱 정확하게 나타낼 수 있다고 하겠다.
 
EBITDA가 탄생한 이유
EBITDA가 왜 생겼으며,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알아보자. 1980년대 들어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부채를 이용한 기업 인수(leveraged buyout, LB)가 각광받았다. M&A를 중개하거나 자신들이 직접 M&A에 뛰어들던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 등이 피인수 회사를 선정할 때 EBITDA라는 개념을 개발해 사용하기 시작했다.
 
LB란 자기자본은 거의 없이 남의 돈을 빌려 특정 기업을 인수한 후, 피인수 회사의 자금으로 빌린 돈을 갚는 방식을 말한다. LB 방식으로 타 회사를 인수한 투자은행이나 펀드는 장기적인 목적에서 회사를 경영하려고 회사를 인수한 게 아니다. 이들의 관심사는 몇 년 이내로 회사를 비싼 가격으로 되팔아 이익을 얻고 빠지는 데 있다. 남의 돈을 빌려 회사를 샀으므로, 빌린 자금을 최대한 빨리 갚는 게 급선무다. 따라서 인수 후 현금 지출을 최대한 억제하고 남은 현금을 빚 상환에 사용한다. 빌린 자금을 상환하고 나면 배당 등의 형식으로 투자금을 회수하려고 한다. 그러니 새로운 설비투자를 위해 투자금을 사용할 리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EBITDA는 이자를 지불하거나 대출금을 상환하고, 배당을 지급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을 기업이 영업활동을 통해 얼마만큼 창출하고 있는지를 알려주는 지표로 쓰인다. 인수 기업이 설비 투자를 거의 하지 않는다면, 피인수 기업이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한 현금은 거의 모두 대출 상환에 쓰일 수 있다. 이게 바로 EBITDA가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을 계산하는 대용치(proxy)가 된 이유다.
 
여기서 필자가 EBITDA를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을 계산하는 ‘현금’이 아니라 ‘대용치(proxy)’라고 표현했음을 주목해주시길 바란다. EBITDA는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 흐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는지 알아보자.
 
EBITDA와 OCF의 차이
1990년대 초반까지는 현금 흐름표라는 재무제표가 사용되지 않았다. 대신 재무상태 변동표라는 표가 쓰였다. 재무상태 변동표는 상당 기간 동안 운전 자본(유동 자산-유동 부채)이 얼마나 증가하고 감소했는지를 보여주는 표다. 그런데 1980년대 후반부터 회계 분야에서 진행된 여러 연구들은 ‘기업의 파산 위험을 파악하려면 운전 자본의 변동보다 현금의 변화를 살펴보는 게 더 효과적이다’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학계의 이런 연구 결과에 기반해 1990년대 초반 현금 흐름표가 도입되면서 재무상태 변동표는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현금 흐름표는 기업의 현금의 변화를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 ‘재무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이라는 3가지로 구분해 보여준다. 현금 흐름표에 등장하는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OCF)’의 정의는 EBITDA의 정의와 놀랄 정도로 유사하다. 그러나 영업 활동을 통해 창출된 현금 흐름이라는 사전적 정의에 걸맞은 지표는 OCF다. EBITDA는 OCF의 대용치일 뿐이다.
 
그렇다면 OCF는 어떻게 계산할까. 공식은 다음과 같다.
 
OCF=①당기 순이익+②현금 유출이 없는 비용(감가상각비, 대손상각비 등)-③현금 유입이 없는 수익(지분법 이익 등)-④영업 자산의 증가(재고 자산, 매출 채권 등의 증가분)+⑤영업 부채의 증가(매입 채권 등의 증가분)
 
이때 ①+②-③의 값이 EBITDA와 대단히 유사하다. 영업 자산이나 영업 부채 증가분이 매년 일정하다면 OCF와 EBITDA는 상당히 비슷해진다. 그렇다면 처음 EBITDA를 개발할 때 ④와 ⑤를 제외한 이유는 무엇일까. 영업 자산 및 부채에 속하는 항목이 많아 계산이 복잡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즉 OCF 대신 EBITDA가 등장한 이유는 회계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이 손쉽게 재무지표를 평가하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라는 사전적 정의에서 보면, OCF는 EBITDA보다 훨씬 우수하다. 이유는 ④나 ⑤의 영업 자산 증가 및 감소 정도가 상당히 큰 금액일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경기 침체 때는 많은 기업의 영업 활동이 둔화된다. 당연히 재고 자산이 쌓이고 현금 회수가 늦어져 매출 채권이 증가할 때도 많다. 많은 현금이 재고나 채권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반대로 매입 채권이 이와 거의 비슷한 수준까지 증가하지 않는다면 ④와 ⑤의 합계액이 상당히 큰 수치가 된다. 즉 EBITDA에 비해 OCF가 훨씬 적을 수 있다. 이럴 때는 EV/EBITDA 대신 EV/OCF를 사용해야 훨씬 정확한 계산이 가능하다.
 
위의 공식을 알더라도 많은 일반인들은 재무제표를 통해 OCF를 도출하는 일을 무척 어려워한다. 하지만 재무제표에 대한 기본 지식만 있으면 EBITDA는 그리 어렵지 않게 계산할 수 있다.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에서 일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회계 전문가가 아니다. 이들이 투자 자금을 끌어모으는 투자자들 또한 회계 전문가가 아니다. 양측 모두 회계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하고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이 필요했다. 그게 바로 EBITDA다. 1980년대에는 현금 흐름표가 없었으므로, 현금 흐름의 대용치로 EBITDA를 개발해 사용했다.
 

 
EBITDA를 이용한 기업가치 평가의 문제점
회계학계가 이미 이십 년 전부터 재무상태변동표 대신 현금 흐름표를 사용하고,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이 현금 흐름표에 별도로 보고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도 실무에서는 여전히 EBITDA를 쓰고 있다. 관성의 법칙 때문이다. 영업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의 우수성을 학교에서 배우지 못한 많은 사람들이 과거에 배운 대로 EBITDA를 계속 사용하고 있다. 일부 교과서나 주식 투자법을 소개하는 수많은 책들도 정확한 의미를 알지 못하면서 똑같은 설명을 되풀이하고 있는 셈이다.
 
2011년 현재 EBITDA를 사용해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 왜 문제인지 알아보자. 많게는 수조 원의 자금이 움직이는 M&A 거래에서 인수가격을 정확하게 계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추진에서 보듯 특정 그룹의 존망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런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는데 아직도 OCF가 아니라 EBITDA에만 의존한다는 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M&A 거래 시 EV/EBITDA 비율만큼 자주 사용되는 지표가 인수가/EBITDA 비율이다. 인수가/EBITDA 비율을 흔히 EBITDA 배수라 부른다. 주식 투자 시 특정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는 주가/주당 EBITDA 비율이 흔히 쓰인다. EBITDA가 안 쓰이는 곳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EBITDA를 사용함으로써 발생하는 문제점은 무엇일까. 첫째, EBITDA는 회사의 가치 평가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영업외 수익 및 비용, 특별 손익 등을 간과한다. EBITDA는 대부분 영업이익을 바탕으로 계산된다. 이자비용과 세금이 고려되기 전인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상각비를 더해서 계산한 수치라는 뜻이다. 따라서 영업이익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영업외 수익과 영업외 비용, 특별 손익(extraordinary gains and losses)이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다.
 
EBITDA의 계산에 포함되지 않는 이런 항목들이 과연 해당 기업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 물론 영업이익과 비교하면 기업 가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지 않긴 하다. 그렇다고 해서 영업외 손익이나 특별 손익이 해당 기업의 가치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 건 아니다. 이런 항목들의 금액이 크고, 특히 수익보다 비용 항목이 크다면 해당 기업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둘째, EBITDA는 OCF에 비해 장부상 조작이 비교적 용이하다. OCF는 기업이 실제 경영 활동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숫자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그러나 EBITDA는 회계처리 방법만 바꿔도 상당한 차이가 난다. 이점은 회계 이익도 마찬가지다. 때문에 어떤 기업이 M&A나 신규 상장과 같은 중요한 이벤트를 앞두고 자사의 이익을 늘리는 방식으로 회계처리를 하면 EBITDA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려면 EBITDA만 보지 말고 해당 회사의 이익 및 현금 흐름 변화를 함께 분석해야 한다. EBITDA만 봐서는 이런 내용을 자세히 파악하기가 매우 힘들다.
 
셋째, 재고나 부채가 늘면 EBITDA 수치의 신뢰도가 떨어진다. OCF의 공식에서 보듯 ④나 ⑤가 커지면 EBITDA의 변동폭도 커진다. 특히 매출을 비정상적으로 늘리기 위해 밀어내기 판매 등을 단행하면 EBITDA가 대폭 상승한다. 과잉 생산으로 재고 자산이 쌓였을 때도 마찬가지다. 생산 단가를 떨어뜨려 매출 원가를 감소시켰으므로 영업이익이나 EBITDA는 증가하지만 해당 회사의 영업 현금 흐름은 오히려 감소한다.
 
넷째, EBITDA는 감가상각비를 고려하지 않는다. 투자은행이나 사모펀드가 LB 방식의 M&A를 단행하면 피인수 회사의 설비 투자에 현금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이럴 때는 기업 가치를 평가할 때 감가상각비를 고려할 필요가 별로 없다. 그러나 피인수 회사를 중장기적으로 경영할 목적으로 인수했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이때 감가상각비는 매우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설비 자산의 수명이 다하면 새로운 설비 투자를 해야 하고, 이는 결국 감가상각비라는 비용으로 인식된다. 따라서 기업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하려면 감가상각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다섯째, EBITDA 계산에는 이자비용과 세금지급액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 두 가지가 기업 가치 계산에서 빠져도 되는 항목일까? 그렇지 않다. 부채가 많은 회사라면 당연히 부채 상환과 이자 비용이 해당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때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특정 기업의 이익 창출 능력은 당연히 세금을 낸 이후의 상태로 계산해야 정확성을 높일 수 있다.
 
EBITDA가 유행한 이유와 버핏의 견해
EBITDA는 1990년대 중후반 닷컴 버블이 태동하며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기간 동안 설립된 지 수 년에 불과하고, 설립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내본 적이 없는 많은 기업들이 주식시장에 상장됐다. 이들 기업의 주식은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했다. 닷컴 버블이 꺼진 후에는 대부분의 주식들이 휴지조각으로 변해버렸지만 말이다.
 
이런 기업에 자금을 투자한 투자은행들은 투자자인 동시에 해당 기업의 상장을 중개하는 역할도 맡았다. 즉 투자은행은 개인투자자들로 하여금 새로 상장되는 적자투성이의 회사를 사도록 권유해야 했다. 이때 이들이 적극 사용한 지표가 바로 EBITDA다. 적자투성이 회사라도 이익이나 현금 흐름은 적자지만 EBITDA는 흑자일 때가 많기 때문이다.
 
많은 투자은행들은 미국 회계기준(Generally Accepted Accounting Principles, GAAP)에 의해 계산된 회계이익은 기업의 가치나 현금 창출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데 EBITDA는 이런 능력을 제대로 반영하는 수치라며 개인투자자들을 끌어들였다. 해당 기업의 이익이나 현금 흐름은 계속 적자이거나 악화되고 있는데도 EBITDA가 증가한다는 사실만 홍보하면서 말이다.
 
이 바람에 닷컴 버블 때는 EBITDA 외에도 수많은 신조어가 유행했다. EBIDA(earnings before interest,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EBIDAX (earnings before interest, depreciation, amortization, and exploration), EBITD (earnings before interest, tax, and depreciation), EBITDAL(earnings before interest, tax, depreciation, amortization, and special losses) 등이 대표적이다. 온갖 새로운 지표들을 만들어내며 닷컴 관련 기업의 수익성이 무척 좋다는 식으로 포장한 셈이다.
 
결국 상장을 앞둔 기업들도 상장 몇 년 전부터 자사의 EBITDA를 늘리기 위해 적극적인 포장에 나섰다. 매출을 늘리기 위해 판매 가격을 낮추면 이익이나 현금 흐름은 감소하지만 EBITDA는 늘어난다. 그 결과 해당 기업의 진실된 가치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EBITDA만 보고 해당 기업에 투자하는 일이 증가했다.
 
또한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일회성 손실(one-time extraordinary charge or write-off)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자산의 장부 가치를 대폭 한꺼번에 삭감하는 일회성 손실은 특별 손실로 처리된다. 해당 기업의 당기순이익을 감소시키지만 영업이익을 기반으로 계산하는 당기 EBITDA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방식으로 자산의 장부 가치를 한 번에 줄이면 미래 기간 동안 감가상각비가 줄어 영업 이익과 EBITDA가 모두 늘어난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가 EBITDA의 변화만 살펴보고 이런 교묘한 기법을 눈치채기란 어렵다. 닷컴 버블 동안 얼마나 많은 투자자들이 이 때문에 피해를 봤는지 모른다.
 
세계적 갑부인 워런 버핏은 닷컴 버블 기간 동안 주요 IT 기업에 거의 투자하지 않은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그 이유와 관련, EBITDA를 남용하는 월가에 준엄한 경고를 수차례 내렸다. 버핏은 “감가상각비는 매우 중요하다. 감가상각비를 고려하지 않고 현금 흐름과 EBITDA만 고려하는 경영자는 잘못된 의사결정을 내리는 셈이다”라고 거듭 말했다.
 
투자 활동에 쓰이는 현금은 시차를 두고 감가상각비로 바뀌어 비용에 반영된다. 버핏의 말은 결국 영업이익이나 당기순이익을 잘 살펴보고 그 기업이 진정으로 돈을 벌 능력이 있는지를 평가해야 한다는 뜻이다. 버핏의 오랜 친구이자 그의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부회장 찰리 멍거(Charlie Munger) 또한 비슷한 이야기를 종종했다.
 
필자도 버핏의 견해에 적극 동의한다. 기업의 장기적 가치는 결국 당기 순이익이 결정한다. 당기 순이익의 보조 지표가 영업 이익과 영업 현금 흐름일 뿐이다. 장기적으로 순이익을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이라면 아무리 높은 영업 이익과 단기 현금 흐름을 기록한다 해도 투자 가치는 낮다. 회계학자들의 오랜 연구 결과에서도 기업 가치를 가장 정확히 반영하는 지표는 순이익이라는 결론이 나왔다. 특히 장기 투자를 할 때는 이익 수치의 유용성이 더욱 커진다.
 
물론 현금 흐름도 무시하면 안 된다. 현금 흐름은 기업의 유동성을 단기적으로 평가할 때 특히 유용하다. 흑자를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현금이 부족해 부채를 상환하지 못하고 파산하는 기업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즉 장기적으로는 이익, 단기적으로는 현금 수치에 비중을 두고 살펴봐야 재무제표를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M&A 시 매각 차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단기 이익을 부풀리려는 사례가 많으므로, 반드시 이익과 현금 흐름의 추세를 같이 고려해야 한다. 이익을 부풀려도 현금 흐름을 부풀리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도 장기적으로는 현금 흐름보다 이익을 사용해 해당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게 더 정확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적합한 기업 가치 평가법은?
EBITDA가 지닌 여러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EBITDA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통적으로 주식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적정 주가를 예측할 때 주로 주가수익비율(P/E 비율)을 사용했다. 그런데 P/E 비율은 이익이 상당히 낮거나 적자를 기록한 기업에는 사용하기가 어렵다. 음수일 때나 분모인 E가 너무 작으면 결과를 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EBITDA는 음수가 될 때가 거의 없다. 이러니 비교하기가 용이하다는 이유에서 최근에는 주식 애널리스트들도 주가 분석에 EBITDA를 많이 이용한다. 심지어 은행의 대출 결정이나 신용평가회사의 신용등급 결정에도 EBITDA가 널리 쓰일 정도다.
 
물론 EBITDA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수치다. 그러나 EBITDA가 측정하고자 하는 기업의 현금 창출 능력은 현금 흐름표에 보고되는 OCF가 훨씬 정확하게 나타낸다. 부채 상환 능력을 평가해야만 하는 은행이나 신용평가회사는 더더욱 EBITDA보다 영업 현금 흐름이나 잉여 현금 흐름(free cash flow)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거듭 말하지만 특정 기업의 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려면 영업 활동으로 인한 현금 흐름뿐 아니라 손익계산서에 보고되는 당기순이익, 영업이익 등도 함께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지면 관계상 소개하지 못하지만 잉여현금 흐름도 가치평가를 위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수치다. 특정 지표 하나만 보고 해당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거나 M&A의 적정성을 분석하는 일은 매우 위험하다.
 
특히 M&A 시에는 인수가격의 적정성뿐 아니라 인수회사가 그만한 돈을 부담할 능력이 있는지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자금 부담 능력은 인수가격보다 훨씬 중요하다. 설사 좀 비싸게 주고 샀더라도 인수 기업의 자금 사정이 넉넉하다면 투자금액을 회수하는 데 당초 예상보다 한두 해 더 걸리더라도 이를 참아낼 여력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의 상황에서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뛰어들었다 인수 자금 능력에 부담을 깨달은 한화그룹은 비록 수천 억 원 대의 계약금을 잃었지만 현명하게 이를 포기했다. 하지만 6조4000억 원의 대우건설 인수대금 중 불과 4000억 원만 자기 자금으로 납부했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결국 그룹 해체에 직면했다. 현대건설 인수를 위해 경쟁했던 두 기업을 비롯해 대규모 M&A를 고려하고 있는 많은 기업들이 반드시 되새겨야 할 교훈이 아닐 수 없다.
 
M&A를 결정할 때는 인수 후 합병회사가 어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지도 엄밀히 따져봐야 한다. 단순히 인수금액을 적게 지불했다고 해서 M&A가 성공하는 건 아니다. 몇 년 전 롯데칠성이 ‘처음처럼’을 생산하는 두산주류를 인수했을 때도 인수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말이 많았다. 그러나 몇 년이 흐른 지금, ‘처음처럼’의 시장점유율은 두 배 가까이 늘었다. ‘처음처럼’이라는 히트 상품과 롯데칠성의 막강한 판매 조직이 잘 결합한 결과다. 즉 M&A를 단행할 때는 단편적 사고에만 집착하지 말고 미래의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볼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이렇게 복잡한 사항들이 많으니 M&A를 종합 예술이라 부르는 게 아니겠는가.
최종학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 acchoi@snu.ac.kr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홍콩 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동시에 받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숫자로 경영하라> <재무제표 분석과 기업가치 평가>가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05호 New Era of Data Business 2020년 9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