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veloping Resilience

반사적 위기대응 리질리언스, 기업을 살린다

79호 (2011년 4월 Issue 2)


 

 

3.11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과 파장이 장기화하고 있다. 지진과 해일에 이은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과 방사능 유출은 세계를 놀라게 했다. 상상하기 힘든 어려움에 직면한 일본은 지금 재난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 영향은 생산거점의 피해, 전력부족의 장기화와 계획정전, 소비심리 위축 등 일본 경제 및 사회 전반에 미치고 있다. 얼마나 사태가 엄중하고 급박했으면 미증유의 사태를 뜻하는想定外라는 단어가 일본에서 일반화됐을까. 일본 기업들도 당황하긴 마찬가지다. 재해를 철저히 대비해왔다고 자부했지만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기존위기관리에 대한 실패를 반성하고 전면적인 재검토에 들어갔다. 이번 동일본 사태를 계기로 일본 기업이 경험한 위기관리와 BCP의 한계를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동일본 사태와 BCP의 한계

이번 동일본 대지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 재난의 4가지 주요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누적성(Cumulativity)이다. 재난은 어느 순간 생기지 않고, 발생 이전에 오랫동안 누적된 위험요인들이 특정한 시점에서 밖으로 표출된 결과다. 둘째, 불확실성(Uncertainty)이다. 재난은 부정형적으로 진화하며 예측이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따라서 이에 대응하는 위기관리조직도 정상적인 대응의 단순한 확대를 넘어 선례가 없는 조치들을 취해야 하는 상황까지도 고려해야 한다. 셋째, 상호작용성(Reciprocal action)이다. 재난 발생 이후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의 반응, 피해지역 기반시설 등의 요인들과 계속된 상호작용이 발생하며 이에 따라 총체적 피해의 강도와 범위가 달라진다. 마지막으로 복잡성(Complexity)을 꼽을 수 있다. 재난 발생과 충격, 영향은 대체로 단일한 원인에 기인하지 않으며 상호작용성 역시 복잡성의 원인 중 하나로 본다.


 이번 사태 이후 많은 일본기업들은 즉각적으로 BCP(비즈니스연속성계획·Business Continuity Planning)를 가동했다. 당초 대지진 직후 일본 기업들이 비상 대응을 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태의 충격과 영향이 당초 예상을 훨씬 뛰어넘자 일본 기업들이 해당 복구자원을 확보하지 못하거나 훈련 부족 등으로 위기대응 체제를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진단과 평가가 속속 나오고 있다. 심지어 제대로 검증되지 못한 BCP가 위기 대응에 전혀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실제 대응에서도 무의미했다는 분석(<1> 참조)도 제기됐다.

지진을 주요 경영리스크의 하나로 인식하고 전사적인 지진대비 훈련을 해 온 일본 기업조차도 사고 발생 이후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무늬만 BCP’를 도입한 기업들과 효과적인 실행 방안까지 갖춘 기업들이 나중에 받게 될 성적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 결국 위기대응과 관리의 성공은 형식보다 실질적으로 이를 얼마나 실천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치밀한 훈련과 준비만이 어떤 상황에서도 유연하고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복원력을 갖게 해준다는 점이 이번 사태에서도 다시 확인됐다.

리질리언스’ - 생존의 묘약

재해와 같은 엄청난 스트레스가 닥치면 인체는 즉각적이고 반사적으로 생존반응을 한다. 우리 몸 속에 선천적으로 프로그램화된방어기제(defense mechanism)’가 작용한 결과다. 여기에 후천적으로 만들어진 뛰어난 방어기제가 가세하는데, 이는 경험과 훈련을 통해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경찰, 군인, 우주비행사를 훈련시키는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실제 위협은 준비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미리 준비하고 대응하는 게 매우 중요하며, 더 많이 준비할수록 비상시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의식이 강해지고 공포심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9.11 테러 당시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에 있던 사람 중 비상계단이 어디 있는지 알고 있었고 대피훈련에 한 번이라도 참여해 보았던 사람이 그렇지 않았던 사람보다 부상을 당하거나 장기적인 건강문제에 시달리는 확률이 훨씬 적었다고 한다.

기업의리질리언스(resilience)’란 드물면서도 큰 파장을 가져오는 충격으로부터 정상적인 기업활동으로 돌아갈 수 있는 능력과 속도를 의미한다. , 위기 상황에서도 핵심적인 목표를 달성하는 역량인 셈이다. 이는 앞서 언급한 경험과 훈련, 그리고 준비를 통해 만들어지는 제2방어기제라고 할 수 있다. 리질리언스를 갖고 있는 기업은 예측가능한 사건 사고뿐 아니라 불확실성 하에서도 빠른 업무 재개와 정상화가 가능하며 다음의 세 가지 특성을 갖는다.

 기회포착(Seizing Opportunity)

리질리언스는 단순히 생존만을 위한 게 아니며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을 뜻한다. 위기 또는 불리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아 품질을 보증할 수 있는 기업이 일상적 비즈니스 상황에서도 경쟁력을 갖고 시장의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다. 충격이 발생했을 때 미리 준비한 기업은 상황을 역이용해 경쟁사가 하지 못하는 것을 함으로써 이를 기회로 바꿀 수 있다. 또 위기 상황에서 주요 이해관계자에게 빠른 업무재개 및 서비스 제공과 같은 위기관리능력을 보여줄 수 있다. 이는 최고경영진이나 위기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방재담당자만의 일이 아니다. 모든 직원들이 위기 상황에서도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이 조직 내부에 뿌리를 내려야 한다. 일본 기업의 교훈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ies)

기업의 리질리언스를 내재화하는 데는 기업 내의 모든 부문이 참가해야 할 뿐만 아니라 비즈니스 운영방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수도 있다. 여기에는 리더십과 기업 문화뿐만 아니라 제품과 프로세스를 재설계하는 것도 포함한다. 하지만 보다 작은 규모의 변화, 즉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의 표준화와 그 부품 숫자를 줄이는 것도 기업의 리질리언스를 늘려 줄 수 있다.

한편 기업 외적으로는 복잡한 비즈니스 환경에서 한 기업만 잘해서는 리질리언스를 확보할 수 없다. 기업의 리질리언스는 공급업체, 비즈니스파트너, 임직원, 지역사회에 이르기까지 주요 이해관계자 네트워크의 리질리언스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신속하게 업무를 재개한 기업은 곤란에 빠진 다른 기업들을 돕고, 이들 업체와 장기적 파트너십을 구축할 수 있다. 리질리언스는 궁극적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게 해준다. 이번 일본 대지진에서 일부 기업은 이해관계자를 보호하는 것을위기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겨, 인명(People)>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사업(Business)의 우선순위로 경영 자원을 투입해 상상을 초월한 재해 앞에서도 기업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 무엇인지 모범을 보인 바 있다.1) 이와 같은 역량이 부족하면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는 일이 힘들어진다.

역동성(Dynamics)

기업은 새로운 기술의 도입이나 조직 내의 큰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리질리언스 체계와 변화에 대한 지속적 영향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기업이 충격에 빨리 대응하고 이를 기회(경쟁사들보다 앞서 대응하고 정보 흐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로 활용하기 위해 할 일은 충격에 대한 대응센터를 마련하는 것이다. 인텔과 제너럴모터스(GM)는 사업장이 있는 각 지역뿐 아니라 중앙위기센터(Crisis Center)’응급센터(Emergency Center)’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충격예방을 위한 정보를 수집하고 위기 상황 발생시 이에 대한 대응을 집중 전담한다. 이 조직들은 실제 충격이 발생했을 때 신속하게 사실을 파악하고, 외부 이해관계자에게 회사가 보는 관점에서 사건의 진상과 복구활동을 알린다. 정확하고 최신의 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알려 고객과 공급업체들에 회사가 사태를 수습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리질리언스를 가진 조직은 기업문화 내재화, 비즈니스환경 및 상황 인식, 취약성에 대한 파악 및 선제적 대응 관리, 신속하고 유연한 적응역량 확보 등의 네 가지 구성요소를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반도체 회사인 인텔의 BCP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레몬으로부터 레모네이드 만들기” - 기업의 과제

기업이 리질리언스를 창출해 얻을 수 있는 장점은 기업을 둘러싼 새롭고 다양한 형태로 등장하는 위협 요인을 일일이 분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리질리언스란 어떤 충격에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기 때문에 기업의 일상적인 유연성과 탄력성을 증가시켜 빠르게 변하고 불확실한 비즈니스환경에 매우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 준다. 문제는 알면서도 이를 실천하는 일이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들이 주력해야 할 리질리언스의 핵심목표는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전략과 방법론을 확보하는 게 아니라 이를 사전에 대비하고 준비하는 일을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 능력의 확보다.

실행능력의 부재는 인간이 가진 인지적 한계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몽과 같은 사건 사고를 떠올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무엇인가가 자신의 가족, 직장, 사회에 손해를 끼치고 파괴하려 한다는 것을 상상하는 일은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갑작스러운 사태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연구팀이 잠재적인 대규모 충격에 관한 기업의 대응과 준비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9.11 테러 이후에도 여전히 리스크와 취약성을 체계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과거에 임원들이 납치됐거나 해외 사업장 태업 등의 충격을 겪었던 회사들은 달랐다. 이들 기업은 9.11 이전에도 충격에 대한 대비를 어느 정도 갖추고 있었으며 리질리언스를 강화하기 위해 여러 조치를 했다. 반면, 과거에 특별히 사건 사고로 인한 피해 경험이 없는 기업들은 막연한 걱정만 할 뿐 바뀐 게 없었고 기껏해야 시늉만 내는 정도에 그쳤다. 이는 테러공격과 같은 의도적인 충격뿐 아니라 대규모 사고나 기상이변, 지진과 같은 우연에 의한 충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어떤 형태로든 대형 충격을 겪었던 회사가 장래에 있을 수 있는 충격을 예방하고 이를 완화하려는 데 더 적극적으로 투자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흔히현명한 사람은 다른 사람들의 경험으로부터 배운다(Only the foolish learn from experience - the wise learn from the experience of others)’고 한다. 기업 역시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더라도 다른 기업에서 실제로 발생한 사고 및 위기일발의 상황을 분석함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중요한 충격의 가능성과 대응 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사상 초유의 비상사태에서 일본 기업들이 피해 최소화와 생존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즉 그들의 위기대처능력을 관심 있게 들여다보면서 우리의리질리언스체계를 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이런 노력을 통해 재앙을 기회로 생각하고 위기대응 탄력성, 리질리언스를 높이는 것이야말로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신레몬을 맛있고 시원한레모네이드(lemonade)’로 만드는, 즉 화()를 복()으로 만드는 기업 생존과 성장의묘약이다.

1) すべての利害係者, 3·11, 企業がすべきこと, ビジネス 328 참고

필자는 고려대 국제대학원을 졸업하고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쟁력강화팀 산업전략담당 조사역, IBM Business Resilience & Continuity Services 컨설턴트를 지냈다. 현재 Deloitte 안진회계법인 기업리스크자문본부 소속으로 ISO 22399 Societal Security 전문위원, 영국 Business Continuity Institute의 한국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비즈니스연속성 관리 - A Practical Guide, FKI미디어>가 있다.

참고문헌

Why Enterprise Resilience Matters, Debbie van Opstal, Council on Competitiveness, 2010

The Unthinkable: Who Survives When Disaster Strikes - and Why, Amanda Ripley, Crown Archetype

The Resilient Enterprise: Overcoming Vulnerability for Competitive Advantage, Yossi Sheffi, MIT Press

Surviving and Thriving in Uncertainty - Creating the Risk Intelligent Enterprise, Frederick Funston, Stephen Wagner, Wiley, 2010

Tolley’s Handbook of Disaster and Emergency Management, Principles and Practice

想定外の硏究始まる - 特集, 3·11 がる波紋, ビジネス 44

すべての利害係者を守る, 3·11, 企業がすべきこと, ビジネス 328

事業継続のために いま、「BCP」の基本を整理する, 日本経済新聞, 2011.3.31

Japanese Worst Quake: 일본 대지진의 교훈 - 日本マネジメント究所, 이호준 수석연구원, 삼성방재연구소

東日本大震災 連情報 - 停電について, 経済産業省, 電力需給緊急策本部

http://www.meti.go.jp/electricity.html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