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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엔진을 가동하라

DBR | 6호 (2008년 4월 Issue 1)
범상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아침 8시에 출근해서 밤 10시가 돼야 퇴근하는 박 대리. 하루의 절반 이상을 직장에서 보내지만 스트레스만 쌓일 뿐 흥이 나지 않는다. ‘한국 직장인들이 일하는 시간은 많지만 노동 생산성은 상당히 떨어진다’는 신문 기사 내용이 자신의 이야기처럼 들리기도 한다. 하고 있는 일이라도 재미가 있다면 좋으련만 그렇지도 않다. 부서를 옮긴 지 얼마 되지 않아 업무가 서툰데다 상사와 동료들과의 관계도 아직 서먹서먹하다. 나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까. LG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직장인의 행복 지수’가 50점 수준이라고 한다. 주변의 직장인들도 자신과 상황이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것 같아 위로가 된다. 하지만 좀 더 행복하고 재미있게 직장 생활을 할 수 있는 방법은 과연 없을까.
 
행복한 직원이 최고의 회사를 만든다
매일 이직을 고민하게 만드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회사도 있다. 업무의 양이나 강도가 비슷해도 일터의 환경이나 직장 상사, 동료와의 관계가 좋다면 직원들이 느끼는 심리적인 만족감도 매우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행복주식회사’로 잘 알려진 사우스웨스트 항공사(Southwest Airline)를 보자. 이 회사의 대다수 직원들은 “우리가 처리하는 업무량은 다른 항공사보다 많지만, 동료들과 이곳에서 함께 일하는 것이 즐겁다. 그래서 난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웃으면서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직장 생활을 행복하게 한다면 성과도 좋을 수밖에 없다. 실제 매년 포천에서 발표하는 ‘미국에서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과 ‘S&P 500’ 기업의 7년간 성과를 비교한 결과, 행복한 기업이 일반 기업들에 비해 세 배 정도 높은 성과를 창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복과 회사 성과 사이의 관계에 대해 월마트(Walmart) 창업자 샘 월튼은 “직원들이 행복하면 고객도 행복하다. 직원이 고객을 잘 대하면 고객은 다시 찾아올 것이고, 바로 이것이 사업 수익의 진정한 원천이다”라고 말했다.
 
행복한 일터를 위한 4가지 혁신 포인트
기업을 경영하는 CEO나 조직의 리더라면 누구라도 ‘기대감으로 출근하고 즐거움으로 퇴근할 수 있는 행복한 기업’을 만들고 싶어 한다. 연봉 등 처우 개선도 한 가지 방법이겠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조직의 체질을 개선할 수 있는 보다 원천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1) 비전을 꿈꾸게 하라 지난 해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두고 현재 공기업 시험 준비를 하고 있는 김씨. ‘회사를 그만 둔 동기가 무엇이냐’고 묻자 비전 상실을 첫째 원인으로 꼽았다. 하던 일을 계속하면 차장까지는 무리 없이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지만 그 이후가 걱정 됐다고 한다. 주특기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정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니 차라리 공기업으로 가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대한민국 직장인 행복 지수 조사에서도 ‘직장 생활의 비전’이 직장인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반면 현 직장에서의 성장 비전이나 회사의 장래 성장 가능성에 대해서는 만족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그림 1) 

회사에서 자신의 지위가 불안정하다고 느끼거나 성장 가능성을 의심하면 ‘이 회사에서 인생의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생각을 고수하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행복 지수 조사에서도 비전에 대한 만족도가 낮은 직장인들(하위 25%)의 63.4%는 이직 의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직원들의 이직을 예방하는 동시에 이들이 직장 생활에서 비전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방안들을 고민해야 한다. 다양한 성장 기회를 주고 도전할 수 있는 일들을 하도록 여건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것이다. 직원들이 일상적이고 단순 반복적인 업무만 하다 보면 무력감에 빠지기 일쑤다. 이런 상황이 지속될 경우, 직장 생활에서 비전도 잃는다. 따라서 비전을 갖게 하기 위해서는 좀 더 새롭고 도전적인 일을 하면서 성취감을 얻게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GE나 IBM을 비롯한 많은 선진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각자의 ‘경력 경로(career path)’에 맞춰 직무나 직책을 주고, 우수한 인재들을 대상으로 후계자 승계 관리(succession plan)나 HPI(High Potential Individual) 제도를 운영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2) 믿음의 리더십을 구축하라 상사 때문에 힘들어하는 직장인들이 상당히 많다. 직장인 3명 중 2명이 현재의 상사와 다시 일하고 싶지 않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하루의 절반 이상을 함께 마주하며 일해야 하는 상사가 자신과 잘 맞지 않는다면 직장 생활이 행복할 리 없다. 포천이 발표하는 ‘일하기 좋은 기업(Great Work Place)’ 조사에서도 상사와 경영진에 대한 신뢰(trust)를 매우 중요한 요소로 평가하고 있다.(그림 2) 그렇다면 부하 직원들을 신바람 나게 만들 수 있는 리더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2001
년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 2006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4강의 신화를 일군 프로야구 한화의 김인식 감독은 선수와 감독 사이의 ‘믿음’을 가장 중시한다고 했다. 경험을 통해 믿음만큼 선수들의 기를 살려주고 미래 성공을 약속하는 묘약이 없음을 터득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다른 구단에서 버림받은 선수들을 품에 안아 기를 다시 살려 놓기도 하고, 부진한 선수에게 기회를 준 다음 성공할 때까지 기다리기도 한다. 김인식 감독을 선수들이 ‘아버지’라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더가 믿음의 리더십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의 업무에 사사건건 간섭하기보다는 믿고 맡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리더가 모든 업무에 관여하고 처리하기 시작하면 부하 직원들은 자율성과 책임의식을 상실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부하 직원들은 리더가 자신의 능력을 의심한다고 생각해 불만을 갖게 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리더는 직원들에게 업무 처리에 대한 권한을 주고 책임감을 갖게 해야 한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직원들은 자기 업무에 더욱 긴장하면서 임하고, 리더에게 인정받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3)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하라 성과에 대한 압박, 동료들과의 승진 경쟁, 맞벌이에 따른 육아와 가사 문제 등 직장인들을 괴롭히는 스트레스 요인은 과거에 비해 수적으로나 양적으로 급증하는 양상이다. 회사에서 받는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 직장인들이 많다는 뉴스도 종종 접할 수 있다.
 
특히 일과 삶의 균형이 깨지는 경우, 개인들은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 개인의 역량 수준 이상으로 업무량이 증가하거나 회사 일로 인해 가정 일에 소홀하게 되는 경우 정신적인 피로감(burn-out)이나 역할 갈등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이 스트레스에 노출될 경우, 생산성 저하는 불가피하다. 미국 스트레스 관리 학회(Stress Management Society)의 닐 샤(Neil Shah) 박사는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의 뇌는 정보의 2040% 밖에 처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스트레스로 인한 생산성 저하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IBM, 존슨앤드존슨, HP, 소니 등 선진 기업들은 사내에 상담 전문가를 배치하거나 스트레스 관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근 국내 기업들도 사내에 심리 치료 상담실을 운영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LG전자, LG CNS는 ‘마음쉼터’라는 심리 상담실을 운영하면서 구성원들의 업무 스트레스나 가정,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또 일부 기업들은 외부의 심리 상담사나 전문업체들을 활용해서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관리하기도 한다.
4) 일을 구조조정하라 오전 9시 업무 보고 후 2시간 회의, 점심 식사 후 3까지 실적 집계, 2시간 동안 사업팀 회의…. 우리나라 직장인의 하루 일과표는 이처럼 빠듯하다. 그러나 “쉴 틈 없이 달려온 하루지만 퇴근 무렵이 되면, 무언가 허전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고 하소연 하는 직장인들이 상당수다.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업무보다는 쓸데 없는 일들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해진 업무 시간을 가장 효과적으로 쓸 수만 있다면 일에 대한 만족도뿐만 아니라 생산성 향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직장인들이 ‘내가 왜 이 업무를 해야 하나’, ‘하루 종일 무슨 일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갖는 순간 업무에 대한 몰입도나 만족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업무 시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업무 분석부터 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업무 내용을 연, 월, 일 단위로 세분화하고 각 업무들의 중요도와 긴급성를 평가해 보는 것이다. 이후 자신의 성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일들, 예를 들어 불필요한 회의 참석이나 자료 정리는 과감히 축소하거나 없애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기업도 이제는 직원들의 출퇴근 시간을 관리하는 것보다 업무의 질(quality)을 관리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근무 시간과 상관없이 똑 같은 업무도 어떻게 배분하고 어떤 일을 시키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직원들이 핵심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과감하게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거나 아웃소싱하는 것도 필요하다. 최근 인사 분야에서 급여 관리나 복리 후생 업무 등 비 핵심 업무들을 외부 업체에 위탁하는 대신, 회사의 전략적 파트너로서의 업무에 집중하는 것이 좋은 예다.
 
행복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많은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이벤트로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모습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다만 이런 노력들이 일회성 행사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직원들의 행복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정말 갈증을 느끼고 있는 부분에 대해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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