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찰모형 스핑클 8

만나보지 않은 것들의 새로운 결합

76호 (2011년 3월 Issue 1)


편집자주 탈레스, 아리스토텔레스, 갈릴레오, 레오나르도 다빈치, 에디슨….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놀라운 통찰로 표면 아래의 진실을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10년간 통찰력 분야를 연구한 신병철 WIT 대표가 8000여 개의 사례를 분석해 체계화한스핑클모형을 토대로 기업인들의 통찰력을 높이는 실전 솔루션을 소개합니다.

새로운 문화의 탄생은 어디에서 시작될까? 수많은 논의가 있겠지만, 피카소의 그림을 보면 단서를 찾을 수 있다. 피카소는 예술을 표현할 때 언제나 새로운 해석을 시도했다. 2차원의 평면에 3차원을 표현하고자 했고 이전에 없던 미술 소재를 찾고자 했으며 아직 만나보지 않은 것들을 결합하려 했다. 그가 새롭게 구성한콜라주(collage)’ 기법이 대표적 예다.

콜라주라는 말은 프랑스어로붙이기를 뜻한다. 말 자체가 새로운 만남을 통한 예술을 의미한다. 콜라주 기법은 그 동안 물감만 사용돼왔던 캔버스에 피카소가 신문지나, 모래, 헝겊, 벽지 등을 붙이기 시작하면서 탄생했다. 인류 미술사 최초로 물감이 아닌 새로운 소재를 캔버스와 만나게 한 피카소의 이런 시도에 당시 미술계는 발칵 뒤집혔다. 어떻게 캔버스에 물감이 아닌 천이나, 모래, 벽지 등을 붙여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단 말인가? 하지만 콜라주는 1960년대를 거치면서 팝 아트의 주요 형태로 성장하게 된다.

콜라주 기법의 주된 특징인만나보지 않은 것들의 새로운 결합 21세기 IT 창조자의 대명사인 스티브 잡스에게도 영향을 주게 된다. 실제로 스티브 잡스는 여러 강연을 통해 피카소의 새로운 만남에 영향을 받았다고 술회하고 있다.

스티브 잡스의 새로운 만남(new combination)

한 인터뷰 자리에서 기자가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게 질문했다. “당신은 어떻게 해서 그렇게 놀라운 결과물을 연이어 만들 수 있었나요?” 스티브 잡스가 대답했다. “나는 절대 새로운 무엇인가를 발명한 적이 없습니다. 나는 단지 끊임없이 뭔가를 찾고(search), 최선의 것이 발견(discover)되면, 그것들을 조합(combination)했을 뿐입니다.” 스티브 잡스의 이야기를 풀어보면, 그는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든 게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지만 서로 만나지 못했던 것들 간의 관계를 찾고, 무엇인가 발견되면 이것들을 만나게 해주었다는 뜻이다. 실제로 그가 만든 제품들을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다. , 그가 만든 모든 발명품은 기존에 존재했지만 아직 만나보지 못한 것들의 새로운 결합에 의해 탄생됐다

그가 최초로 만든 개인용 컴퓨터(PC) IBM의 대형 컴퓨터를 개인 사무공간에 결합시킨 것이다. 두 번째로 세상을 놀라게 한 스티브 잡스의 발명품 매킨토시는 제록스사에서 먼저 개발한 GUI(Graphic User Interface)개념과 일반 텍스트 기반의 컴퓨터를 결합시킨 것에 다름 아니다. 픽사에서 만들어 역시 세상을 놀라게 한 3D 애니메이션토이 스토리시리즈는 애니메이션에 IT 기술을 결합시켰다. 애플의 걸작 아이팟과 아이폰 역시 마찬가지다. 아이팟은 매킨토시 기능과 mp3기능을, 아이폰은 핸드폰과 컴퓨터를 각각 결합시켰다.

이런 측면에서 스티브 잡스의 핵심 경쟁력은 스스로도 말했듯이새로운 결합(new combi-nation)’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 만나보지 않은 것들을 만나도록 해 새로운 문명을 창조한다는 측면에서 스티브 잡스는 피카소와 같은 행보를 걷고 있음이 분명하다. 또 다른 사례는 어떤 것이 있을까? 새로운 결합에 의해 얼마나 놀라운 결과가 탄생하는지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나이키+아이팟 스포츠 키트(Nike+iPod Sport Kit) 한국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에서는 달리기 열풍이 대단하다. 달리기를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오랜 시간 달리는 것은 꽤나 지루하다. 무엇이 필요한가? 음악이 필요하다. 실제 음악을 들으면서 달리는 인구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또한 운동을 한 사람은 자신의 운동량과 에너지 소모량을 확인하고 싶어 한다. 나이키와 애플은 이처럼 달리는 사람들의 근본 욕구를 발견하고 함께 힘을 합쳐 새로운 제품을 시장에 내놓았다. 바로 나이키와 아이팟의 결합 상품나이키+아이팟 스포츠 키트(Nike+iPod Sport Kit)’. 나이키 신발 밑에 센서를 장착해 얼마의 운동량이 있었는지, 거리는 얼마인지, 에너지 소모량은 어느 정도인지 아이팟 LCD 패널에 표시해준다. 나이키와 애플 아이팟의 결합상품은 두 회사의 매출 증대에 큰 도움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두 회사의 제품 혁신성과 소비자 지향성을 보여주는 것에도 일조를 하게 된다. 새로운 결합의 놀라운 통찰이 아닐 수 없다.

트렁크 분리형 폭스바겐 콘셉트 카 폭스바겐이 2007년 선보인 새로운 콘셉트 카는 보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아니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을까? 폭스바겐의 트렁크 분리형 콘셉트 카는 여행을 떠난다는 측면에서 통찰의 단서를 찾게 된다. 자동차를 타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은 어떤 불편함을 갖고 있을까? 무거운 여행 가방을 자동차 트렁크에 싣고 내리기를 반복하면서 트렁크 사이즈와 여행용 가방 사이즈가 서로 달라 넣고 빼는 데 불편함을 느꼈던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을 듯하다. 더군다나 평소의 자동차 트렁크는 이런 저런 잡동사니로 항상 꽉 차 있는 경우가 많다. 어떻게 하면 여행용 트렁크를 좀 더 쉽고 편리하게 넣었다 뺐다 할 수 있을까? 바로 여행용 가방 자체를 트렁크로 변화시키면 된다.

다시 말해 자동차와 여행용 가방의 새로운 만남이다. 일견 편리해 보일 수도 있고 일견 유용성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이처럼 이전에 없던 새로운 만남을 통해 새로운 제품과 문화가 탄생하게 된다는 점이다.

하이브리드 디지털 카메라 올림푸스 올림푸스 2009 7월 첫 선을 보였다. 세계적으로 중고급 카메라 사용자들이 사용하는 일안(一眼) 반사식 카메라(DSLR)와 똑딱이로 불리는 콤팩트 카메라로 양분되던 시장에 이전에 없던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등장했다. 이 제품은 시장에 출시되자마자 대단한 반응을 얻게 된다. 예약 판매로 이뤄진 초기 판매는 여러 차례 전량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까지 했다. 어떻게 해서 이처럼 놀라운 소비자 선호를 얻어낼 수 있었을까?

일안 반사식 DSLR 카메라는 화질은 좋지만 무게가 무거워 휴대하기 불편했다. 반면 콤팩트 카메라는 사용성과 휴대성은 편리했지만 화질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 둘의 만남이 필요한 건 당연했다. 콤팩트 카메라처럼 사용하기 간편하면서도 다양한 렌즈를 교환할 수 있고 동시에 화질이 우수한 DSLR의 특징을 결합한 것이다. 그래서 이 제품을하이브리드(잡종) 카메라라고 부른다. 올림푸스 펜에 의해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카메라군은 카메라 시장의 또 하나의 주력 제품으로 등장하게 된다.

새로운 만남의 또 다른 이름: 벤치마킹

수많은 기업들이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접근법이 벤치마킹이다. 벤치마킹이란 다른 사례의 성공 핵심 요인을 살펴보면서 시장과 소비자의 통찰을 얻어내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이는 활동이다. 그러나 생각보다 벤치마킹의 성공률은 높지 않다. 해마다 시장에는 수많은 신제품이 출시되지만 성공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겨우 7∼8%에 머물기 때문이다.

훌륭한 벤치마킹이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다른 영역에서의 핵심 성공 요인과 나의 상대적 경쟁 우위점을 접목시키는 데 있다. 물론 만나보지 않은 것들을 결합시키는 게 일차적으로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점은 다른 영역의 성공 핵심 요인과 나의 상대적 경쟁우위 포인트를 접목시키는 것이다.아무것이나 결합한다고 잘되는 게 아니다. 핵심끼리의 결합이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만든 모든 성과물은 애플의 상대적 경쟁 우위점에 다른 영역의 성공 핵심 요인을 결합했기에 가능했다. 나이키, 폭스바겐, 올림푸스 모두 마찬가지다. 벤치마킹을 하되 성공의 핵심 요인을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올바른 결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통찰하고 싶다면 새로운 결합을 기억해야 한다. 이것에 의해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결과물이 나온다. 교육이 됐건 미술이 됐건 음악이 됐건 발명이 됐건 과학이 됐건 새로운 결합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무엇을 결합해야 하는가? 다른 영역의 성공 핵심 요인과 나의 상대적 경쟁 우위점을 결합시키야 한다. 그래야 성공이 태동된다.

신병철 대표는 고려대 대학원에서 마케팅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저명 학술지인 에 브랜드 시너지 전략과 관련한 논문을 실었다. 브랜드와 통찰에 대한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통찰의 기술> <브랜드 인사이트> 등의 저서가 있다. 시맨틱 리서치 전문회사 WIT 대표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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