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중국 소비재 시장은 침체돼 있었다. 중국 업체들이 생산한 제품은 소수의 대도시에 국한된 유통 채널을 통해 제공됐다. 그러나 몇 년 사이 모든 부문에 걸쳐 엄청난 변화가 있어났다. 5년 전만 하더라도 그 누가 허페이(Hefei), 창사(Changsha)를 비롯한 중국 50여 도시에 명품 패션 브랜드인 제냐(Zegna) 매장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했겠는가? 일본의 패스트 패션 유통업체인 유니클로(Uniqlo)가 오프라인 매장에서 발생하는 매출만큼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Taobao)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상상했겠는가? 그 누가 초콜릿 시장이 두 배로 성장하고, 생활용품 브랜드인 바왕(Bawang)이 남성 샴푸 시장에 진출할 것이라 전망했겠는가?
이 글의 취지는 향후 5년 혹은 그 이후에 중국의 소비재 시장을 형성하는 주요 요소들이 어떻게 변하게 될지를 짚어보는 것이다. 우리는 중국 소비자를 분석했다. 다시 말해 소비자라는 렌즈를 통해 소비자들이 어디에 거주하며, 어떻게 행동하는지, 이들의 지갑을 열기 위한 경쟁자는 누구인지 등을 파악하고자 했다.
이 글은 중국 내 다양한 분야의 국내외 소비재 업체 임원 40여 명과의 인터뷰, 사회학, 인류학, 도시계획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 20년 넘게 중국 소비재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모니터그룹이 확보한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중국 소비자들은
어디에 거주할 것인가?
①메가 시티 vs. 지역 중심도시
중국의 도시 모습은 몇 가지 방식으로 진화할 수 있다.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모델의 경우, 1000만 명 이상의 인구가 사는 소수의 메가 시티가 가장 빨리 발전할 것이다. 베이징과 상하이뿐만 아니라 충칭, 톈진, 청두 같은 지역의 중심도시가 여기에 해당된다. 또한 50만∼ 1000만 명의 인구가 사는 도시들도 늘어날 것이다. 지역적으로 더 분산된 도시모델의 경우, 인구 50만∼500만 명인 중소형 도시들이 가장 빨리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허베이성의 랑팡, 상시성의 타이위안, 간쑤성의 란저우, 닝샤성의 인촨, 윈난성의 리장, 쓰촨성 판즈화시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정부 관점에서 보면, ‘메가 시티’ 모델의 규모와 인구밀집은 공공 분야 및 인프라 투자에 대한 타당성을 보여준다. 개인과 기업의 관점에서는 도시의 규모가 크면 클수록 더 많은 기회가 존재함을 의미한다. 지역적으로 분산된 도시모델은 균형발전을 추구하는 데 적합하기 때문에 정부가 선호할 가능성이 있다.
이로 인해 몇 가지 잠재적 시사점이 도출된다. 중국 도시 환경 모델의 구성이 달라지면 중국 소비자들의 거주 지역과 방식도 달라지면서 소비 환경 역시 달라진다. 이런 변화로 기업들의 투자 결정도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메가 시티’로 점철된 중국이 된다면 기업들은 지리적으로 폭넓은 범위로 확장하기보다 소수 몇몇 지역에 집중적으로 더 깊이 파고 들어야 효과적이다.
②도시 군에서 도시화한 농촌까지
중국 내 수많은 소비재 상품 및 서비스 기업들은 ‘도시 군(群)’과 구매 여력(affordability), 소비자 니즈가 서로 상관관계가 있다는 가정하에 도시 군의 우선순위를 바탕으로 확장 전략을 세운다. 이러한 상관관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몇 가지 요소들이 있다. 많은 도시 소비자들은 포장 식품이나 생활 용품 등과 관련해서 그들이 거주하는 도시가 최상위 또는 하위 도시 군이든 상관없이 구매 여력 측면에서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물론 소득 수준은 소비자가 구매하는 제품이나 브랜드 종류에 영향을 미치지만 생활용품 분야에서는 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새로운 제품에 더 많이 노출되면서 소비자 니즈와 구매 의사(Readiness to Buy) 역시 진화했다. 일례로 모든 인터넷 사용자의 절반 가량(휴대폰 이용자의 60%)이 제3 도시 군이나 그보다 더 하위 도시 군에 살고 있다. 향후 5 년 후에는 이 비율이 모든 사용자의 3분의 2 이상(휴대폰 사용자의 70%)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에 등록한 약 1억 명의 회원 중 70% 이상이 최상위 도시 군이 아닌 지역 출신일 것으로 전망된다. 거주 도시와는 상관없이 유사한 생각과 행동을 가진 새로운 소비자 층이 형성된다. 이는 중국의 가장 많은 인터넷 사용 연령대, 즉 고교생과 대학생 사이에서 더욱 두드러지는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