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윤리경영 실행의 선결 조건: 인식의 전환
윤리경영과 사회적 책임경영 및 지속가능경영이 시대적 화두가 됐다. 기업뿐 아니라 정부, 시민단체, 대학 등에서 윤리경영 실천과 관련한 논의가 활발하다. 관련 보고서 발간, 가이드라인 제시, 평가지표 개발 등 다양한 활동들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기업 운영에서 ‘윤리경영’이 어떤 의미 또는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하는지 명확한 이해가 없는 게 현실이다. 어떤 경영 패러다임도 그 의미 및 목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의 공유 없이 성공적 실행을 기대할 수 없다. 윤리경영에 대한 모호한 인식은 성공적인 실행(execution)에 근본적인 제약으로 작용한다.
물론 지금까지 윤리경영의 의미나 목표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부, 국제기구, 학계로부터 윤리경영의 목표나 필요성에 대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많은 가이드라인과 이론들이 쏟아졌다. 기업 경영에 실제로 적용하기 위한 노력들도 있었다. 하지만 윤리경영이 ‘기업 본연의 목표’로 간주됐던 이익 및 주주가치 극대화 활동과는 별개로 단순한 ‘법규 준수’ 또는 ‘사회봉사와 기업 이미지 개선 활동’ 등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강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엔론 등 주요국 대기업들의 부적절한 경영 행태와 이로 인한 경제 사회적 충격을 경험하면서 윤리경영의 발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는 사회적 책임경영 및 지속가능경영 체계의 도입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광범위하게 확산됐다. 하지만 윤리경영을 여전히 기업 본연의 목표와는 별개인 ‘부가적(add-on)’ 활동으로 이해하는 조직들이 많다. 특히 기업 스스로뿐 아니라 정부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도 기업의 사회봉사활동 확대나 관련 보고서의 제출만으로 사회적 책임경영 또는 지속가능경영을 위한 노력을 다했다고 인정하는 게 현실이다. 또 윤리경영이 기업 성과 향상에 이익이 된다고 적극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윤리경영의 실효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있었지만, 이 역시 윤리 경영이 신시장 창출이나 새로운(친환경) 상품의 개발, 재무적 효율 달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기업의 목표(주주가치 및 이윤 극대화) 달성에 도움을 준다는 측면을 강조하는 수준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인식들은 기업의 이윤 추구가 본질적으로는 ‘도덕과는 무관(amoral)’하며 이윤 추구가 결국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전통적 인식에 뿌리를 두고 있다. 주주가치 극대화나 이윤 극대화라는 전통적 기업목표 하에서, 윤리경영은 단순히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는 행동을 하지 않는 것, 또는 이익만을 추구하는 ‘나쁜 기업’ 이미지를 희석시키기 위한 사회봉사 활동 등을 하는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윤리경영은 기업의 목표 달성과 어떻게 관련돼야 하는가? 필자는 ‘기업의 목표 자체’에 대한 ‘인식의 전환’에 그 해결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 금융위기 발생 과정에서 비도덕적인 경영 행태로 비난받고, 결국은 파산한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조차 형식적인 의미에서는 이미 윤리경영, 사회적 책임경영, 지속가능경영 등을 성공적으로 실행해 온 것으로 평가받아 왔다는 것은 지금까지의 윤리경영, 그리고 그에 바탕을 둔 사회적 책임경영이나 지속가능경영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 주고 있다. 이런 현실은 윤리경영이 기업의 목표 달성에 필수적인 경영 활동으로 인식되지 않는 한 실효성 있는 실행이 어렵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형식적인 윤리경영 프로그램 운영이 전부는 아니다
리먼 브러더스(Lehman Brothers)는 Corporate Citizenship의 활동의 일환으로 사회·교육 분야 투자 및 기후변화 억제 등과 관련된 다양한 활동을 전개했으나 결국 단순한 사회공헌 프로그램 실행이라는 형식적 수준에 머물렀다.
윤리경영 체계를 적용할 때에는 기업 목표를 어떻게 설정하는지가 중요하다. 위 사례에서처럼 아무리 완벽하게 보이는 윤리 강령을 제정·실행하고, 이를 공시했다고 해도, 기업과 회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Lehman Brothers는 실질적인 기업 목표가 이익 극대화를 통한 주주가치 극대화 및 조직 구성원들의 보수 최대화라는 수준에 머물렀다. 겉보기에 완벽해 보이는 모든 윤리경영 활동은 효과없는 형식에 지나지 않았다.
자료: 2007 리먼브러더스 연차보고서, Protiviti Analysis
Corporate Citizenship
강력한 Corporate Citizenship은 우리 문화의 핵심 요소입니다. 우리는 오늘 날의 주요한 사회적 문제를 돕기 위해 우리의 지적 재산, 글로벌 네트워크, 재무적 강점을 적극적으로 활용합니다……
- 2007 리먼브러더스 연차보고서中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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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최근의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기업들은 어떤 목표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새로운 인식들이 대두되고 있다. 그 결과 윤리경영의 의미, 윤리경영의 목표 또한 새롭게 정의되고 인식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됐다.
기업의 목표에 대한 새로운 인식1
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기업 경영은 경쟁력에 바탕을 두고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그 기업이 활동하는 지역의 경제적·사회적 조건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기업의 목표 자체에 기업 내부의 경제적 목표뿐 아니라 사회적 목표가 통합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사회적인 가치를 함께 증진시키는 범위 내에서 기업의 경제적 가치와 관련한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이때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목표가 기업의 외부 환경적인 제약조건이 되는 것은 아니다. 또 경제적 가치는 사회적 가치와 관련한 기업의 새로운 목표와 통합해서 추구해야 하고, 이를 이해관계자들과 커뮤니케이션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은 그간 기업 목표를 달성하는 활동과는 별개의 부가적인 활동으로 인식되던 윤리경영이 기업의 핵심 활동으로 재인식돼야 함을 의미한다. 새로운 기업 목표 하에서는 윤리경영이 기업 경영에서 수행하는 역할의 위상에 큰 변화가 생기며, 이에 따라 윤리경영이 기업 경영의 핵심 활동으로 자리잡게 되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기업의 목표에 대한 재정의(redefine) 및 이 새로운 기업 목표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통해서만 윤리경영이 기업의 목표 달성 과정에서 실질적이고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성공적인 윤리경영 실행의 선결조건은 기업경영진, 나아가 기업구성원 전체의 기업경영 목표 및 이의 달성을 위한 핵심 활동으로서의 윤리경영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