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Sustainability Fuels Design Innovation

재활용 가능한 제품디자인? 재료부터 다시 철저히 리디자인!

71호 (2010년 12월 Issue 2)

걱정을 많이 하는 ‘기우론자(alarmist)’들은 지속 가능한 디자인을 흑백논리 관점에서 바라본다. 산업 제품 수명 주기(industrial product life cycle)는 무조건 나쁘고 생물학적 수명 주기(biological life cycle)는 무조건 좋다는 식이다. 이들은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재설계하고자 한다면 디자인을 생각하기 전에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모든’ 영향을 고려해 포괄적인 수명 주기 분석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부가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식의 접근태도(all-or-nothing reinvention)는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신 제품 설계 분야의 전문가 스티븐 에핑어(Steven Epingger)는 이런 태도가 가장 좋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에핑어가 기우론자들에 비해 걱정이 덜 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에핑어는 자신이 ‘환경을 위한 디자인(design for environment)’이라고 표현하는 관행에 대해 논의할 때에는 급진적인 방식을 거부하고 점진적인 방식을 옹호한다. 우선, 기업들이 전부가 아니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접근태도에 특히 뛰어난 건 아니다. 이런 접근방식을 채택하면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며 실패할 확률도 높다. 둘째, 지속적인 점진주의를 추진하면 그 결과 모든 사람이 바라는 대로 환경에 아무런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방향으로 설계할 수 있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뿐만 아니라, 그럴 만한 방법도 있다. 그 방법은 얼마든지 학습할 수 있다. 성공을 위한 비밀은 바로 재료에 집중하는 것이다.
 
엔지니어 출신인 에핑어는 현재 MIT 슬론 경영대학원(Sloan School of Management)에서 경영 과학 및 혁신을 가르치고 있으며 부학장을 맡아 학교 운영을 돕고 있다. 에핑어는 칼 울리히(Karl Ulrich)와 함께 널리 알려진 수업 교재 <제품개발론(Product Design and Development)>을 공동 집필했다. (내년 여름에 출간될 5판(版)에는 ‘환경을 위한 설계’라는 장(章)이 포함돼 있다.)
 
에핑어 교수가 생각해낸 어휘는 명료하다. 그의 태도는 엄격하며, 말은 직설적이고, 그가 관심 갖는 아이디어는 실행가능성이 높은 경향이 있다.
 
이 모든 특성을 고려했을 때 에핑어 교수는 지속 가능성과 혁신을 연결하며 이따금씩 모호하게 들리는 경영 개념에 대해 논평을 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에핑어 교수는 이 부문에서 명확한 연결고리를 찾아내고 한 번에 한 걸음씩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의 편집장 마이클 S. 홉킨스(Michael S. Hopkins)가 에핑어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교수님의 전문 분야인 혁신, 설계, 신상품 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그보다 앞서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설명을 좀 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지난 몇 년 동안 교수님께서는 수많은 경영자 및 조직과 공동작업을 해 오셨습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그들의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나요?
 
중요한 변화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과거 경영진과 조직들은 지속 가능성을 따지는 게 나쁘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점차 지속 가능성을 받아들이게 되었지요. 어쩌면 지금은 지속 가능성이 정말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 경지에 가까워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품질 관리와 비교해 볼까요? 1980년대에 품질 관리가 등장하면서 관리 교육 및 관행을 무척 강조하게 되었습니다. 관리자들은 가장 먼저 “품질을 개선할 수 있겠지만 비용이 훨씬 더 클 거야”라는 식의 태도를 보였습니다.
 
하지만 품질 관리를 한 동안 실행한 후 그런 생각이 잘못됐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품질 관리를 제대로 실행하면 비용도 줄어든다는 사실을 발견한 거지요. 품질 관리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했을 때 비용이 늘어났을 뿐입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도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맨 처음, 사람들은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내가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 혹은 내가 꾸리는 사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려고 하면 결국 비용이 늘어날 거야.” 하지만 그건 가정에 불과했습니다. 본능적인 반응이었죠. 그런 가정을 뒷받침하는 잘못된 사례가 셀 수 없이 많았습니다.
 
지속 가능성을 엉터리로 실행했을 때 비용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하지만 제대로 실행하기만 하면 돈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그런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어요.

지금껏 기업들은 운영적 측면에서 지속 가능성을 추구해왔습니다. 즉, 폐기물을 줄이고 에너지 사용을 개선해 비용을 절감하는 방법을 찾았지요. 지속 가능성 전문가들은 이를 조기 효과(early win)라고 부릅니다. 어떤 기업이든 손을 뻗어 딸 수 있을 만큼 낮은 곳에 열매가 매달려 있다고 여기는 거지요. 이런 식의 자원 효율적 사고가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환경을 위한 설계’와 관련이 있습니까?
 
꼭 그런 건 아닙니다. 디자인 및 제품 혁신과 관련된 환경 지속 가능성을 생각할 때는 먼저 재료의 문제(a materials problem)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즉, 제품에 투입되는 재료, 제품 생산 공정을 운영하기 위해 투입되는 재료를 고려해야 합니다. 제품 설계가 커다란 영향을 미치는 이유는 제품 설계 과정에서 재료에 관한 결정이 내려지기 때문입니다.
 
재활용 가능한 재료만으로 구성된 제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제품 자체를 재고(再考)해야 합니다. 디자인도 변경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사양을 개발하고 일부 기술적인 요인을 제거하고 새로운 기술 요인을 투입하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항상 새로운 재료를 사용하기보다 처음부터 재활용 재료를 사용하고자 한다면 그에 걸맞게 제품을 다른 방식으로 설계해야 합니다. 운영 과정에서 포장재 사용을 줄이고자 한다면 포장재를 줄이거나 포장재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수 있도록 다른 방식으로 제품을 설계해야 합니다. 마찬가지로, 도색 원료나 마감재 사용을 줄이고자 한다면 도색이나 마감재를 사용하지 않고도 제품이 제 기능을 하고 매력적인 외관을 가질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해야 합니다. 소비자가 재활용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자 한다면 손쉽게 분해한 다음 재활용 할 수 있는 품목 단위로 분리할 수 있도록 제품을 설계해야 합니다.
 
제가 생각할 때 지속 가능성은 근본적으로 재료의 문제입니다. 운영 측면에서 할 수 있는 건 제한된 수준에 그칩니다.
 
하지만 좀 전에 ‘낮은 곳에 매달려 있는 과일’이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운영 부문에서 그 과일을 손쉽게 딸 수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운영 부문은 훌륭한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운영 부문의 변화를 통해 바꿀 수 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걸 깨닫고 난 후에야 기업들은 운영 및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독소 및 폐기물 중 상당 부분이 설계 단계에서부터 제품 속에 반영돼 있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그때서야 제품을 재설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겁니다.
 
자원 효율성을 추구하는 데에서 벗어나 설계 방안을 찾는 방법으로 전략을 수정한 기업 사례를 들려주시겠습니까?
 
허먼 밀러(Herman Miller)라는 기업 이야기지요. 허먼 밀러는 환경 의식을 가슴에 새기고 있는 기업입니다.
 
지난 해 환경에 도움이 되는 설계, 즉 환경적인 측면의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제품 설계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허먼 밀러를 방문했습니다. 허먼 밀러 측 사람들도 처음에는 운영적인 측면에 관한 이야기만을 늘어놓았습니다. 허먼 밀러는 1991년에 자사로 인해 발생하는 매립 폐기물을 완전히 제거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는 얘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당시 저희는 미시간 홀랜드에 위치한 공장에서 만남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 공장에서는 하루에 1만 개의 의자가 생산됩니다. 그 공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는 수천 명에 이르지요. 그 공장에서 허먼 밀러 직원들은 마케팅을 하고, 카페테리아에서 휴식을 즐기고, 설계, 도면 제작, 판매, 기획 등을 합니다. 이와 같은 운영 활동으로 카페테리아에서 나오는 폐기물에서부터 포장재, 사무실에서 나오는 쓰레기 등 몇 트럭 분량의 폐기물이 발생해 결국 쓰레기 매립장에 묻히게 됩니다.
 
허먼 밀러는 20여 년 전 쓰레기 발생량을 0으로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지금 현재 허먼 밀러의 운영 활동으로 인해 매립지에 묻히는 쓰레기 양은 한 달에 30파운드에 불과합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한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 다음, 회의가 진행되고 있는 회의실 구석으로 시선을 돌렸습니다. 그랬더니 재활용 플라스틱 수거함, 재활용 금속 수거함, 재활용 종이 수거함, 연소용 쓰레기 수거함, 퇴비로 활용 가능한 쓰레기 수거함 등이 놓여 있더군요.
 
허먼 밀러 측은 자사 직원 중 그 누구도 매립지에 묻어야 할 만한 것을 쓰레기통에 버리지 않는 경지에 도달했다고 얘기해주었습니다. 재료와 포장재, 세제, 오일 등을 주문하는 운영·구매 담당 관리자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사람들이 구매하는 모든 물건의 종착역은 매립용 쓰레기통이나 기타 재활용품 수거함입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매립용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게 되겠지요. 하지만 이런 문제에 대해 고민을 한다면 우리가 사용한 물건이 재활용 종이 수거함, 재활용 플라스틱 수거함, 퇴비로 활용 가능한 쓰레기 수거함 등으로 들어갈 겁니다. 따라서 허먼 밀러는 쓰레기가 매립용 쓰레기 수거함이 아닌 재활용품 수거함 속으로 들어가도록 만들기 위한 방법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이런 깨달음을 얻은 허먼 밀러는 자사의 모든 활동 하나하나를 재고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까지 운영 측면의 질문에 대해 얘기를 하셨습니다. 하지만 허먼 밀러는 설계와 지속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거지요?
 
제가 재료의 문제라고 지칭한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기업들은 결국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것, 우리가 구매하는 모든 것이 재료야. 그 재료들이 어디로 가게 될까?” 허먼 밀러는 1015년간 매립용 쓰레기를 대폭 절감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그 후 매립용 쓰레기를 줄이는 방식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겁니다. 결국 쓰레기가 되어 버려질 수밖에 없는 것들이 제품 속에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테이블 상판을 나무로 만든 후 윗면과 측면을 박판으로 감쌌다고 생각해 봅시다.
 
박판에 들어있는 플라스틱과 각종 재료는 플라스틱 재활용 통에 집어넣으면 됩니다. 나무는 어차피 자연에서 얻은 거니 퇴비로 활용 가능한 것들을 모으는 통에 넣으면 됩니다.
 
하지만 나무와 박판을 접착제로 붙인 다음 모서리를 다듬은 경우라면 잘라 낸 조각을 그 어느 통에도 넣을 수 없습니다. 일부는 퇴비로, 일부는 재활용 소재가 되어 버렸으니까요. 결국, 두 가지 요소가 섞여버렸기 때문에 매립할 수밖에 없어요. 허먼 밀러는 이런 깨달음을 얻은 후 제품을 다시 설계하고 제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후론 엔지니어링, 설계, 공급망 기능을 완벽하게 포함시킬 수 있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변화지요.
 
좋은 예군요. 허먼 밀러 같은 기업이 많지는 않지요. 하지만 지속 가능한 설계라는 아이디어에 매료되어 그 길을 따르기로 한 기업이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기업은 첫 단계가 무엇인지 찾아내기 위해 고심하게 될 겁니다. 이런 기업들에 무엇을 생각해보라고 말씀해주시겠습니까?
 
다시 얘기하지만, 저는 결국 재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얼마나 많은’ 재료를 사용하는지의 문제는 아닙니다. 그 문제가 중요한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떤’ 재료를 사용하며, 사용 후 그 재료를 어떻게 처리하는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용한 재료를 퇴비로 사용하나요? 재활용하나요? 매립하나요? 분해가 되나요? 독소를 배출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나요?
 
접착제, 마감재, 화학 처리한 약품 등도 모두 포함하시는 건가요?
 
물론입니다. 모든 원자재를 따져 보아야 합니다. 이런 방식을 C2C 사고(cradle-to-cradle thinking: 제품이나 원료를 사용한 후 폐기해 무덤(grave)으로 향하게 하지 않고 재탄생을 위한 요람(cradle)으로 되돌리자는 개념)라 부르기도 합니다. 윌리엄 맥도너(William McDonough)와 마이클 브라운가르트(Michael Braungart)는 C2C에 관한 훌륭한 저서를 발표했습니다. 저는 기업이 재료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만드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을 발견했습니다. 그건 바로 재료가 산업 수명 주기나 생물학적 수명 주기를 통과할 때 재료의 수명 주기를 분명하게 보여주는 겁니다. ‘재료의 흐름 – 생물학적 수명 주기와 산업 수명 주기를 고려한 설계’를 한 번 살펴봐 주시겠습니까? 산업 주기를 살펴보면, 모든 산업 재료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산업 재료를 이용해 제품을 생산한 다음 유통시킵니다. 그러면 생산된 제품이 세상으로 흘러 들어가 사용됩니다. 이런 재료를 다시 회수할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 번 사용된 재료를 회수할 방법에 관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하지요.
 
이 지점에서 재료는 어떤 일을 겪게 되나요?
 
일부 재료들은 재생산 과정을 거쳐 새로운 제품으로 탄생합니다. 한 번 사용한 토너 카트리지를 새로운 토너 카트리지로 만드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음료수 병이나 캔처럼 소비자에 의해 재활용돼 산업 재료 주기로 되돌아오는 재료도 있습니다. 처음과 같은 목적, 혹은 다른 목적으로 재사용되는 재료도 있습니다. 소비자가 여러 장의 CD를 포장하기 위해 사용한 포장재를 점심 때 먹을 베이글 샌드위치를 포장할 때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중개인도 있습니다. 자동차를 더 이상 탈 수 없게 되면 자동차를 제조업체에 반환하는 게 아니라 폐차장으로 가져갑니다. 폐차장에서는 자동차를 분해해 과거와 동일한 산업 재료 주기를 통해 재활용 혹은 재사용될 수 있는 각종 재료를 분리해냅니다.

좋은 결과네요.
그게 바로 제가 주장하는 바입니다. 제대로 관리하기만 하면 산업 제품 주기는 매우 훌륭한 주기가 될 수 있습니다. 딱 한 단계를 제외하면 산업 제품 주기 자체에는 본질적으로 부정적인 성향을 갖고 있는 단계가 없습니다. 유일하게 나쁜 특성을 갖고 있는 단계는 바로 ‘처리(disposal)’ 단계입니다. 이 처리 과정이 생물학적 주기에 도움이 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식사 후에 남은 음식 찌꺼기와 정원에서 나오는 각종 쓰레기를 모아서 퇴비 통에 모아둡니다. 그렇게 모아 놓은 퇴비는 새로운 음식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자원을 탄생시킵니다. 이것이 바로 긍정적인 생물학적 주기지요. 면(cotton)과 나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면과 나무를 활발한 생물학적 퇴비화 과정에 투입해 같은 성질을 지닌 새로운 재료로 탈바꿈시킬 수 있다면 긍정적인 주기가 되는 겁니다.
 
주기에 대해 먼저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해 보아야 합니다. 다시 말해, 주기가 반드시 나쁜 것이 아니며, 좋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지속 가능성 및 환경의 측면에서 무엇이 문제일까요? 기본적으로 크게 3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첫째, 유독성 재료를 사용할 때 독소가 생겨난다는 점입니다. 독소는 생물학적 주기를 통해 처리되지 않습니다. 지각(地殼)에 잔류해 오랜 세월 독성 성분을 퍼뜨립니다. 둘째, 우리 인간은 재생 가능하지 않은 자원을 너무 많이 사용하고 있습니다. 나무를 사용하는 건 그래도 괜찮습니다. 나무는 빠른 속도로 자라니까요. 알루미늄과 실리카, 철을 사용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산업 주기를 통해 끊임없이 돌고 도니까요. 재사용에 실패하면 그땐 문제가 됩니다.
 
세 번째 문제는 에너지에 관한 겁니다. 산업 주기 대부분에 동력을 제공하는 건 화석 연료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독소가 생겨납니다. 그건 또 다른 문제지요. 화석 연료는 재활용 가능하지 않은 자원입니다. 앞으로 50100년 후에는 재활용 가능하지 않은 에너지를 사용할 수 없게 될 겁니다. 근본적으로 멈춰야 하는 겁니다. 지금부터 점차 속도를 늦추다가 궁극적으로는 완전히 사용을 멈춰야 합니다. 화석 연료 사용을 멈추는 데 진심 어린 관심을 갖고 있는 조직들은 재활용 가능하지 않은 에너지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습니다. 범지구적인 차원에서 더 큰 진전을 이뤄낼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기업체와 논의를 할 때 이런 식으로 얘기를 이끌어갑니다. 대화를 나누는 중 기업들은 자사에서 각 주기를 운영해가고 있으며, 각 주기에 사용될 재료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이와 더불어 제품 수명 주기 전반에 걸쳐 재료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낍니다.
 
기업 경영진은 이런 상황에 어떻게 반응합니까?
 
가장 흔한 반응은 아마도 이럴 겁니다. “와우, 학문적으로는 정말 아름답고 장밋빛이랄 수 있겠군요. 그렇게 생각하는 건 좋습니다. 하지만 저희가 비단 재료를 고민하는 사업을 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오랜 기간 지속해 왔던 것을 계속 이어나가야 하는 상황인 거지요. 방금 말씀하신 내용을 실천하려면 지나치게 많은 걸 낭비하게 됩니다. 지속 가능성을 이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지 않습니다.” 맨 처음 이런 문제에 대해 논의하게 됐을 때 이렇게들 얘기하지요. “저희는 그런 문제를 생각할 만한 처지가 되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포기해 버리는 거군요. 그런 다음에는요?
 
우리가 사용하고 생산하며 주기를 따라 도는 재료 중 상당수가 결국은 처분되어 환경에 독소를 뿜어낸다는 중요한 깨달음을 얻게 되지요. 이런 깨달음은 기회로 이어집니다.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생각을 하게 되는 겁니다. “제품 속에서 효과적인 기능을 하지만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재료 중 어떤 것을 사용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주기를 따라 돌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재료 중에서 선택을 해야 한다면 어떻게 될까?” 이런 목적에 부합하는 재료는 많습니다. 오늘날 산업적으로 사용되는 20만 종류의 재료 모두가 그런 건 아닙니다. 이런 재료의 수는 20만 개 중 일부일 뿐입니다. 분해되지 않고 회수, 재활용, 재사용할 수 있는 자원 중 필요한 것을 찾아 활용하기 위한 노력은 훌륭한 출발점이 될 겁니다.
 
솔직히 말씀 드리면, 방금 말씀하신 내용을 실천하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재료를 선택할 때 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는 몇 안 되는 재료 중 하나를 선택하고 모든 제품을 그에 걸맞게 수정’ 하는 방법을 따를 수 있을까요?
 
저희가 전파하고자 하는 접근 방법은 모든 것을 한 번에 해내는 방식이 아닙니다. 대신 새로운 제품을 설계할 때마다 조금씩 나아지도록 노력하라는 거지요. 여기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점진적인 거지요. “이번에 조금 더 개선할 수 있을까?”라고 자문한 다음, 독소를 배출하는 모든 재료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할지 모르지만 그 중 일부는 사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답을 찾아내는 겁니다.
 
예를 들어, PVC는 발암물질을 배출합니다. PVC를 생산할 때에도 독소가 배출되지만 PVC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독소가 배출됩니다. 제품을 설계할 때 PVC를 전적으로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PVC 사용량을 절반 정도는 줄일 수 있습니다. 어쩌면 몇 년 후에는 PVC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될지도 모릅니다.
수명 주기 분석에 대해 얘기하셨습니다. 기업들이 제품을 설계할 때 어떤 재료를 빼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수명 주기 분석부터 시작해야 하는 건가요?
 
그렇지 않아요. 적어도 매우 정확하게 분석을 할 필요는 없거든요. 수명 주기 분석을 지지하는 분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수명 주기 분석이란 사실 우리가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하는 모든 재료가 미치는 모든 영향을 자세히 분석한 것입니다. 하지만 솔직하게 얘기하자면 현재 사용 가능한 최고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더라도 한 개 제품이 미치는 모든 영향을 매우 자세하게 분석하기란 매우 지루하고 어렵습니다. 수명 주기 분석을 끝내면 소프트웨어는 ‘이러한 방식으로 제품을 사용하고 처분했을 때 이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단편적인 결론을 내놓을 뿐입니다. 문제는 수명 주기 분석을 실행한다고 해서 무언가가 줄어드는 건 아닙니다. 그저 얼마나 나쁜지 얘기해 줄 뿐입니다.
 
그러니 완전하고 자세한 수명 주기 분석보다는 제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정성(qualitative) 분석을 실행하는 편이 훨씬 유용합니다. 현실을 생각해 봅시다.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에서 제공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환경에 미치는 가장 큰 영향에 대해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올바른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개선해나갈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겁니다. 이를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겁니다. 항상 재설계하고, 대체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겁니다. 제품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 하나하나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매우 어렵고 힘든 일이니까요. 하지만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뭔가 개선하기에 앞서 매우 구체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에 빠져 있으면, 올바른 방향으로 개선해나가기 위한 매우 중요한 기회를 잃게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기회가 얼마나 크다고 생각하십니까? 애머리 로빈스(Amory Lovins)는 기업 문턱에 서서 근로자들이 일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 “100달러짜리 지폐가 공장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걸 보는 기분이다.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폐기물이 넘쳐난다”고 얘기합니다. 기업이 친환경적이며 지속 가능한 설계를 추구해 단기간 내에 순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50%는 될까요? 혹은 80%? 아니면 20% 정도 될까요?
 
저는 100%라고 생각합니다.
 
100% 라고요?
 
어떤 기업이든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비용과 수익은 어느 정도일까요?
 
투자금은 얼마든지 회수할 수 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필요도 없는 포장재를 구입하면 돈이 듭니다. 이런 유해한 재료를 처분하는 데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요. 이런 제품에 좀 더 적절한 가격을 붙이게 될 테니까 값도 그만큼 올라갈 겁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좋은 점이 있는 만큼 부정적인 면도 있지 않나요? 포장을 없애버리면 그만큼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잃게 될 수도 있으니까요.
 
혹은, 소비자들로부터 더 큰 호감을 사게 될 수도 있겠지요.
 
어떻게요?
 
공장 바닥 위에 나뒹구는 백 달러짜리 지폐에 관해 언급하셨는데요. 제품 설계 과정에서도 쓸모 없이 버려지는 백 달러짜리 지폐가 무척 많다고 생각합니다. 값비싼 재료 및 유해한 재료의 사용을 줄이고, 공장 근로 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품 설계를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이런 모든 노력들은 결국 빛을 발하게 됩니다.
 
조금 전 제가 순이익을 얻게 될 가능성이 100%라고 말씀 드렸지요? 저는 모든 기업이 이런 식의 사고를 통해 환경 성과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합니다.
 
결국 점진적인 변화 때문에 제품 설계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 건가요?
 
그렇습니다. 일부 기업들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제품을 개발·생산하기 위해 근본적으로 다른 방법을 고심하다 급진적으로 다른 디자인을 찾아내곤 하는데, 그 새로운 디자인이 우연히 환경에도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허먼 밀러의 경우, 무게가 훨씬 덜 나가는 의자를 개발하기 위해 불필요한 재료를 제거했습니다. 허먼 밀러는 이런 노력을 탈물질화(dematerialization)라 칭합니다. 허먼 밀러가 탈물질화라는 단어를 만들어낸 건지는 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게가 절반이라면 사용되는 재료도 절반에 불과하겠지요. 그것만으로도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절반으로 줄어들 수 있는 겁니다.
 
저는 이런 접근 방법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장애물이 나타날 때까지 무작정 길을 걷다가 우연찮게 중대한 혁신을 이루어낼 수도 있을 겁니다. 그와 동시에 또 다른 방식을 생각해내도록 사람들을 격려해야 합니다. 조그만 노력이 셀 수 없이 많이 더해져서 안전하고 재활용 가능한 재료만으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게 되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는 겁니다.
 
그 동안 앞서 설명하신 방향을 향해 나아가도록 기업 경영진을 설득해 오셨습니다. 경영진이 이를 실천하고자 할 때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입니까?
 
변화를 실행할 수 있을 만큼 현명해야 한다는 게 가장 큰 장애물이지요. 경영진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이렇게 얘기합니다. “이렇게 해 봅시다. 환경 성과를 개선하는 동시에 비용도 줄여 보세요.” 경영진이 이런 얘기를 꺼내는 건 매우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 과정을 실행하는 사람들, 즉 전체 공급망에 대해 고민하는 관리자와 어떤 것을 빼고 어떤 것을 더해야 할지 고민해 제품을 설계하는 엔지니어는 적합한 재료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러니, 쉽지가 않은 겁니다. 저는 실제로 그 일을 어떻게 해낼 것인지가 바로 장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딘가 좋은 해결방안이 있다고 믿는 것과 실제로 좋은 해결방안을 찾아내는 건 별개의 문제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제품 및 서비스를 디자인하기 위해 더 나은 프로세스와 방법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동안 더 나은 프로세스와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를 해 왔습니다. 그게 바로 ‘환경을 위한 제품 디자인’입니다.
 
편집자주 이 글은 MIT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0년 가을호에 실린 마이클 S. 홉킨스의 스티븐 에핑어 인터뷰 ‘How Sustainability Fuels Design Innova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